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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눈을 뜬 문채연

ผู้เขียน: 연의 수정
“싫어요! 진성 씨, 제발 하지 마요!”

“싫다고? 이 와중에도 밀당을 하겠다는 건가? 진짜 너답다.”

민여진의 애원은 박진성에게 그저 거슬리는 울음소리일 뿐이었다.

“진성 씨, 아이가 위험해져요!”

“우리 아이잖아요...”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려대던 민여진이 애원하자 박진성은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우리 아이? 걔는 그냥 인정도 못 받는 혼종일뿐이야.”

말을 마친 박진성의 눈빛은 아까보다 더 차가워졌다.

이건 그가 감히 제게 반항한 민여진에게 내리는 벌이기도 했고 또 아이를 죽이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진성 씨...”

하지만 민여진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발버둥 쳤고 하늘이 그녀를 돕듯 누군가가 박진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양경호에게서 걸려온 전화에 박진성은 스피커 핸드폰으로 돌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대표님, 문채연 씨가 깨어나셨습니다!”

...

박진성은 전화를 받자마자 1분 만에 뛰쳐나가 운전대를 잡았다.

더 이상 그 역겨운 여자와 연기를 하지 않아도 되고 드디어 자신이 사랑하던 여자를 품에 안을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그는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고민 없이 운전대를 잡았다.

한편 혼자 남은 민여진은 벗겨진 옷을 주섬주섬 껴입으며 멀어져가는 박진성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모습이 눈에서 사라질수록 마음이 차갑게 식어갔고 온몸이 찌릿찌릿하며 아파 났다.

6년 전, 기부금을 받을 때 박진성을 처음 본 뒤로 민여진은 그에게 첫눈에 반해버렸었다.

그리고 그들이 두 번째로 만날 때, 박진성은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민여진이 생명의 위협도 무릅쓰고 그를 구해 나올 때 꼭 다시 찾아오겠다고, 너를 아내로 맞이해서 평생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다짐하던 게 박진성이었는데 그는 민여진을 문채연 대용품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대타 노릇도 이제 그만할 때가 된 것 같았다.

진짜가 돌아왔으니 가짜는 더 이상 필요 없겠지.

...

눈물을 머금은 채로 잠들었던 민여진은 이튿날 아침,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에 눈을 뜨게 되었다.

아침부터 저에게 전화를 건 이가 박진성이라 조금 남았던 잠기운도 싹 사라진 그녀는 박진성이 서둘러 저와의 관계를 정리하려고 이러는 걸까 봐 두려워졌다.

그렇게 첫 번째 전화가 끊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전화가 걸려왔는데 이번에도 안 받으면 그가 정말 저를 버릴 것만 같아서 민여진은 조심스레 핸드폰을 귓가에 가져다 댔다.

“당장 집으로 와.”

“몸 안 좋아서 못 가요.”

어젯밤 피를 조금 흘린 탓에 아침부터 배가 아팠던 그녀는 정말 움직이기가 힘든 몸 상태였다.

“몸만 조금 회복하고 이혼하면 안 돼요?”

“걱정 말고 와. 이혼하자는 것도 아니고 배 속의 아이를 지우려는 것도 아니니까.”

헛소리는 하지 않는 박진성임을 알기에 그 말을 들은 민여진은 처음으로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심장도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저를 이리 다급하게 부르는 걸까.

혹시 문채연이 일어난 뒤에도 저에 대한 감정이 조금이나마 남아있어서 따로 얘기라도 하려고 부르는 걸까.

민여진은 헛된 기대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빠르게 택시를 타고 별장으로 향했다.

곧 일어날 일에 대해 많은 상상을 하던 그녀는 별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에 눈을 크게 떴다.

그런데 그녀가 들어오는 걸 보자마자 박진성이 찌푸렸던 미간을 피며 하는 말이 더 당황스러웠다.

“사람 왔으니까 피 뽑아요.”

민여진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소파에 앉아있던 사람에 의해 팔이 잡혀버렸다.

“뭐 하는 짓이에요!”

그에 박진성은 귀찮다는 듯 대충 상황설명을 해주었다.

“채연이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쓰러졌어. 수혈할 사람이 필요해서 널 부른 거니까 시간 끌지 말고 빨리 올라가서 수혈이나 해.”

“그럼 날 부른 게 문채연 씨한테 수혈을 해주기 위해서였다는 거에요? 그게 전부에요?”

어이없다는 듯 묻는 민여진에 박진성은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그럼 내가 뭐 네가 아쉬워서 불렀겠어?”

그 말을 들은 민여진은 그제야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제가 했던 생각들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나 기다릴 시간 있었으면 병원 가서 블러드팩이나 가져오지 뭐하러 굳이 임산부의 피를 줘요?”

“정말 내가 죽기를 바라는 거예요?”

가슴이 찢기는 듯한 고통을 참으며 내뱉은 질문이었지만 매일 죽는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민여진이 지겨웠던 박진성은 짜증 가득한 답을 했다.

“네가 죽든 말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뭐 물론 거절해도 좋아. 하지만 거절한다면 네 아이는 내일 뜨는 태양은 볼 수 없을 거야.”

그 말에 온몸에 소름이 돋은 그녀는 반항도 못 하고 3층으로 향했다.

이곳에 처음 발을 들인 이유가 문채연에게 수혈을 해주기 위해서라니 민여진은 처음으로 자신의 처지가 가엾게 여겨졌다.

강제로 침대에 눕게 된 그녀는 고개를 돌려 옆에 누워있는 문채연을 바라봤다.

저와 그녀가 조금 많이 닮은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둘의 얼굴은 복사 붙여넣기를 한 수준으로 똑같았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일란성 쌍둥이라 해도 믿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똑같은 외모의 두 여자를 대하는 박진성의 태도는 완전히 달랐다.

민여진은 이곳에서 처음으로 그의 얼굴이 저렇게 부드럽게 풀리는 걸 보았다.

문채연에게 이불을 덮어주던 박진성은 의사를 보며 매정한 말을 내뱉었다.

“많이 뽑아요, 우리 채연이 아픈 거 더는 못 보겠으니까.”

그렇게 정신을 잃어버린 민여진은 한참 만에 눈은 떴지만 몸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온모에 힘이 빠져버린 것 같은 느낌에 그녀는 충혈된 눈을 하고서 배를 감싸 쥐었다.

그녀가 제 아이를 죽이지 못해 안달 난 박진성을 원망하고 있을 때 옆에서 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여진 씨죠?”

그녀에게 말을 건 이는 이미 정신을 차리고 침대에 앉아있는 문채연이었다.

똑같은 얼굴이었지만 그녀와 민여진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하나는 태어날 때부터 사랑을 받은 것처럼 도도했고 하나는 비굴하기 짝이 없었다.

“문... 채연 아가씨...”

저와 똑같은 얼굴을 한 여자를 본 민여진은 이상한 감정에 바짝 마른 입술을 움직여 그녀의 이름의 불러보았다.

그 이상한 감정은 질투보다는 부러움에 가까웠다.

민여진은 애초에 문채연의 상대도 될 수 없었기에 질투할 자격 또한 없었다, 그래서 박진성의 무한한 사랑을 받는 그녀에게 느껴지는 감정은 부러움 뿐이었다.

“그렇게 안 부르셔도 돼요. 편하게 채연이라고 부르세요. 진성 씨도 날 그렇게 부르거든요. 나 위한다고 진성 씨가 여진 씨 많이 힘들게 했죠? 고생했어요 그동안.”

“아니에요.”

다정하고 너그러운 그녀의 모습에 민여진은 고개도 못 들고 대답했다.

“저랑 박 대표님 모두 서로가 원하는 걸 얻었을 뿐인걸요.”

“그래요?”

민여진의 배를 바라보던 문채연은 문득 표정을 굳히며 가시 돋친 말을 내뱉었다.

“그래서 내 이름으로 진성 씨 침대에까지 오른 거예요?”

그 말을 들은 민여진이 당황하자 문채연은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에요. 여진 씨, 거기 있는 컵 좀 줄래요?”

“네.”

방금 피를 뽑은 탓에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민여진은 군말 없이 일어나 찻잔을 문채연에게 건네주었는데 문채연은 그걸 받기는커녕 오히려 '탁' 쳐내며 소리쳤다.

“아, 뜨거워!”

뜨거운 차가 민여진의 손에 다 떨어졌음에도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면서 참고 있었는데 도리어 소리를 지르는 문채연에 민여진이 어리둥절해 하던 찰나,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민여진, 죽고 싶어?!”

엄청난 힘에 의해 밀쳐진 민여진은 다급히 문채연을 품에 넣는 박진성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해 하고 있었는데 그때 문채연이 손사래를 치며 해명했다.

“괜찮아요 진성 씨. 내가 일어나면 여진 씨 자리가 없어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것 같은데... 그런 생각 할 필요 없어요. 만약 진성 씨가 여진 씨를 선택한다면 나도 염치없이 진성 씨 옆에 붙어있을 생각은 없거든요.”

“내가 쟤를 선택해?”

박진성은 분노에 찬 눈으로 민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해. 쟤는 그냥 네 대타일 뿐이야. 내 말에 따라 움직이는 개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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