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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정치보다 더 크고 무거운 고통

Auteur: 데이지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8-10 16:19:20

정오 무렵, 하늘에 엷은 구름이 걸려 있었다.

해는 떴으되, 따뜻하지 않았고

궁의 마당은 알 수 없는 먹빛 기운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그날 수라간으로 전해진 명령은 단 한 줄이었다.

“정채향, 궁을 나갈 준비를 하라.”

그 문장이 적힌 문서를 받아든 순간, 채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종이를 천천히 접어, 손끝으로 눌렀다.

종이의 질감이 피부를 스쳤고, 먹선은 마치 누군가의 마지막 말처럼 또렷했다.

“퇴궁… 하신다구요?”

어수선해진 수라간의 분위기 속에서 젊은 궁녀 하나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채향 언니가… 왜요? 뭐 잘못했대요?”

“그런 게 아니고… 그게…”

그들 사이엔 정확한 말이 없었다.

누구도 정확히 ‘무엇’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었다.

채향이 너무 많은 것을 얻었고, 너무 깊이 세자의 마음 안에 들어섰다는 것을.

세자 이현은 그 소식을 내관을 통해 전해 들었다.

그 순간, 그는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종묘의 제향을 마치고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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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국이 끓지 않았다.수라간에도 불이 들어오지 않았고, 솥은 조용히 비워져 있었다.그러나 누구도 그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왜냐하면, 그날은 정채향이 처음으로 ‘국을 끓이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조용히 궁 밖으로 나왔다.머리에 쓴 흰 비단 건은 궁녀의 표식이 아니었고,몸에 두른 저고리와 치마는 수라간의 규범이 아니었다.그녀는 오늘, 사람으로서의 하루를 살기로 했다.그곳은 한강 어귀의 평지였다.봄볕이 내려앉은 들녘,바람에 물결처럼 일렁이는 보리밭 너머로 한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이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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