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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아리리
점심 식사 자리에서 임유미가 뱃멀미를 호소하자 윤경찬은 줄곧 그녀 옆에 꼭 붙어 간호에 매달렸다.

나는 텅 빈 위장이 너무 아파 도저히 밥을 넘길 수 없었던 터라, 직원에게 부드러운 죽으로 메뉴를 바꿔 달라고 부탁하려던 참이었다.

그러자 주우빈이 실실 웃으며 불쑥 끼어들었다.

“서다인, 넌 왜 갑자기 아픈 척이야? 유미가 뱃멀미하니까 괜히 따라 하는 거 아냐?”

나머지 일행이 덩달아 웃음을 터뜨리자, 윤경찬이 눈을 치켜뜨며 나를 향해 말했다.

“넌 예전에 배 탔을 땐 멀쩡했잖아.”

나는 해명했다.

“아침을 굶었더니 위가 좀 아파서 그래.”

하지만 그는 내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임유미에게 따뜻한 물을 건네며 싸늘하게 쏘아붙였다.

“그럼 그냥 좀 참아. 유미 아파 죽겠는데 굳이 너까지 보태야겠어?”

그때 마침, 직원이 흰죽 한 그릇을 내왔다.

내가 막 손을 뻗으려던 순간, 윤경찬이 먼저 그 죽 그릇을 가로채어 임유미 앞으로 쓱 밀어주며 말했다.

“일단 이거라도 좀 먹어 봐.”

나는 갈 곳을 잃고 허공에 멈춰 섰던 손을 천천히 거두어들였다.

명백히 내가 시킨 죽이었지만, 그들 중 누구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임유미는 억지로 두어 숟갈을 뜨더니, 이내 아무 맛도 안 난다며 남은 죽 그릇을 내 쪽으로 툭 밀어냈다.

“나 안 먹을래. 다인아, 너 위 아프다며? 이거 네가 먹어.”

죽은 그녀가 숟가락으로 이리저리 헤집어 놓은 탓에 볼품없이 흩어져 있었고, 그릇에 걸쳐진 숟가락에는 그녀의 붉은 립스틱 자국마저 선명하게 묻어 있었다.

예전의 나라면, 아마 아무 내색 없이 그 죽을 떠먹었을 것이다.

임유미가 으레 이렇게 말하며 웃었을 테니까.

“우린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니까 네 거 내 거가 어딨어.”

그리고 윤경찬 역시 그런 나를 기특하다며 칭찬해 주었을 터였다.

“다인은 역시 속이 깊어. 다른 애들처럼 유난 떨지도 않고.”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나는 손을 들어 직원을 불렀다.

“이것 좀 버려주세요.”

임유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나 몇 입 안 먹었는데, 혹시 내가 먹던 거라 꺼림칙해서 그래?”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난 남이 먹다 남긴 건 안 먹거든.”

윤경찬은 순식간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화를 냈다.

“서다인, 얜 이렇게 아픈 와중에도 너 생각해서 죽 남겨준 건데, 꼭 이 상황에서 애를 무안하게 만들어야겠어?”

나는 내 앞에 있는 다섯 사람을 보며 문득 멍해졌다.

지난 몇 년간 그들은 늘 먹다 남은 음식을 내게 넘겨주었고 식당 자리가 모자라면 나만 덜렁 다른 테이블로 보냈으며 차에 자리가 하나 부족하면 알아서 택시를 타고 오라고 했다.

그들은 그저 여행지에서 자신들을 찍어 줄 사진사가 필요해질 때쯤에야 비로소 내 존재를 떠올렸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단 한 번이라도 그들의 뜻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으면 나는 금세 무리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겉도는 사람, 속이 좁아 가벼운 장난조차 받아주지 못하는 팍팍한 사람이 되어 버리곤 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그러자 예상대로 모두의 굳어 있던 표정이 순식간에 부드럽게 풀렸고, 진승현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야지. 기왕 놀러 온 건데 기분 좋게 놀아야 할 거 아냐.”

나도 따라 웃었다.

다만, 이번 사과는 내가 정말 무언가를 잘못했다고 느껴서 한 것이 아니었다.

이제는 그들에게 더는 어떤 말도 덧붙이고 싶지 않을 만큼, 모든 게 허무하고 귀찮아졌기 때문이었다.

밤이 깊어지자 그들은 어김없이 테라스에 모여 술판을 벌였지만, 나는 혼자 방으로 들어와 차분히 캐리어에 짐을 싸기 시작했다.

원래 일주일로 예정되어 있던 이번 여행은 이제 고작 사흘이 지났을 뿐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더 이상 그들의 장단에 맞춰 놀아줄 마음이 눈곱만큼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곧바로 다음 날 아침 가장 일찍 출발하는 돌아가는 표를 예매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서야 휴대폰 충전기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낮에 임유미가 슬쩍 빌려 갔던 게 생각나 그녀가 머무는 방으로 향했다.

방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마침 침대 옆 협탁에 놓여 있던 태블릿 화면이 환하게 켜지며 새 알림 메시지가 떠올랐다.

단톡방 이름은 ‘다섯이서 영원히'였다.

진승현이 영상 하나를 올렸는데, 정확히 어제 윤경찬과 임유미가 키스를 나누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 아래로는 온통 장난스럽게 낄낄거리는 이모티콘들이 가득 도배되어 있었다.

[드디어 키스했네.]

[거봐 내 작전 통한다고 했잖아.]

[서다인 얼굴 하얗게 질렸던데 그걸 또 참고 있더라.]

[진짜 가식 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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