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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다시 마주한 얼굴

مؤلف: 움냠냥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10-08 02:10:00

약속 시간보다 십 분 일찍 도착했다.

서연은 카페 앞에 서서 유리문 너머를 바라봤다.

평일 오후라 안은 한산했다. 창가에 앉아 노트북을 보는 사람, 이어폰을 낀 채 책을 읽는 사람. 모두 평범한 풍경이었다.

그런데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연은 한참을 들어가지 못했다.

윤재하.

몇 년 동안 입 밖으로 꺼낸 적조차 거의 없는 이름이었다.

한때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불렀다.

좋아서 불렀고, 보고 싶어서 불렀고, 헤어진 뒤에는 원망하면서 불렀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아예 부르지 않게 됐다.

그게 잊은 거라고 생각했다.

서연은 짧게 숨을 내쉬고 문을 열었다.

딸랑.

작은 종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연의 걸음이 멈췄다.

재하였다.

사진으로 본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소식을 전해 들은 것도 아니었다.

몇 년 만에 실제로 마주한 얼굴이었다.

예전보다 조금 말라 있었다.

소년 같던 인상은 사라졌고 턱선은 더 선명해졌다. 검은 셔츠 위로 짙은 회색 코트를 걸친 모습은 서연이 기억하던 스물몇 살의 재하와는 확실히 달랐다.

그런데 눈은 그대로였다.

서연을 볼 때마다 유난히 부드러워지던 눈.

재하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마치 자신도 어디서부터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먼저 입을 연 건 서연이었다.

“오랜만이네.”

재하가 아주 천천히 웃었다.

“응.”

그 짧은 대답에 기분이 묘해졌다.

한때는 너무 익숙했던 목소리였다.

서연은 맞은편에 앉았다.

이미 테이블 위에는 아메리카노 두 잔이 놓여 있었다.

그중 하나는 시럽이 따로 놓여 있었다.

서연의 시선이 그곳에 머물렀다.

재하가 말했다.

“아직도 단 거 별로 안 좋아하지?”

서연은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기억하네.”

“응.”

재하는 더 말하지 않았다.

괜히 불편해졌다.

몇 년 만에 만났는데도 저런 사소한 걸 기억하고 있다는 게 반갑기보다는 이상했다.

왜 기억하고 있었을까.

그렇게 기억할 거면서 왜 떠났을까.

서연은 커피잔을 들었다.

“한국에는 언제 왔어?”

“한 달 정도 됐어.”

서연의 손이 잠시 멈췄다.

“한 달?”

“응.”

“그런데 이제 연락한 거야?”

재하가 눈을 내렸다.

“연락해도 되는지 오래 고민했어.”

“몇 년 동안은 고민 안 했고?”

말이 먼저 나갔다.

서연은 곧바로 후회했다.

따지려고 나온 자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재하는 피하지 않았다.

“미안해.”

그 말이 너무 쉽게 나와 오히려 화가 났다.

“뭐가?”

“전부.”

서연은 피식 웃었다.

“전부라고 하면 편하지.”

재하의 표정이 굳었다.

“서연아.”

“괜찮아. 이제 와서 따지려는 거 아니야.”

“난 네가 따져도 할 말 없어.”

“그럼 왜 그랬는지만 말해.”

재하는 입을 다물었다.

역시.

서연은 눈을 내리깔았다.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도 똑같았다.

헤어지던 날도 그랬다.

미안하다고만 했다.

이유를 물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직도 말 못 해?”

재하의 손가락이 커피잔 가장자리를 천천히 쓸었다.

“못 하는 건 아니야.”

“그럼?”

“지금 여기서 몇 마디로 끝낼 얘기는 아니야.”

서연은 헛웃음을 삼켰다.

“그 말 들으려고 나온 건 아닌데.”

“알아.”

“그럼 됐어.”

서연은 더 묻지 않았다.

기대를 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었다.

이미 오래전에 배운 일이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재하가 그녀의 왼손을 바라봤다.

서연은 그 시선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결혼 반지가 있어야 할 자리였다.

며칠 전부터 끼지 않고 있었다.

재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결혼했지?”

서연은 그를 바라봤다.

알고 있었나 보다.

“응.”

재하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그런데 반지는?”

예전의 서연이라면 대충 둘러댔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제 굳이 숨길 이유가 없었다.

“이혼하려고.”

재하의 표정이 멈췄다.

“뭐?”

“정확히는 진행 중이야.”

“왜?”

서연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미 식어 있었다.

“그냥 그렇게 됐어.”

“서연아.”

“남의 결혼 생활까지 궁금해?”

조금 날이 선 목소리였다.

재하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낮게 말했다.

“미안.”

또 미안하다는 말.

서연은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너 예전부터 그 말 되게 많이 했어.”

“알아.”

“근데 별로 도움은 안 되더라.”

재하는 한동안 그녀를 바라봤다.

“행복했어?”

뜻밖의 질문이었다.

서연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행복했나.

차도현과 결혼한 뒤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했던 질문이었다.

불행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행복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도 없었다.

“모르겠어.”

서연이 솔직하게 말했다.

“그땐 괜찮은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잘 모르겠어.”

재하의 눈빛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 사람이 너 힘들게 했어?”

“그건 네가 알 필요 없어.”

“왜?”

서연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재하가 뒤늦게 말을 고쳤다.

“아니. 그냥….”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안 좋아 보여서.”

“나 멀쩡해.”

“그래 보여.”

“그런데?”

재하의 시선이 서연에게 오래 머물렀다.

“예전보다 많이 참는 얼굴이 됐어.”

순간 가슴 깊은 곳이 찔렸다.

서연은 아무렇지 않은 척 창밖을 바라봤다.

“몇 년 만에 봤으면서 뭘 안다고.”

“그러게.”

재하가 씁쓸하게 웃었다.

“근데 알겠더라.”

그 말이 싫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재하에게 들으니 더 그랬다.

한때 자신의 표정 하나만 보고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채던 사람.

그런 사람이 아무 말 없이 사라졌었다.

“그때도 그렇게 잘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서연의 말에 재하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서연아.”

“왜.”

“나 그때….”

그가 말을 멈췄다.

서연은 가만히 기다렸다.

재하의 손이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가 풀렸다.

“너 싫어서 떠난 거 아니었어.”

서연의 심장이 순간 크게 뛰었다.

그러나 얼굴에는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게 지금 중요해?”

“나한텐 중요해.”

“나는 아니야.”

단호하게 말했지만 손끝에는 힘이 들어갔다.

재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카페 안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이 침묵조차 편했을 것이다.

지금은 아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지나간 몇 년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잠시 후 서연은 시간을 확인했다.

“나 이제 가봐야 해.”

재하가 고개를 들었다.

“벌써?”

“오래 있을 생각으로 나온 건 아니었어.”

“그래.”

그는 붙잡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서연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재하도 함께 일어났다.

“데려다 줄게.”

“괜찮아.”

“서연아.”

“정말 괜찮아.”

서연은 가방을 들었다.

그러다 잠시 망설인 끝에 말했다.

“그래도 오늘 본 건….”

재하가 기다렸다.

“나쁘진 않았어.”

재하의 눈빛이 아주 조금 풀렸다.

“다행이다.”

서연은 먼저 카페 문 쪽으로 걸었다.

재하는 계산을 마치고 그녀를 따라 나왔다.

문을 나서는 순간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서연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재하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코트를 벗으려 했다.

“하지 마.”

그가 멈췄다.

“왜?”

“옛날 버릇 나오니까.”

재하가 낮게 웃었다.

“미안.”

“또.”

서연도 결국 작게 웃었다.

정말 잠깐이었다.

하지만 길 건너편에 세워진 검은 세단 안에서는 그 장면이 너무 선명하게 보였다.

차도현은 움직이지 않았다.

조수석에 놓인 서류를 가지러 잠시 근처에 들렀을 뿐이었다.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지나쳤을 것이다.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다.

서연이 카페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 뒤를 한 남자가 따라 나왔다.

도현의 표정이 천천히 굳었다.

처음 보는 남자는 아니었다.

몇 년 전, 서연의 오래된 물건 사이에서 우연히 본 사진.

사진 뒤에 적혀 있던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윤재하.

서연이 결혼 전까지 단 한 번도 먼저 이야기하지 않았던 남자.

하지만 누군지 묻자 한참 동안 침묵하다 겨우 대답했었다.

첫사랑이라고.

도현의 손이 운전대를 세게 움켜쥐었다.

하필이면.

수많은 사람 중에.

윤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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