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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Author: 숲속의사슴
두 사람이 당장이라도 주먹을 휘두를 것 같자 연호가 급히 두 사람 사이를 막아섰다.

“형, 지금 너무 예민해졌어. 전에는 나까지 의심하더니 이제 영우 형까지 의심하냐?”

“우리는 그냥 시유를 친구로 생각해서 돕는 거야. 형이 생각하는 그런...”

연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여준이 차갑게 끊었다.

낮은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 이제 다들 시유는 친구고 나는 남이 됐는데 내가 뭘 어떻게 생각해야겠어.”

연호는 할 말을 잃었다.

시유가 여준을 노려봤다.

“부여준, 그만해! 이건 우리 둘 문제야. 다른 사람들까지 끌어들일 필요 없어.”

시유가 차갑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물을게. 빛나 돌려줄 거야, 말 거야?”

“안 돌려주면 이제 나도 더는 봐주지 않아.”

여준은 시유의 눈에 가득한 증오를 바라봤다.

가슴 한구석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시유는 분명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고 입술에도 핏기가 없었다.

마음이 아팠다.

당장이라도 물러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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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76화

    여준은 다급히 집 안으로 뛰어들어갔다.진명화가 빛나를 세워 안고 아이의 머리를 제 어깨에 기대게 한 채 등을 두드리고 있었다.“왜 그렇게 세게 두드려요? 아직 아기라 아프잖아요!”여준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쓰였다.“선생님이 이렇게 하라고 했어. 열은 내렸는데 이번에는 기침을 하잖아. 등을 두드려 주면 가래가 나온대.”진명화는 벌써 지친 얼굴로 불평했다.“아기 돌보는 게 정말 힘드네. 너도 참, 애를 데려오려면 시터도 같이 데려오지 그랬어.”“집에 있는 사람들도 다 맡은 일이 있으니 애까지 보라고 하면 싫은 티를 내고. 그렇다고 나한테 계속 애를 보라고 할 수는 없잖아?”고작 하루 돌봤는데 벌써 불만이 터져 나왔다.여준은 울음을 멈추지 못한 채 중간중간 기침까지 하는 빛나를 바라봤다. 진명화의 불평까지 듣고 있자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때 말끔히 차려입은 부인걸이 아래층으로 내려와 여준을 서재로 불렀다.문이 닫히자 부인걸이 책상을 두드리며 한숨을 쉬었다.“시유 뒤에 대체 누가 있는 거야? 내가 온갖 인맥을 다 동원해서 네 두 누나랑 새나를 빼내려고 했는데 어디에도 먹히질 않아.”여준의 표정이 굳었다.“아버지, 그게 어떻게 가능해요? 시유 뒤에서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해 봐야 영우 정도일 텐데요.”부인걸은 뒷짐을 진 채 고개를 저었다.그러고는 몸을 돌려 날카롭게 여준을 바라봤다.“알아봤어. 강씨 집안이 나선 게 아니야. 게다가 누가 뒤를 봐주는 건지는 아무도 말해 주지 않더군.”“여준아, 잘 생각해 봐. 시유가 그동안 대체 누구를 알게 됐길래 이 정도 힘을 쓸 수 있는 거야?”여준은 크게 충격을 받았다.시유 뒤에 있는 사람이 영우가 아니라면 대체 누구란 말인가?지난 몇 년 동안 시유는 부강그룹에서 성실하게 일했다. 사적인 만남도 거의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일에 쏟았다.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여준이 입을 열려던 순간 찬훈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목소리가 다급했다.[대표님, 큰일 났습니다.]여준의 관자놀이가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75화

    두 사람이 당장이라도 주먹을 휘두를 것 같자 연호가 급히 두 사람 사이를 막아섰다.“형, 지금 너무 예민해졌어. 전에는 나까지 의심하더니 이제 영우 형까지 의심하냐?”“우리는 그냥 시유를 친구로 생각해서 돕는 거야. 형이 생각하는 그런...”연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여준이 차갑게 끊었다.낮은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그래. 이제 다들 시유는 친구고 나는 남이 됐는데 내가 뭘 어떻게 생각해야겠어.”연호는 할 말을 잃었다.시유가 여준을 노려봤다.“부여준, 그만해! 이건 우리 둘 문제야. 다른 사람들까지 끌어들일 필요 없어.”시유가 차갑게 물었다.“마지막으로 한 번만 물을게. 빛나 돌려줄 거야, 말 거야?”“안 돌려주면 이제 나도 더는 봐주지 않아.”여준은 시유의 눈에 가득한 증오를 바라봤다.가슴 한구석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시유는 분명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고 입술에도 핏기가 없었다.마음이 아팠다.당장이라도 물러나고 싶었다.하지만 이번에 또 마음이 약해지면...‘안 돼.’이번에도 물러나면 정말 시유와 완전히 끝날 것 같았다.강하게 나가기로 했다면 끝까지 버텨야 했다.여준은 약해지려는 마음을 억지로 눌렀다.시유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나도 말했어. 며칠만 내가 딸을 데리고 있고 싶다고. 이 정도 작은 부탁조차 꼭 거절해야 해?”“빛나는 당신 혼자 소유한 물건이 아니야. 우리 둘의 딸이고, 나한테도 돌볼 권리가 있어.”시유의 얼굴이 완전히 차갑게 굳었다. 분노와 답답함이 가슴을 꽉 채웠다.여준은 누구보다 시유가 빛나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었다.정작 부씨 집안은 빛나가 태어난 순간부터 외면하고 무시했다.그런데 이제 결혼이 끝나 가는 상황에서 갑자기 다정한 아버지 행세를 하고 있었다.딸을 협박 수단으로 이용하면서도 마치 자신이 아이를 아끼는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역겨웠다.시유가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부여준, 스스로한테 한번 물어봐. 당신이 정말 빛나를 사랑해서 이러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74화

    하지만 이번에 자신이 물러서서 빛나를 넘겨주면 앞으로 시유와 조건을 놓고 얘기하는 것도, 빛나를 만나는 것도 훨씬 어려워질 게 뻔했다.이번만큼은 절대로 쉽게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시유가 끝까지 강하게 나오겠다면 자신도 끝까지 버틸 생각이었다.여준은 손에 들고 있던 우유를 내려놓고 일어났다.“알겠어요. 나가 보죠.”대문까지 간 여준이 집사에게 문을 열라고 지시했다.문이 열리자 시유가 눈에 들어왔다.하룻밤 사이 몇 년은 늙어 보일 만큼 수척했다.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었다.여준은 가슴 한구석이 저릿했지만 애써 외면했다.그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며 사람들을 훑어봤다.“나랑 시유 개인적인 일에 세 분씩이나 직접 찾아오시고, 참 대단하시네요.”“다들 시유한테 정말 각별한가 봐.”마리가 바로 소리쳤다.“부여준, 그런 식으로 비꼬지 마. 당신이 너무 못된 짓을 하니까 다들 화가 난 거잖아. 그걸 몰라?”여준의 미간이 깊게 구겨졌다.“시유가 내 가족을 전부 경찰에 넘겨서 아직도 못 나오고 있는데 그건 지나친 일이 아닌가? 내 친딸을 내 집에 며칠 데려와 있겠다는 게 그렇게까지 잘못이야?”마리는 도저히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화가 나 주먹까지 불끈 쥐었다.“부여준, 말 좀 똑바로 해. 당신 누나들이랑 소새나는 법을 어겼어. 잡혀 간 건 당연한 거야. 그리고 이건 딸을 며칠 데려와 있는 게 아니잖아.”“시유 동의도 없이 멋대로 아이를 데려와 놓고 안 돌려주고 있잖아. 그건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둘을 똑같은 일처럼 말하지 마.”시유는 여준의 자신만만한 얼굴을 바라보다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알 수 있었다.여준은 빛나를 돌려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시유는 손을 천천히 꽉 쥐고 물었다.“부여준, 다른 말은 안 할게. 지금 빛나 데리고 나와서 나한테 넘겨.”“그러면 여기서 다 끝낼게.”여준의 얼굴도 차갑게 굳었다.“말했잖아. 며칠은 내가 데리고 있겠다고. 당신도 원하면 여기서 같이 지내도 돼.”“대체 내가 더 뭘 어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73화

    시유는 영우를 바라봤다. 눈에 고마움이 스쳤다.“영우 씨, 고마워요. 하지만 제 개인적인 일 때문에 영우 씨가 부씨 집안과 너무 크게 부딪히는 건 원하지 않아요.”“두 사람은 예전에...”“예전은 예전이고 지금은 지금이에요.”영우가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저는 부여준과 이미 절교했어요. 시유 씨, 진심입니다. 필요하면 강씨 집안의 힘을 전부 동원할 수도 있어요. 어떤 방법을 써서든 아이를 돌려주게 만들 수 있습니다.”시유는 영우의 눈에 숨김없이 드러난 걱정과 초조함을 바라봤다.영우라면 말한 대로 정말 해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렇기 때문에 더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영우가 베푸는 호의는 너무 컸다.시유는 자신이 그 마음을 갚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오빠는 달랐다.가장 가까운 가족이었다.시유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입가에는 고마운 미소가 떠올랐다.“영우 씨 마음은 충분히 알아요. 도와줄 수 있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오빠가 이미 준비를 끝냈어요.”“오빠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시유가 고개를 들었다.맑고 검은 눈에는 차가운 빛이 서려 있었다.“제가 부여준한테 아무것도 못 한다고 누가 그래요?”“할 수 있어요. 다만 오빠에게 정말 그렇게까지 해 달라고 할지 말지를 고민했던 것뿐이에요.”“이번에는 확실히 알려 줄 거예요. 선을 넘으면 감당해야 할 대가가 얼마나 큰지.”영우는 잠시 시유를 바라봤다.쉽게 꺾이지 않는 단단함에 어느새 날카로움까지 더해져 있었다.결국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오빠가 직접 나선다면 저도 마음 놓을게요.”“그래도 필요한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해 주세요. 멀리 있는 사람보다 곁에 있는 사람이 더 빨리 도울 수 있는 일도 있으니까요.”시유가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다시 일행 쪽으로 돌아왔다.시유는 모두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다들 여기까지 와 줬으니까 같이 가요. 부여준이랑 마지막으로 직접 얘기해 볼 거예요.”“이번에는 빛나를 돌려달라고 빌러 가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72화

    그 짧은 한마디에 세 사람 모두 울컥했다.화면 너머의 남자는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지친 기색이 역력한 동생과 어머니를 한참 바라봤다.목소리는 낮고 깊었다.[너희랑 떨어진 뒤로 하루도 허투루 산 적 없어. 더 빨리, 더 높이 올라가려고 계속 달렸어. 너랑 엄마를 든든하게 지켜 줄 사람이 되려고.][그러니까 이제 걱정하지 마. 오빠가 있어. 누구든 너희한테 또 조금이라도 상처 주면 열 배, 백 배로 돌려줄 테니까.]시유가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목소리에 짙은 콧소리가 섞였다.“응, 알아. 오빠도 거기서 몸 잘 챙겨. 우리 다시 다 같이 만날 날 기다리고 있을게.”임애교도 결국 울먹이며 화면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들아, 몸 잘 챙겨. 엄마는 하루도 네 생각을 안 한 날이 없어.”[네, 알아요.]남자가 나지막하게 대답한 뒤 통화가 끝났다.시유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임애교를 바라봤다.조금 전까지 흔들리던 기색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엄마, 나 지금 부씨 본가에 다시 갈 거야. 부여준이 빛나를 순순히 돌려주면 빛나를 생각해서라도 오빠한테 일단 멈추라고 할 수 있어.”“하지만 끝까지 빛나를 인질처럼 붙잡고 나를 협박하려 한다면... 나도 더는 봐주지 않을 거야.”시유의 목소리가 단단해졌다.“이번에는 자기가 누구를 건드렸는지 똑똑히 알게 해 줄 거야.”시유는 아침을 몇 숟갈 뜨는 둥 마는 둥 하고 바로 집을 나섰다.그런데 문을 열자 익숙한 컬리넌이 집 앞에 세워져 있었다.차 앞에는 낯익은 사람들이 여럿 서 있었다.마리와 영우, 연호, 진구까지 모두 와 있었다.시유는 놀라 급히 다가갔다.“다들 어떻게...”마리가 빠르게 다가와 시유의 팔짱을 꼈다.눈빛은 단호했다.“내가 다 불렀어. 자기 혼자 부씨 집안 사람들 상대하게 둘 수 없잖아.”“우리 다 같이 가서 부여준을 압박할 거야. 오늘은 무조건 빛나 돌려받아야 해.”영우도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평소 온화하던 눈은 핏발이 서 있었고, 목소리에도 분노가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71화

    여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손끝까지 차갑게 식었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치미는 당혹감을 억눌렀다.진명화에게 빛나를 잘 봐 달라는 눈짓을 보낸 뒤 빠르게 복도 끝으로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시유의 목소리는 다급하고 잔뜩 긴장돼 있었다.[나 방금 악몽 꿨어. 빛나가 열이 계속 안 내려서 온몸에 경련까지 하는 꿈이었어. 지금 빛나 상태가 어때? 당장 사실대로 말해!]여준의 미간이 순간 꿈틀했다.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아무 일 없어. 걱정하지 마. 잘 있어.”[못 믿겠어!]시유는 곧바로 받아쳤다.[나 지금 갈 거야. 빛나 나한테 넘겨. 난 그렇게 생생한 악몽을 꿔 본 적이 없어. 직접 내 눈으로 봐야 안심할 수 있어!]여준은 속에서 치미는 불안을 억누르며 목소리를 높였다.“내가 친아빠야. 설마 내가 빛나한테 무슨 짓이라도 하겠어?”“빛나는 여기서 다들 예뻐해 주고 있어. 할머니도, 아버지도, 엄마도 손에서 놓으려 하지 않을 정도야.”“며칠 더 데리고 있고 싶어 하셔. 그러니까 올 필요 없어. 와도 빛나 못 만나게 할 거야.”여준은 시유가 반박할 틈도 주지 않고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흥건했다.전화기 너머에서 핸드폰을 쥔 시유의 손가락 마디도 하얗게 질려 있었다.불길한 예감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엄마와 딸은 마음이 통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빛나에게 분명 무슨 일이 생겼다.그렇지 않고서야 마음이 이렇게까지 불안할 리 없었다.여준은 빛나가 부씨 집안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고 했지만 시유는 단 한마디도 믿지 않았다.진명화의 냉정하고 속물적인 성격.부인걸의 철저한 이익 계산.여준의 오만함까지.지금 시유의 눈에는 부씨 집안 사람 중 믿을 만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그들에게 빛나를 맡겨 두는 건 딸의 목숨을 걸고 도박하는 것과 다름없었다.임애교 역시 지난밤 한숨도 자지 못했다.시유가 어두운 얼굴로 아래층에 내려오자 곧장 다가와 손을 꽉 붙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3화

    시유는 액셀을 깊게 밟아, 두 사람의 신혼집이 있는 단독주택 단지 ‘그림빌’로 차를 몰았다.현관문을 밀고 들어섰을 때, 이 집에서 오래 일한 가사도우미 유민자와 시유가 따로 고용한 시터 장순영이 아이를 어르고 있었다.시유의 새하얗게 질린 낯을 본 두 사람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사모님, 어디 편찮으세요?”시유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괜찮아요. 배가 좀 고파서요. 따뜻하게 닭칼국수 한 그릇만 해 주세요.”장순영의 품에서 아이를 받아 든 시유의 복잡하게 뒤엉킨 마음은, 보드랍고 발그레한 아기 얼굴을 보자 겨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화

    연회장 안.시유의 시선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은 채 여준에게 박혀 있었다. 여준은 잔뜩 달아오른 얼굴로 술잔을 들고, 새나를 데리고 테이블마다 돌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제 친구 영우가 해외 현장에 장기 파견을 나가 있어서, 돌아오려면 1년은 더 있어야 합니다. 오늘은 제가 영우 대신 인사도 드리고, 술도 대신 받겠습니다.”“새나는 아직 몸조리 중이라 술도, 찬 음료도 조심해야 합니다. 새나 몫으로 주시는 잔은 제가 대신 받겠습니다.”“...”시유는 입안으로 넘어간 오렌지 주스가 유난히 차갑고 쓰게 느껴졌다. 가슴 안쪽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1화

    “여보, 우리 아기 오늘 태어난 지 한 달 됐잖아. 나랑 아기 데리러 올 수 있어?”임시유는 속싸개에 싸인 딸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조심스러운 기대가 희미하게 배어 있었다.수화기 너머에서 부여준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들려왔다. 감정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갑자기 일정이 생겼어. 기사한테 당신이랑 아기 태우고 집까지 오라고 할게.]출산할 때도, 산후조리 기간 내내 여준은 회사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시유와 아기의 곁에 없었다.이제 아기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어 조리원에서 퇴원하는 날인데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7화

    여준은 난장판이 된 거실을 바라보다가, 힘이 빠진 사람처럼 소파에 주저앉았다. 담배에 불을 붙인 뒤 깊게 한 모금 빨아들였지만, 답답하게 막힌 가슴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이모님, 제가 아내한테 그렇게 못했습니까? 시유가 이렇게까지 화낼 일입니까?”유민자는 바닥에 흩어진 파편을 쓸어 담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이 사모님께 못하신 건 아니에요. 두 분 결혼하고 5년 동안 큰소리 한 번 오가는 걸 못 봤으니까요.”“다만 여자가 아이를 낳고 나면 마음이 많이 흔들릴 수 있어요. 산후 우울감도 올 수 있고요. 이럴 때일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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