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출국까지 4일.송유지는 퇴근하자마자 현관 앞에 서 있는 캐리어부터 봤다.어제까지만 해도 옷장 안에 있던 것.그런데 오늘은 거실 한가운데 나와 있었다.유지가 천천히 채도하를 봤다.“여보.”“응.”“이거 누가 꺼냈어요.”“나.”“왜.”“이제 싸야지.”유지가 신발을 벗다가 멈췄다.“벌써?”“4일 남았어.”“4일이나.”도하가 웃었다.“또 ‘이나’네.”유지는 캐리어를 한참 보다가 가방을 내려놓았다.“보기 싫은데.”“왜.”“진짜 가는 것 같잖아요.”“진짜 가잖아.”“그건 아는데.”유지는 캐리어 옆을 발끝으로 살짝 밀었다.“눈앞에 있으니까 다르네.”저녁을 먹은 뒤.둘은 결국 거실 바닥에 앉았다.유지는 옷을 하나씩 꺼냈고.도하는 체크리스트를 보고 있었다.“셔츠.”“있어요.”“재킷.”“응.”“편한 옷.”“있고.”“운동화.”“신고 갈 거예요.”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약.”유지가 멈췄다.“약?”“상비약.”“현지에서 사면 되죠.”도하가 바로 쳐다봤다.“전에 그 말 했다가 감기약 찾느라 고생했잖아.”“아.”“넣어.”유지는 말없이 작은 파우치를 가져왔다.“이런 거 보면.”“응.”“여보가 저보다 출장 많이 다닌 사람 같아요.”“많이 다녔으니까.”“그러네.”휴대전화가 울렸다.현지 디렉터였다.유지가 메시지를 확인했다.—첫날 개별 면담 대상 6명 확정했습니다.그리고 바로 다음 메시지.—팀원들이 송 리드 영상 이후 질문을 몇 개 미리 보내왔습니다.유지가 눈을 조금 크게 떴다.“벌써?”도하가 옆에서 물었다.“또 회사?”“응.”“뭐래.”“질문 미리 보냈대요.”유지는 파일을 열었다.첫 번째.6주 동안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두 번째.팀이 지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세 번째.유지 손이 멈췄다.만약 현지 방식과 본사 지시가 충돌하면 누구 편을 들 건가요?“와.”도하가 물었다.“왜.”유지는 그대로 읽어줬다.도하가 잠깐 말이 없었
출국까지 5일.송유지는 오전부터 현지 팀 메일을 읽다가 미간을 좁혔다.출국 전 간단한 자기소개 영상 요청.“영상?”바로 아래에는 이유도 적혀 있었다.첫날 개별 면담 전에 팀원들이 유지의 얼굴과 목소리를 조금 익힐 수 있도록.1분 이내.형식 자유.업무 경력보다 편하게 소개해도 된다는 내용이었다.유지는 한참 화면을 봤다.공동 리드가 지나가다 물었다.“왜 그렇게 심각하게 봅니까?”“자기소개 영상 찍으래요.”“1분이면 되잖아요.”“그 1분이 제일 어려워요.”“발표는 잘하시면서.”“발표랑 이건 다르죠.”유지는 의자에 기대었다.“카메라 보고 혼자 말하는 거 싫은데.”“그럼 안 보내면.”“첫 부탁인데 어떻게 안 보내요.”점심시간.유지는 빈 회의실에서 휴대전화를 세워놓고 한 번 찍어봤다.“안녕하세요. 이번 현지 런칭을 맡게 된 송유지입니다.”멈춤.영상 종료.다시.“안녕하세요. 송유지입니다. 앞으로 6주 동안—”종료.또 다시.“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유지가 그대로 휴대전화를 내려놨다.“아, 싫어.”너무 딱딱했다.본인이 들어도 회사 홍보 영상 같았다.결국 파일을 전부 지웠다.퇴근 후.집에 들어오자 채도하가 물었다.“오늘은 어땠어.”유지는 신발을 벗으며 바로 말했다.“저 영상 찍어야 해요.”“무슨 영상.”“현지 팀한테 보내는 자기소개.”도하가 잠깐 봤다.“찍어.”“쉽게 말하네.”“어려워?”“엄청.”유지는 가방을 내려놓고 소파에 앉았다.“회사에서 4번 찍었는데 다 지웠어요.”“보여줘.”“없어요.”“왜 지웠어.”“이상해서.”도하가 웃었다.“어떻게 했는데.”유지는 갑자기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안녕하세요. 이번 현지 런칭을 총괄하게 된 송유지입니다.”도하가 바로 웃었다.유지 표정이 굳었다.“봐.”“미안.”“왜 웃어요.”“너 아닌 것 같아서.”“제가 맞거든요.”“회사 송유지.”“그 사람도 저예요.”“응.”도하가 소파에 앉았다.“근데 현지 사람들은 이미 그건 알잖
출국까지 6일.송유지는 오전 회의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휴대전화를 확인했다.채도하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확정.유지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도하가 받았다.“응.”“뭐가 확정이에요.”“방문 일정.”유지는 의자에 똑바로 앉았다.“며칠.”“7일.”“뭐?”목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나왔다.옆자리 직원이 슬쩍 쳐다봤다.유지는 바로 목소리를 낮췄다.“진짜 7일?”“응.”“4일 아니고?”“응.”“일주일?”도하가 웃었다.“7일이 일주일이지.”“아, 잠깐만.”유지는 달력을 열었다.“그럼 목요일에 와서.”“응.”“다음 주 목요일에 가요?”“수요일 밤 비행기.”“그래도 거의 7일이잖아요.”“응.”유지 입꼬리가 내려오지 않았다.“좋다.”“그렇게 좋아?”“응.”“일해야 되잖아.”“그건 그거고.”유지는 달력에서 도하 방문 기간을 길게 표시했다.“그래도 저녁은 같이 먹을 수 있잖아요.”“아마.”“아마?”“너 야근할 수도 있잖아.”유지 얼굴이 바로 굳었다.“그건 싫은데.”“벌써?”“여보 해외까지 와 있는데 제가 야근하고 있으면.”“일 때문에 간 거잖아.”“그래도.”도하가 짧게 웃었다.“그때 가서 보자.”전화를 끊은 뒤에도.유지는 한동안 달력만 봤다.42일 중 7일.숫자로 보면 짧았다.그런데 4일이 7일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상하게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그때 공동 리드가 옆에 와 섰다.“좋은 일 있습니까?”유지는 화면을 바로 껐다.“왜요.”“표정.”“다들 왜 제 표정만 봐요.”“티가 나니까요.”유지는 결국 웃었다.“남편이 현지에 일주일 올 수 있대요.”“아.”그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좋으시겠네요.”“네.”“근데.”“왜요.”“첫 달 일정 꽤 바쁠 텐데.”유지가 바로 한숨을 쉬었다.“저도 그 생각 방금 했어요.”오후.현지 팀에서 첫 주 세부 일정이 들어왔다.유지는 하나씩 확인했다.월요일.팀 오픈 미팅.화요일.현장 동행.수요일.파트너
출국까지 7일.송유지는 오전 회의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휴대전화를 확인했다.채도하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오늘 저녁 시간 비워.유지는 바로 답했다.—왜요.답은 짧았다.—약속 있어.유지가 눈을 가늘게 떴다.—무슨 약속.—나랑.유지는 화면을 보다가 웃었다.옆자리 직원이 슬쩍 물었다.“왜요?”“아니에요.”“표정 좋은데.”유지는 휴대전화를 뒤집어놨다.“남편이 약속 잡았어요.”직원이 웃었다.“신혼이시네.”유지는 잠깐 멈췄다가.그 말이 아직도 조금 좋았다.“네.”오후에는 현지 팀 쪽에서 최종 출국 전 자료가 들어왔다.첫날 익명 회의 방식.현장 동행 일정.파트너 미팅 순서.유지는 확인만 하고 크게 손대지 않았다.공동 리드가 물었다.“오늘은 수정 안 하십니까?”“응.”“의외네요.”“왜요.”“요즘 계속 하나씩 바꾸셨잖아요.”유지가 화면을 닫았다.“오늘은 퇴근할 거예요.”그가 시계를 봤다.“정시에?”“응.”“진짜?”유지가 웃었다.“저도 약속 있어요.”정확히 오후 6시 10분.유지가 회사 건물을 나오자.도하가 길 건너편에 서 있었다.유지가 바로 걸음을 빨리했다.“여보.”“응.”“왜 회사까지 왔어요.”“같이 가려고.”“어디.”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유지가 피식 웃었다.“또 비밀?”“응.”“요트 때 재미 들렸어요?”도하가 웃었다.“그 정도는 아니야.”둘은 차를 타고 30분쯤 이동했다.유지가 창밖을 보다가 말했다.“진짜 어디 가요.”“곧.”“밥?”“나중에.”“공연?”“아니.”“또 배?”“아니.”“그럼.”도하가 앞만 보며 말했다.“네가 가기 전에 하고 싶은 거 하나 있어서.”유지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뭔데.”“도착하면 알아.”차가 멈춘 곳은.작은 사진관이었다.유지는 간판을 보고 잠깐 멈췄다.“사진?”“응.”“왜 갑자기.”도하는 차에서 내려 트렁크를 열었다.유지도 따라 내렸다.“여보.”“응.”“무슨 사진 찍는데요.”도하가 너
출국까지 8일.송유지는 아침부터 회사 메신저 알림에 시달렸다.현지 팀에서 익명 답변 양식을 열었고.공동 리드는 첫 주 보고 체계를 수정했고.담당자는 출국 전 마지막 내부 브리핑 일정을 잡았다.유지는 메일 하나를 읽다가 작게 중얼거렸다.“많다.”옆자리 직원이 웃었다.“책임자님, 벌써 현지 가신 것 같은데요.”“저 아직 여기 있어요.”“몸만요.”유지가 바로 쳐다봤다.“그렇게 보여요?”“조금.”“안 되는데.”“왜요?”유지는 모니터 한쪽에 떠 있는 날짜를 봤다.8일.“아직 여기서 할 것도 많아서요.”오후에는 현지 팀에서 익명 답변이 도착했다.질문은 하나였다.제일 먼저 없애고 싶은 것.유지는 파일을 열었다.첫 번째.금요일 오후 5시 정례회의.예상했다.두 번째.결재를 받기 위해 같은 내용을 3번 설명하는 것.세 번째.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기 전에 누가 실수했는지부터 찾는 분위기.유지 손이 멈췄다.다음.회의에서 의견을 냈다가 결과가 나쁘면 그 말을 한 사람 책임이 되는 것.그 아래에도 비슷한 답변이 있었다.괜히 말해서 손해 보느니 가만히 있는 게 낫다.유지 표정이 조금씩 진지해졌다.사람들이 말을 하지 않는 이유.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공동 리드가 옆에서 답변을 읽다가 말했다.“이건 회의 형식 문제가 아니네요.”“응.”“책임 구조.”“그것도 이상하게.”유지는 화면을 가리켰다.“의견 낼 때만 개인 책임.”“결정할 때는 위에서 하고?”“그런 것 같아요.”공동 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입을 다무는 거군요.”유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그러다 문서 맨 위에 한 줄 적었다.말한 사람을 처벌하지 않는 구조부터.공동 리드가 읽었다.“이걸 바로 바꾸시려고요?”“아니요.”“그럼.”“가서 실제로 확인하고.”유지는 노트북을 닫았다.“진짜 그런지부터 볼 거예요.”퇴근할 때쯤.채도하에게 메시지가 왔다.—오늘 몇 시.유지가 답했다.—7시쯤?—저녁 먹고 와?—아니.잠시 뒤.
출국까지 9일.송유지는 회사에서 돌아오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소파에 앉았다.채도하가 주방에서 물을 꺼내다 물었다.“오늘도 현지 팀?”“응.”“또 무슨 일 있었어.”유지는 잠깐 그를 봤다.“왜 그렇게 바로 알아요.”“표정.”“또 표정.”도하가 물을 건넸다.유지는 받아 마시고 그대로 소파 등받이에 기대었다.“오늘은 큰일은 아니고.”“응.”“금요일 오후 5시에 정례회의가 있대요.”“그게 왜.”“다들 그 회의 싫어한대요.”도하가 웃었다.“회사마다 하나씩 있지.”“여보 회사도 있어요?”“있어.”“언제.”“월요일 아침.”유지가 바로 웃었다.“그건 진짜 싫겠다.”“응.”유지는 휴대전화를 꺼냈다.“근데 문제는 회의 시간이 아니래요.”“그럼.”“아무도 말을 안 한대요.”도하가 소파 반대편에 앉았다.“왜.”“그걸 알아내야죠.”“가서?”“응.”유지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저 처음에는 그냥 회의 방식 바꾸면 되겠다 싶었거든요.”“응.”“근데 사람들 입 다물게 된 이유를 모르고 바꾸면.”“또 똑같을 수도 있겠네.”유지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그리고 도하를 봤다.“요즘 여보 회사 얘기 잘 알아듣는다.”“네가 계속 하니까.”“아.”“나 이제 현지 팀 이름 몇 명 외울 것 같아.”유지 눈이 커졌다.“진짜?”“운영 담당.”“응.”“마케팅 담당.”“응.”“디렉터.”“이름은 모르잖아요.”도하가 웃었다.“거기까지만.”유지는 소파 위로 다리를 올렸다.“여보.”“응.”“제가 요즘 회사 얘기 너무 많이 해요?”도하가 잠깐 그녀를 봤다.“조금.”유지 표정이 멈췄다.“아.”“왜.”“진짜 많았구나.”“근데 괜찮아.”“왜.”“네가 지금 제일 많이 생각하는 게 그거잖아.”유지는 잠깐 말이 없었다.도하가 말을 이었다.“대신.”“응.”“나도 말 좀 하게 해.”유지가 바로 자세를 고쳤다.“여보 회사 무슨 일 있어요?”“봐.”“뭘.”“지금도 바로 일 얘기.”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