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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다시 나타난 첫사랑

Auteur: 움냠냥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0-08 02:10:00

[나 재하야.]

서연은 한동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몇 년 동안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던 이름이었다.

잊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이제는 그 이름을 봐도 아무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고작 세 글자에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윤재하.

스무 살의 서연에게 사랑이라는 말을 처음 믿게 만든 사람.

그리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 믿음을 끝내버린 사람.

서연은 메시지 창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답장을 쓸 이유가 없었다.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하겠다고.

그때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

[갑자기 연락해서 미안해.]

잠시 뒤 하나가 더 이어졌다.

[번호 바뀐 줄 알았어.]

서연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흘렸다.

몇 년을 사라져 있던 사람이 할 말치고는 지나치게 평범했다.

손가락이 화면 위를 맴돌았다.

결국 짧게 답했다.

[무슨 일이야?]

메시지는 거의 바로 읽혔다.

그러나 답장은 한동안 오지 않았다.

괜히 보냈나.

서연이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려던 순간 화면이 다시 밝아졌다.

[한국 들어왔어.]

그 문장을 보는 순간 가슴 한쪽이 묘하게 시큰거렸다.

그가 떠났던 날이 떠올랐다.

비가 오던 저녁이었다.

평소처럼 만나자고 해놓고, 재하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갑자기 말했다.

우리 그만하자고.

이유를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생겼냐고 물었을 때도 아니라고 했다.

그럼 왜냐고 몇 번을 물어도 돌아온 대답은 같았다.

‘그냥.’

그게 마지막이었다.

서연은 그날 이후 재하를 다시 보지 못했다.

그가 외국으로 떠났다는 이야기는 한참 뒤 다른 사람을 통해 들었다.

왜 떠났는지.

어디로 갔는지.

언제 돌아오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래.]

서연은 겨우 두 글자를 보냈다.

이번에는 재하의 답이 늦었다.

[한번 볼 수 있을까?]

예상했던 말인데도 손끝이 굳었다.

서연은 답하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물이라도 마셔야 할 것 같았다.

게스트룸 문을 열자 거실 불이 켜져 있었다.

도현은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서연이 나오자 그의 시선이 곧장 따라붙었다.

“안 잤어?”

“응.”

서연은 짧게 답하고 주방으로 향했다.

도현이 노트북을 덮었다.

“아까부터 휴대폰 계속 울리던데.”

서연의 손이 잠시 멈췄다.

“그래서?”

“누군데.”

물을 따르던 서연이 돌아봤다.

“내 연락까지 보고해야 해?”

“그런 뜻 아니야.”

“그럼 묻지 마.”

도현의 표정이 굳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런 식으로 말하면 서연이 먼저 분위기를 풀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도현 역시 그 사실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요즘 너 이상해.”

서연은 황당하다는 듯 바라봤다.

“내가?”

“갑자기 사람이 달라졌잖아.”

“남편이 바람피우는 걸 알았는데 그대로인 게 더 이상하지 않아?”

도현은 입을 다물었다.

서연은 물잔을 들고 다시 방으로 향했다.

“서연아.”

뒤에서 도현이 불렀다.

“왜.”

“정말 이혼하면.”

잠시 말을 고르던 그가 물었다.

“바로 다른 사람 만날 생각이야?”

서연은 천천히 돌아봤다.

어젯밤에도 비슷한 질문을 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자존심이 상해서 그러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도현의 얼굴에는 농담이라고 넘기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었다.

“그게 왜 궁금해?”

도현의 시선이 잠시 그녀의 손에 들린 휴대전화로 향했다.

“그냥.”

“없어.”

도현의 굳었던 표정이 아주 조금 풀렸다.

그걸 본 순간 이상하게 기분이 나빠졌다.

서연은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

“지금은.”

도현의 눈이 다시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나중에 누굴 만나든 당신이 신경 쓸 일은 아니야.”

“아직 이혼 안 했어.”

“곧 할 거야.”

“난 동의 안 했고.”

서연은 그를 잠시 바라보다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

“당신이 동의할 때까지 기다릴 생각 없어.”

도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그렇게 급한데?”

“급한 게 아니라 늦은 거야.”

“뭐가.”

“내가 여기서 나가는 게.”

더 말하고 싶지 않았다.

서연은 방문을 닫았다.

잠시 후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했다.

재하에게서 메시지가 하나 더 와 있었다.

[싫으면 거절해도 돼.]

그리고 그 아래.

[그래도 한 번은 보고 싶었어.]

서연은 오래 그 문장을 바라봤다.

예전이라면 저 한마디에 밤새 잠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를 보고 싶어서.

왜 떠났냐고 묻고 싶어서.

자신을 조금이라도 사랑하기는 했느냐고 확인하고 싶어서.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

서연은 천천히 답장을 입력했다.

[커피 정도는 괜찮아.]

전송 버튼을 누른 뒤에야 살짝의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곧 답장이 왔다.

[고마워.]

그리고 약속 장소와 시간이 이어졌다.

서연은 화면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그녀는 몰랐다.

며칠 뒤 그 카페에서 마주하게 될 사람이 단지 오래 전의 첫사랑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 모습을 보게 될 누군가가,

곧 끝나가던 결혼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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