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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Author: 강노을
하루가 지나서야 제헌에게서 톡으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람은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핸드폰을 열었다.

‘혹시... 기억하고 있을까?’

‘기억하기만 해도 돼. 그거면 충분해.’

하지만 제헌의 답장은 이랬다.

[오늘 저녁 8시쯤 들어갈 거니까 저녁 미리 준비해 둬.]

순간, 그녀는 얼음물 한 통을 머리부터 뒤집어쓴 기분이었다. 몸은 멀쩡했지만, 심장은 얼어붙어버렸다.

‘이런 말, 결혼 3년 내내 수도 없이 들었어.’

제헌은 분명히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그건 마치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하는 지시처럼 무미건조했다.

무엇보다... 이람이 보낸 메시지는, 애초에 읽지도 않은 것 같았다.

‘읽었어도 그냥 무시한 거겠지.’

‘이 정도의 무관심... 그 사람답네.’

그날 이람은 스스로에게 말했다.

‘기대하지 말자. 생일은 그냥 지나가는 365일 중 하루일 뿐이야.’

‘괜히 의미 부여하지 말자.’

그래서 민서가 오늘 생일을 챙기겠다고 말했을 땐, 이람은 순간 당황스러울 정도로 놀랐다.

이람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었다.

속은 뒤집혀도 겉은 평온했다.

결국 겨우 한마디 입 밖으로 꺼냈다.

“감동이야.”

“감동은 무슨. 결국 자리도 못 잡았는데.”

민서는 쏘아붙이듯 말해놓고, 이내 한숨을 쉬었다.

“내 잘못이지 뭐. 미리 예약했어야 했는데... 평소엔 손님도 많지 않고 널널하길래 방심했지. 오늘 따라 하필 통째로 대관이래.”

그러더니 작은 쇼핑백을 내밀었다.

이람이 받으며 물었다.

“이게 뭐야?”

“생일선물. 일단 받아. 너는 잠깐 길가에서 기다려. 내가 차 끌고 올게. 자리 옮겨서, 더 좋은 데 가서 먹자.”

민서는 그 말만 남기고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

이람은 민서의 당당한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손에 쥔 쇼핑백을 내려다보았다.

쇼핑백에는 익숙한 주얼리 브랜드 로고가 찍혀 있었다.

며칠 전, 결혼반지를 팔고 나온 날 민서와 함께 지나가던 매장.

안에 들어 있는 건 정사각형의 작은 박스.

아마 팔찌나 목걸이 같은 악세사리겠지.

‘그날, 이미 챙길 생각 하고 있었던 거야...?’

그때 민서는 밥도 같이 안 먹겠다고 할 만큼 감정이 예민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세심하게 마음 써주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이람은 또 한 번 마음이 울컥했다.

‘진짜... 내 소중한 친구 민서...’

그리고, 조용히 웃었다.

며칠 만에 찾아온... 아니 어쩌면 몇 달 만에 찾아온 기분 좋은 웃음이었다.

하지만 그 감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강 대표님, 하유리 씨, 지후 도련님, 이쪽으로 안내해드릴게요!”

식당 앞 도로로 걸어가던 이람은 익숙한 호칭이 들려 고개를 돌렸다.

‘설마...’

익숙한 이름들이었지만,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였다.

이람이 고개를 돌린 순간, 제헌과 유리가 나란히 서 있었다.

그 뒤엔 지후와 다른 사람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제헌과 유리.

완벽하게 잘 어울리는 커플처럼 보였다.

그리고 제헌이 유리를 향해 보내는 시선.

그건 이람이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말랑하고 다정한 눈빛이었다.

‘저 눈빛은 뭐지?’

이람의 눈동자 순간적으로 수축됐고, 발이 저절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웃기지도 않아... 나한테는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저 눈빛.’

...

식당 직원 유니폼을 입은 매니저가 반갑게 다가왔다.

“강 대표님,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 이제 대표님만 오시면 됩니다.”

유리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물었다.

“뭐가 그렇게 준비됐다는 건가?”

제헌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곧 알게 될 거야.”

유리는 더 궁금해지며 지후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

“제헌이가 안 알려주니까... 네가 말해줘.”

지후는 그 말에 바로 제헌을 팔아넘겼다.

“누나, 진짜 잘 물어봤어요. 내가 오늘 먼저 현장 봤거든요. 제헌 형이 누나가 하얀색 좋아하는 거 알고, 식당 전체를 하얀 테마로 꾸며놨어요. 솔직히... 남자인 나도 감동했어요.”

“닥쳐.”

제헌은 차갑게 한마디 했지만, 그럴수록 유리는 더 웃음이 나왔다.

“더 말해봐. 나 듣고 싶어.”

지후는 눈치껏 말 이어갔다.

“누나가 백합꽃 좋아하는 것도 알아서 형이 직접 백합으로 만든 핸드부케까지 만들었다니까요? 거기다 세상에 하나뿐인 백합 목걸이도 주문 제작했대요.”

제헌이 발끈하며 지후를 막으려 했지만, 지후는 이미 슬쩍 몸을 비켜 제헌 손을 피해 있었다.

그러다 지후의 시선이 골목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 발걸음이 멈췄다.

“형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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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3)
goodnovel comment avatar
성미희
미련버리고 산뜻하게 바이바이^^그사람만 남자아니거든 멋진사람의외로많아요.물론아프지 마음이야 내려놓고나면 아무것도아니야..쓰레기니까 버려요 이람씨화이팅!!
goodnovel comment avatar
happyhomejoa
싫다는 인간 버리고 좋은사람 하고 살면 된다. 뭘 억지로 매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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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lip
재밌네요^^ 빨리 계속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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