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061화

Author: 일설연우
강림의 이 별장은 본래 강호의 벗들을 맞이하려고 사들인 곳이라 객실이 충분했다.

봉구안 일행은 각자 방을 골라 휴식을 취했다.

소욱은 봉구안과 방을 함께 쓰게 되었는데, 방에 들어서자 문을 닫고 곧바로 물었다.

“전진파에는 무슨 일로 가려는 것이냐?”

봉구안이 반쯤 농담조로 답했다.

“‘옛 정인’을 만나 회포라도 풀까 합니다.”

소욱은 그녀의 말이 진심이 아님을 알고 가볍게 웃었다. 그는 팔을 뻗어 봉구안을 품에 끌어안고 얼굴을 맞댄 채 살며시 비볐다. 그 모습엔 황제의 위엄이라곤 조금도 없고, 오히려 평범한 낭군 같았다.

“나는 소심한 사람이 아니다. 다만 네가 이번 일로 위험에 처하지 않을지 걱정될 뿐이지.”

“방금 동방세 앞에서는 말을 아끼던데, 지금 우리 둘뿐이니 내게는 솔직히 말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

봉구안은 그의 품에서 살짝 물러나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에 그려진 가짜 흉터를 어루만졌다. 그 손길엔 어딘가 애틋한 정이 묻어 있었다.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진파와 운산파는 서로 거리가 멀지 않습니다. 첫째는 두 문파가 결탁했는지 확인할 겸 정황을 살피고, 둘째는 차선아와 이번 일을 어떻게 대처할지 의논하려 합니다. 셋째로, 이번 무림대회가 운산파에서 열리니 우리가 전진파 제자로서 참가하면 자연스럽게 운산파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차선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소욱은 여전히 찬성하지 않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만약 두 문파가 이미 결탁했다면, 네가 가는 순간 표적이 될 것이다. 전진파가 과연 너를 쉽게 보내주겠느냐?”

봉구안은 고개를 저었다.

“전진파 제자가 백여 명이 넘으니 모두를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만, 적어도 차선아의 인품이라면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 말을 들으니 소욱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 강림의 무죄를 입증할 때도 그녀는 같은 말을 했었다. 강림과 차선아라면, 그녀는 그 강호의 친구들을 참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소욱은 그녀를 막을 수 없음을 깨닫고 결심을 굳혔다.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Locked Chapter

Pinakabagong kabanata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63화

    소주와 정국은 서여국을 멸망시키기 위해 이번 전투에 모든 병력을 걸었다.이 두 나라를 완전히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지금 이 병력을 반드시 제거해야만 했다. 그렇게 되면 이 두 나라는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터였다.소욱은 때를 기다리며, 이 폭우를 이용해 두 나라의 군세를 통째로 수장시킬 계획을 세웠다.그리고 그 계획은 이미 봉구안에게 전달되었다.봉구안은 침전의 처마 아래 서서 내리는 장대비를 바라보며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예전엔 그냥 소나기였지만, 지금은 며칠째 비가 쉬지 않고 퍼붓고 있었다.이상할 정도로 날씨가 지속되었다.그때 뒤편에 있던 궁녀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폐하, 이 지역은 원래 이렇습니다. 7월이 되면 비가 끊이지 않아 자주 홍수가 납니다.”봉구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홍수라… 그렇다면 굳이 화룡을 쓸 필요는 없겠구나.”한편, 정국 군영.지속되는 폭우 속에 장수들의 표정은 불안과 짜증으로 가득했다.“장군! 이대로 가면 군량이 모두 소진될 것입니다!”정국의 장군은 구석에 앉아 있는 청년을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어떻게 해야겠느냐?”그 청년은 술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신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비가 너무 거세고, 저희는 너무 낮은 지형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적이 도랑을 파서 물길을 돌린다면, 3만 대군은커녕 30만이라 해도 순식간에 전멸할 수 있습니다.”“이 상황을 결코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정국 장군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웠다.“일리 있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일을 왜 이제 와서 말하는 것이냐?”청년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방금 생각났습니다.”정국 장군은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전령을 보내라! 전군 철수…”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병사가 숨을 몰아쉬며 달려와 외쳤다.“보고드립니다! 장군님! 큰일입니다! 서쪽 저수지가 무너져 물이 밀려들고 있습니다!”몇몇 장수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장군, 정말 저 청년의 말대로 되었습니다! 이건 분명 서여국 놈들의 계략입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62화

    소주와 정국 연합군은 화룡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믿고 거만하게 외쳤다."빨리 성문을 열어라, 그렇지 않으면 모두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진한길은 그 화룡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그는 제안했다. "폐하, 우선 군대를 철수시키는 게 좋겠습니다!"분명 황후도 황제가 위험에 처하는 것을 원치 않으리라 생각한 것이다.소욱의 눈빛은 깊고 날카로웠다. 그는 매섭게 연합군을 바라보았다."병사들을 먼저 이십 리 밖으로 철수시켜라."화룡의 위력은 인력으로는 이길 수 없는 것이었다.그렇기에 더더욱 정면으로 맞설 수는 없었다.......한편 남제의 서방은 며칠 동안 내리는 비로 인해 지면이 질척거렸다.화룡 받침대가 너무 무거워 바퀴가 땅에 빠지는 등 인력만으로는 움직이기 어려웠다.이 소식이 남산왕의 귀에 들어가자, 그는 초조해지기 시작하였다."중요한 순간에 어찌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단 말이냐!"황제는 서여국을 대신해 양국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소주와 정국 연합군이 동시에 공격해 들어온다면, 황제의 안위를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모두 이 비 때문입니다...""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우선 빨리 널빤지와 돌을 찾아오거라. 반드시 화룡을 서여국으로 운반해야 한다! 서둘러라!" 남산왕은 자신이 직접 서여국에 가고 싶었지만, 서방을 위해서 그는 자릴 비울 수 없었다.서여국 황궁 안.한밤중.봉구안은 천둥소리에 놀라 깨어났다.그녀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녀의 이마에는 가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방금 악몽을 꾼 탓이었다. 꿈 속에서 북연의 화룡은 서여국의 방어선을 폭파시켰다. 동시에 모든 병사들의 피와 살이 사방으로 튀었다.봉구안은 잠을 이룰 수 없어 등불을 밝히게 했다.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여국의 지도를 바라보았다.다음 날.조회에서 신하들은 소욱의 철수를 더욱 비난했다."폐하! 어찌 대군들이 후퇴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이는 적군에게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습니까!"오양련은 드물게 소욱을 두둔했다."그 말은 즉슨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61화

    정국의 장군은 결코 우둔하지 않았다.그는 북연의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역으로 북연 사신을 위협했다.“화룡이 없다면 저희는 기껏해야 패배하고 항복하거나, 아니면 서여국과 남제의 연합군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철수하면 그만입니다.”“하지만 북연의 처지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남제는 여러 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며 국력이 커졌습니다. 지금은 서여국과 남제가 혼인 관계를 맺어 그 동맹은 더욱 견고해졌죠.”“만약 남제가 소주와 정국마저 삼켜버린다면, 서쪽 일대는 모두 남제의 세력권이 될 것이고, 그때 북연은 남방과 서방의 동맹국을 모두 잃고 고립되게 될 것입니다!”북연 사신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과연 정국의 장군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정국 장군은 사신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자, 계속해서 이해관계를 설명했다.“사신께서는 황제 폐하께 보고하시어, 즉시 화룡을 빌려주시기 바랍니다.”“그래야만 남제 황제를 죽일 기회가 있지 않겠습니까. 남제가 혼란에 빠지면 북연이 남제를 반격할 기회는 쉽게 얻어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북연은 천하 제일 강국의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더 지체한다면, 북연의 처지는 위태롭기 그지없을 것입니다.”북연 사신은 이를 꽉 깨물었다.“좋습니다. 내 황제 폐하께 직접 보고드리도록 하죠.”사신이 떠난 후 여러 장수들의 마음은 당황스러웠다.“북연이 정말 우리에게 화룡을 빌려줄까요?”“저는 그 남제 황제가 정말로 서여국에 왔는지가 더 걱정됩니다. 이건 정말 터무니없는 일 아닙니까! 한 나라의 군주가 어찌 그렇게 위험을 무릅쓸 수 있단 말입니까? 북연이 우리를 속이는 건 아닐까요?”“남제든 북연이든, 우리는 모두 건드릴 수 없는 상대입니다. 차라리 일찍 철수하는 게 좋겠습니다.”정국 장군의 안색은 어두웠다.“모두 조용히 하라!”지금은 생사존망의 순간인데, 어찌 남의 사기를 올려주고 자신의 위엄을 떨어뜨릴 수 있겠는가.소주의 장군은 비교적 침착했다. 그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60화

    북연의 사신은 철저히 준비된 모습으로 나타났다.과거 북연은 여러 나라와 연합해 남제를 공격했었다. 하지만 전쟁 직전 뜻밖에도 서여국이 동맹을 배신하고 돌연 남제와 손을 잡아 함께 적을 막아섰다.이제 소주와 정국이 서여국을 공격하려 하자, 북연은 당연히 전력을 다해 돕겠다고 나섰다.남제는 함부로 건드릴 수 없어도, 서여국 하나쯤은 얼마든지 손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소주와 정국은 북연 사신의 방문 목적을 듣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흥분한 채 물었다.“황제께서 정말로 ‘화룡’을 빌려주시겠다고 하셨습니까?”지금 그들은 성을 공격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만약 화룡이 있다면 그야말로 호랑이에 날개를 단 격이었다.하지만 들은 바에 따르면 그 화룡은 북연의 비밀 병기라 하였고, 북연이 그런 걸 외부에 내줄 리 만무했다.그들은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그 순간, 북연의 사신은 미소를 머금고 계약서 한 장을 꺼내 들었다.이를 본 소주와 정국의 장수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러자 사신이 입을 열었다.“북연과 두 나라는 오랜 동맹 관계였습니다. 지금 전쟁이 발발한 이상, 북연은 두 나라를 위해 기꺼이 참전하려 합니다.”“하지만 화룡은 어디까지나 우리 북연의 비밀 병기이며, 그 기술 역시 외부에 전해진 적이 없습니다.”“혹여 기술이 유출되거나 화룡이 억류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저희는 계약서를 작성하려 합니다.”계약서는 총 세 부였다.소주와 정국의 주력 장수는 각각 한 부씩 받았다.그들은 계약서를 읽었고, 그 순간 눈이 번쩍 커졌다.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 동시에 두 얼굴에 떠올랐다.북연이 그들의 북부 성을 담보로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정국의 주력 장수는 성격 그대로 내뱉었다.“이건 불난 집에 약탈하러 온 거 아닙니까!”그는 북연 사신에게 더는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소주의 장수는 말없이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하지만 북연의 사신은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오해입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59화

    천 리를 함께 가더라도 이별은 결국 찾아오는 법. 대군들이 떠난 후, 봉구안은 그 자리에 서서 오랫동안 떠나지 않았다. 그러자 오백이 조용히 일깨웠다. "마마, 궁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봉구안은 그제서야 시선을 거두었다.황궁 안. 봉구안은 드물게 한가한 시간을 가졌고, 봉 부인이 그녀를 찾아왔다. 최근 며칠간, 봉구안은 막 황제가 되어 분주하게 일하느라 어머니와 앉아 이야기할 시간조차 없었다. 봉 부인은 매우 배려심이 깊어, 그녀를 방해하지 않았다. 오늘 군대가 출발하는 날에야 비로소 봉 부인은 그녀를 만나러 왔다. 다른 사람들은 몰랐지만, 봉 부인은 알아봤다. 가면을 쓴 황제의 새로운 황부가 바로 남제의 황제임을 말이다.봉 부인은 황제가 봉구안을 따라 서여국에 올 줄 몰랐고, 서여국을 위해 출정할 줄은 더욱 몰랐다.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또 다른 일은 봉구안이 마침내 회임을 했다는 것이었다.봉 부인은 눈물을 머금고 봉구안을 살펴보았다. 특히 불룩한 배를 보며 여러 번 목이 메었다. "아이를 가진 몸으로 서여국까지 와야 했니?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녀는 자신이 무능해 도움이 되지 못해, 두 딸이 연이어 서여국에 와서 이런 불안과 공포의 나날을 보내게 한 것을 자책했다.봉구안은 침착하고 담담했다. "어머니, 저를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국방에 전쟁이 많으니, 전쟁이 끝나면 어머니를 남제로 돌아가시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봉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았다."황제 폐하가 너에게 얼마나 잘해주는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구나. 일국의 군주로서, 생사를 초월하여 지금 서여국을 위해 전쟁에 참여하다니… 우린 이곳에서 폐하가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겠구나." 봉구안의 눈빛이 깊어졌다. "네, 폐하는 무사히 돌아오실 거예요.”......보름 후. 서여국 국방. 이전에 봉구안의 계략에 잡혔던 정탐꾼들은 사면을 받아 귀국했지만, 서여국 사람들이 그들을 추격했다. 국경까지 무사히 탈출한 사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58화

    저녁 식사 전, 소욱은 시간에 맞춰 궁으로 돌아왔다.그는 봉구안이 좋아하는 말린 과일도 가져왔다.그가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봉구안은 그의 억눌린 분노를 느꼈다.게다가 그의 몸에서 풍기는 옅은 피 냄새도.저녁 식사가 차려지고, 두 사람은 마주 앉아 밥 먹을 준비를 하였다.궁인들은 두 사람의 곁에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봉구안은 서둘러 궁인들을 물리고 직접 소욱에게 물었다."오늘 군영 시찰이 순조롭지 않았나요?"소욱은 단호히 부인하며, 그녀를 위해 말린 과일을 열었다."상소문은 다 보았느냐?" 그는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봉구안은 그가 더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그의 질문에 따라 그녀는 담담히 미소지었다."상소문은 봐도봐도 끝이 없어요. 오늘 다 봐도, 내일은 또 새로운 상소문이 있을 테니까요."소욱은 웃으며,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었다.그제서야 그의 눈빛은 따뜻하고 차분해졌다."고생이 많구나… 내가 널 도와줄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말이야…"……저녁 식사 후.봉구안은 서재에 가서 상소문을 계속 보겠다는 핑계로, 오백을 군영에 보내 오늘 소욱이 어떤 문제를 겪었는지 알아보게 했다.오백은 영리했다."마마, 굳이 군영까지 갈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일은 진한길에게 직접 물어보면 됩니다."봉구안은 반신반의하며 오백을 바라보았다."진한길이 네게 말해줄 리가 있겠니?"오백은 가슴을 치며 말했다. "저흰 이제 좋은 형제 사이랍니다!"게다가 진한길은 소욱에 대한 충성심이 각별났다.만약 황제가 정말 곤란한 일을 겪었다면, 진한길도 기꺼이 그에게 알려줘서 함께 해결책을 찾을 거라고 믿었다.반 시진 후.오백이 서재로 돌아와 분노를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마마, 정말 작은 일이 있었답니다.""군영 사람들이 폐하에게 무례하게 대하며, 추잡한 말을 했습니다.""폐하께서 크게 노하시어, 화가 나 그들의 혀를 뽑으라고 명하셨답니다."봉구안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그래서 그런 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57화

    지금의 봉구안은 더 이상 황후가 아닌, 황제였다.이제 소욱이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내관의 고지를 거쳐야 했다.그런 절차는 소욱에게 꽤나 낯설고 불편했다.하지만 어쨌든 규율은 규율이었다.남제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봉구안이 비록 황후의 신분이라 해도, 어전 출입은 아무 때나 허용되지 않았다.“언제 출정할 생각입니까?”용상에 앉아있던 봉구안이 문득 물었다.그 한마디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소욱은 정신을 차렸다.전각 안엔 그들 둘뿐이었지만, 어쩐지 그녀와 자신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간극이 있었다.그건 바로 신분의 벽이었다.황제란 자리는 본디 누구보다 높은 곳에 서는 자리였다.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해도, 넘을 수 없는 선이 존재한다.그녀가 예전에 황후가 되길 망설였던 이유도, 어쩌면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욱은 마음을 다잡고 침착하게 대답했다.“군량은 이미 선발대로 보냈다.”“오늘은 군영을 한번 둘러보고, 별다른 문제 없으면 내일 출정할 예정이야.”봉구안은 그의 말을 들으며도 손에서 상소문을 놓지 않았다.양손에 일과 생각을 동시에 담은 채, 그녀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소욱이 말을 마쳐도, 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한참 뒤, 손에 든 상소문을 다 읽고서야 고개를 들었다.“제가 내려준 병력이 부족하진 않으십니까?”소욱은 그녀 곁으로 다가가, 붓을 쥔 손목을 조심스럽게 감싸쥐었다.“충분해. 병력도, 시간도 말이야.”“다만 걱정되는 건 너다. 그리고… 우리 아이 말이야.”“내가 없는 동안 제발 무리하지 말거라.”황제가 된다는 건, 황후였던 때보다 훨씬 더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는 일이었다.최근 며칠 봉구안은 식사를 자주 거르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었다.그런 그녀를 전장에 홀로 두고 떠난다는 생각에, 소욱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봉구안은 그를 올려다보았다.그 눈빛엔 평소 보기 어려운 온기가 어렸다.“궁에는 저를 돌볼 사람이 넘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소욱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꼬리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56화

    서여국 국경 밖서여국의 국경 너머, 소주와 정국이 이미 군사들을 이끌고 쳐들어오고 있었다.이는 두 나라가 존망을 걸고 벌이는 일대 결전이었다.출정에 앞서 주력 장수가 군을 소집해 사기를 북돋았다.“장병들이여! 오늘은 과거의 수치를 씻어내는 날이다!”“망국의 노예가 되기 싫은 자, 여인의 발밑에 굴복하기 싫은 자!”“오늘 반드시 죽을 각오로 싸워라!”“서여국의 국경을 무너뜨리고, 곧장 황도로 진격해 그들의 황제를 생포하라!”“과거의 치욕을 씻자! 서여국 황제를 생포하라!”세 군이 동시에 외쳤고, 그 함성은 땅을 울렸다.그때 전방에서 정탐꾼이 급히 달려왔다.“장군! 호원아 장군이 군사들을 이끌고 이곳에 오고 있습니다.”호원아.서여국에서 이름난 무장이자, 선제의 최측근 장수였다.그러나 첩자들의 보고로는, 현 황제가 그녀를 미워하여 대옥에 가두었다고 했는데… 그녀가 어째서 국경에 나타났단 말인가?첩자들의 정보가 틀렸단 말인가?양국의 주력 장수들은 주춤하며 서로를 바라봤다.“혹시… 저들이 파놓은 함정 같은 게 아닐까요?”그 누구도 단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미 활을 당긴 이상 놓지 않을 수는 없었다.그들은 척후를 추가로 보내 정찰케 하고, 동시에 대군을 진군시켰다.한편, 호원아는 2만 대군을 이끌고 국경을 결사적으로 사수하고 있었다.잿빛 하늘 아래 그녀는 머리에 얇은 천을 묶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전장을 바라보았다.“모든 장병들은 들으라!”“이 전쟁은 서여국의 존망이 걸린 싸움이다!”“우린 물러서지 않는다! 목숨을 걸고 이들을 몰아내라!”“예!”하늘 위를 날던 새들은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운 채 전장을 내려다보았다.지상에서는 양국의 군대가 마치 메뚜기떼처럼 몰려들어, 충돌하는 순간부터 피비린내가 진동하였다.창과 칼, 방패와 창기병, 진군하는 말발굽까지… 모든 것이 뒤엉켜 격렬하게 부딪혔고, 대지는 짓밟히고 찢기며 전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었다.첫 번째 전투는 무려 이틀간 이어졌고, 양군 모두 심하게 지쳐 있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55화

    체포된 관리들은 충격과 분노, 두려움에 휩싸였다.어떤 이는 분노에 찬 채 항의했고, 또 어떤 이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지금 감히 나를 체포하는 것이냐? 나는 삼조원로란 말이다!”“나는 반란을 도모한 적이 없다!”“폐하, 분명 착오가 있을 것입니다!”“폐하,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신이 잠시 정신을 잃었을 뿐입니다. 다시는 일을 그르치지 않겠습니다!”다른 관리들은 슬그머니 뒷걸음질치며, 체포된 자들과 거리를 두려 했다. 괜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그때 오양련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늙은 몸을 꼿꼿이 세운 채, 단호한 눈빛으로 봉구안을 바라보며 말했다.“폐하, 예로부터 나라를 배반하고 반역을 꾀한 자는 만 번을 죽어 마땅하였습니다. 신은 이들을 즉시 처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자비를 베풀 일이 아닙니다.”오양련은 나이가 많았지만, 일 처리에 있어서만큼은 단호했고 주저함이 없었다.봉구안 역시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었다.막 황제의 자리에 오른 그녀였지만, 서여국의 내란이 이처럼 커진 것은 모두 충절 없는 자들 때문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죽이지 않으면 내란은 잠재워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들을 죽이지 않고 살려두면, 또 다른 세력들이 생겨날 터였다.봉구안은 궁인들에게 이들의 죄상을 낭독하게 했고, 한 사람씩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처형을 명했다.처형된 이들 중 억울한 이는 없었다.머리가 하나씩 떨어질 때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신하들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이 황제는 처음 서여국에 왔을 때보다 훨씬 더 잔혹해졌다.사람을 죽이는 것이 숨을 쉬는 것보다 쉬워 보였다.하지만 끝까지 복종하지 않은 자들도 있었다.“나는 삼조원로다! 네 이모들조차 나에게 예를 갖췄거늘… 어찌 네가 감히 내 목 베려 하느냐!”“봉구안! 너는 숙가의 핏줄일지 몰라도, 남제에서 태어나 자란 몸이다! 진심으로 서여국을 위해 일할 리가 없지! 너야말로 권력을 탐한 찬탈자다!”“나는 단지 서여국의 정통을 지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