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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화 화형식(火刑式)(1)

Author: 유리구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7 08:00:06

텅 빈 작업실.

도진이 떠난 지 한참이 지났다.

이안은 찢어진 캔버스와 부러진 붓, 터진 물감 사이에 주저앉은 채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 닥치는 대로 그림을 뜯고 짓밟았던 탓에 손등과 손가락 마디가 벌겋게 부어 있었다. 손톱 밑에는 물감과 캔버스 섬유가 뒤엉켜 있었고, 바닥에는 자신이 그토록 귀하게 다뤘던 작품의 조각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흩어져 있었다.

더 부술 것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도 이안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모든 것이 망가진 뒤에야 작업실의 적막이 더 또렷해졌다. 그림을 찢을 때는 소리라도 있었다. 이젤이 넘어지고 나무틀이 부러지고 유리병이 깨지는 동안에는 분노에 몸을 맡길 수 있었다. 지금은 그 소리마저 끝났다.

이안은 한참 동안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이 손으로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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