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บทที่ 281 - บทที่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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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화

정안은 사실 제헌의 아내 이름도 들어본 적 없었다.그 말이 나오자 도규와 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혼 후, 제헌의 모습에는 달라진 데가 없어 보였다.하지만 아주 미세한 변화가 있었다.예전보다 더 차가워졌다.물론 제헌의 결혼과 이혼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그 이혼이 제헌에게 큰 영향을 줬다고 느끼는 사람도 없었다.정안은 분위기가 묘하게 가라앉은 걸 느꼈다.“무슨 일이에요?”제헌이 담담하게 말했다.“이혼했어.”정안은 바로 후회했다.“제가 괜한 소리를 했네요.”“괜찮아.”제헌은 진심으로 신경 쓰지 않는 표정이었다.유리도 찬찬히 살펴봤다.정말로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그걸 확인하니 유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강제헌... 그런데도 나랑 맞춘 커플링은 안 끼네.’‘그래도 괜찮아. 조금만 더 기다리면 모든 게 원래 자리로 돌아갈 거야.’‘조이람이 사라졌으니, 이제 내가 강제헌 곁에 더 가까이 갈 수밖에 없지.’유리는 이미 머릿속으로 여러 번 계산해 본 결론이었다.서하준을 제외하면, 제헌은 유리가 아는 남자 중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정도규와 예정안 역시 금수저지만, 둘 다 부모나 누나의 그늘에 있었다.집안에서 실질적인 권한은 없었다.하지만 제헌은 다르다.이미 권력을 손에 쥐었고, 능력도, 위치도, 영향력도 모두 탑 클래스인 남자.고지후의 처지는 더 말이 아니었다.불안정하고 예측 불가.지후와 사귀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안정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그러니 유리는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사람으로 제헌을 꼽았다.유리는 제헌의 아내 자리를 원했다.하지만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학생 때도 유리가 한 걸음 한 걸음 계획적으로 제헌의 회사에 들어갔고, 그 결과 받아들여졌던 것처럼...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여유롭고 치밀했다.그녀는 때를 기다릴 줄 알았다....다른 룸.하준은 기가 강한 사람이지만, 그 기를 이용해 다른 사람을 누르는 타입은 아니었다.그래서 오늘 자리의 분위기는 의외로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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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이건은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쓴맛을 봤다. 이번엔 크게 당했다.민서가 급하게 분위기를 수습했다.“이건아, 얼른 네 누나한테 감사하다고 말해. 이람이가 너 도와준 게 한두 번이야?”하준도 거들었다.“말은 해야지.”수범이 바로 이건을 끌어올리며 크게 외쳤다.“이람 누님! 정말 감사합니다!”그러고는 이건을 향해 이를 갈며 소리 없이 욕을 날렸다.“너 미친 새끼야, 또 헛소리 지껄여 봐?”이건은 진짜 죽고 싶었다.‘이게 진짜 내장을 후벼파는 게 이런 거구나!’‘아무도 모르는 내 이 억울함.’‘서하준, 너 진짜 배배 꼬인 늙은 여우야!!’이람도 말했다.“나 기다리고 있어.”이건은 삶의 의욕을 잃은 목소리로 말했다.“누나... 고마워, 진짜 누나 덕분이야. 누나 없으면 내가 어떻게 살겠어... 나 평생 누나 없이는 못 살아...”민서는 입을 손으로 막고 어깨가 들썩들썩했다.하준은 조용히 웃었다.이람은 이건의 이 미친 입을 진짜로 한 대 때리고 싶었다.그런데도 이람의 첫 반응은... 하준을 살피는 것이었다.‘서 대표가 이건의 저 난리 때문에 혹시나 불쾌할까?’이람은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하준 앞에서 자신의 이미지가 신경 쓰였다.왜 그런지 이유도 모르겠는데... 그냥 그랬다.그러다 이람은 우연히 봐버렸다.하준의 눈 속에서 어렴풋이 피어오르는 웃음을.이람이 바라보는 바로 그 순간, 하준도 동시에 이람을 바라봤다.두 사람의 시선이 그대로 부딪쳤다.하준의 눈빛은 뭔가를 관통하는 듯했다.그리고 눈을 피하는 쪽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린 이람이었다.마치 죄지은 사람처럼.이람은 정신을 바짝 차리며, 억지로 다시 시선을 올렸다.하지만 하준은 눈길을 거두지 않았고, 이람이 고개를 돌리면 그 방향으로 또 눈이 맞았다.심장이 괜히 쿵 내려앉으면서도, 이람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했다.“대표님, 이런 모습 보여드려서 죄송해요.”이건의 목소리가 바로 날아왔다.“누나는 내가 누나 상사 앞에서 창피한 꼴 만든다는 거야?”“네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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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이람은 제헌이 이렇게 빨리 반응할 줄 몰랐다.시선이 마주친 순간, 잠깐 멍해졌다.멀리서 바라보는 제헌의 눈빛은 차갑고 깊었다.그리고 그 시선이 다시 차 안으로 향하는 순간, 제헌의 표정은 더 싸늘하게 굳어졌다.하준은 이람의 움직임이 멈춘 것을 눈치챘고, 이람의 시선을 따라가다 제헌의 차갑고 날 선 눈빛을 봤다.하준의 미간이 아주 미세하게 찌푸려졌다.그리고 그 눈빛 또한 얼음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예전엔 하준이 이런 상황에서 늘 자신을 제어하곤 했다.그땐 이람이 제헌의 ‘아내’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제 두 사람은 아무 관계도 아니다.그러므로 하준은 이제 제헌을 의식할 필요가 없었다.서로 왜 신경을 곤두세우는지... 그 긴장과 대치가 어떤 의미인지... 그걸 아는 사람은 단 두 명뿐이었다.제헌과 하준.제헌은 입술을 단단히 다물었다.그러나 곧바로 그 시선을 이람이 가로막았다.왜냐하면 이람이 차 안으로 올라탔기 때문이다.짧은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이람은 두 남자 사이에 흐르는 살벌한 기류를 눈치채지 못했다.이람이 안전벨트를 매고, 하준이 액셀을 밟아 차가 회전하는 그 순간, 이람은 고개를 약간 돌려, 멀리 서 있는 제헌을 차갑게 흘겨봤다.도전적인 눈빛이었다.지금 이 상황, 이람의 옆에 하준이 있다는 사실.이걸 이용하지 않는 건 바보짓이었다.물론 하준과 함께 떠나기만 해도 제헌은 불쾌할 것이다.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했다.그래서 이람의 머릿속에 아주 위험한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지금 하준의 뺨에 키스라도 한다면... 제헌은 분명 폭발했을 것이다.하준도 얼마 전 그런 말을 했다.필요하면 약간의 스킨십 정도야 있을 수 있다고.이람은 순간적으로 후회가 몰려왔다.‘아... 그 정도 이용은 충분히 가능했는데!’‘하... 타이밍을 놓쳤네.’“기분이 좋지 않네요?”이람은 후회가 진하게 묻어난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닙니다.”“표정은요?”이람은 크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그럼에도 하준은 정확히 읽어냈다.“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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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이람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하준이 이렇게 반응할 줄은...이람이 움직이지 않자 하준이 고개를 약간 갸우뚱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조 비서가 안 하면... 내가 해 볼게요. 다음엔 조 비서가 또 반응 못 하면, 제가 먼저 할 거예요.”이람은 멍해졌다.그리고 하준은 말보다 행동이 훨씬 빠른 남자였다.하준의 손이 올라와 이람의 턱을 가볍게 받쳐 들었다.그리고 입술이 닿기 직전, 종이 한 장 들어갈까 말까 한 거리에서 하준이 멈췄다.따뜻하고 은근한 남자의 호흡이 이람의 뺨에 바로 닿았다.이어지는 건... 하준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싫어요?”이람의 심장은 폭주하듯 뛰었고, 머릿속은 하얗게 비워졌다.2초 후, 하준은 이람을 놓고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경험이 없는 게 아니라 조 비서는 겁이 나는 거죠.”하준의 시선은 깊고 어두웠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조 비서는 나와 가까워지는 걸 두려워해요. 기회가 와도... 결국 못 잡죠.”이람은 해명하고 싶었다.‘그동안 얼마나 해명했는데...’하지만 이람보다 하준이 먼저 말했다.“조 비서는 아직도 강제헌을 ‘진짜로’ 힘들게 하겠다는 각오가 부족해요.”그 말에 이람의 속이 뜨겁게 뒤틀렸다.‘그래... 서 대표는 계속 내가 강제헌을 못 끊어낸다고 의심했지.’‘내가 강제헌과 이혼하겠다고 말한 그날부터 가장 날 믿지 않은 사람이... 늘 나랑 같이 일해준 서 대표야.’그 생각에 이람의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이람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무거워졌다.“그렇지 않습니다.”하준은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그럼 증명하세요.”‘아직도... 날 안 믿는 거야?’“좋아요.”말이 끝나자마자 이람은 안전벨트를 풀었다.그리고 몸을 기울이며 하준의 왼쪽 어깨 너머로 팔을 뻗어 남자의 뒷목을 감았다.순간 확 끌어당기며 이람은 주저함 없이 하준의 볼에 입을 눌렀다.그리고 바로 몸을 뗐다.“대표님이 증명하라고 하셨잖아요.”이람은 조금은 홧김에 한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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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제헌은 액셀을 끝까지 밟았다.차는 거의 날아가듯이 이람이 탄 차를 쫓았다.제헌은 그 차를 알아봤다.이람의 차는 튀는 색의 SUV라 금방 눈에 띄었다.초반엔 방향을 놓치지 않았다.하지만 이 시간대 도로엔 차가 너무 많았다.제헌은 몇 대를 연달아 추월했고, 코너를 돌자 본선으로 합류하는 차들 때문에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그제야 제헌은 자신의 상태를 뒤늦게 자각했다.‘내가 지금... 왜 이렇게까지?’이람을 보기 전까지는 그냥 평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일하고, 지인 만나고, 웃고, 말하고.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전방 어딘가에 아주 익숙한 실루엣이 스쳤고, 제헌은 이유도 없이 단번에 그게 이람이라는 걸 알았다.그리고 그 순간부터 제헌은 자기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머릿속엔 번개처럼 기억 속 이람의 모습들이 스쳤다.가정법원에서 싸늘하던 얼굴, 호스트바에서 남들과 웃던 모습, 전화로 자신을 도발하던 목소리까지.‘난 이제 이람한테 아무 감정도 없어야 맞는데...’그러나 실제로 이람을 보자 제헌은 또 한 번 미친 듯 무너졌다.제헌은 자신이 지금 여기에서 뭘 어쩌자고 서 있는지... 애초에 왜 쫓고 있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그는 입술을 꽉 깨물며 핸들을 쥐었다.앞으로 가기만 하면 되었다.방법은 상관없었다.일단 잡아야 했다.잡은 뒤 뭘 할지는 생각도 나지 않았다.단지 이대로 하준과 같이 가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그건 절대로.주변의 운전자들은 제헌의 고급 차를 보고 조용히 차선을 양보했다.제헌은 한 칸 한 칸 앞으로 파고들었다.그러다 멀리서 이람의 차가 다시 보였다.거리가 좀 있었지만, 제헌은 바로 차선을 바꿨다.하지만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차가 완전히 멈추자 그제야 시야가 확보되었다.이람이 하준의 볼에 입을 맞추는 화면.제헌은 그 순간 숨조차 잊었다.머리가 하얘졌다.심장도 멎은 듯했다.그리고 바로 뒤따라온 감정은 말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극한의 충격과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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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하지만 서 대표가 꽃을 사러 간다고...’이람은 하준을 그렇게 오래 알아 왔지만, 하준이 꽃을 사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이람의 생각이 사방으로 뻗어갔다.그럼에도 이람은 아주 침착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고, 마음속으로 이미 여러 결론을 세워두었다. 방금 그렇게 생각을 마친 참에 하준이 꽃다발을 들고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하준이 자신을 향해 곧장 걸어오는 걸 본 이람은 차창을 내렸다.하준의 깊고 선명한 이목구비와 올블랙의 옷차림, 그리고 그 검정과 꽃의 색이 부딪혀 만들어내는 세련된 대비 속에서... 뒤에는 플라워샵이 있었다.그 속을 가로질러 걸어오는 하준의 모습은 그 자체로 사람을 압도하는 매력이 있었다.“이거 좀 들어줘요.”하준은 꽃을 이람에게 내밀었다.이 꽃이 자신에게 주는 게 아니라는 걸 즉시 알아챈 이람은 안도감에 작게 숨을 내쉬며 꽃을 받았다.하준은 차 앞을 돌아 조수석 쪽으로 걸어갔는데, 문을 여는 순간, 뒤쪽에서 달려오는 제헌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하준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차에 올랐다.차가 출발해 ‘더 하이엘’ 아파트 단지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이람이 하준에게 입을 맞춘 그 순간, 제헌의 머릿속엔 하준이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어떤 장면이 떠올랐다.하준이 이람에게 꽃을 건넸다는 사실까지...제헌은 화가 너무 난 나머지, 꽃 따위로는 더 이상 감정이 흔들리지 않는 상태였다.키스는 꽃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이었다.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제헌은 그저 계속 뒤를 쫓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준과 이람이 함께 ‘더 하이엘’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는 걸 목격했다.제헌은 이곳에 집이 없다.아파트 단지 출입이 불가능했다.결국 제헌은 길가에 차를 세우고, 멀찍이서 지하 주차장 출입구 쪽을 바라보았다.꼭 뭔가 몰래 엿보는 사람처럼.하지만 제헌은 기다렸다.이람의 차를...이람이 하준과 ‘함께’ 있는 건지... 아니면 그저 비서로서 하준을 집까지 데려다준 것이 전부인지... 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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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이람은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나 따라온 거야?”여자의 눈에 비친 차가움과 혐오가 다시 한번 제헌의 가슴을 찔러댔다.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갑작스레 나타난 제헌을 보면 이람은 놀라면서도 기뻐했을 것이다.제헌은 늘 그런 반응을 봐왔다. 이람 눈 속에 고스란히 담기던 그 환한 얼굴을.그래서 가족 모임마다 이람은 행복해했다.왜냐하면 그때마다 제헌이 이람에게 잘 맞춰줬기 때문이다.둘은 사이좋은 부부처럼 손을 잡았고, 사람들 앞에서 가벼운 스킨십과 사소한 부부 연기를 했다.그렇게 가벼운 ‘흉내’만으로도 이람은 오래 흥분했고, 오래 행복해했다.그런데 지금은 지금의 제헌은 오직 이람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이람의 눈동자엔 이제 단 한 조각의 애정도, 기다림도 남아있지 않았다.제헌은 그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낯설어서 마치 심장을 누가 바늘로 세게 찌른 것처럼 아릿했다.그 통증이 신경을 타고 올라오자, 제헌은 한결 이성적으로 굳어졌다.“할 말 있어서 왔어.”이람은 감정도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뭔데?”“한 달 뒤에 할아버님 생신이야. 같이 참석하라셔.”이람은 바로 거절했다.“우리 이혼했어. 왜 내가 가?”제헌은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이혼이 대수야? 생신날, 너 갈 거야 말 거야?”이람은 곧바로 결정을 내렸다.“강 회장님 생신은 갈게. 하지만 너랑 같이 가는 건 아니야. 예전처럼 모르는 사람인 척할 거야.”며칠 전까지만 해도 제헌은, 이람이 감정만 좀 가라앉으면 다시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이람이 하준에게 입을 맞추던 장면을 목격한 이후로, 제헌은 더 이상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이람이 아직 나를 사랑하긴 하는 걸까?’제헌은 그 생각을 길게 이어갈 용기가 없었다.그 가정만 떠올라도 속이 뒤집힐 만큼 불안정해졌고, 통제가 되지 않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래서 아예 생각을 멈췄다.그러니 지금, 이런 거짓말까지 해서라도 이람을 움직이게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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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이람은 제헌이 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 지켜보고 있었다.제헌이 다시 물었다.“전에 너 컵 모으는 거 한 번도 못 봤는데?”이람은 다시 미간을 좁혔다.“네가 지금 내 취향을 묻는 거야?”제헌은 뜬금없이, 그러나 이상하게도 아주 성의 있게 대답했다.“그래.”그 순간, 이람의 심장이 ‘쿵’ 하고 크게 내려앉았다.조금 쓰리고 서늘했다. 그러면서 또 한심할 정도로 우스웠다.예전의 이람은 이런 종류의 대화를 너무나도 간절히 원했다.서로를 알고, 서로에 대해 궁금해하고, 상대에게서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그런 관계를 꿈꿨다.하지만 지금은 이람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이런 대화 자체는 흥미로웠다.친구나 동료와 나누는 거라면 얼마든지 즐겁게 할 수 있다.하지만 그 상대가 제헌일 경우... 이람은 단 하나의 흥미도 느낄 수 없었다.오히려 하나같이 다 의미 없는 헛소리에 가까웠다.“너랑 상관없어.”제헌은 이람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너 가지려고 산 거야? 아니면 누구 줄 거야?”이람도 제헌의 눈을 마주 보며 대꾸했다.“그래서 뭐? 내가 나 쓰려고 사든 누구 주려고 사든, 그게 왜?”제헌은 이미 기를 쓰며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하지만 이람의 단답형 회피는 제헌을 점점 더 뒤틀리게 했고, 싸우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결국 차갑고 강압적인 말이 튀어나왔다.“말해.”“나 너한테 보고할 의무 없어.”순간, 제헌은 아무 예고도 없이 이람 손에 들린 쇼핑백을 확 낚아챘다.이람은 깜짝 놀랐다.설마 제헌이 정말로 물건을 뺏을 줄은 몰랐다.“내놔!”말이 떨어지자마자 이람은 곧장 손을 뻗었다.그러나 제헌이 먼저, 이람의 손목을 꽉 잡았다.얼음장 같은 눈빛이 내려앉았다.“누구 줄 건데? 말해.”짝!한순간, 매서운 소리와 함께 이람의 손바닥이 제헌의 뺨을 후려쳤다.제헌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잠시 멍해졌고, 따갑게 파고드는 감각이 퍼지자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이람은 화가 나서 얼굴을 붉히고 있었고, 눈 안에는 불이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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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3년간 살았지만, 이곳에서 이람은 이 집에서 단 한 번도 따뜻함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이 집에 다시 오는 건 늘 불편했고, 지금처럼 가슴 속이 은근히 조여오는 기분을 피할 수 없었다.그건 아직도 감정에서 못 벗어난 게 아니라 일종의 트라우마 같은 무의식적인 거부였다.‘예전의 일들이 몸에 새겨진 반응 같은 거지.’그 순간, 제헌이 이람의 턱을 거칠게 잡았다.그리고 시선을 억지로 자신 쪽으로 돌렸다.이람은 제헌을 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제헌은 이람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여기가 그렇게 싫어?”이람은 주저 없이 말했다.“응.”제헌의 손가락 힘이 더 세게 들어갔다.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근데 넌 옛날엔 안 그랬잖아. 맨날 내가 집에 일찍 오길 기다렸잖아.”이람은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아직도 그러면, 너랑 이혼도 안 했겠지.”제헌의 눈빛이 한순간 깊게 가라앉았다.그리고 한 2초쯤 이람을 바라보더니, 턱을 툭 하고 내던졌다.그 눈엔 완전히 긁힌 사람의 분노가 가득했다.방금 당장 폭발할 것처럼 보였는데...그때, 이순심이 급하게 뛰어나왔다.원래는 제헌을 맞으러 나온 거였지만, 조수석에 앉아 있는 이람을 보고 눈을 몇 번이고 비볐다.틀림없는 이람이었다.이순심은 깜짝 놀라며 차 문을 열었다. 입에 ‘사모님’이 거의 튀어나올 뻔했지만, 두 사람이 이미 이혼한 게 떠올라 재빨리 말을 바꿨다.“이람 씨, 어쩐 일이에요?”그러다 문득 이람의 손이 벨트로 묶여 있는 걸 보았다.이순심의 표정에서 미소가 순간적으로 거두어졌고, 바로 제헌을 향해 물었다.“대, 대표님... 이게 대체 뭐예요?”제헌은 씹어 삼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비켜요.”이람은 과거의 사람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이순심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그런데 갑자기 이순심이 손을 뻗어 이람의 벨트를 풀기 시작했다.이람은 놀라서 순간 눈을 크게 떴다.이순심은 잔병치레가 많고 겁도 많지만, 평생 제헌 말을 어긴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이렇게까지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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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하지만 모든 게 제헌이 기대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전부 예상 밖이었고, 온통 통제 불가능한 것 투성이였다.그래서인지... 제헌 자신도 믿기 어려웠다.이람을 다시 집으로 데리고 왔다는 사실이.이람을 데려왔다.그다음은?두 사람은 이미 이혼했다.이 상황에서 뭘 더 할 수 있을까?제헌은 잠시 멍해졌다.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사실, 하준을 끌어들일 수도 있었다.하준과 이람을 함께 보고 싶지 않아서 이람만 따로 데려왔다.그 이유로 따지면 그걸로 충분했다.누구라도 납득할 만큼 설득력 있는 핑계였다.그런데, 제헌은 이람을 안고 들어오는 순간, 이람이 도망치지도 않았지만, 이람은 오로지 ‘혐오’만 가득한 얼굴로 제헌을 바라보았다.그 미묘한 감정으로 뼈를 맞는 순간, 제헌은 깨달았다.지금 이람을 데려온 건 하준 때문이 아니었다.그저 이람이 예전처럼 온몸에 날 세우는 가시 없이, 차분하게, 평온하게, 자신과 대화해주길 바랐다.그러면 제헌도 진정될 것 같았다.이 지독한 불안과 조급함을 잠시라도 가라앉힐 수 있을 것 같았다.제헌은 이람이 자신을 달래주길 바란 것도, 예전처럼 매달리길 바란 것도 아니었다.그냥 이전의 이람 한 조각만 보여줘도 됐는데...하지만 이람은 단 하나도 보여주지 않았다.제헌은 오히려 더 어렴풋하게 기억났다.예전의 이람은 누구보다 눈치가 빨랐다.제헌이 조금이라도 화가 난 기색을 보이면 몇 마디 조심스레 달래고, 조금 표정이 부드러워지면 망설이다가 제헌 품으로 파고들었다.양팔로 허리를 끌어안고, 풀어주지 않은 채 머리를 제헌의 목덜미에 비벼대곤 했다.그 장면이 머릿속에 선명해지는 순간, 제헌의 심장은 먹먹해졌다.표정도 어둡게 가라앉았다.‘난 그런 사소한 것들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이렇게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네.’마음 한구석을 들킨 듯 아려오자 제헌은 본능적으로 이람을 조금 더 꽉 껴안았다.그러다 소파까지 걸어가 조심스럽지도 않게, 그러나 내치지도 못하는 손길로 이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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