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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마음 쓰이는 척

Penulis: 데이지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6-17 17:36:49

이현은 우산을 받아들며, 잠시 손끝으로 그녀의 손에 닿을 듯 말 듯한 거리를 스쳤다.

“내일도 봬요, 조유리 씨.”

조유리는 대답 대신 작게 숨을 내쉬며 돌아섰다.

그리고 그가 멀어지는 소리를 듣고서야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내가 지금은 괜찮다고 말하지만, 언젠가는 이 사람 때문에 무너지겠구나.’

그녀는 그걸 알면서도, 이미 멈출 수 없음을 깨닫고 있었다.

유리는 그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한숨을 내쉬었다.

창밖으로 스며드는 햇살은 유난히 따스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알 수 없는 서늘함이 번져 있었다.

이현이 자꾸만 마음 안쪽으로 파고드는 기분,

그것을 애써 모른 척하고 웃으려는 자신이 점점 더 낯설게 느껴졌다.

주방으로 들어서며 익숙한 칼과 도마, 냄비 앞에 섰지만,

손끝에 닿는 감촉들이 평소처럼 가벼운 위안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온종일 생각이 쌓이고 겹쳐지며 마음속을 뒤흔드는 느낌,

그건 어쩌면 요리의 온기로도, 분주한 움직임으로도 덮어지지 않는 무엇이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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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222. 오늘 저녁의 맛으로 남길 약속

    파리의 겨울 저녁은 해가 빠르게 기울고 있었다.하루가 반쯤 남은 듯 보였지만하늘은 이미 짙은 회색으로 변해가고 있었고,가로등의 불빛은 아직 저녁이 되기도 전부터 작은 따뜻함을 흘리고 있었다.민우는 유리에게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오늘 저녁, 한 번만 더 같이 식사할 수 있을까요? 이번엔… 제가 조금 더 정성을 들여볼게요.”그 말은 어쩌면 소박한 제안이었지만, 유리의 마음 한쪽엔 작은 떨림으로 스며들었다.‘한 번만 더’그 단어에 스친 뉘앙스, 이별이나 결심 같은 것들.그녀는 문득, 무언가가 마무리를 준비하는 감정을 그 짧은 문장에서 느꼈다.그러나 동시에, 그게 꼭 슬픈 의미만은 아니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피어났다.민우의 집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듯 보였다.커튼을 살짝 걷은 창가에는 조용한 촛불이 켜져 있었고,작은 조명등들은 은은하게 주방과 식탁을 비추고 있었다.식탁 위에는 조심스럽게 정리된 수저 세트와직접 접은 냅킨, 그리고 무언가 따뜻한 냄새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이건…?”유리가 묻자 민우는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소고기무국이에요. 집에서 늘 먹던,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은 국.”“근데 향이… 이상하게 마음을 눌러요. 좋은 쪽으로요.”그녀의 말에 민우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누군가를 위한 식탁이란 게 꼭 거창할 필요는 없잖아요. 기억나는 맛이면 그걸로 충분하니까요.”두 사람은 마주 앉아 뜨거운 국을 나누며 말없이 시간을 씹었다.그 식사는 조용했지만 따뜻했고,말이 없어도 충분히 서로에게 닿을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았다.한참 후, 유리는 손에 쥔 숟가락을 조용히 내려놓고 민우를 바라보았다.“민우 씨, 오늘 왜 마지막처럼 말했어요?”그 물음은 그녀가 애써 감춰두었던 불안의 실마리를 드러내는 말이었다.민우는 그 말에 잠시 시선을 내리고 천천히 대답했다.“사실… 파리에서의 일정이 다음 주로 마무리돼요.회사로부터 연락이 왔고, 본사 복귀가 결정됐어요.”그 말은 짧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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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219. 지금 이 시간에 그 질문은 조금 불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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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4. 뒤돌아선 발끝

    식당 안은 평소보다 훨씬 시끄러웠다.단골손님들은 슬쩍 눈치를 주고받으며 수군거렸고,어떤 아줌마는 “저기 사장님 남친이세요?”라며 장난을 쳤다.유리는 “아니라고요!!”라고 소리를 지르며 국자를 들었다가,아줌마들이 깔깔 웃는 소리에 입술을 꾹 다물고 물만 내렸다.“유리 씨 인기 많네. 장사 잘하겠다.”이현이 팔짱을 풀며 한마디를 툭 던졌다.유리는 국자로 찌개를 저으며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아 진짜… 저 인간은 왜 저러지…”저녁 무렵, 문득 식당 안에 이상한 기척이 느껴졌다.문틈 사이로 들어선 한 여자의 실루엣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3. 선 긋는 건 너였는데

    아침 공기가 아직 서늘한데도 유리의 이마엔 땀방울이 맺혔다.주방에서 채소 써는 소리가 경쾌하게 퍼져나가지만, 그녀의 마음은 어쩐지 분주하고 어지러웠다.칼끝으로 리듬을 타는 손놀림은 점점 빨라졌고, 심장이 그것보다 먼저 뛰고 있다는 걸 그녀는 누구보다 잘 느끼고 있었다.‘설마 오늘은 안 오겠지. 아니, 저 진상님도 적당히 해야지… 설마 또?’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을 때, 골목 바깥에서 웅성거림이 몰려들었다.평소보다 훨씬 큰 소음에 유리는 머리를 홱 돌려 주방 창으로 달려갔다.그리고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2. 설명 없는 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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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1. 미친놈인가?

    S그룹 본사 최상층 회장실, 그 문 앞 복도에는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셰프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흰 셰프복에 단정한 모자, 은빛이 번쩍이는 조리도구, 완벽히 플레이팅된 요리가 놓인 쟁반을 양손으로 받쳐 든 모습은 그 자체로 일종의 퍼레이드 같았다.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초조함이 엉켜 있었고, 뺨에는 굳은 미소가 어색하게 걸려 있었다.복도를 채운 공기는 마치 숨조차 삼키기 두려운 듯 묵직했고, 안쪽에서 새어나오는 소리, 포크와 나이프가 접시 위를 긁는 미묘한 소리와 낮고 단호한 남자의 목소리는 그 공기를 더욱 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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