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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쓰레기의 모든 챕터: 챕터 211 - 챕터 220

418 챕터

제211화

윤화진은 그 말을 듣자마자 세상에서 제일 웃긴 농담이라도 들은 듯 소리 내 비웃었다.“아버지가 있다는 걸 기억하긴 하네.”“됐어요. 지금 당장 집 문제부터 처리하러 갈게요.”배서준은 더는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사방이 불바다란 말이 자기 인생을 이렇게 정확하게 설명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흐느끼고 있는 서유라를 바라보며 죄책감과 무력감에 잠겼다.“괜찮아?”“괜찮아. 사실 어머님 말씀도 틀린 건 없어. 모든 게 내 잘못이야. 내가 잘못했어. 서준아, 나 진짜 설아 씨한테 널 돌려주고 싶어. 근데 어떡해, 난 정말 그게 안 돼. 널 사랑해. 너 없으면 안 돼. 정말 너 없이 살아야 한다면 난 죽을지도 몰라.”서유라는 절박하게 배서준의 소매를 움켜쥐었다. 그 눈빛 속엔 거의 광기에 가까운 집착과 의존이 가득했다.그리고 배서준이 가장 좋아하는 게 바로 이런 병적인 의존과 소유욕이었다. 이런 감정만이 자신이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해줬기 때문이다.그는 서유라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웃었다.“넌 날 절대 잃지 않아, 바보야.”“서준아, 나 무서워.”서유라는 그의 어깨에 몸을 기대며 애교를 부렸다.그녀도 사실 마음속으로 꽤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설마 남설아가 진짜 저렇게까지 뒤집을 줄은 몰랐다. 가문 전체를 본가에서 내쫓다니, 생각보다 너무 대담했다.배서준은 곧 서유라를 데리고 남설아의 병실로 향했다.강연찬은 회사에 일이 있어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병실 안에는 남설아 혼자였다. 그녀는 배서준이 찾아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서유라까지 같이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보아하니 유라 씨한테는 정말 정이 깊으신가 봐요. 이런 상황까지 와서도 굳이 함께 오다니요?”남설아는 손을 꼭 잡은 채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서준 씨, 애초에 나를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 왜 나랑 결혼했어요? 내가 아이를 가졌을 때 왜 지우라고 말하지 않았죠? 결혼하기 전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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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배서준은 제일 먼저 바닥에 무릎 꿇은 서유라를 일으켜 세우고는 곧장 남설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정말 나랑 맞서겠다는 거야?”“우린 그저 비즈니스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거예요. 난 당신이 정한 방식에 맞춰서 하고 있을 뿐인데 그마저도 안 되는 거예요?”남설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마치 아무 잘못도 없는 듯 순진한 표정을 지었다.“배서준 씨, 우리 사이에서 가장 어이없는 얘기가 감정이란 거 서준 씨도 알잖아요.”“남설아, 내가 나은이의 유골을 파내서 갈아버릴 수도 있다고 하면 믿겠어?”배서준은 갑자기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남설아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 여자가 가장 아꼈던 게 그 못된 계집아이이니 한번 해보자는 의미였다.남설아는 이미 이 남자의 냉혹함을 충분히 겪어봤다.지금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걸로 끝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나은이 살아있을 때도 제대로 신경 쓰지 않았잖아요. 죽은 지금은 더더욱 그렇죠. 내가 왜 당신 말을 못 믿겠어요? 유골을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요.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사람이 죽으면 그냥 죽은 거죠. 누가 그런 걸 신경 써요?”남설아는 웃기 시작했다. 크게 웃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정말 웃기네요. 나은이가 아플 때 1억을 달라고 부탁했을 때는 한 푼도 안 주더니 인제 와서 아이의 유골을 들먹이며 260억을 아끼려 들다니요. 서준 씨 같은 사람 눈에는 도대체 뭐가 값지고 뭐가 쓸모없는 건데요?”“너!”배서준은 눈에 핏발이 서며 이성을 잃었고 순식간에 앞으로 달려들어 남설아의 목을 움켜잡았다. 완전히 마지막 인내심마저 무너진 듯 그는 남설아의 목을 세게 조이며 감출 수 없는 살의를 드러냈다.“네가 그 유언장 하나 들고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을 줄 알아?”“그래도 서준 씨처럼 사람 목 조르는 것보단 낫죠.”남설아도 전혀 물러서지 않고 그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며 비웃었다. 예전엔 자신이 너무 착하고 순해서 이런 사람에게 눌려 살았던 거였다.하지만 이제 나은이도 이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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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배서준은 자신이 남설아에게 결정타를 날렸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위협은 남설아 눈에는 그저 웃기는 소리일 뿐이었다.심지어 남설아는 가끔 배서준의 사고방식은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건지 궁금했다.예전에는 자신이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진짜 연애에 눈먼 건 배서준 쪽 같았다.인제 와서 이 모든 일이 그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한다니, 정말 뻔뻔함도 이런 뻔뻔함이 없다.남설아는 고개를 저으며 피식 웃고 바로 자리에 누워 병실에서 평온한 요양 생활을 즐기기 시작했다.한편 차 안에서는 서유라가 조심스럽게 배서준을 바라보며 작게 물었다.“서준아, 우리 이제 어떻게 해?”“그깟 돈 좀 주면 어때.”배서준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배건 그룹은 어쨌든 수천억을 움직이는 대기업이고 고작 260억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아직 부부 사이였기에 돈이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넘어가는 것과 다름없었다.오히려 본가가 진짜로 정리돼 버린다면 그 피해는 자신들이 입게 되고 그 순간 상류사회 전체의 웃음거리가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서유라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이었다.‘어떻게 배서준이 남설아에게 260억이나 그냥 줄 수가 있지? 대체 뭔 자격으로 그런 걸 받아?’그녀는 그동안 배서준 옆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뒷말과 차별을 감내했는데 그렇게 받은 돈을 다 합쳐도 260억의 10분의 1도 안 됐다.그녀는 처음으로 느꼈다. 배서준의 사랑이라는 건 결국 허상일 뿐이었다.배서준은 그런 서유라의 눈빛 속 못마땅한 감정을 알아채고는 안쓰럽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기분 풀어. 너 바닷가 별장 좋아했잖아. 월요일에 명의 이전할 때 그 별장 네 이름으로 해줄게, 어때?”예전 같았으면 별장을 받는다는 건 큰 선물이었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260억이라는 금액을 본 이상, 별장은 그냥 구걸하는 사람에게 던져주는 적선 같았다.그래도 서유라는 놀란 척을 하며 환하게 웃고 배서준의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역시 서준이 너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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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서유라는 화가 나서 컵을 몇 개나 집어 던졌다. 그런 누나의 모습에 서도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별것도 아닌 천한 년이잖아. 매형 돈은 곧 누나 돈인데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걔한테 넘겨주다니? 누나, 내가 나서서 그 여자 제대로 혼쭐내줄까?”서유라는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서도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이번에는 제발 신중하게 해. 괜히 설쳐서 또 손해 보는 일 없게. 알겠지?”“걱정하지 마. 그냥 여자 하나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지.”서도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지난번 교도소에 갔다 온 것도 결국 그 여자 때문이라는 생각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이번엔 진짜 예전 일까지 싸잡아서 복수해주겠다고 이를 갈았다.그렇게 일주일이 훌쩍 지났다.그동안 남설아는 병원에서 아주 얌전히 요양 생활했다. 몸도 많이 회복돼서 살도 약간 올랐다.강연찬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꽃다발을 들고 남설아가 퇴원할 때 병원에 찾아왔다. 병실에 들어섰을 때는 마침 남설아가 옷을 갈아입고 있었을 때였다. 하얀 등을 드러내고 있었고 그 위에는 선명하고 끔찍한 상처 자국이 있었다. 피부 대부분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나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강연찬은 거의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얼굴 끝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하지만 남설아는 등을 돌린 상태였고 보여준 건 단지 뒷모습뿐이라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휘저으며 담담히 말했다.“다 입었어요. 돌아보세요.”비록 등 한쪽을 본 것뿐인데도 강연찬은 자꾸 괜한 상상을 하게 됐다.하얀 등이 눈앞에 아른거리다 남설아의 얼굴과 겹치니 마음속의 작은 불씨가 더 활활 타올랐다.강연찬은 어색하게 꽃다발을 내밀며 말했다.“퇴원 축하해.”“고마워요, 오빠. 근데 오늘 월요일이라 바쁠 텐데 어떻게 시간 냈어요?”남설아는 꽃을 받아들며 고개를 살짝 기울여 강연찬을 궁금하다는 듯 바라봤다.강연찬은 앞으로 성큼 다가와 USB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이건 연훈 그룹에서 우리한테 요구한 기술자료야.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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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배서준이 제일 싫어하는 건 남설아가 다른 남자에게 웃는 거였다. 그것도 하필이면 강연찬이라니 더 화가 났다.그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강연찬 앞에서 남설아의 허리를 확 감싸 안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 순간 방 안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하지만 강연찬의 눈에는 배서준의 행동이 유치하게만 보였다.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그럼 난 이만 가볼게. 방해하지 않을게.”“거기 서요. 앞으로 내 아내 앞에서 얼쩡대지 마요.”배서준은 남설아의 허리를 감싼 채 강연찬을 향해 경고했다.“아내? 배 대표님이 말 안 했으면 몰랐겠네요. 설아가 그쪽 아내였어요?”강연찬은 인내심을 가지고 멈춰 섰고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그대로 웃어버렸다. 그리고는 가볍게 말했다.“설아가 병원에 입원한 일주일 동안 난 매일 찾아왔고 직접 요리도 해줬어요. 배 대표님은요? 얼굴 한 번 안 비췄잖아요. 그런데 감히 설아가 그쪽 아내라고요?”“당신!”배서준은 말문이 막혔다. 그는 본능적으로 남설아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이런 상황에서도 배서준은 꿋꿋하게 말했다.“그건 우리 부부 사이 문제에요. 그쪽이 참견할 일 아니죠.”“두 사람 부부 문제는 나랑 상관없죠. 하지만 내 후배 문제는 내가 그냥 넘길 수 없어요. 배 대표님, 착각하지 마요. 내가 신경 쓰는 건 그쪽이 아니에요. 정말 우습네요.”그 말을 남기고 강연찬은 돌아섰다. 그 뒷모습은 마치 전투에서 이긴 장군처럼 당당했다.남설아는 그런 강연찬의 유치한 승리감에 실소를 터뜨렸다.‘아니, 이 사람 대학교 때보다 더 애 같아졌네?’“남설아, 넌 정말 아내로서 해야 할 도리를 모르는구나. 넌 내 배서준의 아내고 배건 그룹 사모님이라고. 다른 남자랑 이렇게 당당하게 다니다니, 배씨 가문 체면은 생각 안 해?”그는 남설아를 거칠게 밀어내고 따지듯 말했다. 하지만 남설아는 그런 질문이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서준 씨는 서유라 허리 휘감고 세상 다 돌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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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서유라는 원래 눈빛으로 기선 제압하려던 중이었지만 남설아가 이렇게 단순하고 거칠게 자기를 대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녀는 얼굴빛이 확 변했고 배서준이 나오는 걸 곁눈질로 보자마자 바로 태도를 바꿔 불쌍한 척하며 말했다.“설아 씨, 내가 좀 멀미가 심해서 앞자리에 앉은 건데 너무 화내지 마.”“운전하면 되잖아? 그것도 앞자리니까.”남설아는 팔짱을 낀 채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서유라를 바라봤다.“그건...”서유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남설아를 바라봤다. 이 여자의 논리가 이렇게 치밀하고 말 한마디로 사람을 말문이 막히게 만들 줄은 정말 몰랐다.“서준 씨는 오늘 아주 바쁘잖아. 유라 씨는 원래 눈치 빠르지 않았어? 여기서 시간 낭비하고 있을 틈이 있나? 멀미 심하면 유라 씨가 운전해. 난 내가 앉아야 할 자리에 앉아야겠어.”남설아는 더 이상 서유라의 연기에 관심 없다는 듯 소독 물티슈를 꺼내 조수석 시트를 꼼꼼하게 닦고는 툭 하고 자리에 앉았다.그 행동을 본 서유라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배서준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서준아, 나 그냥 택시 타고 갈게.”“타, 같이 가.”배서준은 뒷좌석 문을 열며 서유라를 향해 한마디만 했다.그제야 서유라는 오늘 조수석은 포기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불만은 가득했지만, 이 자리에서 억지 부리면 더 손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를 악물고 조용히 뒷자리에 올라탔다.배서준도 뒷자리에 타면서 조용히 서유라의 손을 잡아주었고 그때 천기준이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그는 아무 말 없이 순순히 운전석 문을 열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차를 몰고 부동산 계약 장소로 향했다.서유라는 처음엔 자신이 완전히 밀렸다고 생각했지만, 배서준이 자기 손을 꼭 잡은 걸 보고 곧 깨달았다. 이 사람은 이미 계획을 해두었다.그러자 그녀는 곧 연약한 척 배서준 어깨에 기대며 부드럽게 말했다.“서준아, 나 좀 어지러워.”역겹기 짝이 없었다.남설아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어떻게 저렇게 가증스러운 여자가 뭐가 좋은지 이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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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남설아의 깔끔하고 단호한 행동을 본 천기준은 거의 감탄을 금치 못했다.지금 남설아가 이렇게까지 성장했다는 사실이 정말 믿기지 않았다.그는 남설아가 그냥 순순히 현실을 받아들일 줄로 알았지만, 그녀는 되려 정면으로 반격하는 행동을 보였다.놀란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천기준과 눈이 마주치자 남설아는 살짝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제 정당한 권리는 지켜도 되는 거죠?”“그럼요, 당연하죠. 당연히 지켜야죠.”천기준은 바로 자신의 태도를 분명히 밝혔다. 그제야 남설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먼저 가요. 회사에 일도 있고 저 사람들 기다릴 필요 없어요.”“그런데 우리 차는 한 대뿐이잖아요?”“저 사람들은 택시 타고 오겠죠.”남설아는 운전석 문을 열고 앉으면서 천기준을 힐끔 바라봤다.“천 비서님도 택시 타실래요? 택시비는 회사에서 안 나올 텐데요?”천기준은 바보가 아니었다. 굳이 눈앞에 있는 차를 두고 택시를 탈 이유도 없고 더군다나 운전석도 자신이 아닌 남설아가 차지하고 있는데 굳이 말썽 피울 이유도 없었다.그는 바로 조수석 문을 열고 조심스레 탔다.“팀장님, 운전은 하실 줄 아시죠?”천기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운전면허 따고 나서 두세 번 정도 해봤어요.”남설아는 웃으며 대답했고 곧바로 시동을 걸고 차를 도로 위로 내달렸다.배서준과 서유라는 막 서류를 마치고 나와서 딱 차가 떠나는 순간을 보게 되었다. 눈앞 주차장이 텅 비어 있는 걸 확인한 두 사람의 얼굴은 동시에 어두워졌다. 서유라는 배서준의 소매를 잡고 조심스럽게 말했다.“서준아, 설아 씨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내가 전화해서 차 부를게.”배서준은 냉랭한 얼굴로 회사 다른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고 두 사람은 차가 도착할 때까지 무려 30분 넘게 바람맞으며 서 있어야 했다.배서준은 어릴 적부터 이런 굴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오늘 자신을 이렇게까지 창피하게 만든 사람이 다름 아닌 남설아였다. 예전엔 언제나 자신 눈치만 보던 그 여자가 이제는 완전히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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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고마워요, 그런데 제가 여러분한테 맡긴 업무는 어떻게 됐나요?”남설아는 한원준이 건넨 꽃다발을 안고는 자신이 지시했던 업무들을 점검하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본 직원들은 하나같이 웃음을 터뜨렸다.남설아가 이제 막 퇴원한 상황인데도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업무라니, 정말 예상 밖이었다.사람들은 마치 보물 자랑하듯 자신이 맡은 작업 결과물을 하나씩 꺼내서 남설아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모두 기술 쪽에 능한 사람들이라 약간의 실수는 있었지만, 전반적인 방향은 잘 잡혀 있었다. 남설아는 모두의 자료를 꼼꼼히 확인한 후 자리에 앉아 직접 계산과 검토에 들어갔다.한편, 배서준은 온몸에 먼지를 묻힌 채 분노에 찬 얼굴로 기술팀에 들어섰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본 광경은 전 직원이 조용히 집중해서 일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남설아도 예외는 아니었다.자신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 상태인데 모두가 일에 몰두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자신만 부적절하게 튀는 것 같아 순간적으로 민망해졌다.배서준의 얼굴이 굳은 걸 본 한원준과 몇몇 남직원들은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남설아가 막 퇴원한 만큼 또다시 일이 생길까 봐 무의식적으로 보호하려는 반응이었다.자신이 월급을 주는 사람들이 전부 남설아 편에 선 걸 실감한 배서준은 속이 뒤집힐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폭발할 수도 없었다.결국 그는 코웃음을 치며 남설아를 매섭게 노려본 뒤, 말없이 돌아서서 나갔다.그 과정 내내 남설아는 한 번도 고개를 들어 그를 보지 않았다. 화가 나서 들어오는 것도 차가운 반응도 전부 무시했다. 왜냐하면 남설아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서준이 아무리 사적인 감정으로 날뛰더라도 적어도 회사 업무에는 선을 넘지 않을 거라는 걸 말이다.배서준이 떠난 뒤, 옆에서 지켜보던 동료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조심스럽게 남설아에게 다가와 속삭였다.“팀장님, 진짜 대단하신 것 같아요. 대표님처럼 기세 강한 사람 앞에서 표정 하나 안 바뀌다니요.”“익숙해지면 괜찮아. 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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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남설아는 눈을 반짝이는 오민지의 모습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같은 여자끼리 그렇게 나를 쳐다보는 건 좀 과장 아니야?”“팀장님, 팀장님을 만나기 전에 저 진짜 그만둘까 고민했었어요.”오민지는 한숨을 쉬며 남설아를 조심스럽게 힐끗 쳐다봤다. 남설아의 표정에 변화가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말을 이었다.“이 업계는 원래 여자한테 불리하잖아요. 맨날 따돌리고 무시하고 괴롭혀요.”그녀의 말에 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충분히 공감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실제로 많은 남성은 기술직은 남자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여성들은 그 안에서 항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하지만 그런데도 그녀들은 실력으로 이 자리에 올라온 것이다. 남설아는 자신이 그들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남설아는 오민지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민지 씨는 속도가 조금 느릴 수 있지만 정확도는 제일 높잖아. 우리 여자들만의 장점이 있는 거야. 지금은 조금 미숙해 보여도 계속 경험 쌓으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어. 그럼 아무도 민지 씨를 무시하지 못할 거야.”“예전엔 안 믿었는데 지금은 팀장님을 보니까 믿어져요.”오민지는 남설아가 자신의 우상이라도 되는 듯 바라보며 눈빛이 반짝였다.“일해.”남설아는 조용히 웃으며 다시 고개를 숙이고 업무에 집중했다. 말을 아무리 멋있게 해도 결국 중요한 건 업무에서 보여주는 결과였다.오민지는 다시 활력을 얻은 듯 책상으로 돌아가 바로 일에 몰입했다.한편, 투명 유리창 너머로 배서준은 그 따뜻한 눈빛과 미소를 가진 여자를 뚜렷이 바라보았다. 그건 그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설아의 모습이었다.예전의 그녀는 늘 딱딱하고 계산적이며 여기저기 눈치 보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지금 이 모습은 너무 낯설고 다르게 느껴졌다.배서준은 처음으로 자신이 뭔가 잘못 봤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 여자를 자신이 정말 한 번도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지금처럼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한 상태라면 회사, 특히 배건 그룹에는 치명적인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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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남설아는 머리를 살짝 흔들며 정신을 가다듬고 탕비실로 들어가 시원한 물을 두 컵이나 들이켰다. 그러고 나서야 겨우 마음이 진정되었다.그 남자가 도대체 왜 저러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남설아는 퇴근 후 결국 문자에 적힌 주소로 향했다. 바로 예전에 한 번 배서준과 함께 다녀온 적이 있는 개인 요리 전문점이었다.그때 남설아는 이곳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꼭 다시 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집은 규칙이 까다로워서 멤버십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자신은 배서준의 아내임에도 불구하고 회원 카드조차 없었고 배서준은 그 멤버십을 공유할 생각도 없었다.다시 이곳에 오자 남설아는 마음이 조금 씁쓸해졌다. 그때 이 음식을 먹고 너무 맛있다고 생각해 집에 돌아가 나은에게도 말했다. 나중에 꼭 아빠와 함께 가서 먹자고 했다.그 후로 나은은 매일같이 기대에 부풀어 엄마 아빠랑 함께 이 식당에 올 날만 기다렸다. 하지만 결국 그날은 오지 않았고 아이는 세상을 떠났다.그 생각이 떠오르자 남설아의 가슴은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고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졌다.직원에게 안내받아 예약된 방으로 들어섰을 때 문을 여는 순간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그 방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은 배서준이 아니라... 서도현이었다.“남설아, 오랜만이네.”서도현은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 웃음엔 뚜렷한 적의가 서려 있었고 마치 악마 같았다.“네가 왜 여기 있어?”남설아는 본능적으로 가방 안에 넣어둔 호신용 스프레이를 움켜쥐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서도현은 다가오지 않았고 여전히 자리에 앉은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남설아, 요즘 아주 잘나가더라? 내가 여기 있는 건 이상하지 않은데 네가 여기에 있다는 게 놀랍네. 누가 오라고 한 거야? 응?”그는 한마디도 배서준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말 하나하나가 그를 겨냥하고 있었다.남설아는 마치 벼락에 맞은 듯 충격을 받았고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내가 너무 순진했어. 또다시 배서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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