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났어?”할머니가 하예정을 향해 오라고 손짓했다.하예정은 전씨 할머니가 손짓하지 않아도 매번 아래층으로 내려갈 때마다 할머니와 시어머니가 거실에 앉아 있으면 제일 먼저 다가가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할머니. 어머님.”하예정은 달콤하게 인사를 했다.그리고 소지훈과 정윤하에게도 인사를 건넸다.소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했고 정윤하는 웃으며 말을 건넸다.“예정 씨, 오랜만이에요.”그녀의 시선은 하예정의 불룩해진 배에 멈추더니 이내 물었다.“출산 예정일은 언제예요?”“5월 말이에요.”정윤하는 머릿속으로 날짜를 계산하더니 웃으며 말했다.“아직 3개월 정도 남았네요.”그녀는 하예정의 배를 보며 무언가 말하려다 멈칫했다.하예정은 전씨 할머니의 옆에 앉았다.긴 소파 위에는 장소민과 전씨 할머니, 하예정 이렇게 세 명이 앉았고 전태윤은 자리가 없어서 일인용 소파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윤하 씨, 말하고 싶은 거 있으면 편하게 말해요.”하예정은 정윤하가 말하려다 멈춘 모습을 보며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자신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 거라는 신호였다.모두가 정윤하를 바라봤다.정윤하는 그 시선에 조금 당황한 듯 말을 이어갔다.“사실 특별한 건 아니고요. 제가 도장에서 일하다 보니 아이들의 부모님을 자주 만나고 임산부도 자주 보게 되거든요. 그래서 조금 경험이 생겼는데 예정 씨 배를 보니까 아들일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어요. 다른 사람들이 임신했을 때 아들이라고 하면 다들 기뻐하지만 전씨 가문의 상황은 좀 다를 것 같아서 말씀드리면 불편하실까 봐... 전씨 가문에서는 예정 씨가 딸을 낳기를 바라고 계시는데...”말을 마친 후 정윤하는 스스로 웃으며 덧붙였다.“사실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어요. 우리 세대는 성별에 대해 그렇게 따지지 않잖아요.”모두는 잠시 침묵했다.가장 먼저 말을 한 건 하예정이었다.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아들인지 딸인지를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태윤 씨는 다 받아들일 거예요. 태윤 씨의 자식이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