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บทที่ 301 - บทที่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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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화

이람은 혹시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고 멍하니 하준을 바라봤다.“네?”하준이 다시 한번 또렷하게 말했다.“제 여자친구가 되어줘요.”이람은 순간 얼어붙었다. 이번엔 확실히 들었다.그녀의 첫번째 반응은 역시 놀라움이었다.‘지금 이 말뜻은... 나더러 책임지라는 건가?’‘내가 부탁 하나 했다고, 나를 통째로 내놓으라는 거야?’‘좀 심하게 말하면... 은근히 이번에 도와준 걸 빌미로 나를 묶어두겠다는 건가?’현재의 이람은 돈도 있고 일도 잘 풀리고, 아직 젊고 앞으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다. 단지 잠시 강제헌이라는 최악의 인간을 만났을 뿐.이람의 세계는 산과 바다, 호수와 별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어떤 일이나 누구라도 다시는 자신을 통째로 내던지지 않을 것이다.두 번째로 든 생각은,‘내가 정말 서하준이라는 사람이랑 사귀게 되면...’‘주변 친구들은 또 얼마나 난리 날까? 특히 유재원 대표 그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조이건도 분명 떠들어댈 거고, 강씨 집안은 말할 것도 없고...’‘그리고 내가 전혀 모르는 J시에 있는 서씨 가문까지?’‘거기도 엄청 복잡할 텐데, 또 얼마나 문제들이 많겠어...’이람이 생각만 해도 이미 피곤했다. 마지막으로야 비로소 하준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이유가 궁금했다.‘서 대표... 의도가 뭐지?’‘설마... 나를 좋아하는 건가?’이람은 최근 하준의 행동을 천천히 돌이켜보았다.하지만 곧 깨달았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둘 사이의 경계선은 너무도 분명했다는 것을.이람이 하준을 관찰한 것도 거의 다 업무적인 부분뿐이었다. 하준이 유리컵을 모은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을 뿐, 감정이나 취향 등 일 외의 이야기는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그리고 탐색할 마음조차 없었다. 하준은 어디까지나 상사였고, 그 외의 부분까지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게다가 이 시기 동안, 이람의 마음을 가장 많이 점령하고 있던 건 언제나 제헌이었다.둘은 이미 이혼했지만, 제헌의 존재감은 지나치게 컸다.제헌이 이람에게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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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질투라는 감정은 어린 시절 잠깐 스쳐 지나간 뒤로, 하준의 삶에서 다시는 드러난 적 없었다.제헌이 온전한 가정을 가진 것을 부러워하는 마음도 이미 오래전에 사라지고 없었다.하지만 이제 곧 서른을 앞둔 지금... 그 낯선 감정이 다시 돌아왔다.게다가 휘몰아치는 파도처럼 거세게 들이닥치는 감정은 하준을 몹시 혼란스럽게 했다.수십 년 동안 잔잔하게만 흘러가던 하준의 삶이 처음으로 커다란 폭풍을 맞이한 순간이었다.하준은 어릴 때부터 이해할 수 없는 감정들을 억지로 받아들이며 자랐다.‘왜 나는 부모도 가족도 없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있을까? 동생은 왜 나를 처음 보자마자 그렇게 미워했을까?’‘며칠이나 공들여 만들었다던 첫 만남의 선물을 내 앞에서 바닥에 내던지고, 나보고 촌스럽다며... ‘네가 무슨 형이야?’, ‘넌 그냥 버려진 애야!’라고 소리쳤을까?’그 모든 감정의 이유는 하준이 훗날 어른이 되어서야 이해하게 되었다.하지만 당시의 하준은 너무 어렸다.아이에게 세상은 늘 물음표투성이였고, 하준은 질문할 대상도, 기대할 품도 없었다.그저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억눌러 참는 것이 어느 순간 하준의 성격이 되어 버렸고, 점점 무엇에도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일도 삶도 언제나 ‘되는 대로’였다.주변 사람들은 하준이 성공했다 말했지만, 정작 하준이 이루어낸 것들은 무엇 하나 ‘간절히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한 번도 확신을 갖고 살아본 적이 없었다.본질적으로는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지조차 알지 못했다.욕망이라는 건 중요하다.그밖에 명예도, 이익도 하준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에 불과했다.지금까지 마음이 끌리는 사람도 없었다.그래서 하준은 늘 생각했다.자신은 참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재원처럼 떠들썩한 인간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도 무언가 의미를 부여해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그러던 3년 전, 하준은 해변에서 프로젝트 조사를 겸한 휴가 중이었다.그때 우연히 자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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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하준은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이었다.그래서 이람이 자신에게 특별한 존재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을 때조차... 그 감정이 정말 ‘좋아하는 마음’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결정도 내릴 수 없었다.그랬던 하준이 확신을 갖게 된 순간은 A시로 향했을 때였다.사실 그날 성모의 크루즈에서 약을 맞은 일은 우연이 아니었다.하준이 의도한 일이었다.자신의 마음을 모르겠기에 하준은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었다.이성을 잃은 상태에서도 과연 이람에게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예전에 약물에 노출된 적이 있었지만, 몸을 기대오는 여자들을 하준은 너무도 쉽게 밀어낼 수 있었다.약효가 발휘되어도 아무 감정이 들지 않았고, 본능도 꿈쩍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예외는 없었다.하지만 대상이 이람으로 바뀌는 순간, 하준의 자유 의지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하준의 이성은 깊이 가라앉고, 침몰하고, 통제가 사라졌다.그래서 이람에게 몸을 기울였다.그날 밤, 하준은 완전히 무너졌다.그리고 바로 그 무너짐 자체가... 하준이 원하던 답이었다.그 순간에 비로소 하준은 자기 마음 깊숙한 곳의 생각을 확신하게 되었다.자신은 이람을 좋아한다고.이람을 놀라게 하지 않기 위해 하준은 그날 거의 모든 힘을 짜내어 충동을 억눌렀다.숨을 고르고, 감정을 가라앉히고, 표정을 다듬어 마음을 숨겼다.그리고 기다렸다.이람이 제헌과 이혼할 때까지.기다리고 또 기다려... 마침내 그 순간이 찾아왔다....이람은 하준이 바로 대답하지 않자 차츰 고민하기 시작했다.‘받아들여야 할까?’3년이라는 결혼 생활의 끝.모든 것이 무너져, 이람의 마음도 텅 비었다.호스트바에서 아무리 놀아도 책임은 필요 없지만, 그렇다고 남자 자체에 흥미가 생기는 건 아니었다.하준처럼 매 순간 강렬한 매력을 뿜는 남자가 곁에 있어도...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흐르지 않았다.게다가 제헌은 죽은 것처럼 사라진 전남편이 아니었다.오히려 더 심해져, 이람이 떠나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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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하준은 마음속으로 말했다.‘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잖아.’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저는... 마음이 없어요.”“네, 보이더라고요. 원래 그런 분이시니까요.”이람은 말하고 나서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졌다.‘서 대표의 냉정함은 세상이 다 아는 건데, 내가 방금 뭐라고...’‘이 남자가 정말 나를 좋아해서 여자친구 얘기를 꺼냈다고 착각한 거야?’‘어디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하준이 설명을 이어갔다.“나는 연애해 본 적이 없어요. 계속 혼자였죠. 그래서 주변에선 내가 남자에게 관심 있는 줄로만 알고 있는데... 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취향이에요.”“다만 좋아하는 사람을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을 뿐이에요. 제헌이는 벌써 한 번의 결혼을 끝냈습니다. 그러니 어머니께선 더 조급해지실 거예요.”이람은 말없이 들었지만, 속으로 조금 충격을 받았다.‘근데 스물여덟인데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봤다고?’‘이 시대에 이런 정도로 절제된 남자라니... 정말 보기 드문 캐릭터인데.’‘...’“한 달 후 할아버님 생신 연회가 있어요. 어머니께서 축하하러 H시에 오실 거고요. 나는 그 자리를 피할 수가 없어요.”이람이 눈을 깜박였다.“그래서 대표님은... 제가 대표님 여자친구인 척하면, 대표님 어머님이 결혼 이야기를 안 하실 거로 생각하시는군요?”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람은 이해했다.하지만 바로 이어 물었다.“저는 강제헌의 전부인이잖아요. 서로 굉장히 애매한 관계인데... 왜 다른 분을 찾지 않으세요?”하준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내가 왜 아무 여자에게 그렇게 큰 타이틀을 줍니까? 이람 씨, 나는 아무나 만나고, 아무나 인정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이람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하준은 더 설명했다.“그리고 여자친구 역할은 특정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친밀한 연기도 필요해요. 나는 결벽증도 있고, 잘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와 그런 걸 맞추고 싶지 않아요.”“무엇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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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대표님, 저는 싫다는 게 아니라... 대표님께 누를 끼칠지 걱정돼서요.”어차피 이람은 단기간 내에 남자와 연을 맺을 생각도 없었다.2년이든 5년이든, 이람에게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하준이 눈을 크게 떴다.“나요?”이람은 조심스럽게 설명했다.“2년 뒤면 대표님도... 서른이시잖아요...”말하면 할수록 점점 더 난감했다.“대표님이 정말 가정을 꾸릴 생각이 있으시다면, 저와 2년이나 보내는 건... 좀 시간 낭비일 수도 있잖아요.”하준은 잠시 말이 없었다.그리고 아주 드물게, 관자놀이의 힘줄이 불쑥 튀었다.“이람 씨... 제가 늙었다고 생각합니까?”어딘지 이를 악문 듯한 말투였다.이람은 급히 손사래 쳤다.“아... 아니요! 그런 뜻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대표님께는 앞으로의 2년이 황금기라고 생각해서...”하준은 속으로 치받치는 무언가를 억눌렀다.“그건 이람 씨가 걱정할 부분이 아니에요.”“예!”“그럼, 2년이라는 기간... 정말 괜찮으세요?”“괜찮습니다!”하준은 믿기 어렵다는 듯 눈으로 이람을 훑었다.이람은 하준의 이런 표정을 잘 알고 있었다.마치 이람의 ‘제헌에게 미련이 없다’는 말을 믿지 못했던 것처럼.의심의 시선은 익숙했지만, 굳이 불편함을 말로 뱉을 필요는 없었다.“대표님, 또 어떤 조건이 있으신가요?”하준의 목소리는 단단하고 확고했다.“이람 씨, 이번 협력은 지난번처럼 말로만 끝나는 일이 아니에요. 일단 우리 약속했으면, 중간에 번복은 안 돼요. 잘 생각해요.”남자의 눈빛에는 은근한 경고가 스며 있었다.하준은 늘 이람에게 너그러웠다.심지어 이건에게 600억을 투자하기까지 했다.그런 사람의 호의를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면, 언젠가 감정이 부풀어 올라 상대의 경고를 놓치기 쉽다.너무 가까운 권력은... 언제나 맹수와도 같다.하준이 방금 보여준 강압적인 태도 그 이전의 따뜻함과 대비되며, 그동안의 친절이 마치 꿈처럼 느껴질 만큼 낯설고 강렬했다.조금 전까지 부드럽던 사람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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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하준의 여자친구가 되기로 약속한 순간, 이람의 가슴이 한 번 더 빠르게 뛰었다.몇 초 동안은 멍했던 것 같다.마치 뜬금없이 하준과 2년 동안 풀 수 없는 관계를 맺어버린 느낌.구두 약속이었지만, 이 협력 관계는 혼인신고보다 더 단단해 보였다.적어도 이람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대표님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이람은 무심코 하준을 바라보았다.하준은 긴장이 풀린 듯한 자세로 운전석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그러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미끄러졌다.얇은 셔츠 한 장.조금 흐트러진 머리.하준은 제헌과 싸우기 전부터 이랬지만, 그럼에도 대기업 총수다운 매력과 카리스마는 여전했다.좁은 차 안이라 그런지... 이람은 별로 가릴 것도 없이 하준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준이 고개를 돌렸다.딱... 눈이 마주쳤다.들킨 순간, 이람은 민망해졌다. 평소였다면 아무렇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단순한 비서와 상사 사이에 가짜 연인이라는 이름이 더해졌으니까.예전에는 하준이 자신을 바라봐도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지금은... 어디인지 모르게 눈빛이 다르게 느껴졌다.그리고 그 생각이 자연스럽게 연인관계에 대한 상상으로까지 흘러가 버렸다.‘안 돼, 생각하지 마!’이람은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그러나 하준이 먼저 말을 꺼냈다.“뭘 그렇게 봐요?”“대표님은... 왜 셔츠만 입고 오셨어요?”있는 그대로 말했다.하준은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집에서 M·L 직원의 전화를 받고, 이람이 제헌에게 끌려갔다고 들었을 때, 첫 번째로 든 생각은 ‘괜히 선물 얘기를 해서 귀찮게 한 건 아닌가’였고,두 번째는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채 핸드폰과 차 키만 들고 뛰쳐나온 것이었다.지금에서야 정말로 셔츠 한 장만 걸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람이 말하지 않았다면, 끝까지 몰랐을 것이다.“대표님, 그냥 궁금해서요.”하준은 짧게 말했다.“조금... 마음이 급했어요.”이람은 속으로 의문이 피어올랐다.‘혹시... 내가 위험해질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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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하준은 잠시 멍해졌다.“이람 씨, 이런 부분까지 걱정하는 건가요?”이람은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 여자친구가 되면... 사람들 사이에서 생기는 저를 향한 압박도 있을 거예요. 대표님 덕을 볼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문제가 일어나기도 쉽고요.”“대표님이 막아주실 수 있는 부분이 있기도 하겠지만, 표적이 되기도 쉬우니까요. 저도 제 일들이 있어서... 최대한 조용히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하준은 바로 이해했다.“미안해요. 그런 부분까지는 생각을 못 했네요.”이람은 부드럽게 웃었다.“괜찮아요. 얘기하면 되니까요.”하준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조급했다.모두가 이람이 하준의 여자친구라고 아는 것이 가장 안전하리라 여겼다.제헌을 제외하면, 감히 아무도 이람에게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람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을 느꼈다.“이람 씨가 원하지 않으신다면 굳이 공개할 필요 없어요. 어머니만 아시면 돼요.”“정말 감사합니다, 대표님!”“감사할 것 없어요. 우리는 서로 돕는 거니까요. 서로 필요한 게 있죠. 굳이 제 의견을 우선할 필요도 없고. 그러면 이람 씨가 불편할 겁니다.”하준이 담담히 말했다.“과정이 편해야 오래가요.”이 말에 이람은 진심으로 감탄했다.“대표님은 정말... 좋은 분이세요.”하준은 그 말이 꼭 좋게 들리지만은 않았다.좋은 사람이라는 말은 때때로 ‘선을 넘지 않는 사람’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니까.하준은 곧장 정정했다.“공개하지 않아도, 이람 씨는 더 이상 제 비서가 아니에요. 우리 둘만 알고 지내는 연인이 되는 거예요. 다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알리지 않을 뿐이고요.”그리고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다만... 우리 둘만 아는 ‘가짜’라는 사실을 누구에게까지 말할지는 선택할 수 있어요.”하준은 한쪽 눈썹을 살짝 올렸다.“믿을 만하고 입이 무거운 사람 정도는 괜찮아요. 예를 들면 진민서 대표 같은 분은요. 하지만 이건 씨는... 절대 안 돼요. 이건 씨가 알면, 우리가 하는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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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이렇게 해야만 사람들이 납득할 것 같아요.”이람은 자연스럽게 공을 다시 하준에게 넘겼다.하준을 난처하게 만들 기회가 흔치 않았기에 이람은 조금 들떠 있었다.하준은 조건도 좋고, 인기도 많을 텐데, 28년 동안 연애를 하지 않은 이유라면 단 하나.눈높이가 하늘 끝에 있거나 누구에게도 마음이 안 움직였거나.그런 사람이 갑자기 ‘내가 왜 이람을 좋아하게 됐는지’ 그럴듯한 이유를 꾸며내는 건 꽤 어려운 일이다.“대표님, 잘 생각해 보세요. 제가 대표님과 사귀는 이유는 정말 많아요. 대표님을 이용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솔직히 대표님 얼굴이 잘생겨서, 그냥 외모만 보고 따라붙었다 해도 사람들은 충분히 이해할 거예요.”“하물며 대표님은 권력도 있고, 능력도 있고... 제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너무 많죠.”“하지만 대표님은 아무것도 부족한 게 없고 저랑 사귀는 이유는 딱 하나... 저를 좋아해서예요. 그러니까 좀더 설득력 있는 이유가 필요해요.”하준이 가볍게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이람 씨... 지금 은근히 저를 걱정하면서 즐기고 있는 것 같은데요?”이람은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이유가 진짜 같아야 하니까요. 다른 사람도 설득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건... 대표님 자신도 납득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그때, 하준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고 침착하게 말했다.“아주 간단해요.”“간단해요?”“저는 이미 3년 전에 이람 씨를 좋아했어요. 아쉽게도 강제헌이 먼저 선택받았을 뿐이죠. 이람 씨가 이혼했으니... 전 이번엔 놓치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이람은 말 그대로 충격을 받았다.“네??”하준이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안 되는 설정인가요?”“3년 동안... 저를요?”“3년 전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어요. 유일하게 마주친 건... 강제헌과 제 결혼식 자리에서였잖아요.”하준의 눈빛이 아주 잠시 차갑게 흔들렸지만, 이람은 그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제가 먼저 알고 있었을 수도 있죠. 이람 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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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하준은 걸음을 멈추고, 문 앞에서 천천히 뒤돌아섰다.그리고 깊고 진한 시선으로 이람을 바라봤다.“이람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갑작스러운 반문에, 이람은 오히려 머뭇거리고 말았다.“일... 일단은 같이 안 살아도 되지 않나요?”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급할 건 없어요. 어머니께서 H시에 오실 때쯤 다시 얘기해요.”이람도 지금 이 문제를 깊게 논하고 싶진 않았다.하지만 꼭 짚어야 할 부분이 있었다.“그런데 대표님, 미리 말씀드릴 게 있어요. 혹시라도 동거하는 걸로 설정해야 한다면... 저는 대표님 집으로 안 갈 거예요.”하준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그러나 이람은 계속했다.“저는 제 집이 있고, 제 서재가 있고, 제 생활 방식이 있어요. 저는 앞으로 정말 연애하게 되더라도 더는 상대에게 맞추며 살 생각이 없어요... 지난 3년 동안 그걸로 너무 힘들었거든요.”이 말이 하준을 불쾌하게 할 수도 있었지만, 이람은 솔직해야 했다.“대표님도 말씀하셨잖아요. 협력하려면 서로 편해야 한다고요. 저는 제 감정에 이미 큰 상처를 받았어요.”“그래서 앞으로는 절대 제 감정을 억지로 누르지 않을 거예요. 제가 편해야 자연스럽게 연인처럼 행동할 수 있어요. 억지로 맞춰 살면... 저도 감정이 드러날 거고, 그럼 더 어색해져요.”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동거가 필요하다면... 대표님이 제 집으로 오셔야 해요. 저희 집은 방도 많고, 대표님 방 하나 정도는 충분히 있어요.”하준은 놀란 듯 미간을 아주 살짝 올렸다.“한 발짝도... 양보 안 하겠다는 말이네요?”“네, 맞아요.”이람은 밝게 웃으며 덧붙였다.“대표님보다 제가 연애 경험이 많아요. 그리고 그 경험 대부분이... 강제헌에게서 배운 거죠.”“3년 동안 충분히 배웠어요. 그래서 다시는 정말 단 1도, 제 마음이 상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예요.”하준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굳어졌다.‘저렇게까지 다짐할 만큼... 얼마나 마음을 줬던 거야.’‘얼마나 상처받았길래... 다시는 자신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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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람은 블록을 다시 멀리 치워두고 씻으러 갔다.세안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발걸음이 멈췄다.2초쯤 서 있다가 다시 돌아와 서랍을 열어 달 블록을 쏙 집어넣었다.보이지 않으면 괜히 생각할 일도 없으니까.이람은 잘 알고 있었다.하준이 지나치게 매력적이라는 걸.하준은 본인이 멋을 부리지도 않는데, 뭐든 하면 자연스럽게 사람을 끌어당긴다.게다가 지금은 ‘남자친구 역할’까지 하고 있으니, 하준이 툭 내뱉는 말 하나에도오해가 생길 여지가 다분했다.물론 이람의 연애 경험치도 만만치 않다.겉모습이나 말투의 설렘 정도로 가슴이 휘청이지는 않는다.사실 이람도 하준과 비슷한 면이 있다.누군가를 정말 좋아하게 되는 일이 그렇게 쉽게 찾아오진 않는다는 점에서.그래서 이람은 마음을 단단히 다잡았다.하준과 자신은 서로를 이용하는 사이.누구도 누구에게 빚지지 않는다.‘앞으로는 서 대표님에게 잘 붙어 있어야지.’물론, 하준이 든든한 방패가 되어 준다고 해도 제헌이 또 미쳐서 날뛰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하지만 이람과 하준의 가짜 연애는 제헌에게는 또 다른 도발이기도 했다.그 점이 이람을 통쾌하게 했다.이 상황에서 패배하는 건 제헌뿐이니까....오늘은 민서가 이람을 데리러 왔다.차에 타자마자 이람은 민서가 얼굴을 잔뜩 구기고 있는 걸 발견했다.“왜 그래. 정홍도 회장 만나기 싫어서 그래?”민서는 마치 상한 밥을 먹은 표정이었다.“그거 아니야.”“그럼 뭔데?”이람은 민서가 이렇게 표정을 망가뜨리는 걸 거의 보지 못했다.민서는 약혼식 당일, 약혼남이 다른 여자랑 해외로 도망쳐도... ‘둘이 잘 살아’ ‘애도 둘 낳아’ 라고 축복할 정도의 멘탈을 가진 여자다.“너처럼 강심장인 애가 못 견디는 일이 있어?”“유재원.”이람은 깜짝 놀랐다.“유재원? 왜?”‘둘은 우리 호스트바 그날 밤 살짝 엮였을 뿐인데...’“어제 집 샀잖아.”하준에게 이미 들은 이야기였다.“근데 바로... 내 옆집이야.”민서는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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