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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우리 둘만의 문제가 아니다

Author: 데이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2 08:00:59

두 번째로 흐름을 끊어낸 뒤에도 완전히 정리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겉으로 보기에 둘 사이 거리는 다시 확보된 것처럼 보였고, 

호흡도 어느 정도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았지만, 

그건 단지 한 번 넘쳤던 물을 겨우 닦아낸 상태에 가까웠다. 

바닥은 말라가고 있었지만, 안쪽에서 다시 밀려올 준비를 하고 있는 압력까지&n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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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수의 밤   237. 우리 둘만의 문제가 아니다

    두 번째로 흐름을 끊어낸 뒤에도 완전히 정리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겉으로 보기에 둘 사이 거리는 다시 확보된 것처럼 보였고,호흡도 어느 정도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았지만,그건 단지 한 번 넘쳤던 물을 겨우 닦아낸 상태에 가까웠다.바닥은 말라가고 있었지만, 안쪽에서 다시 밀려올 준비를 하고 있는 압력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다.건우는 그걸 느끼고 있었다.조금 전보다 분명히 더 길게 버텼는데도, 몸 안쪽에서 올라오는 감각은 더 선명해져 있었다.단순히 반복되는 게 아니라, 같은 구간을 다시 지나가면서더 정확하게 인식되는 상태였다. 어디서 호흡이 틀어지고,어느 순간에 반응이 앞서 나가며,

  • 형수의 밤   236. 되돌리지 않는 쪽

    손이 떨어진 뒤에도, 접촉의 감각은 바로 사라지지 않았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는데도, 그 짧음이 오히려 더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건우는 한 발 물러난 자리에서 숨을 고르려 했지만, 호흡이 쉽게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들이쉬는 타이밍이 어긋나 있었고, 내쉬는 숨이 평소보다 길게 늘어졌다. 몸이 먼저 반응해버린 뒤라서, 머리로 정리하는 속도가 그 뒤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서하도 비슷한 상태였다. 눈을 크게 뜬 채 잠깐 멈춰 서 있다가, 아주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시선은 여전히 건우를 향해 있었지만, 아까처럼 곧게 고정되어 있지는 않았다. 방금 전까지는 서로를 붙잡고 있던 긴장이 한 번에 풀린 게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 상태였다.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하기에는 어딘가가 남아 있었고, 그렇다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애매하지만 분명한 변화였다.여자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개입하지 않는 태도는 그대로였지만, 시선의 깊이가 달라져 있었다. 처음 이 방으로 들어왔을 때의 관찰과는 달리, 지금은 결과를 본 뒤 다음 선택을 기다리는 눈이었다. 말로 유도하지 않고, 대신 이 공간이 어떤 결정을 끌어내는지 지켜보는 방식.건우는 그 시선을 느끼면서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그는 한 번 더 숨을 고르고, 손을 천천히 내려다봤다. 방금 전까지 닿아 있던 자리가 아직도 미세하게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감정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또렷해져 있었다. 다만 그 감정을 어떻게 써야 할지, 그 다음 선택을 어디로 가져가야 할지가 문제였다.“같이 무너졌네.”서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목소리는 낮았지만, 아까처럼 흔들리지는 않았다. 이미 한 번 겪은 뒤라서, 그 상태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한 발 이동한 느낌이었다.건우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들어 서하를 봤다.“무너진 게 아니라.”그는 말을 길게 끊지 않고 이어갔다.“겹친 거지.”서하는 그 말을 듣고 잠깐

  • 형수의 밤   235. 이 지점이 한계라는 확인

    둘 사이에 걸려 있던 간격은 그대로였지만, 그 간격을 유지하는 데 쓰이는 힘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는 같은 자극을 받으면서도 반응을 따로 두기 위해, 서로의 움직임을 의식적으로 눌러두는 쪽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그 반대로, 올라오는 걸 그대로 두면서도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기 위해 버티는 쪽에 가까워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정지 상태처럼 보일지 몰라도, 안쪽에서는 서로 다른 두 흐름이 같은 순간을 향해 점점 속도를 맞춰가고 있었다.건우는 그걸 느끼고 있었다.서하의 호흡이 조금 더 짧아졌다는 것, 들이쉬는 타이밍이 아까보다 반 박자 정도 앞서 나간다는 것, 그리고 그 변화가 자기 호흡에도 그대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까지, 전부 인식하고 있었다. 문제는 인식한다고 해서 멈출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감정을 줄이지 않았기 때문에,올라오는 속도 자체는 그대로였고, 오히려 더 또렷해진 상태였다.서하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그녀는 건우를 보고 있었다. 단순히 마주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상태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끝까지 확인하려는 사람의 눈이었다. 겁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생각도 없었다. 이미 한 번 선택을 끝낸 뒤였고, 그 선택을 여기서 다시 바꿀 수 없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는 상태였다.“건우야.”그녀가 아주 낮게 불렀다.목소리는 얇게 떨렸지만, 완전히 무너진 건 아니었다.건우는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시선을 더 깊게 고정했다.그녀의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 걸, 그 흔들림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걸 그대로 보고 있었다.“지금… 좀 이상하지.”서하가 말을 이어갔다.“아까랑 다르게… 계속 당겨.”그 표현은 정확했다.감정이 올라오는 것과는 별개로, 그 감정을 행동으로 이어가게 만드는 방향성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서로를 향해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의식적으로 눌러두고 있던 선을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다.건우는 그걸

  • 형수의 밤   234. 겹치는 순간

    여자가 문을 열었을 때, 안쪽에서 흘러나온 공기는 이전 방들과 분명히 달랐다.온도나 냄새 같은 물리적인 차이보다,그 안에 들어서면 바로 느껴지는 압력의 방향이 달랐다.밖에서는 무엇을 보게 될지 모른 채 발을 들여놓는 공간이었다면,이곳은 이미 알고 있는 걸 직접 겪게 만드는 쪽에 가까웠다.건우는 문턱을 넘으며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한 번 멈추면 다시 움직이기 어려워질 것 같다는 예감이 있었고,그 예감이 틀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도 동시에 따라붙었다.서하는 바로 뒤에서 따라 들어왔다.둘 사이의 간격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도,이 공간 안에서는 그 거리가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서로가 서로를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없이 드러나는 종

  • 형수의 밤   233. 닿지 못한 선

    이제 이곳은 더 이상 선택을 설명하는 공간이 아니라, 선을 넘으려는 사람을 확인하는 공간이 되어 있었다.여자는 돌아섰다.“이쪽으로 오시죠.”건우는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서하는 말없이 그 뒤를 따라갔다.문이 열리고, 더 안쪽으로 이어지는 복도가 드러났다.그 복도는 아까보다 더 조용했고, 조금 더 깊었다.둘 다 알고 있었다.이건 정보를 더 얻으러 가는 게 아니라,이미 결정해버린 선택을 되돌릴 수 없게 만드는 쪽으로들어가는 길이라는 걸.복도는 길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끝이 더 멀게 느껴졌다.앞서 걸어가는

  • 형수의 밤   235. 닿기 직전의 간격

    여자가 문을 열었을 때, 안쪽에서 흘러나온 공기는 이전 방들과 분명히 달랐다.온도나 냄새 같은 물리적인 차이보다,그 안에 들어서면 바로 느껴지는 압력의 방향이 달랐다.밖에서는 무엇을 보게 될지 모른 채 발을 들여놓는 공간이었다면,이곳은 이미 알고 있는 걸 직접 겪게 만드는 쪽에 가까웠다.건우는 문턱을 넘으며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한 번 멈추면 다시 움직이기 어려워질 것 같다는 예감이 있었고,그 예감이 틀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도 동시에 따라붙었다.서하는 바로 뒤에서 따라 들어왔다.둘 사이의 간격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도,이 공간 안에서는 그 거리가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서로가 서로를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없이 드러나는 종

  • 형수의 밤   4. 문장 사이의 공백

    회의실 창밖으로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잔잔했지만, 오래 갈 비였다.유림은 앉지 않았다. 테이블 끝에 서서, 파일을 내려다보는 건우를 바라보고 있었다.“대표님이 어제 저녁, 제게 전화를 하셨습니다.”그녀의 말투는 단정했다.감정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건우는 파일을 덮지 않았다.통화 기록의 숫자들이 시야에 남아 있었다.저녁 7시 12분.“오늘로 끝내자고 하셨다고요.”그가 되물었다.“네.”“무엇을.”유림은 잠시 침묵했다.답을 고르는 사람의 침묵이 아니라,상대를 재는 사람의 침묵이었다.“업무 관계를요.”

  • 형수의 밤   3. 마지막 통화

    아침은 비가 그친 뒤에야 찾아왔다.창문을 두드리던 소리가 사라지자,집 안은 이상할 만큼 고요해졌다.어젯밤의 대화가 정말 있었던 일인지,건우는 한동안 확신하지 못했다.부엌에서 물 끓는 소리가 났다.그는 잠시 멈춰 서서 그 소리를 들었다.익숙한 소리였다.누군가 이 집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낯설었다.하나는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서 있었다.머리는 단정하게 묶여 있었고, 어제 젖었던 코트는 의자에 걸려 있었다.“일어났어?”목소리가 차분했다.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어젯밤의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 형수의 밤   2. 문 안쪽의 사람

    시신을 실은 차량이 골목을 빠져나갈 때까지,건우는 비를 맞은 채 그대로 서 있었다.경광등 불빛이 젖은 도로 위에 번졌다가 사라졌다.형은 그렇게 떠났다.설명도, 변명도 없이.경찰은 현장을 통제했고, 필요한 절차를 간단히 설명했다.참고인 조사 일정이 잡힐 거라고 했다.말은 또렷했지만, 건우의 귀에는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남은 건 한 문장뿐이었다.저녁 8시 전후.그 시간에 그는 집에 있었다.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하나는 경찰의 안내를 받아 현관을 나왔다.비는 여전히 세게 내리고 있었고,그녀의 코

  • 형수의 밤   1. 형이 죽었다.

    그날, 건우는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아픈 건 아니었다. 몸은 멀쩡했다.다만, 일어나는 순간 모든 게 진짜가 될 것 같아서.부모님이 돌아가셨다.그 문장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 정말로 세상이 굳어버릴 것만 같았다.자신은 살아 있고, 더이상 그의 부모는 없다.-그게 말이 되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1년.건우는 병실 침대 위에서 1년을 보냈다.눈을 떴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끝나 있었다. 장례도, 화장도.향 냄새를 맡을 겨를도 없었고, 마지막 인사를 할 기회도 없었다. 울지도 못했다.그건 애초에 건우의 몫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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