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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아리리
나는 그들과 같이 자라지 않았다.

저 다섯 명은 유치원 시절부터 줄곧 함께였지만, 나는 대학에 와서야 윤경찬을 알게 되었고 그의 손에 이끌려 이 무리에 합류했을 뿐이었다.

처음 몇 년간은 나 역시 그들 틈에 동화되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선생님 댁 정원에서 몰래 복숭아를 따 먹었다는 유년 시절 이야기를 나눌 때면, 나는 맥락도 모른 채 어색하게 따라 웃었고 그들끼리만 통용되는 별명이나 은어를 쓸 때면 남몰래 메모 앱에 기록해 두기도 했다.

모두의 생일, 알레르기나 기피하는 음식, 자잘한 버릇까지 빠짐없이 외웠다.

다 같이 회식을 할 때면 늘 1등으로 도착하는 건 나였고, 여행 때마다 차량과 호텔을 예약하고 동선을 짜는 것도 언제나 내 몫이었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숱한 공을 들여도, 그들이 예전 추억을 꺼낼 때면 늘 똑같은 말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넌 그때 우리를 몰랐으니까 잘 모를 거야.”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모를 거야’라는 말은 ‘굳이 알려줄 필요 없어’로 변질되어 갔다.

그들은 약속된 식당을 갑자기 바꿔도 내게 귀띔조차 해주지 않았고 다 같이 단체 프로필 사진을 맞출 때도 내게 사진을 보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윤경찬과 임유미의 채팅 기록을 우연히 보고서야, 나는 그들이 이미 반년 전부터 이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왜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냐고 묻자, 윤경찬은 장난스레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가 나서서 다 준비해 주길 기다리고 있었지.”

그래서 항공권부터 호텔, 일정까지 전부 내 손으로 직접 짰고, 모든 비용 역시 내 돈으로 먼저 결제했다.

결국 그들 다섯 명은 그저 편하게 여행을 즐기러 온 것이었고 그 모든 걸 도맡아 준비한 나는 이제 내가 예약한 내 방마저 고스란히 내어주어야 하는 우스운 처지가 되었다.

나는 객실 카드키를 내려놓았다.

“너희끼리 써. 난 아래층 로비에 있을게.”

나는 더 이상 그들과 실랑이하고 싶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 객실로 올라가 보니 방 안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단톡방에는 다섯 명이서 오붓하게 아침을 먹고 있는 사진이 올라와 있었는데 테이블 위에는 딱 다섯 명분의 식사만 세팅되어 있었다.

그때 임유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다인아, 자고 있길래 안 깨우고 우리 먼저 밥 먹으러 왔어.]

[일어나면 알아서 챙겨 먹어.]

대충 씻고 식당으로 내려갔지만, 직원은 조식 시간이 이미 끝났다고 안내했다.

그때 마침 윤경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너 어디야?”

“식당.”

“왜 아직도 식당이야?”

그의 말투에는 짙은 짜증이 배어 있었다.

“우린 선착장에서 20분째 널 기다리고 있잖아.”

나는 단톡방을 다시 확인했다.

몇 시에 출발하는지 내게 말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한테는 아무도 말 안 해줬잖아.”

“유미가 톡 보냈잖아.”

“너희끼리 먼저 밥 먹는다는 말뿐이었어.”

윤경찬은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되려 나를 탓하기 시작했다.

“상식적으로 다들 밥 먹으러 갔으면 그다음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네가 먼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냐? 지금 다 너 하나만 기다리고 있잖아.”

결국 나는 아침도 굶은 채 선착장으로 허겁지겁 달려가야 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 요트는 이미 시동을 켠 상태였다.

하지만 갑판 위에 모여 선 다섯 명 사이로, 내가 낄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임유미는 윤경찬의 하얀 셔츠를 걸치고 있었는데, 셔츠 밑단이 아슬아슬하게 허벅지를 가릴 정도의 길이었다.

나를 보자마자 그녀는 허겁지겁 셔츠 깃을 여몄다.

“다인아, 오해하지 마. 내 치마 지퍼가 고장 나서 경찬이가 잠깐 빌려준 거야.”

윤경찬의 셔츠는 평소 나라면 감히 손댈 엄두조차 내지 못할 물건이었다.

예전에 빨래를 하다가 실수로 어두운색 옷과 섞여 셔츠가 옅은 회색으로 물든 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남이 제 맨살에 닿는 옷을 함부로 만지는 게 끔찍하게 싫다며, 꼬박 일주일 동안 내게 말 한마디 걸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지금 그것을 걸치고 있는 임유미를 향해서는 그저 다정하게 챙겨줄 뿐이었다.

“감기 걸리겠다. 얼른 긴 바지로 갈아입어.”

임유미는 나를 향해 장난스레 혀를 빼꼼 내밀었다.

“거봐, 얜 오지랖이 너무 넓다니까.”

내가 난간을 잡고 요트에 오르기가 무섭게 주우빈이 한가득 짐을 내 품에 쑤셔 넣었다.

“마침 잘됐다, 선크림이랑 카메라, 물 전부 여기 있으니까 네가 좀 맡아줘.”

나는 그들의 짐을 껴안은 채 요트 엔진에서 가장 가까운 구석 자리에 주저앉았다.

차디찬 바닷바람을 맞으니, 텅 빈 위장이 시큰거리며 옥죄어 왔다.

오늘의 다이빙 코스를 위해 나는 6개월 전부터 남몰래 수영을 배웠다.

바다를 지독히도 좋아하는 윤경찬과 달리 나는 물을 끔찍이 무서워했지만, 그 몰래 다이빙 강습까지 받아 가며 차근차근 준비해 온 것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그에게 뜻밖의 깜짝 이벤트를 선사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이빙 스폿에 도착하자, 강사는 체험 인원을 딱 5명으로 제한했다.

기다렸다는 듯 진승현이 미소를 띤 채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서다인 너 물 무서워하잖아? 배에 남아서 가방이나 좀 지켜.”

나 이미 스쿠버다이빙 자격증까지 땄다고 말하려는 순간, 임유미가 윤경찬의 팔짱을 꽉 꼈다.

“경찬아, 나 너무 긴장된다. 물속에 들어가면 나 꼭 먼저 챙겨줘야 해?”

윤경찬은 내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임유미의 산소통을 세심하게 점검해 주었다.

“걱정하지 마, 내가 네 옆에 딱 붙어 있을게.”

나는 혀끝까지 맴돌던 말을 끝내 속으로 삼켜 냈다.

저들 다섯 명이 차례로 바닷속으로 뛰어든 뒤, 나는 갑판에 우두커니 앉아 그들의 남겨진 옷가지와 휴대폰을 덩그러니 지키고 있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강사가 다가와 조심스레 물었다.

“정말 안 들어가실 거예요?”

나는 가방에서 방금 발급받은 새 자격증을 꺼내어 오래도록 들여다보다 결국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 안 들어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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