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어둠이 깊게 내려앉은 늦은 밤.
한양 도성 한복판은 연일 터져 나오는 대신들의 하옥과 숙청 소식에 피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대군저(大君邸)의 안채만큼은 전혀 다른 세상처럼 고요하고 따뜻했다.
방 안을 밝히는 은은한 촛불 아래, 서연이 가벼운 침의 차림으로 기대어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그녀의 배는 이제 누가 보아도 뚜렷하게 알 수 있을 만큼 제법 둥글게 불러와 있었다.드르륵.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며 이헌이 들어섰다.
하루 종일 편전에서 훈구파 늙은이들과 피 말리는 정쟁을 벌이고 돌아온 그의 어깨에는 짙은 피로가 내려앉아 있었다. 하지만 방 안을 채우고 있는 따뜻한 온기와, 자신을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짓는 서연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 모든 피로가 봄눈 녹듯 씻겨 내려갔다.“아직 깨어 있었소?”
“전하께서 오시지 않았는데 어찌 먼저 잠자리에 들겠습니까. 오늘 어전
극도의 공포와 죽음의 위협에 질려 바지춤에 오줌을 지린 채, 지독한 지린내를 풍기며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고 있었다.“살려주시옵소서, 전하! 우, 우리가 잠시 노망이 나서 미쳤었나 보옵니다! 제발 목숨만은…… 목숨만은 살려주시옵소서!”이조판서가 이헌의 군화 발에 매달리며 피눈물을 쏟으며 구걸했다.하지만 이헌의 텅 빈 짐승 같은 눈동자에는 단 1푼의 동정이나 자비조차 존재하지 않았다.스르릉-!이헌이 차가운 흙바닥에 꽂혀 있던 피투성이가 된 낡은 검을 천천히 거두어 짐승처럼 뽑아 들고는.그 시퍼렇고 서늘한, 수십 명의 피를 마신 칼날을. 오줌을 지리며 바들바들 떠는 좌의정의 주름진 늙은 목줄기에 아주 차갑고 무자비하게 쑥 들이밀었다.살갗이 살짝 베이며 시뻘건 피가 맺혔다.“히익……!”“착각하지 마라, 늙은 쥐새끼들아.”이헌의 목소리는 끓어오르는 지옥 불 밑바닥에서 야차가 속삭이듯 아주 낮고 소름 끼치게 잔혹했다.“내가 지금 너희들의 더러운 목통을 당장 날려버리지 않는 것은, 내 칼에 자비가 있어서가 아니다.”이헌이 시퍼런 칼날을 좌의정의 덜덜 떨리는 턱밑으로 꾹, 핏방울이 맺히도록 찔러 넣으며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너희 같은 반역자 놈들을 무식하게 칼로 썰어 죽이는 것은, 너희들에게 너무도 과분한 영광이자 자비로운 죽음이기 때문이다.”“저, 전하……!”“어명도 없이 도성에 사병을 이끌고 무장 쿠데타를 일으킨 명백한 대역죄. 국고를 털어 군량미를 빼돌린 횡령죄. 그리고…… 명나라와 은밀히 내통하여 이
쿠구구구구구-! 콰아아아앙-!!고요하고 끔찍했던 한양 도성의 시커먼 밤하늘과 단단한 지축을 통째로 갈기갈기 찢어발기는, 수만 개의 거대하고 웅장하며 폭풍 같은 말발굽 소리.그것은 도성의 굳게 닫힌 숭례문을 산산조각 내며 밀려 들어온, 지옥의 사신들이 부르는 끔찍한 진혼곡 그 자체였다.“모조리 깔아뭉개고 밀어버려라! 우리의 위대한 주군을 위협한 역도 쥐새끼들을 단 한 놈도 살려두지 말고 고기 다짐육으로 만들어버려라!”말 위에서 시퍼런 청룡도를 허공에 붕붕 휘두르는 여진족 추장 야루의 짐승 같은 사자후.그 무자비한 명령이 도성의 밤공기를 찢는 순간.북방의 척박한 눈밭에서부터 비밀리에, 며칠 밤낮을 피 토하며 남하한 여진족 기병대와 조선의 최정예 주력군이.대군저를 겹겹이 에워싸고 있던 훈구파 반란군 사병들의 무방비한 등 뒤를 그야말로 완벽하게, 그리고 끔찍하게 덮치기 시작했다.“크아아아악!”“사, 살려달라! 내 다리! 내 다리이이!”방금 전까지만 해도 섭정 부부를 죽이겠다며 대군저의 낡은 문을 통나무로 부수고, 승리를 확신하며 킬킬거리던 훈구파 반란군의 횃불 진영은.자신들의 무방비한 등 뒤에서 칠흑 같은 어둠을 짐승처럼 뚫고, 거대한 핏빛 쓰나미처럼 사정없이 덮쳐온 북방 맹수들의 압도적이고 무자비한 기마 돌격 단 한 번에. 마치 거대한 해일 파도에 휩쓸려 무너지는 나약한 모래성처럼 단숨에 흔적도 없이, 가장 비참하고 끔찍하게 풍비박산 나며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퍼억-! 콰지직! 서어억-!“끄륵…….”분노에 미친 십만 기병대의 거대한 말발굽이, 도망치려 발버둥 치는 반란군 사병들의 진형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뭉개며 지나갈 때마다.사방
도성 안에서 훈구파의 더러운 돈이나 받고 얄팍하게 훈련된 나약하고 배부른 사병들을 일방적으로 도륙하고 찢어발기는. 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완벽한, 일방적인 핏빛 학살극 그 자체였다.“뭐, 뭣들 하는 것이냐! 진형을 유지하라! 막아내라!”반란군 지휘관이 악을 썼지만, 여진족 기병대의 거대한 말발굽 아래 반란군들은 추수 날의 볏짚처럼 무참하게 짓밟히고 썰려 나가며 고기 다짐육으로 변해가고 있었다.대군저를 포위했던 수천 명의 반란군 진영은, 등 뒤에서 덮쳐온 십만의 군대 앞에 불과 차 한 잔이 식을 시간도 지나지 않아 완벽하게 풍비박산 나며 무너져 내렸다.“아…… 아아…….”그리고 그 끔찍하고 믿을 수 없는 학살의 현장을. 대군저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안전한 북악산 언덕 위에서, 가마를 타고 팔짱을 낀 채 은밀히 지켜보고 있던 훈구파 수장들.“이…… 이럴 수는 없다…… 북방의 군대가 어찌…….”승리를 확신하며 오만의 축배를 미리 준비하고 있던 좌의정과 우의정, 이조판서의 늙은 얼굴이. 일순간 시체처럼 하얗게, 아니 시퍼렇게 굳어버렸다.“끝났다…… 모든 것이 끝났어…….”이조판서가 다리에 힘이 완벽하게 풀려 털썩, 차가운 진흙 바닥에 흉하게 주저앉았다. 덜덜 떨리는 그의 비단 바지춤이 극도의 공포로 인해 이미 노랗게 축축하게 젖어 들어가고 있었다.십만 대군의 그 압도적이고 잔혹한 무력 앞에, 그들이 돈으로 긁어모은 알량한 수천 명의 사병 따위는 한 줌의 먼지보다도 못한 존재였다.“도, 도망쳐라…&hellip
“헉…… 헉…… 크윽…… 헉…….”지옥 같은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전장의 한가운데서,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거친 숨소리만이 끊어질 듯 위태롭게 이어졌다.수천 개의 횃불이 불태우던 칠흑같이 어둡고 잔혹했던 결전의 밤하늘 그 끄트머리.저 멀리 동쪽 산등성이 너머로, 밤새 끔찍하게 흩뿌려진 피를 닮은 시뻘건 여명(黎明)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크윽…… 전, 전하…….”대군저의 정문 앞.흑위대장 무영이 온몸에 수십 개의 시퍼런 자상을 입은 채, 대검을 지팡이 삼아 바닥에 짚고 짐승처럼 거친 숨을 토해냈다.그의 곁을 목숨 걸고 지키며 밤새 적을 썰어대던 흑위대 결사대 백 명 중 절반은, 이미 온몸에 수십 개의 화살과 칼침을 맞은 채 싸늘한 주검이 되어 시뻘건 진흙탕 속에 처참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기적처럼 살아남은 남은 자들 역시, 온몸이 적들의 피와 자신들의 피로 범벅이 되어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한계 상황에 도달해 있었다. 부상병들의 신음소리마저 잦아든 절망적인 순간이었다.“물러서지 마라…….”그들의 최전방 선두에서, 가장 많은 피를 뒤집어쓴 섭정 이헌이.이제는 검붉게 굳어버린 흑철 갑옷을 입은 채 짐승의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내 목숨이 끊어지기 전까진…… 단 한 놈도 이 문턱을 넘게 해선 아니 된다……!”밤새도록 수천 명의 반란군을 상대로 벌인 미친 듯한 살육전.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대군저를 방어해 냈으나, 사람의 육신이 버틸 수 있는 체력의 한계는 이
내일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단 한 놈의 쥐새끼도 살려서 밖으로 보내지 마라!”무영이 애꾸눈을 번뜩이며 이헌의 곁으로 뛰어들었다.그의 거대한 대검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적들의 비명과 함께 팔다리가 허공을 날아다녔다.흑위대 역시 이헌의 뒤를 따라 짐승처럼 함성을 지르며 육탄전에 돌입했다.챙! 채애앵!퍽! 콰아악!대군저의 정문 앞은 일순간 끔찍한 살육의 도살장으로 돌변했다.이헌은 칠흑 같은 흑철 갑옷을 입고 방어전의 가장 최전방 선두에 우뚝 서서, 무자비하게 시뻘건 피를 사방에 튀기며 몰려드는 적들을 짐승처럼 베어 넘겼다. 곁에 선 무영 역시 핏발 선 애꾸눈을 부릅뜬 채, 마치 피에 미친 귀신처럼 허공을 가르며 적의 지휘관들 모가지를 사정없이 썰어버리며 대군저의 육중한 정문을 철통같이 사수하고 있었다.“모조리 죽어라! 감히 섭정의 앞길을 막는 이 더러운 버러지 같은 놈들아!”이헌의 장검이 번뜩일 때마다 피보라가 일었다.반란군들은 압도적인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흑철 갑옷을 입고 귀신처럼 썰어대는 이헌과 흑위대의 맹렬한 기세에 질려 감히 앞으로 다가서지 못하고 주춤거렸다.“뭐, 뭣들 하는 거냐! 고작 백 명이다! 밀어붙여라!”뒤에서 지휘하던 반란군 지휘관이 노발대발하며 사병들의 등을 떠밀었다.그 위태롭고 숨 막히는 찰나의 순간.무영이 온통 시뻘건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칼을 든 채, 뒤에서 짖어대는 반란군 지휘관을 섬뜩하게 쳐다보며. 마치 지옥의 악귀처럼 미친 듯이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웃음을 킬킬 터뜨렸다.“시끄럽게 짖는 개새끼부터 먼저 썰어주마.”파앗-!무영이 흑위대 한 명의 등을 밟고 허공으로 짐승처럼 도약했다.피에 미친 무영은
“쳐라아아아! 대군저의 정문을 박살 내고, 대역죄인 이헌의 목을 베어라!! 놈의 목을 가져오는 자에게는 만 냥을 내릴 것이다!!”고요하던 한양 도성의 까만 밤하늘을 사정없이 갈기갈기 찢어발기는 수천 명의 짐승 같은 끔찍한 함성 소리.훈구파 늙은이들이 수십 년간 긁어모은 막대한 은자와 뇌물에 완벽하게 매수된 도성 수비대 일부와, 놈들이 평생 은밀히 길러온 살인 기계 사병 수천 명이. 칠흑 같은 무거운 어둠을 무자비하게 뚫고 시뻘건 횃불을 높이 쳐든 채, 거대한 대군저를 향해 굶주린 쥐 떼나 개미 떼처럼 시커멓게 밀려들기 시작했다.그들이 일제히 치켜든 수천 개의 시뻘건 횃불은, 마치 고요한 대군저를 한입에 통째로 집어삼키기 위해 지옥 바닥에서 기어 올라온 거대하고 끔찍한 화마(火魔)처럼 일렁이며 보였다.동, 서, 남, 북. 거대한 대군저의 사방 팔방이, 반란군 놈들의 시퍼런 칼날과 시뻘건 불길에 수십 겹으로 겹겹이, 아주 완벽하고 빽빽하게 포위되어 버렸다.“궁수대! 화살을 쏘아라! 저택 안을 불바다로 만들어라!”반란군 지휘관의 짐승 같은 사자후 외침과 함께, 시뻘건 불길이 잔뜩 붙은 수백 발의 독 묻은 불화살이 까만 밤하늘을 끔찍하게 수놓으며. 낡은 대군저의 기와지붕과 마당을 향해 마치 쏟아지는 폭우처럼 무자비하게 쏟아져 내렸다.피융-! 피유융-! 쐐애액!콰직! 퍼억! 챙그랑!허공을 가르는 섬뜩한 파공음과 함께, 대군저의 마당 곳곳에 시뻘건 불화살이 비 오듯 꽂히며 목조 건물들이 하나둘 시뻘건 불길에 휩싸이기 시작했다.“으아아악!”“불을 꺼라! 물을 날라라!”대군저 내부 곳곳에서 살이 타들어 가는 날카로운 비명과,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다급하고 처절한 외침이 핏빛으로 터져 나왔다.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