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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복수하면 재미없잖아
한 번에 복수하면 재미없잖아
Author: 진이이

제1화

Author: 진이이
“결혼한 지 2년 동안, 오빠랑 나 666번 잤어.”

“오빠, 하설 언니가 알까?”

달뜬 목소리가 사무실 문틈으로 새어 나왔다.

심하설은 온몸의 피가 식으면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들뜬 마음으로 배문교의 사무실을 찾았다

드디어 자신의 귀가 들린다고, 남편에게 제일 먼저 알려 주고 싶었다.

하지만 하설이 듣게 된 것은 남편의 외도였다.

상대는 낯선 여자가 아니었다.

남편의 명목상의 여동생.

하설의 남동생을 식물인간으로 만든 원흉이었던 윤채아였다.

하설은 눈을 내리깔았다.

‘들을 수 있다는 게 이렇게 아픈 거였구나.’

안쪽에서는 끊길 듯 이어지는 숨소리와 나지막한 말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채아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오빠, 결혼한 지 벌써 2년이나 됐잖아. 그런데도 매일 밤 나한테 오면서, 왜 하설 언니랑은 대충이라도 지내보지 않는 거야?”

오래도록 듣지 못했던 목소리가 대답했다.

어릴 적의 풋풋함은 사라지고 매혹적이고 성숙한 느낌만 남아 있었다.

“더러워.”

채아가 나른하게 웃었다.

“맞아. 언니는 돈 많은 늙은 남자랑 결혼했던 적도 있잖아.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겠지.”

하설은 주먹을 꽉 쥐었다.

반지의 차가운 감촉이 손가락에서부터 팔을 타고 뼛속까지 번졌다.

‘더럽다?’

‘나를 더럽다고 생각했구나.’

하설은 입술을 벌려 소리 없는 웃음을 흘렸다.

하설이 자신을 팔아 마련한 10억 원으로 배문교는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문고리를 잡고 있던 하설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떨리는 손끝으로 핸드폰을 꺼낸 하설은 동영상을 켜고 문틈 사이로 핸드폰을 밀어 넣었다.

곧바로 남편의 외도를 증명할 영상이 찍혔다.

비틀거리며 물러난 하설은 그대로 돌아서서 떠났다.

...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뒤 깊게 숨을 들이마신 하설은, 턱밑까지 차오른 울음을 꾹꾹 참으면서 전화를 받았다.

“엄마.”

오혜정이 다그쳤다.

[보청기 꼈지? 문교 옆에 있어? 민 대표한테 약속한 2차 투자금, 언제 들어오는지 물어봐. 그 회사는 지금 그 돈만 기다리고 있어.]

하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오혜정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요즘 병원에는 갔어? 유준이 생명 유지 장비 임대료도 내야 해. 문교한테 꼭 말해서 잊어버리지 않게 해. 1분만 멈춰도 네 동생 목숨이 위험해지는 거 알잖아.]

하설은 눈을 감았다.

남동생 심유준이 식물인간이 된 지 2년.

지금껏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문교가 해외의 첨단 바이오 연구소에서 독점 장비를 빌려 왔기 때문이었다. 특허를 낸 장비라 연간 임대료만 해도 20억 원 가까이 됐다.

하설이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자, 오혜정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또 하나. 며칠 전에 사모님들이랑 쇼핑 갔는데, 누가 문교가 웬 여자랑 같이 있는 걸 봤다더라.]

하설은 코끝을 훔쳤다.

“엄마, 만약에... 만약에 배문교가 정말 바람을 피운 거라면, 나 이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혜정이 퍼부었다.

[하설이야, 정신 나갔니? 너 같은 청각장애인이 배씨 집안 며느리가 된 게 얼마나 큰 복인지 몰라? 남들은 갖고 싶어도 못 가지는 자리야. 그걸 네 손으로 밀어내겠다고?]

[외도? 그 여자가 배가 불러서 집 앞에 오더라도, 넌 얌전히 산후조리까지 해 줘야 할 판이야.]

[배문교 아내 자리만 지키면 평생 걱정 없이 먹고 살 수 있어. 네가 문교하고 이혼하면 유준이, 너, 나, 민 대표도 다 굶어 죽게 돼!]

오혜정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택시 안까지 울렸다.

기사가 백미러로 하설을 힐끔 쳐다봤다. 눈빛에는 동정과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

하설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다 죽으면 되겠네.”

그리고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하설은 눈가의 눈물 자국을 닦고 다른 번호를 눌렀다.

“제가 결혼 전에 배문교 대표랑 작성했던 혼전계약서, 변호사님이 보관 중이시죠? 이혼합의서도 하나 준비해서 내일 같이 가져다주세요.”

상대는 곧 하설의 요구에 응했다.

하설은 씁쓸하게 웃었다.

‘배문교... 잊은 모양이네.’

결혼 전, 문교는 하설에게 충성을 증명하겠다며 기어이 계약서를 쓰자고 했다.

문교가 결혼 생활 중에 외도할 경우, 본인 명의의 모든 재산은 하설에게 귀속된다.

문교는 한 푼도 갖지 못한 채 떠나야 하는 것이다.

...

하설은 새벽 2시까지 거실에 앉아 있었다.

문교가 돌아온 것은 그때였다.

어둑한 조명 아래 앉아 있는 아내를 보자 문교는 놀란 듯이 다가왔다.

“왜 아직 안 잤어? 오늘 야근한다고 했잖아.”

길고 고운 손가락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하설은 문득 그때가 떠올랐다.

아버지 심국경은 문교를 구하려다 세상을 떠났고, 하설은 그 충격으로 청력을 잃었다.

문교는 서툴게 수어를 독학했다. 밤을 새워가며 배웠고, 한 달 만에 능숙해졌다.

하설과 동생 유준에게도 알려 주었다.

그때 문교는 말했다. 평생 하설에게 잘하겠다고.

고개를 든 하설은 문교의 목덜미 안쪽에 남은 붉은 자국을 보았다.

“피곤해?”

문교는 잠시 멈칫하다가 곧 웃었다.

하설의 손가락을 잡고 입을 맞추면서 마술처럼 팔찌 하나를 꺼냈다.

어두운 조명 아래 다이아몬드가 눈부시게 빛났다.

결혼 2년 동안 문교가 하설에게 준 666번째 선물이었다.

문교가 직접 팔찌를 채워 주었다.

“잘 어울린다. 예뻐.”

문교의 눈빛은 다정했다.

하설의 눈가는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하설은 그것을 666번 반복된 사랑이라고 믿었었다.

알고 보니 666번의 외도 뒤에 따라온 죄책감과 보상이었다.

하설은 손을 빼면서 소리 없이 웃었다.

“사흘 뒤가 무슨 날인지 기억해?”

문교는 차분하게 손을 움직였다.

“회사 상장일. 시가 총액도 크게 오를 거야. 또 우리 결혼 2주년이고. 그날 선물 줄게.”

하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우리 남편을 위해 서프라이즈 준비했어.”

‘바로 자유를...’

더 이상 몰래 채아를 찾아가서 잠자리를 갖지 않아도 될 자유라는 선물.

문교는 하설의 손등을 토닥였다.

“일찍 자. 내일은 장인어른 기일이잖아. 같이 성묘 가야지.”

...

다음 날.

눈이 거세게 내렸다.

묘지로 가는 길에 문교의 핸드폰이 울렸다.

하설은 문교와 있을 때면 보통 보청기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문교는 거리낌 없이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잔뜩 겁에 질린 채아의 목소리는 몹시 위태로웠다.

[오빠, 그 술 취한 옆집 남자가 또 문을 두드려. 너무 무서워. 와 줄 수 있어?]

문교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양 비서 보내서 처리하라고 할게.”

채아의 말투에는 살짝 실망이 묻어났다.

[응... 알았어, 오빠.]

통화가 끊어졌다.

하설은 옷자락을 꽉 쥔 채 씁쓸하게 자신을 다독였다.

‘그래도 우리 아버지에게 고마운 마음은 남아 있는 모양이지.’

차가 다시 움직인 지 2분도 되지 않았다.

핸드폰이 또 울리자, 문교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전화를 받았다.

또 채아였다.

목소리는 한층 가늘고 부드러웠다.

[오빠, 무서워. 그 남자가 문을 따려고 해...]

문교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하설은 몸이 크게 앞으로 쏠리면서, 하마터면 이마를 부딪칠 뻔했다.

차가 멈추자, 안전벨트에 막혔던 몸이 다시 뒤로 튕겼다.

심한 흔들림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하설은 눈썹을 곧추세우면서 평온한 눈빛으로 문교를 쳐다보았다.

표정을 누그러뜨린 문교가 수어로 말했다.

“미안해.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어. 오늘 같이 성묘 못 갈 것 같아. 최대한 빨리 끝내고 묘지로 갈게.”

하설의 마음은 이미 새카맣게 타서 재가 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온순하게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일 보러 가.”

문교의 얼굴에 얼핏 죄책감이 떠오르더니, 손으로 하설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다.

하설은 손길을 피하자, 문교의 손은 허공에 멈췄다.

텅 빈 손처럼... 문교의 마음도 이상하게 텅 빈 듯했다.

하지만 문교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차문을 열어 주었다.

하설이 차에서 내리자, 문교는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차를 몰고 떠났다.

하설이 손을 뻗었다.

“저기...”

외투를 그만 차 안에 두고 내린 것이다.

차가운 칼바람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하설은 흠칫 몸을 떨어야 했다.

택시를 타고 아버지 묘지에 도착한 하설은 잡초를 뽑고 향을 피운 뒤 국화꽃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나서 지친 몸으로 묘소 앞에 앉아서 아버지에게 한참 동안 이야기를 했다.

뒤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나서야 하설은 뒤를 돌아보았다.

“변호사님, 부탁드린 서류 가져오셨어요?”

임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설의 머리와 어깨에 쌓인 눈을 보더니, 서둘러 서류가방을 열고 계약서를 건넸다.

두 손으로 계약서를 받는 하설의 손끝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감사합니다.”

휘성은 핸드폰에 글자를 써서 보여 주려고 했다.

그러자 하설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말씀하셔도 돼요. 이제는 들려요.”

휘성은 놀랐다.

“소리가 들리십니까?”

하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휘성은 잠시 생각하다가 먼저 말했다.

“서영준 회장님은 제게 은인이셨습니다. 회장님의 아이를 지금 사모님께서 키우고 계시니, 저도 도와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변호사가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십시오.”

하설은 고개를 들었다. 인형처럼 예쁜 작은 얼굴에는 슬픔이 살짝 내려앉아 있었다.

“고맙습니다.”

하설의 막막한 심정을 읽은 듯 휘성이 조용히 말했다.

“누군가를 신앙처럼 여기면, 신앙이 무너진 뒤에는 길을 잃게 됩니다.”

‘신앙...’

‘맞네.’

문교는 늘 하설의 신앙이었고, 삶이었다.

그때, 바로 지금 하설이 앉아 있는 이 자리에서.

문교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땅 위에 한 글자씩 쓰며 맹세했다.

[설아, 아저씨 목숨 빚은 내가 평생 갚을게. 내 목숨은 네 거야.]

하설은 문교의 목숨을 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문교는 하설의 반쪽 목숨을 가져가 버렸다.

핸드폰이 울리자 하설은 화면을 봤다.

문교의 메시지였다.

[채아 집에 일이 생겨서 집으로 데려왔어. 며칠 우리 집에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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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설은 웃으며 손을 저었다.“괜찮습니다. 택시가 곧 와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먼저 가세요.”날이 추웠다. 말할 때마다 숨이 곧바로 흰 김으로 맺혀 눈앞에 번졌다. 하설의 섬세한 눈매가 잠시 흐려졌다.윤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그럼 저희 먼저 가겠습니다. 조심히 가십시오.”하설은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회장님, 안녕히 가세요. 송 비서님도 조심히 가세요.”뒤에 택시가 곧 도착했다.길은 막힘없이 이어져 빛담불꽃기획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리자마자, 사무실 앞에 낡은 소형 화물차 한 대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적재함에는 종이상자 십여 개가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대표님!”“공장장님!” 하설은 빠르게 다가갔다. “다 됐어요?”차윤은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하설을 데리고 검수를 하러 갔다.“보세요. 원료는 제가 허가받은 거래처를 통해 직접 확보했고, 직원들이 작업하는 내내 옆에서 확인했습니다.”“밤새워 겨우 맞춰 놨어요. 오늘 새벽 3시쯤에는 외곽 시험장에서 안전 테스트까지 마쳤습니다. 사진도 여기 있습니다.”차윤은 핸드폰을 하설에게 내밀었다.화면 속에는 돌잔치용 캔디 콘셉트 불꽃이 밤하늘에서 터지고 있었다.분홍빛 불꽃 점들이 마지막에는 작은 사탕 모양으로 모였다가, 천천히 흩어졌다.사랑스럽고도 로맨틱한 연출이었다.하설은 차윤을 바라보았다.차윤의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었다.그래도 차윤은 힘든 티 하나 내지 않고, 하설을 향해 씩 웃어 보였다.하설은 핸드폰을 꺼냈다.“잔금 보내드릴게요.”그런데 차윤이 잠시 망설였다.하설은 그를 바라보았다.차윤이 더듬거리며 말했다.“저...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이 캔디 콘셉트 불꽃 연출, 제가 독점 사용권을 사려면 얼마면 될까요?”하설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차윤이 급히 덧붙였다.“금액은 대표님 정하세요. 저는 맞출게요.”하설은 옅게 웃었다.“올라가서 이야기하시죠.”...사무실.예지는 차 두 잔을 내오고 조용히 나갔다.차윤은 어색하게 헛

  • 한 번에 복수하면 재미없잖아   제95화

    하설은 말문이 막혔다.하율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나는 엄마를 사랑해. 그런데 증조할머니도 사랑하고, 이제는 삼촌도 조금 사랑해. 어떡해? 나 바람피웠어. 나쁜 아이가 돼버렸어.”하설의 가슴이 세게 저릿했다. 마음 깊은 곳에 시큰함이 차올랐다.슬퍼서가 아니었다. 하율의 천진함에 감동했기 때문이었다.하설은 아이를 안고 작은방으로 가며 다정하게 말했다.“아가, 그건 다른 거야. 엄마는 하율이를 사랑하고, 증조할머니도 사랑해. 그건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가족에게 주는 사랑은 여러 사람에게 줄 수 있어.”“하지만 연인에게 주는 사랑은 한 사람에게만 주는 거야. 문교 아저씨는 그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줬기 때문에 바람피웠다고 하는 거야.”하율은 알 듯 말 듯한 얼굴이었다.하설의 볼에 작은 얼굴을 비볐다.“엄마, 나는 영원히 영원히 엄마만 사랑할 거야.”하설은 아이를 침대에 눕혔다.“엄마도 하율이를 사랑해.”어린아이를 달래고 나니.이제 하설은 할머니를 달랠 차례였다.하설은 방문을 가볍게 두드렸다.안은 조용했다.하설은 조심스럽게 문을 밀고 들어갔다.“주영숙 여사님, 아직 화나셨어요?”이번에는 정말 많이 화가 난 모양이었다.주영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설은 침대 옆으로 가서 스탠드를 켰다.어두운 불빛이 주영숙의 얼굴을 비췄다.하설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할머니, 화내지 마세요. 제가 할머니 걱정해서 그러시는 거 알아요.”주영숙은 몸을 돌려 벌떡 앉았다. 하설을 바라보며 거친 숨을 쉬었다.“유준이 때문이냐? 문교가 네 동생으로 협박했어?”하설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주영숙은 자신의 허벅지를 치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똑똑히 들어라. 네 동생이 살든 죽든 그건 그 아이의 운명이다. 네 인생을 바쳐서 유준이가 평생 침대에 누워 있게 만드는 거라면, 차라리 내가 내 손으로 유준이 산소줄을 뽑겠다!”하설은 손을 들어 눈가를 가렸다. 눈물이 손바닥을 적셨다.주영숙도 두 줄기 눈물을 흘렸다.“나한테는 너와 유준이밖에

  • 한 번에 복수하면 재미없잖아   제2화

    소리 없이 쌓인 눈은 세상 모든 것을 묻어 버릴 듯했다.차 안에서는 휘성의 당부만 들렸다.“결혼 후 가정의 재정권은 계속 배문교 대표에게 있었죠? 먼저 배 대표의 재산 상태를 파악하는 게 좋겠습니다.”하설은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기울였다.휘성이 말했다.“전에 한 IT 기업 대표가 연봉 만 원으로 일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배 대표가 그럴 사람은 아닐 겁니다. 결혼했을 때부터 사모님을 노렸을 리는 없겠죠.”하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확인해 볼게요. 우선 은행에 들러 주세요.”하설이 은행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 한 번에 복수하면 재미없잖아   제6화

    하설은 밥을 지었다.하율과 저녁을 먹은 뒤, 하율은 창가에 엎드려 하늘을 올려다봤다.“엄마, 엄마 회사 불꽃놀이가 오늘 밤에 올라가는 거죠?”하설은 불꽃 디자이너였다. BY그룹 산하에서 작은 불꽃 디자인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석 달 전에는 도심 광장의 불꽃놀이 디자인 입찰을 따냈다.하설과 팀원들은 석 달 동안 수없이 테스트했다.그렇게 ‘별빛을 너에게’라는 불꽃을 완성했다.그 불꽃은 오늘 밤, 새해 전야에 처음 하늘로 오를 예정이었다.하설은 하율 앞에 쪼그려 앉았다.“우리 하율이 광장에 가서 불꽃놀이 보고 싶어?”

  • 한 번에 복수하면 재미없잖아   제4화

    경매장 입구.정갈한 제복을 입은 직원이 손을 내밀었다.“초대장과 VIP 카드를 보여 주세요.”하설은 담담하게 말했다.“심하설입니다. 배문교 대표의 아내예요.”직원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설의 얼굴에서 치맛자락까지 훑었다.“배 대표님과 사모님께서는 3분 전에 등록을 마치고 입장하셨습니다.”하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배 대표에게 전화해 보세요.”직원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면서, 하설을 보는 눈빛에는 조롱의 기색이 담겼다.“배 대표님이 사모님과 같이 계시는데, 제가 괜히 불편하게 해 드릴 수는 없죠.”사적으로는 남편이

  • 한 번에 복수하면 재미없잖아   제3화

    하설은 핸드폰을 집어넣고 돌아섰다.발끝에 힘이 풀리면서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몸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열기가 솟아올랐다. 뼛속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 나오는 듯한 열기와 갈증, 공허감이 함께 몰려왔다.하설은 곧바로 남희가 건넸던 스파클링 와인을 떠올렸다.술에 약이 들어 있었던 모양이다.‘아마도... 할머니가 시킨 일이겠지.’깊이 숨을 들이마신 하설은 룸으로 돌아가려던 생각이 싹 사라졌다.룸으로 돌아간다는 건 바로 문교와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었다.하설은 문교가 더럽기 짝이 없게 느껴졌다. 곧장 돌아서서 비틀거리며 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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