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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시간을 거슬러: Chapter 861 - Chapter 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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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1화

궁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어찌 선제의 일을 알고 계신 겁니까?”금수 대장공주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선제를 잘 알기 때문이지. 헌데 그보다 더 잘 아는 건 모후야. 네가 궁 밖 사람들에게 전하거라. 예전 상왕부의 사람들 가운데 경성으로 돌아오는 자가 있거든 즉시 내게 보고하라고.”“명 받들겠습니다.”금수 대장공주는 눈썹을 그리던 붓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궁녀는 급히 팔을 내어 부축했고 두 사람은 함께 식당으로 옮겼다.금수 대장공주가 죽 한 숟갈을 떠 입에 넣자 미묘한 기색이 얼굴에 스쳤다.궁녀가 놀라 다가왔다.“마마, 무슨 일이십니까? 죽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요?”금수 대장공주는 고개를 저으며 숟가락으로 죽을 천천히 저었다.“죽은 잘 쑤었구나. 어찬에서 이 죽을 한 그릇 더 지어 열여덟 째 공주에게 보내거라.”궁녀는 곧장 응했다.“예. 후궁에 이렇게 많은 황자와 공주가 있는데도 마마께서는 유독 열여덟 째 공주만 각별히 아끼시니 참으로 그 아이의 복입니다.”금수 대장공주는 다시 죽을 한 모금 떠먹고는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궁녀는 더 말을 잇지 않고 물러났다.서인경은 암뢰에서 깊이 잠들지 못했다가 이른 시각 요란한 말다툼 소리에 눈을 떴다.눈을 뜨자, 네 마리의 악어가 물가에 엎드린 채 고기 한 덩이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고기 한 점뿐인데 우리 넷이 어떻게 나눠 먹습니까? 요즘 먹을 게 점점 줄어드네요. 큰 형님, 차라리 다른 데로 옮길까요?][어딜 가겠다는 거냐? 우리는 여기 자발적으로 있는 게 아니다. 잡혀온 거지.][그럼 형님은 여기 남아 있는 게 좋습니까?]면박을 맞은 악어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풀이 죽은 듯 퐁당 물속으로 들어가 버리더니 곧이어 반대편에서 고개를 내밀었다.[이런 생활은 언제 끝나는 겁니까! 그 간악한 놈, 연강호! 그놈이 우리를 끌고 나오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설산에서 동무들과 아무 걱정 없이 살고 있었을 텐데. 다시 만나면 반드시 물어뜯어 죽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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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이렇게 잔꾀를 부리며 스스로를 소모하니 오래 살 수 있을 리가 있나?황제는 한 걸음, 또 한 걸음 서인경에게 다가왔다. 그제야 서인경은 그의 눈매를 똑바로 볼 수 있었다.눈 아래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무겁게 드리워져 있었고 반대로 피부는 기이할 정도로 창백했다. 검고 흰 대비가 지나치게 또렷해 사람의 얼굴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섬뜩해 보였다.그는 굳은 얼굴로 서 있었다.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조급함이 노골적으로 묻어났다.“상왕비, 짐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서인경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담담하고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이미 말씀드렸습니다. 폐하께서 원하시는 것은 제게 없습니다. 없는걸 그대로 없다고 했을 뿐인데 제가 무슨 신통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겠습니까? 장생불사를 위해 상왕부를 몰살시키셨는데 그 끝이 결국 폐하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으셨습니까?”찰싹!공기를 찢는 소리와 함께 황제의 팔이 휘둘러졌다. 온 힘이 실린 손바닥이 서인경의 뺨을 후려쳤다. 귀 안쪽이 울리며 세상이 잠시 비틀렸다. 반쪽 얼굴과 귀밑까지 불덩이를 들이댄 듯 화끈하게 타올랐다.서인경은 잠깐 멍해졌다. 두 번의 삶을 살아오면서 이렇게 맞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황제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그 한 대에 그가 가진 힘과 분노가 모두 쏟아졌다.그가 거의 균형을 잃을 뻔하자 뒤에 있던 단은설이 급히 그를 부축했다.“폐하, 부디 몸조심하시고 분노를 가라앉히세요. 이런 일은 신첩이 대신 처리하겠습니다.”서인경은 단은설이 자신을 향해 던지는 독한 시선을 보고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황귀비께서는 참으로 인정머리가 없으시군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불임을 치료해 달라며 애원하시더니 이제는 제 목숨을 끊을 생각이십니까? 이 얼굴 바꾸는 속도, 솔직히 감탄이 나옵니다.”단은설의 얼굴이 굳어졌다. 황제의 시선이 날카롭게 꽂혔다.“너와 그녀 사이에 무슨 거래가 있었느냐?”단은설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폐하, 부디 노여움을 거두십시오. 신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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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황제의 시선이 위압적으로 단은설을 훑고 지나가더니 끝내 서인경에게 멈췄다.“네가 모든 걸 알고 있다 한들 짐은 상관하지 않는다. 네가 화사독을 고칠 수 있다는 사실은 확실히 그녀가 밀고한 것이지만 짐도 어리석지는 않아. 직접 사람을 보내 조사했다. 봉한설은 연기준에게 장원에 맡겨져 몇 해를 지냈고 그 사이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 헌데 네 곁에 온 뒤로는 금세 회복됐다. 네가 아니고서야 누가 그런 변화를 설명할 수 있겠느냐?”서인경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완전히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지요.”황제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 순간 서인경이 가볍게 미소 지었다.“다만 그 이유는 제가 봉한설을 곁에 두고 직접 음식과 약을 살폈다는 점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독을 쓰지 않게 되니 증세가 가라앉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독?황제와 단은설의 얼굴빛이 동시에 달라졌다.“무슨 소리냐? 누가 독을 썼다는 것이냐?”서인경의 시선이 천천히 단은설에게로 옮겨가자 그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명할 수 없는 불길한 예감이 덮쳐왔다.서인경의 말투는 지나치게도 차분했다. 마치 이미 오래전에 결론이 난 일을 되짚는 것처럼.“제 진단으로는 봉한설의 병은 화사독이 아닙니다. 화사독과 증상이 극히 유사한 다른 독이었지요. 이름하여 견기초입니다. 견기초는 즉각 사람을 죽이지는 않습니다. 대신 희귀한 실혈증을 유발하지요. 발작이 오면 온몸이 창백해지고 검은 피를 토하며 마치 피가 전부 빠져나간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 증상 때문에 흔히 화사독으로 오진되기도 합니다.”“말도 안 되는 소리!”단은설은 마치 서인경의 다음 말을 예감한 듯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급히 끼어들었다.“화사독과 견기초는 전혀 다른 독이다. 설령 외인이 구분하지 못한다 해도 상왕부의 호청이 모를 리 없어. 그는 분명 봉한설이 화사독에 걸렸다고 직접 말했다. 억지 부리지 말거라!”서인경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결 느긋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호청 의원은 외상에는 능하지만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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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이간질은 꼭 악역만이 쓰는 기술은 아니었다.서인경은 수없이 많은 궁중 암투극을 보아왔기에 직접 써먹으려니 손에 익은 기술처럼 막힘이 없었다.황제는 문득 전날 밤, 황후의 침전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자신을 바라보던 황후의 시선은 예전 같지 않았고 아무리 숨기려 해도 그 눈빛에는 미묘한 실망이 깔려 있었다.그것은 어떤 남자라도 견딜 수 없는 시선이었다.그 일로 황후는 크게 꾸중을 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 증상은 단은설의 피를 이전보다 더 자주 마신 뒤부터 시작된 것이었다.황제의 얼굴이 급속히 어두워졌다. 그 시선은 서서히 단은설에게로 향했다.“네가 감히, 짐에게 독을 먹였단 말이냐?”단은설은 질겁해 고개를 저었다.“아니옵니다, 아니옵니다! 폐하, 저 여인의 말을 믿지 마십시오. 저 여인은 신첩과 폐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속셈으로 거짓을 늘어놓고 있는 것입니다. 신첩의 피는 백독을 풀고 수명을 늘리는 효능만 있을 뿐, 독은 절대 없습니다.”말을 마치기도 전에 단은설은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이를 세워 자신의 팔을 물어뜯었다.서인경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피가 단은설의 입가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 피가 바닥에 떨어지도록 그대로 두었다.피로 물든 입술을 들어 올린 그녀의 모습은 마치 광기에 사로잡힌 요마와도 같았다.“서인경, 내 목숨을 걸고 맹세하겠다. 내 피에는 독이 없어. 나는 폐하를 해친 적이 없단 말이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더 이상 허튼소리를 하지 마.”서인경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담담히 말했다.“스스로 마신다고 해서 증명되는 건 아니지요. 본인 말로는 해독이 된다면서요. 그렇다면 자기 피를 마셔도 죽지 않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있든 없든, 태의원에 들여다보면 될 일입니다.”단은설이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황제가 냉정하게 명했다.“여봐라. 설 황귀비를 데려가 태의원 원정에게 직접 맥을 보게 하거라.”이번엔 단은설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오히려 차분하게 자리에서 일어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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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연무성!”서인경은 열다섯 째 황자의 이름을 부르며 외쳤다. 그러나 눈앞에서는 그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물가에 엎드린 채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수면 위에는 네 마리의 악어가 떠 있었다. 사람과 악어 사이의 거리는 채 한 자도 되지 않았다.악어가 한 번만 몸을 튕기듯 덤벼들면 열다섯 째 황자는 그 자리에서 갈기갈기 찢겨 물속으로 끌려 들어갈 판국이었다.열다섯 째 황자의 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부황! 어찌하여 저를 이렇게 대하십니까?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서인경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돌렸다. 눈빛에는 다급함이 서려 있었다.“그 아이를 놔주십시오!”황제는 마치 모든 것이 자신의 계산 안에 있다는 듯 이 광경을 냉담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지금 이 순간, 그의 마음속에는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하나, 자신이 얻고자 하는 그것뿐이었다.“상왕비. 네가 방금 말한 설 황귀비의 이야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장생불사의 술법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황제의 시선이 열다섯 째 황자에게로 옮겨갔다.“저 아이는 네 고모의 친아들이다. 서 가의 피가 흐르고 있지. 설마 서 가의 유일한 남자 혈육이 이렇게 어린 나이에 죽는 걸 보고 싶은 것은 아니겠지?”서인경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 아이 몸에도 황실의 피가 흐릅니다. 그는 폐하의 친아들이에요!”황제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 얼굴은 점점 더 냉혹해졌다.“짐에게는 아들이 하나가 아니다. 헌데 서 가에는 그 아이 하나뿐이지.”열다섯 째 황자는 물가에 엎드린 채 손으로 강둑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수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유난히 창백했다. 그 눈가가 점점 붉어지더니 끝내 참아왔던 무엇인가가 뺨을 타고 흘러내려 물속으로 떨어졌다.모친이 아직 귀비였을 때, 그는 이 아버지를 존경했고 사랑했으며 두려워했다.그러나 지난 일 년 남짓한 시간 동안, 그 감정들은 하나둘씩 사라져 갔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자신의 아버지는 처음부터 그를 사랑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아니, 정확히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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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태감들이 달려들려는 순간 갑자기 악어 한 마리가 포효하듯 울부짖었다.그 소리에 놀란 태감들은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서인경은 열다섯 째 황자를 감싸 안은 채 자신의 등을 그대로 악어에게 내주었다.그때였다. 등 뒤에서 갑작스러운 격통이 몰려왔다.악어 한 마리가 서인경의 등을 향해 사정없이 이빨을 박아 넣은 것이다.서인경은 신음을 삼켰고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졌다.“상왕비는 죽어선 안 된다! 그녀가 죽으면 너희 모두를 함께 묻어버릴 것이다!”황제의 명령이 떨어지자 서인경의 손목이 누군가에게 붙잡혔다.엄청난 힘이 그녀와 열다섯 째 황자를 한꺼번에 끌어당겼고 두 사람은 그대로 허공에 떠올랐다.서인경은 죽지 않더라도 크게 다치겠거니 생각으나 예상과는 달리 악어의 이빨은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분명 온 힘을 다한 공격이었고, 그대로 살점을 뜯어내도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한 순간, 악어는 갑자기 힘을 풀었다. 그 이유를 따질 틈도 없이 서인경은 벽 쪽으로 끌려갔다.열다섯 째 황자가 무사한 걸 확인한 후에야 그녀는 깊게 숨을 내쉴 수 있었다.하지만 등 뒤로 전해지는 축축한 감각이 피가 흐르고 있음을 알려주었다.열다섯 째 황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그는 서둘러 자신의 겉옷을 벗어 서인경의 등을 감쌌지만 피는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그는 황제를 바라보았다.이번에는 정말로 두려웠다.“제발 사촌 누님을 살려주십시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어떻게든 은혜를 갚겠습니다!”황제 역시 아직 놀람이 가시지 않았다. 서인경이 살아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녀가 죽었다면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을 터였다.그는 못마땅한 눈빛으로 열다섯 째 황자를 노려보았다. 애초에 이 아이가 죽겠다고 나서지 않았다면 이런 소동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말없이 관자에 흉터가 있는 한 태감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그 태감이 즉시 앞으로 나와 잠시 상처를 살피고는 고개를 숙였다.“외상일 뿐입니다.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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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황제의 얼굴이 다시 굳어졌다.“짐을 가지고 수작 부릴 생각은 하지 말거라. 그렇지 않으면 짐은 먼저 저 아이부터 베어버리겠다.”황제는 열다섯 째 황자를 가리켰다.이 순간, 열다섯 째 황자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서인경의 가슴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저희의 생사는 모두 폐하 한 분의 뜻에 달려 있습니다. 헌데 감히 무슨 수작을 부릴 수 있겠습니까?”황제가 물었다.“얼마나 걸리느냐?”서인경은 일부러 잠시 생각하는 척했다.“사흘입니다.”황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서인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사흘이 최선입니다. 수백 종의 약재 이름과 비율, 그리고 순서까지 전부 떠올리고 단 하나도 틀리지 않게 맞추는 데 사흘이면 이미 한계입니다. 폐하께서 그 시간조차 기다릴 수 없으시다면 부디 다른 고명을 찾으시지요.”황제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눈빛 속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하지만 그는 수년간 장생불사를 찾아 헤맸기에 눈앞에 놓인 유일한 희망을 쉽사리 놓고 싶지 않았다.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좋다. 짐이 너에게 사흘을 주겠다. 이 사흘 동안은 열다섯 째 황자를 이곳에 남겨 너와 함께 있게 해주마. 사흘 뒤 네가 약을 내놓지 못한다면 짐은 너를 죽이진 않겠지만 가장 먼저 이 아이를 죽일 것이다.”말을 마친 황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태감들이 그 뒤를 따라 나갔고 곧이어 문이 닫히며 자물쇠가 채워지는 소리가 또렷하게 울렸다.서인경은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긴장이 풀리자 등에서 다시 불에 덴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그녀는 흉터 태감이 준 약을 들어 가볍게 냄새를 맡아 보았다.외상을 치료하는 약이 맞았다.서인경은 그것을 열다섯 째 황자에게 건넸다.“등에 뿌리거라.”열다섯 째 황자는 언제 흘렀는지도 모를 눈물을 소매로 훔치고는 조심스럽게 약을 발라 주었다.방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가끔, 열다섯 째 황자가 콧물을 훌쩍이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서인경이 낮은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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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일불락의 혈맥…?서인경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그래서였구나. 아까 악어가 분명 그녀를 물었는데도 그렇게 빨리 입을 뗀 이유가.그건 그녀의 몸속에 흐르는, 순수한 일불락의 피 때문이었다.[헛소리하지 마! 일불락의 옛 조상들은 진작에 전부 죽었어! 이 세상에 살아 있을 리가 없잖아!][진짜입니다! 백 번, 천 번 확실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일불락의 순혈 피만큼은 제가 죽어도 틀릴 리 없습니다.]서인경을 물었던 그 악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언했다. 그 말에 나머지 두 마리 악어의 눈빛도 흔들리기 시작했다.그들은 의심과 동요가 뒤섞인 눈으로 서인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강가 쪽으로 헤엄쳐 왔다. 눈을 한 번도 떼지 않은 채였다.열다섯 째 황자는 악어들이 다시 공격하려는 줄 알고 목숨도 아끼지 않고 서인경 앞을 가로막았다.“사촌 누님, 조심하세요!”서인경은 이미 약을 바른 뒤였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열다섯 째 황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괜찮아. 저 아이들은 이제 우리를 해치지 않아.”그때, 문밖에서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문틈 사이로 붓과 먹, 종이와 벼루가 밀려 들어왔다.“폐하의 명입니다. 상왕비께서는 약속을 지키시길.”열다섯 째 황자는 다가가 바닥에 놓인 것들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서인경을 힐끗 보았다. 부상 탓에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보기에도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열다섯 째 황자는 문밖을 향해 말했다.“알겠다. 너는 부황께 전해 주거라. 사촌 누님께서는 부상으로 몸이 많이 허약하시니 이 며칠간은 식사도 각별히 신경 써 주고 이불도 좀 더 보내 주셨으면 한다고. 먹고 자는 것조차 제대로 안 되면 기억에도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밖에서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답이 돌아왔다.“열다섯 째 황자께서는 염려 마십시오. 상왕비께서 약속만 지키신다면 폐하께서는 결코 박대하지 않으실 것입니다.”멀어져 가는 발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열다섯 째 황자는 문틈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한 뒤 서인경 곁으로 돌아왔다.“사촌 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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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소란스럽게 굴던 나머지 두 마리 악어도 차츰 잠잠해졌다.네 마리는 서로를 바라보더니 강가에 엎드린 채 낮게 흐느끼기 시작했다.집을 떠난 지 너무 오래였다. 백여 년 전 아무 속박도 없이 자유로웠던 그 시절이 너무도 그리웠다.열다섯 째 황자는 악어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서인경이 갑자기 악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만 보였고 그 말들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그의 표정이 어딘가 어색해졌다.“사… 사촌 누님,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서인경은 조용히 그를 당부했다.“이야기하자면 길다. 기회가 되면 천천히 말해 줄게. 헌데 꼭 기억해. 여기서 나가면 오늘 있었던 일은 전부 잊어야 한다. 누구에게도 단 한 글자도 입에 올려서는 안 돼.”열다섯 째 황자는 더 묻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이후 서인경은 다시 네 마리 악어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한참을 울고 나서야 조금씩 진정되는 듯싶었다.가운데 있던, 말에 가장 무게가 실린 악어는 아마도 이들 중 맏이일 터.[넌 어떻게 자신의 출신을 알게 되었지? 일불락이 멸망한 백 년 전의 일들, 너는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이냐?]서인경이 말했다.[내 출신은 우연히 알게 됐어. 보이지 않는 힘이 나를 막북으로 이끌었고 그곳에서 모든 진실을 마주했지. 일불락과 백 년 전의 일도 전부 알고 있어. 나는 이미 설산에 다녀왔고 그곳을 지키는 설장로를 만났어. 일불락의 유적에도 들어갔고 만수림에도 갔지. 거기서 만수의 왕, 호롱이를 만났고 팔대 장로들도 직접 보았어. 나는 호롱이를 도와 흩어진 호랑이 무리와 늑대 무리를 되찾았고 만수림의 모든 생령을 하나로 통합했어. 지금 만수림은 호롱이와 팔대 장로가 함께 지키고 있어.]익숙한 이름들이 연이어 흘러나오자 네 마리 악어의 눈빛에서 마지막 의심이 사라졌다.일불락의 혈통이 아니고서는 이 모든 것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이미 붕괴된 설산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이미 매몰되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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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일불락에서 가져온 비급 속에는 분명 장생불사술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서인경은 황제의 진짜 속셈을 알아챈 뒤 이미 그것을 샅샅이 연구해 두었다.소위 말하는 장생불사술란 사실 외부 세계가 일불락이라는 부족을 향해 품은 커다란 오해에 불과했다. 설산에 사는 사람들과 생령들은 외부와는 전혀 다른 식생활과 생장 환경 속에서 살아왔다.과거, 일불락의 옛 조상들이 존재하던 시절에는 서로 다른 종족들조차 조화롭게 공존했다. 인간과 짐승 사이처럼 약육강식이 존재하지 않았고 그들은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 영약만을 섭취했다. 말하자면 그들은 철저한 채식주의자였던 것이다.피와 살을 지닌 모든 생명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기에 살육을 하지 않았고 피를 묻히지 않았으며 속세의 죄악을 단 한 점도 가까이하지 않았다.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 특별한 설원의 땅에서 살아왔고 천년을 품은 영물을 먹고 천년 영천의 물을 마셨다.여기에 더해 그들은 여와가 하늘을 메우던 시절 선택받은 행운의 존재들이었다. 창조주가 남긴 가장 고결한 정신 세계의 결정체였고 그들의 혈액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유일무이한 피가 흐르고 있었다.선천적으로도 우월했고 후천적 환경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니 외부 세계의 생명들보다 수명이 길 수밖에.설장로와 팔대 장로, 그리고 설산 깊은 곳의 야수들조차 결코 죽지 않는 존재는 아니었다.야수들의 평균 수명은 백 세 남짓. 외부의 짐승들과 비교하면 이미 장수라 할 만했다.여족의 평균 수명은 백팔십 세. 설산 종족 중 수명 서열 세 번째였다.어족의 평균 수명은 이백 세. 설산 종족 가운데 두 번째로 긴 수명을 지녔다.그리고 가장 오래 사는 존재는 바로 일불락의 수장 일족. 그들의 평균 수명은 이백오십 세에 달했다.그 외 금족, 목족, 화족의 평균 수명은 대략 백오십 세 수준이었다.팔대 장로는 본래 수장 일족을 보좌하는 여덟 명의 수호자였기에 사실 수명만 놓고 보면 삼대 가문보다도 짧았다. 하지만 그들은 일불락의 성조에 의해 백 년간 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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