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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Auteur: 청연
조옥 안에는 진한 피비린내가 진동했고, 바닥에는 온갖 시신들이 널려 있었다.

시신들은 하나같이 팔다리가 잘려 나간 참혹한 모습이었다.

사방에는 음산하고 압도적인 기운이 감돌았다.

소설아는 천천히 걸어가 들고 있던 보석 분재를 구황자 앞에 내려놓고 다시 제자리로 물러났다.

몸가짐은 차분하고 당당했으며 우아했다.

추영우는 눈썹을 치켜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앞서 온 이들은 들어오자마자 머리를 조아리며 살려달라 빌기 바빴는데, 이 낭자는 지나칠 정도로 고요했다.

그가 얇은 입술을 열어 말했다.

"말해보거라."

그제야 소설아가 천천히 입을 뗐다.

"구황자 전하, 제 큰 오라버니를 풀어주십시오."

말투는 덤덤했다. 부탁하는 사람 특유의 절박함이나 비굴함은 전혀 없었고, 마치 오늘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 묻는 것처럼 일상적이었다.

추영우는 본래 건성으로 대하려 했으나, 소설아의 반응이 워낙 담담하자 오히려 흥미가 생겼다.

"너는 어느 집안 낭자이며, 누구를 구하려는 것이냐?"

소설아는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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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432화

    소설아는 몸을 돌려 화초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끝내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았다.소명지는 발을 동동 구르다가 결국 주모운의 뒤를 쫓아갔다.버드나무 골목까지 따라간 그녀는 주모운의 집 앞에서 마침내 그를 붙잡았다.“대체 왜 저를 피하시는 거예요?”처음만 해도 주모운은 소명지에게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두 사람은 서신을 주고받았고, 이따금 만나 차를 마시기도 했다.주모운은 늘 한껏 몸을 낮추며 말끝마다 소명지를 치켜세웠다. 그녀의 제멋대로인 성정은 진솔함으로, 다소 속 좁은 면모는 오히려 강직함으로 보아주었다.명색이 선비인 만큼 주모운도 제법 학식이 깊었다. 이따금 경서의 구절까지 인용해가며 소명지를 추켜세우니, 소명지는 그야말로 입이 귀에 걸릴 만큼 홀딱 빠져들고 말았다.소명지는 주모운만큼은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지기라고 여겼다.그런데 그런 사람이 요즘은 답장조차 보내지 않고, 얼굴을 보러 오지도 않았다. 마주칠 때마다 사사건건 자신을 피하기까지 했다.갑작스레 달라진 태도에 소명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결국 앞뒤 가리지 않고 길거리에서 그와 실랑이를 벌이고 만 것이었다.주모운은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아 읍을 하며, 넓은 소매로 얼굴을 가렸다.“부, 부디 저를 찾아오지 마십시오. 이 근처 이웃들이 모두 낭자를 알아보지 않습니까. 저야 사내이니 괜찮지만, 자꾸 이러시면 낭자의 명성에 누가 될까 염려됩니다.”하지만 사실 주모운은 소명지의 명성 따위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히려 그녀의 명성이 더럽혀지면 소명지도 다른 선택지가 없어져 결국 자신에게 시집올 수밖에 없을 테니,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생각했었다.어쨌든 가난한 선비의 처지로 위원후부의 적녀를 아내로 맞이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었다. 소명지에게 흠이라도 생기지 않는 한, 애초에 자신 같은 사람이 그녀와 혼인할 가능성은 희박했다.그런데 원씨 가문이 하루아침에 가산을 몰수당하자 주모운은 덜컥 겁이 났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431화

    황제는 태후의 친아들이 아니었고, 조정의 일부 원로 대신들 역시 태후의 세력에 속해 있었다.오늘 황제가 자신을 친왕에 봉하고 혼인까지 정해준 일을 곰곰이 따져보면, 결국 자신을 태후와 맞붙게 할 패로 삼았다는 뜻일 뿐이었다.추영우의 눈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막 자리를 뜨려던 그때, 갑자기 어린 태감 하나가 요광전 문 앞에 나타났다.“어디서 온 것이냐? 무슨 일이냐?”어린 태감이 허리를 깊이 숙였다.“구황자 전하, 방금 내각에서 전갈이 왔습니다. 서북 지방에 지룡이 일어나 피해가 막심하니, 이 사실을 서둘러 폐하께 아뢰어야 한다고 합니다.”“지룡?”소명주의 말이 정말로 들어맞았다!그렇다면 소명주의 예언대로라면, 설씨 가문의 규수가 혼인을 하사받은 뒤 머지않아 뜻밖의 변고를 당해 목숨을 잃게 될 터였다…어린 태감이 안으로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황제도 뒤따라 모습을 드러냈다.그런데 황제가 막 요광전을 나서려는 순간, 양비의 처소에서 온 태감 하나가 어디선가 급히 달려와 황제 앞에 무릎을 꿇었다.“폐하, 유 귀인께서 새로 시 한 수를 지으셨는데, 폐하께 한번 봐주시기를 청하고 계십니다.”황제는 문득 지룡에 관한 일이 본래 유 귀인이 미리 예고했던 일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우선 유 귀인의 처소로 가보자구나.”황제가 유 귀인의 처소로 향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요광전 안에서는 곧장 청자가 산산이 깨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위원후부.안성주와 연 어멈이 죽은 뒤로 며칠 동안 민씨는 잠잠했다.단이가 웃으며 말했다.“큰 아가씨, 둘째 아가씨께서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 하시는데요. 후작님께서 이미 시집간 몸이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함부로 친정에 드나들지 못하게 하라고 하셨대요. 그래서 사람을 시켜 대문까지 막아두셨답니다. 둘째 아가씨께서 몇 번이나 찾아오셨는데도 끝내 후부 안에 들어오지 못하셨고요. 세자 저하와 둘째 도련님 쪽은 별다른 일 없으신데, 요즘은 오히려 명지 아가씨가 자꾸 밖으로 나다니신답니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430화

    “폐하.”용비가 절을 반쯤 올렸을 때, 황제가 직접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황제는 이목구비가 굳세고 얼굴선이 날카로운 인상이었다.추영우는 황제를 그리 닮지 않았다. 오히려 용비를 빼닮아 이목구비가 한층 수려했다.하지만 눈빛만큼은 황제와 똑같이 무정하고 냉담했다. 웃고 있을 때조차 그 눈에는 온기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오늘이 아홉째의 생일이라, 짐이 일부러 와 보았다.”황제는 손목에 염주를 걸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손가락으로 염주알을 하나씩 굴렸다.추영우가 고개를 반쯤 숙인 채 말했다.“소자의 생일 때문에 어찌 감히 아바마마께서 친히 걸음하시게 할 수 있겠습니까.”용비의 얼굴에 화사한 미소가 활짝 피어났다.“폐하, 저 아이를 너무 오냐오냐 키우지는 마세요.”용비가 웃음을 머금자 정전 안에도 봄볕이 든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추영우뿐만 아니라 곁에서 시중들던 궁인들까지 눈에 띄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황제는 용비의 손을 잡아 제 곁에 앉히며 말했다.“아홉째가 벌써 열여덟인데, 그대는 여전히 처음 입궁했을 때와 다름없이 젊구려.”용비가 수줍은 듯 고개를 살짝 숙이며 나긋하게 말했다.“폐하, 저는 가끔 처음 입궁했을 때를 떠올리곤 합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몰라 그저 폐하를 정성껏 모셨을 뿐인데, 어느새 저도 모르게 남들의 미움을 샀지요. 폐하께서 저를 아껴주시지 않으셨다면, 제가 어찌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겠습니까.”추영우는 두 사람이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인 채 슬며시 눈을 감았다. 속으로는 못마땅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두 사람이 한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 황제는 다시 추영우에게 시선을 돌렸다.“아홉째가 벌써 열여덟인데, 아직 왕비도 맞이하지 않았구나. 태자가 열여덟이었을 때는 동궁에 이미 태자비에 측비까지 둘이나 있었지. 짐이 보기에는 아홉째도 이제 슬슬 가정을 꾸릴 때가 된 것 같구나.”용비가 웃으며 말했다.“영우는 나이만 먹었지 아직 철이 없습니다.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429화

    안덕수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러고 보니 후작께서는 이리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슬하에 자식 하나 없으시니, 훗날 세상을 떠나시는 날에는 상주 노릇을 해줄 자식도 없겠습니다. 후작께서나 저나, 참으로 처지가 비슷하지 않습니까.”안덕수는 안 대인의 가장 아픈 곳을 정확히 찔렀을 뿐만 아니라, 감히 자신과 안 대인을 같은 처지에 빗대기까지 했다. 아무리 좋게 보아도 무례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그런데도 안덕수는 후덕해 보이는 네모난 얼굴에 온화한 목소리, 느긋한 말투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뼈 있는 말을 해도 타박이나 조롱이라기보다는, 그저 상대를 걱정해 건네는 말처럼 들렸다.안 대인은 어색한 웃음으로 대충 넘길 수밖에 없었다.안덕수는 폐하를 지척에서 모시는 총신이었다. 안 대인으로서는 감히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그저 궁에 오래 몸담은 자라 성정이 남다른 모양이라고 좋게 생각하며 몇 마디 덕담을 주고받은 뒤 궁을 나섰다.그날 밤이었다.하인 한명이 급히 찾아와 아뢰었다.“후작님, 궁에서 전갈이 왔습니다. 폐하께서 입궁하시랍니다.”연화 군주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이렇게 늦은 시각에요? 궁문도 이미 닫혔을 텐데, 폐하께서 대체 무슨 일로 갑자기 부르시는 걸까요?”안 대인이 말했다. “모르겠소. 급한 일이 있으신 모양이오.”“옷 갈아입으시는 걸 도와드릴게요.”안 대인은 서둘러 관복으로 갈아입고 궁문으로 향했다. 하지만 궁문을 지키던 어린 태감은 그를 안으로 들이지 않고 막아섰다.“후작님, 안에서 부르실 때까지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안 대인은 그렇게 반 시진을 기다렸다. 그러나 궁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들려오지 않았다.답답한 마음에 문을 지키던 태감에게 다시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후작님, 아직 안에서 부르시지 않았습니다. 소인도 감히 들여보내 드릴 수가 없습니다.”어느덧 가을밤의 찬 기운이 짙어지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 사이로 가랑비까지 부슬부슬 흩날렸다.안 대인은 세 시진 동안 찬바람을 고스란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428화

    위원후부.소명주는 소설아가 준 전장 문서를 찾아냈다. 살펴보니 과연 위조된 것이었다.“소설아가 감히?! 연화 군주 앞에서 나한테 가짜 문서를 내밀어?!”민씨는 눈앞이 뒤집힌 듯 가짜 문서를 단숨에 찢어버렸다.“안 되겠어. 군주 마마를 찾아가서 직접 따져야겠어. 누구 말이 옳은지 공정하게 판단해 달라고 해야지.”민씨가 몸을 돌리려 하자 소명주가 황급히 그녀를 가로막았다.연화 군주에게 뺨을 맞은 자국은 아직도 민씨의 얼굴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어머니, 군주 마마가 더 이상 저희를 도와주지 않을까 봐 걱정돼요.”민씨가 뺨을 어루만졌다. “군주 마마께서 정신이 나가신 모양이구나. 처음에는 분명 우리 편을 들어주셨는데, 어째서 갑자기 소설아 편을 드시는 게야?”민씨와 소명주는 한참을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보았지만, 대체 어디서부터 일이 틀어진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연 어멈은? 연 어멈을 불러서 직접 물어보거라.”두 사람은 위원후부를 샅샅이 뒤졌지만 연 어멈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결국 영작을 불러 묻자, 그제야 영작이 입을 열었다.“연 어멈은… 죽었습니다.”민씨의 두 손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 “소설아 그 천한 것이, 정말 못하는 짓이 없구나! 감히 연 어멈까지 죽이다니!”민씨는 소명주를 끌어안았다. “명주야, 그 애가... 그 애가 알아채지는 않았겠지?”소명주가 위로했다. “어머니, 그럴 리 없어요. 괜히 겁먹지 마세요.”그러고는 영작을 향해 물었다. “연 어멈은 어쩌다 죽었느냐?”영작이 그제야 말했다. “부인께서 오해하셨습니다. 큰 아가씨가 한 일이 아닙니다. 연 어멈은 연화 군주께서 사람을 시켜 물에 빠뜨려 죽이신 것입니다.”소명주의 머릿속이 순간 새하얘졌다.소설아 그 천한 것이 정말로 연화 군주를 제 편으로 끌어들인 것이었다!민씨는 처음에는 손끝을 떨더니, 이내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기 시작했다.“명주야, 말해 보거라. 군주 마마가 어째서 그 아이를 돕는 것이냐?”소명주는 민씨를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427화

    안덕수는 안성주를 양아들로 들여 경성으로 데려와 애지중지 보살폈다.안성주는 그의 평생 유일한 혈육이었다.안성주의 부고를 듣고 안덕수는 애간장이 끊어지는 듯한 슬픔에 빠져, 그날 밤 곧장 추영우를 찾아갔다.“구황자 전하, 부디 소인을 좀 도와주십시오! 성주 그 녀석이 조금 막돼먹긴 했어도 나쁜 마음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억울하게 죽어서는 안 됩니다!”눈물범벅이 된 안덕수를 보며 추영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안 태감, 그 사건은 형부에서 조사 중이시다. 형부는 셋째 형님의 영역이니, 내가 함부로 끼어들 수는 없다. 차라리 셋째 형님께 부탁드리는 게 나을 것이다.”형부 쪽에서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위원후부의 화연에는 애초에 안성주를 초대하지 않았다. 안성주가 평소 못된 짓을 많이 하고 다녔던 터라, 형부에서는 그가 밖에서 누군가의 원한을 사서 살해당한 뒤, 범인이 시신을 위원후부에 던져 넣어 누명을 씌운 것으로 판단했다.이 일은 위원후부와 무관하다는 결론이었다.안덕수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구황자 전하, 소인은 그저 진상만 알고 싶습니다.”금의위가 사건을 맡는다면 형부보다 훨씬 철저하게 진상을 파헤칠 터였다. 구황자 전하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안덕수였기에,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구황자 전하께서 이번 일을 도와주신다면, 소인이 반드시 그 은혜를 갚겠습니다.”안덕수는 폐하께서 아직 황제위에 오르시기 전부터 곁을 지켜 온 최측근이자, 황제의 총애를 한몸에 받는 대태감이었다. 때로는 그의 말 한마디가 태후의 뜻보다도 더 큰 힘을 발휘할 정도였다.안덕수의 도움이라면 태자조차 탐낼 정도였다.추영우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안 태감, 나는 바라는 것이 없다. 그대의 도움을 얻어봐야 크게 쓸모도 없고.”“구황자 전하, 부디 소인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솔직히 말씀드리면, 성주는 소인의 유일한 혈육입니다… 성주가 떠나고 나니, 소인은 이제 이 생에 아무런 여한도 남지 않았습니다…”안덕수가 애원을 거듭하자, 추영우는 마지못해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2화

    "아버지, 어머니, 소자는 평생 임현 낭자가 아니면 장가들지 않겠습니다!""임현 낭자가 비록 춘란원(春欄院)의 기녀라 하나 몸가짐이 깨끗합니다. 경성의 수많은 귀공자가 그녀를 위해 천금을 아끼지 않았으나, 그녀는 오직 소자 한 사람만을 허락했습니다.""부디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허락해 주십시오!""만약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내년 과거 시험에도 응시하지 않겠습니다!"소설아가 문에 들어서자마자 들려온 것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망언이었다.'오라버니는 여전히 이토록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 고작 기녀 한 명 때문에 과거 시험을 담보로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1화

    "형부… 서두르지 마십시오…""내가 어찌 서두르지 않겠느냐, 곧 있으면 네 언니가 올 텐데…"바람이 등나무 꽃을 흔들며 고요한 연못에 파문을 일으켰다.소설아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꿈속에서 그녀는 아직 시집가기 전이었다.그녀는 침실 문 앞에 서서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탕한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자세히 분별하지 않아도 안에 있는 남녀가 자신의 정혼자 원태준과 동생 소명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녀의 정혼자와 동생이, 그녀의 침실에서, 그녀의 침대 위에서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침실 안의 목소리는 마치 그녀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7화

    민씨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명주야, 이 집안의 살림은 역시 설아가 맡는 게 좋겠구나."노부인이 세상을 떠난 후 민씨가 후부의 안살림을 이어받았으나, 불과 몇 년 만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적자가 났다.처음에는 자신의 혼수품을 팔아 몰래 메꿨지만, 나중에는 후부가 밑 빠진 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계속 메꾸다가는 혼수품이 바닥날 판이라 아예 소설아에게 전부 넘겨버렸다.소설아는 살림을 아주 잘 꾸려나갔다. 적자를 모두 메웠을 뿐만 아니라, 후부 주인들의 체면까지 세워주었다.소설아가 살림을 맡고는 있었지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6화

    민씨는 소명주의 명예를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원태준과의 혼사는 소설아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약속했다.춘경원에서 나오자, 소명주가 소설아를 불러 세웠다."언니."소명주가 한 걸음 다가서며 탐색하는 눈빛으로 소설아를 바라보았다."언니, 태준 오라버니를 마음에 들어 하더니, 어찌 그리 쉽게 포기하시는 겁니까? 설마 화가 나서 하는 말은 아니겠지요?"그녀는 소설아 역시 회귀한 것이 아닐까 의심했다.지난 생에서 소설아는 이 혼담을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겼었다. 원태준의 어머니가 소설아를 극도로 싫어함에도 소설아는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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