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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내가 부르면 바로 와

Author: 케사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9 14:39:53

솔이 손을 내밀었다.

준경은 손바닥을 받지 않았다.

손목을 잡았다.

그대로 한 걸음 끌어당겼다.

솔의 몸이 가까워졌다.

숨이 닿을 만큼은 아니었다.

그래도 아까보다 훨씬 가까웠다.

준경은 잡은 손목을 들어 자기 오른손 위에 가져갔다.

“여기.”

솔의 손바닥이 검은 저주 표식 위에 닿았다.

순간.

솔의 오른쪽 눈 아래가 뜨거워졌다.

준경의 손등에서도 검은 선이 빠르게 흐려졌다.

거리만 좁혔을 때와는 달랐다.

변화는 눈에 띌 만큼 분명했다.

“직접 닿는 쪽이 훨씬 빠르군.”

“예.”

준경은 솔의 손을 그대로 눌러두었다.

“그대로.”

“예.”

붙잡은 힘은 약했다.

마음만 먹으면 손을 뺄 수 있었다.

그래도 솔은 움직이지 않았다.

검은 선은 계속 옅어졌다.

잠시 뒤 변화가 멈췄다.

이제 더 흐려지지 않았다.

준경은 그것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손을 놓지 않았다.

솔은 잠자코 기다렸다.

지속 시간까지 확인하려는 모양이었다.

준경의 엄지가 손목 안쪽에 닿아 있었다.

맥박이 뛰는 자리였다.

그가 낮게 말했다.

“가만히.”

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준경의 시선이 손등에서 천천히 올라왔다.

솔의 얼굴에 멈췄다.

검은 선은 이미 변화를 멈췄다.

확인할 것은 끝났다.

그래도 준경은 한동안 손목을 놓지 않았다.

접촉이 길어질수록 검은 선은 조금씩 옅어졌다.

그러나 일정한 지점에서 변화가 멈췄다.

준경은 그제야 솔의 손을 놓았다.

손바닥이 떨어지자 검은 선이 아주 천천히 본래의 색을 되찾기 시작했다.

“거리보다 접촉.”

준경이 말했다.

“그리고 오래 닿아 있을수록 효과가 커진다.”

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습니다.”

준경은 자기 손등을 바라봤다.

거리.

직접 접촉.

지속 시간.

조건에 따라 반응의 크기가 달랐다.

그렇다면 접촉의 정도도 영향을 줄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전날의 감각이 떠올랐다.

솔의 턱을 잡았던 손.

입술.

붙잡고 있던 뒷목.

그리고 상환이 끝난 뒤에도 곧바로 놓지 않았던 순간.

준경의 시선이 천천히 솔에게 올라갔다.

손보다 더 가까운 접촉이라면.

더 오래.

더 깊게 닿는다면.

저주는 어디까지 흐려질까.

확인할 가치는 있었다.

자기 목숨이 걸린 일이었다.

그 정도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는 쪽이 오히려 어리석었다.

준경은 그렇게 결론 내렸다.

솔은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느꼈다.

조금 전과 달랐다.

무엇을 확인하는 눈인지 알 수 없었다.

“공작님?”

준경이 생각을 끊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는 소매를 내렸다.

하지만 방금 떠올린 가설까지 지운 것은 아니었다.

준경이 손을 내렸다.

“오늘은 됐어.”

솔은 고개를 숙였다.

“예.”

몸을 돌리려는데 준경이 다시 불렀다.

“솔.”

발이 멈췄다.

솔이 돌아보자 준경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방은 어떻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좋습니다.”

“불편한 건.”

“없습니다.”

준경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로 써.”

솔은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했다.

가까이 있을 때도 저주가 반응한다는 걸 방금 확인했다.

침실 맞은편이라면 변화를 살피기도 쉬웠다.

“저주 때문입니까?”

준경의 시선이 멈췄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

솔은 그 대답에 납득한 듯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준경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정말 그것뿐이었다면 동관에서도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정정하지 않았다.

“가봐.”

“예.”

솔이 문고리를 잡았다.

그때 뒤에서 준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나 더.”

솔이 돌아봤다.

준경은 책상에 기대 선 채 그녀를 보고 있었다.

“앞으로 내가 부르면 바로 와.”

솔은 잠깐 말이 없었다.

계약서에는 없던 요구였다.

예언에 관한 것도,

대가에 관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공작이 명령했다.

그 사실만으로 솔에게는 충분했다.

“예.”

준경의 눈이 가늘어졌다.

“무슨 일을 하고 있어도.”

“예.”

“자고 있어도.”

솔이 아주 잠깐 멈췄다.

“……예.”

준경은 그제야 만족한 듯 시선을 거뒀다.

“가봐.”

솔이 다시 문을 열었다.

복도로 나오자 맞은편 끝에 자신의 방이 보였다.

몇 걸음 가지 않아 솔은 문득 생각했다.

왜 자신을 부를지는 묻지 않았다.

저주 때문일 것이다.

필요하면 예언자를 가까이 불러 확인하는 것.

그렇게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솔은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기 직전,

방금 들은 말이 다시 떠올랐다.

부르면 바로 와.

이상하게도 그 명령만은 오래 귀에 남았다.

밤이 깊었다.

솔은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어젯밤보다 낯선 방에는 훨씬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잠은 오지 않았다.

복도는 조용했다.

맞은편에도 인기척이 없었다.

솔은 몸을 한 번 뒤척였다.

부르면 바로 와.

낮에 들은 명령이 다시 떠올랐다.

자고 있어도.

무슨 일을 하고 있어도.

솔은 눈을 떴다.

이상했다.

명령은 어려울 게 없었다.

공작이 부르면 가면 된다.

그뿐이었다.

그런데 자꾸 귀가 복도 쪽으로 향했다.

잠시 뒤 작은 소리가 났다.

솔의 몸이 먼저 긴장했다.

맞은편 문이 열리는 소리인가 싶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발소리도.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도.

솔은 한동안 문을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다시 누웠다.

아무도 부르지 않았다.

갈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솔은 준경이 자신을 부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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