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어민경은 잠에서 깼을 때 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속도 계속 울렁거렸다.시간을 보니 벌써 정오였다.그녀는 머리를 문지르며 몸을 일으켜 침대 옆 탁자에 있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휴대폰은 꺼져 있었다.아마도 임예빈이 계찬호랑 임수영이 전화해서 욕할 걸 알고 일부러 꺼둔 듯했다.‘역시 우리 예빈이는 사람을 잘 챙긴다니까!’어민경은 휴대폰을 켰다.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가 떠 있었다.전부 임수영과 계찬호가 걸어온 것이었다.그리고 몇 통은 백경진이었지만 어차피 다 같은 부류였다.어민경은 부재중 기록을 전부 삭제하고 대화창을
27층.어민경은 문을 열자마자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예빈아! 나 인생 진짜 너무 힘들어!”소파에 누워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드라마를 보던 임예빈이 벌떡 일어났다.“왜? 무슨 일인데?”“야옹!”통통한 고양이는 놀라서 펄쩍 뛰며 털이 전부 곤두섰다.그리고 다음 순간, 회색 그림자가 자신에게 달려오는 걸 봤다.“아옹!”고양이의 속도는 인간의 7배라지만, 취한 인간 앞에서는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어민경은 고양이를 덥석 안았다.“냥이야, 나 오늘 아빠한테 팔릴 뻔했어... 다행히 평소에 너랑 술래잡기 많이 해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나서야 그는 옅게 웃으며 카메라를 껐다.신발을 갈아 신고, 그대로 안방으로 들어가자 휴대폰이 울렸다.차성현의 전화였다.방 불을 켜고, 변영준은 넥타이를 풀며 전화를 받았다.“도련님, 방금 주 대표님한테 전화가 왔습니다.”“뭐라고 하던가?”“돌려 말하긴 했는데... 도련님과 어민경 씨 관계를 묻더군요.”변영준은 옅게 웃었다.“주 대표가 궁금한 거냐, 아니면 섭정수가 궁금한 거냐?”“아마 주 대표님도 궁금하긴 했겠지만... 대신 물어본 것 같습니다.”차성현이 말했다.“섭정수 쪽에서 어민경에 대
어민경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했다.결론은 하나였다.정면으로 맞붙으면 승산이 0%였다.인생은 힘들지만, 그래도 살고는 싶었다.‘아직 23살 생일도 안 지났고, 임예빈도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사고 나면 안 돼.’결국 결심한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돌아서서 벨을 눌렀다.딩동.한 번, 두 번, 세 번...어민경의 심장은 점점 가라앉았다.‘설마... 아무도 없는 거 아니야? 진짜 없는 거야? 왜 이렇게 운이 없지?’눈물이 날 것 같았다.그녀는 돌아서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기... 남자친구가 없는 것 같네
그는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용히 지켜보기로 했다.엘리베이터가 드디어 28층에 도착했다.문이 열리자, 어민경은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마치 죽음을 각오한 사람처럼 고개를 돌리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착한 분, 저 집 도착했어요. 오늘 이렇게 끝까지 데려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안녕히 가세요! 조심히 들어가세요!”변영준은 그녀를 바라봤다.지금의 어민경이 조금만 더 멀쩡했다면 그의 눈빛이 얼마나 복잡한지 알아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전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술기
뒤에서 차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차가 멀어지는 소리가 이어졌다.어민경이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을 때 뒤에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그녀는 순간 멈칫하고 돌아서다가 변영준과 눈을 마주쳤다.밝은 엘리베이터 조명 아래로 보이는 남자는 키가 훤칠했다.키 165cm에 플랫슈즈를 신은 어민경은 고개를 살짝 들어야만 그와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남자의 또렷하고 입체적으로 잘생긴 얼굴을 확인한 순간, 어민경의 물기 어린 눈동자에 순간 감탄의 빛이 스쳤다.연예계에서 10년이나 굴러온 그녀라 잘생긴 남자라면 정말 수
달빛 아래 부드러운 바람이 여성의 여린 뺨을 스쳐 지나갔다.여성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거문고의 줄을 살짝 건드리자 아름다운 선율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동희는 한참 동안 듣고 나서 문득 깨달았다.“이건 [마법의 붓]?”‘심지우 씨도 연주할 줄 아는구나!’동희는 저도 모르게 휴대폰을 들어 이 장면을 녹화했다.심지우는 수년 동안 거문고에 손을 대지 않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차 리듬을 찾기 시작했다.이 곡은 프로그램 제작진 여러 명의 관심을 끌었다.감독이 조수를 슬쩍 쳐다보자 조수는 즉시 삼각대를 가져와 감독에게 건넸다.
욕실 안에서 윤영이는 욕조에 앉아 작은 손으로 노란 오리를 만지작거렸다.“윤영이는 그 아저씨가 싫어?”심지우가 아이를 씻겨주며 물었다.“싫냐고요?”윤영이는 미간을 찌푸렸다.“왜 그 사람을 좋아해야 해요?”심지우는 잠시 멈칫하며 딸을 바라보았다.아이는 작은 머리를 갸웃거렸다.“내 아빠니까 꼭 좋아해야 해요? 하지만 난 전혀 모르는걸요. 좋은 아빠인지도 모르는데 왜 좋아해요?”“...”“우리 반 홍이의 아빠는 자주 걔 엄마를 때린대요. 홍이는 아빠가 다른 아줌마와 키스하고 안는 걸 봤대요. 엄마에게 말했더니 엄마가 아
눈썹을 찌푸리며 안 먹는다고 말하는 영준이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변승현은 아이의 작은 얼굴을 한 번 살펴본 후 시선을 거두고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홍운학은 덤덤하게 변승현의 표정을 살피다가 이내 관심을 거두었다.“태생적으로 싫어한다고요?”윤영이가 입에 넣은 감자를 씹으며 호기심 가득 물었다.“쉽게 말해서 우리는 감자 반찬을 맛있게 먹지만 영준이는 다른 맛을 느낀다는 거야.”온주원이 설명했다.“네?”윤영이 온주원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그럼 영준이가 먹으면 어떤 맛인데요?”“그게 말이야...”온주원
4년 동안 비워두었던 작업실은 여전히 잘 운영되고 있었다.처음 심지우가 떠났을 땐 단골 고객 일부가 빠져나가기도 했지만 최근 2년 사이 다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참이었다.심지우와 함께 돌아온 윤영을 본 직원들은 모두 환호했다.그녀를 꼭 닮은 윤영을 보고 모두가 귀엽다고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윤영은 사교성이 뛰어나 낯을 거의 가리지 않았고 처음 보는 이모, 삼촌들과도 금세 친해졌다.온주원은 윤영을 안고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함께 골든 리트리버 연이를 보러 갔다.4년 전엔 작은 강아지였던 연이는 지금은 제법 큰 개가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