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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의 아내: Chapter 501 - Chapter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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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1화

그 모습에 정윤재의 눈빛이 그윽해졌다. 심하온에게 입 맞추고 싶은 충동이 또다시 그를 자극했다.하지만 심하온은 곧 그런 정윤재를 눈치채고 그의 어깨를 툭 쳤다.“여기 우리 집이야.”심하온이 불퉁하게 말했다.“어른들도 아직 거실에 계시잖아. 만약 방금 누가 우리를 찾으러 왔다 보기라도 했으면...”말을 하는 심하온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너무 부끄럽잖아.’‘정윤재, 이 나쁜 자식.’정윤재가 웃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안 오실 거야.”“흥. 안 오셔서 다행인 줄 알아.”투정을 부리던 심하온은 조금 전의 전화를 떠올렸다.“윤조 그룹의 프로젝트를 가로챌 생각인 거야?”윤조 그룹에서는 큰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 중이었다. 기업인이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프로젝트였다. 공민규 역시 그 프로젝트로 심기찬의 환심을 사려 했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응.”정윤재가 솔직하게 대답했다.‘공민규가 이 프로젝트로 아버님 마음을 사려고 했었다면 내가 뺏어오면 그만이야.’비록 심기찬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정윤재는 공민규의 그런 행동이 불쾌하게 느껴졌다.“하지만 그 프로젝트는 이미 윤조 그룹에 넘어갔어.”심하온이 미간을 찌푸렸다.“만약 윤재 씨가 처음부터 프로젝트 입찰을 준비했다면 승산이 있겠지만 이미 윤조 그룹이 입찰받은 상황에 가로채는 건 어렵지 않겠어?”“그래서 아까 말했잖아.”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정윤재의 그 미소에서 위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거라고.”공민규가 먼저 뒤통수를 쳤으니 정윤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심하온이 걱정하는 건 정윤재가 부정당한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업을 하면서 그 정도의 수단을 사용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심하온은 그저 정윤재가 걱정될 뿐이었다.“내가 도와줄게.”심하온이 정윤재의 손을 꼭 잡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정윤재는 그녀의 예비 신랑이었다.심하온은 당연히 정윤재의 편이었다.진지한 심하온의 모습에 정윤재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녹아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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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정윤재가 웃으며 심하온을 품으로 끌어안았다.“내가 뭘 했다고 그래? 아까 정원에서는 누가 볼까 봐 부끄럽다며. 하지만 여긴 우리 두 사람밖에 없잖아. 그러니까 아무도 못 봐.”정윤재는 마치 이 모든 것이 심하온을 위한 것인 듯 얘기했다.그 말에 이를 악문 심하온이 정윤재를 물 것처럼 달려들었다.하지만 정윤재는 도망가지도 않은 채 심하온이 입술을 물 수 있도록 가만히 기다렸다.심하온은 그럼에도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아 정윤재를 노려보았다.“알겠어. 안 그럴게.”정윤재가 심하온을 꽉 끌어안았다.“하온아, 나 이미 많이 참고 있어.”목소리에서도 그가 얼마나 참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심하온은 곧바로 정윤재의 말을 이해했다.서로를 빈틈없이 안고 있으니 심하온은 정윤재의 그곳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그러니 정윤재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심하온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중얼거렸다.“쌤통이다.”“하온아, 방금 뭐라고 했어?”정윤재가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물론 심하온은 곧바로 정윤재가 뿜어내는 위험한 분위기를 느껴야 했다.“아무것도 아니야.”얼른 대답한 심하온이 정윤재를 조심스럽게 밀어내며 빙그레 미소 지으며 정윤재의 손을 잡았다.“내 방 구경하고 싶다며? 자, 내가 구경시켜 줄게.”심하온의 방은 작은 거실이 딸린 큰 방이었다. 방문 앞에서 안으로 조금 들어가야 침실이 나왔고 그다음은 욕실과 드레스룸, 그리고 작은 서재가 있었다.“이거 봐.”심하온이 정윤재를 서재로 데려갔다.“나 어렸을 때 매일 저녁 여기서 숙제도 하고 그랬어.”정윤재는 심하온의 어린 시절 사진을 떠올렸다.그의 눈앞에는 책상 앞에 앉아 얌전히 숙제하고 있는 심하온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정윤재는 웃으며 심하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하온이 귀엽네.”“히히. 사실... 말 잘 듣는 귀여운 어린애는 아니었어.”심하온이 아기 여우처럼 웃었다.“가끔은 책상 앞에 앉아서 숙제하는 척하면서 몰래 만화책도 읽고 그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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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졸업 기념 앨범을 꺼낸 심하온은 한 페이지씩 넘기며 정윤재와 어린 시절 얘기를 이어갔다.하지만 초등학교 때의 일이라 시간이 많이 흐른 탓에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친구들도 있었다.또 한 페이지를 넘긴 심하온은 처음 보는 이름에 다음 페이지로 넘기려는데 정윤재가 갑자기 물었다.“이건 누구야?”“기억 안 나.”심하온이 솔직하게 말했다.“왜?”조용히 심하온의 얘기를 듣기만 하던 정윤재가 처음으로 사진 속 누군가에게 관심을 보였다.정윤재가 손을 들어 방명록을 톡톡 두드렸다.심하온의 시선이 정윤재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하온아, 나 사실 3학년 때부터 너를 좋아했어. 넌 예쁘고 공부도 잘하잖아. 만약 같은 중학교에 가게 된다면 내 여자친구가 되어줄래?]“...”심하온은 이런 편지가 있었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게다가 심하온은 졸업 후 이 남자아이와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정윤재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하온이는 어렸을 때부터 인기가 많았나 보네.”질투 가득한 정윤재의 말에 실소를 터뜨린 심하온이 고개를 돌려 그의 볼을 쿡 찔렀다.“윤재 씨, 초등학교 때 일도 이렇게까지 질투해야겠어?”정윤재는 말없이 그저 심하온을 빤히 쳐다보았다.어쩐지 심하온은 자신이 정윤재의 마음을 갖고 논 입장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껴야 했다.“흠, 이건 인제 그만 보는 게 좋겠어.”심하온이 졸업 기념 앨범을 정리하며 말을 이었다.“우리 이제 나가...”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윤재가 갑자기 심하온을 안아 올려 책상에 앉히고는 그녀를 두 팔 사이에 가둬버렸다.정윤재가 웃음기가 가득한 눈으로 심하온을 쳐다보며 말했다.“도망가려고?”“도망가긴 뭘 도망가. 여긴 내 집이야.”정윤재에게서 뿜어나오는 위험한 분위기와 뜨거워지는 주변 공기를 느낀 심하온이 손을 올려 그를 밀어냈다.하지만 정윤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정윤재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은 채 오히려 심하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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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흠, 엄마.”정윤재는 그제야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그건 안 되죠.”연미정은 그런 정윤재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작별 인사를 나눈 후 심하온의 가족은 문 앞에 서서 정윤재의 가족을 배웅했다.정윤재의 가족이 탄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그들은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윤보경이 심하온의 손을 잡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윤재는 애가 참 좋아. 정씨 가문 정도면 믿을 만하고 다들 널 예뻐하시니까 이 할미는 이제 안심해도 되겠어.”“할머니.”심하온이 윤보경의 팔을 잡고 애교를 부렸다.“저희 행복하게 살 거예요.”고개를 돌린 심하온은 조금 전과 달리 어두운 표정을 한 심기찬을 볼 수 있었다.‘오늘 내내 기분 좋아 보이셨는데? 왜 갑자기 표정이 안 좋으신 거지?’“아빠, 괜찮아요?”심하온이 물었다.심기찬은 심하온의 부름에 그제야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그럼. 왜 그렇게 물어?”“어쩐지 아빠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요.”심하온이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정말 괜찮으신 거 맞아요?”“기분이 안 좋긴.”심기찬이 심하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오늘은 너도 피곤했을 텐데 얼른 들어가서 쉬어.”심하온은 빤히 심기찬의 표정을 살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평온한 표정이었다.‘내가 잘못 본 건가.’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하루 심기찬을 불쾌하게 했던 일은 없었던 것 같았다. 심하온이 방으로 돌아가자 윤보경이 심기찬을 보더니 웃으며 물었다.“막상 딸 시집보내려니까 아쉬워서 그래?”심기찬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정윤재는 꽤 마음에 드는 사윗감이었다. 정윤재와 그의 집안 어른 모두 심하온을 예뻐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전에는 심하온이 결혼 한다고 생각해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었다.하지만 오늘, 본격적으로 양가에서 만남을 가지고 정략결혼 발표 날짜와 약혼 날짜를 잡으니... 갑자기 마음이 허전해졌다.‘우리 딸이 이젠 정말 다 컸네. 약혼하고 나면 또 곧 결혼 날짜도 잡게 되겠지.’윤보경의 말처럼 섭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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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하온아, 윤재 어렸을 때 너무 귀엽지 않니? 하지만 지금은... 휴, 세월이 야속하지. 말랑한 목소리로 엄마라고 부르던 때가 너무 그리워.]침대에 엎드려 있던 심하온은 연미정이 보낸 사진을 확인하고는 눈을 반짝였다.토실토실한 귀여운 아이였다.사진 속의 정윤재는 4, 5살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그때의 정윤재의 얼굴을 찹쌀떡처럼 동글동글했다.작은 찹쌀떡이 환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은 귀엽기만 했다.심하온은 그 모습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그 작은 찹쌀떡을 휴대폰 화면에서 꺼내 볼을 꾹 눌러보고 싶었다.‘촉감이 엄청 좋을 것 같아.’곧바로 사진을 저장한 심하온이 답장했다.[어렸을 때도 너무 귀여웠네요.][그렇지? 어릴 때 윤재가 얼마나 귀엽고 다정했는지 넌 아마 모를 거야. 하지만 2년이 지나고 애가 얼음처럼 차가워졌지.]정윤재는 차 안에서 흥미진진한 얼굴로 문자를 작성하는 연미정을 보고 있었다.심하온과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의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내 뒷담화라도 하는 건가?’정윤재는 옅은 한숨을 내뱉었다.연미정과의 문자를 마친 심하온은 또 저도 모르게 정윤재의 어린 시절 사진을 클릭했다.‘이렇게 귀여웠던 시절의 윤재 씨를 보지 못했다니, 아쉽네.’사진을 빤히 보던 심하온이 갑자기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심하온은 자신의 5살 때 사진을 찾아 정윤재의 사진과 합성했다.꽤 출중한 포토샵 실력으로 심하온이 합성한 사진은 두 사람이 정말 함께 사진을 찍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심하온이 합성한 사진을 정윤재에게 전송했다.[어때?]사진을 본 순간, 정윤재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정윤재는 오랫동안 그 사진을 빤히 쳐다보았다.사진 속의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눈부시게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 순간 정윤재는 마치 두 사람이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던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혔다.정윤재의 답장을 기다리다 못한 심하온이 또 그에게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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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사진을 빤히 쳐다보던 나현아가 웃으며 대답했다.“합성한 거야.”“뭐?”송서준이 잠깐 멍한 표정을 짓더니 물었다.“정말? 하지만 합성한 티가 전혀 안 나는데?”“포토샵을 자연스럽게 잘했어. 자세히 안 보면 티가 안 날 거야.”나현아가 말했다.“어쩐지.”송서준이 그제야 이해된다는 듯 말을 이었다..“두 사람이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으면 내가 모를 리가 없지. 몇 살인데 아직도 이런 걸 하는 거야. 쯧, 오글거려.”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진을 보는 송서준은 어쩐지 정윤재가 조금 부러워졌다.송서준이 손을 들어 나현아의 어깨를 감쌌다.“아니면 우리도 하나 만들까? 너도 포토샵 할 줄 알지? 나 어릴 때 사진 보내줄 테니까 너도 어렸을 때 사진 하나 찾아서 이렇게 합성해 줘.”나현아가 대답했다.“뭐야, 유치하게.”그 말에 송서준의 눈빛이 실망한 듯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럼에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곧 송서준의 기분을 눈치챈 나현아는 그제야 조금 전 자신의 태도가 너무 무심했다는 것을 인지했다.하지만 나현아는 송서준과 그런 사진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나현아는 어쩔 수 없이 말투를 누그러뜨리고 웃는 얼굴로 말했다.“아이, 참. 서준 씨도 방금 오글거린다며. 그리고 어렸을 때 사진은 전부 본가에 있어. 휴대폰에 저장해 놓은 게 없어서 찾을 수가 없는걸. 어차피 내가 서준 씨 곁에 있는데 그런 사진을 합성할 필요가 있겠어?”송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 말이 맞아.”사실 나현아의 변명이 길어질수록 송서준의 실망감은 커져만 갔다.그는 어쩐지 나현아는 애초부터 어린 시절의 합성 사진을 만드는 것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말이 길어진다는 건 결국 핑계라는 증거였다.하지만 나현아가 원하지 않는다면 송서준은 그녀를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잠시 생각하던 나현아가 물었다.“내일 내가 케이크 만들어줄까? 무슨 케이크 먹고 싶어?”“뭐든.”송서준이 웃으며 대답했다.“네가 해주는 거면 무슨 케이크든 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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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하지만 나현아는 송서준의 기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여전히 그를 경계하며 심지어 뒤로 두 발 물러섰다.“나더러 오늘 여기서 자고 가라는 거 진심으로 하는 얘기야? 서준 씨 알잖아. 나는 아직...”“현아야.”송서준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나현아의 말을 잘랐다.“난 다른 뜻은 없었어. 그저 네가 피곤할 것 같아서... 그래서 오늘은 여기서 지내라고 한 거야. 물론 내 방이 아니라 게스트룸에서. 나는 절대 네가 원하지 않는 일은 강요하지 않을 거라는 거, 너도 알잖아.”멍한 표정을 짓던 나현아는 송서준의 입가에 걸린 씁쓸한 미소에 갑자기 마음이 뜨끔했다.‘내가 방금 예민하게 반응한 건가?’사귄 지도 시간이 꽤 흘렀지만 나현아가 원하지 않는 일은 송서준은 한 번도 강요한 적이 없었다.“난...”나현아는 입을 달싹였지만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한숨을 내쉰 송서준이 입을 열었다.“괜찮아. 내가 데려... 기사님께 데려다주라고 할게.”어떤 얼굴로 송서준을 마주 봐야 할까, 고민하던 나현아는 송서준의 말에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는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나현아의 뒷모습을 보는 송서준은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어쩐지 송서준의 머릿속에서는 정윤재가 했던 말이 떠나지 않았다.“정신 똑바로 차려.”정윤재가 그 말을 했을 때까지만 해도 송서준은 본인이 나름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은... 갑자기 그 믿음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것 같았다.‘나는 정말 현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답답한 마음은 도무지 나아지지 않았다.송서준은 차키를 꺼내 문을 열고 술집으로 향했다.전에도 몇 번 온 적이 있던 가게였다. 느긋한 음악이 흐르는 분위기의 가게에서는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며 조용히 수다를 떨고 있었다.바에는 아직 자리가 남아있었다.송서준이 바에 앉아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술 한 잔 줘요.”젊고 예쁜 바텐더가 송서준을 보고는 웃으며 대답했다.“대표님,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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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여자가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연애해도 스킨쉽을 원하지 않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어쩌면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 수도 있고 또 어쩌면 마음의 준비가 안 됐을 수도 있죠.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해요.”“만약 대표님께서 그걸 받아들일 수 없다면 헤어지시면 돼요. 만약 정말 여자친구분을 사랑하고 헤어지고 싶지 않다면 여자친구의 생각을 존중해주셔야 하고요.”“당연히 헤어지고 싶지 않죠.”송서준이 말했다.“사장님 뜻이 뭔지 저도 잘 알아요. 저도 여자친구 생각 존중해줬어요. 한 번도 강요한 적도 없고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요. 제가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송서준은 오늘 밤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경계하는 표정이 상처가 되더라고요.”송서준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조명 때문인지 눈시울이 붉어진 것도 같았다.“저는 남자친구잖아요. 사귀는 동안 늘 진심이었어요. 여자친구에게 뭔가를 바라는 건 아니에요. 제 집에서 밤을 보내고 싶지 않은 것도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걸까요? 그 사람에게 저는 대체 뭘까요?”잠시 고민하던 여자가 대답했다.“여자잖아요. 경계심이 생기는 건 당연한 거예요. 어쩌면 그분한테는 자고 가라는 말이 너무 갑작스럽게 다가갔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놀랐던 거죠.”고개를 끄덕인 송서준이 말없이 술을 들이켰다.여자가 또 칵테일 한 잔을 만들어 송서준에게 내밀었다.“독한 거 아니니까 괜찮을 거예요.”송서준이 다시 술잔을 들자 여자가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대표님. 사실 대표님도 알고 계시죠.”“뭘요?”“대표님이 진짜로 신경 쓰는 건 여자친구분이 스킨쉽을 거절하는 것도, 자고 가라는 말에 경계심을 보인 것도 아니잖아요.”술잔을 쥔 송서준의 손에 점점 힘이 실렸다.“대표님이 마음에 걸리는 건.”여자가 송서준을 보며 말을 이었다.“그분이 대표님을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예요.”나긋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송서준에게는 그 말은 마치 폭발음처럼 귀를 울렸다.사실 송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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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송서준이 몸을 돌려 술집을 나섰다.뒤에서 여자의 당부가 들려왔다.“술 드셨으니까 운전은 하지 마세요.”송서준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알아요.”운전기사가 도착하자 차에 오른 송서준은 눈을 감고 오랜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자운정으로 가요.”자운정은 고급 아파트였다.나현아가 송서준의 집으로 이사 가기를 거부하자 그녀를 계속 월세방에서 지내게 할 수 없었던 송서준은 자운정의 집을 나현아에게 선물했다. 그리고 나현아는 줄곧 자운정에서 지내고 있었다.같은 시각. 나현아는 집에 앉아 불안에 떨고 있었다.그녀는 오늘 저녁 자신을 보던 송서준의 눈빛을 떠올렸다.‘기분이 나빴던 게 분명해.’‘그 어느 때보다도 더 기분 나쁜 표정이었어.’나현아는 자신의 머리를 콩 찧으며 후회에 잠겼다.송서준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빌미로 점점 더 겁 없이 굴기 시작했다. 아무리 송서준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최소한 송서준 앞에서만큼은 좋아하는 척, 제대로 된 연기를 해야만 했다.송서준에게 전화할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누가 찾아온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워낙 보안이 철저한 아파트인지라 나현아는 고민 없이 현관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송서준이었다.순간 멍한 표정을 지은 나현아가 곧바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서준 씨가 어떻게... 얼, 얼른 들어와.”그렇게 나현아를 보낸 것이 마음에 걸려 찾아온 것이 분명했다.송서준이 먼저 자존심을 굽혔으니 나현아도 적당히 고개를 숙여야 했다.아무 말 없이 현관으로 들어선 송서준은 그저 문 앞에 가만히 선 채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문을 닫고 고개를 돌린 나현아는 여전히 현관 앞에서 서 있는 송서준을 발견하고는 얼른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왜 여기 서 있어? 얼른 들어가.”하지만 송서준은 나현아의 손을 피했다.예상치 못한 송서준의 태도에 나현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서준 씨, 왜 그래?”“현아야.”드디어 입을 송서준의 목소리가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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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그 말에 나현아는 더 무너져 내렸다.만약 회사마저 그만둬야 한다면 그녀는 더 이상 그 어떤 정보도 알아낼 수 없었다.송서준이 조심스럽게 나현아를 밀어내며 마지막 말을 건넸다.“나중에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비서한테 연락해. 번호 알지?”말을 마친 송서준이 곧 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문이 닫히는 소리에 나현아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녀는 빨갛게 달아오른 두 눈을 번뜩인 채 머릿속으로 대책을 세웠다.‘안 돼. 절대 송서준과 헤어지면 안 돼. 만약 송서준과 헤어진다면 나는 그저 버려지는 카드가 될 거야. 공민규에게 다가갈 기회는 사라지는 거라고!’‘그리고...’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동안 송서준과의 추억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지금은 서준 씨와 절대 헤어질 수 없어!’욕실로 달려간 나현아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찬물로 얼굴을 씻어내렸다.나현아는 조금 전 송서준의 모습을 떠올렸다.‘서준 씨는 분명 아직 날 좋아하고 있어.’‘그렇다면 쉽잖아.’‘어떻게든 빌면서 서준 씨를 다시 잡으면 돼... 서준 씨라면 조금도 흔들리지 않을 리는 없을 거야.’...이른 아침. 정진 그룹과 서강 그룹에서는 공식적으로 정윤재와 심하온의 결혼 사실을 발표했다.그 사실은 곧바로 각 매체의 헤드라인으로 기사화되었고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비록 정윤재와 심하온이 연애 중이라는 건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공식적인 결혼 소식이 발표되자 사람들은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와, 제가 응원 하던 커플이 드디어 이루어졌어요!][이미 꽤 오래전부터 연애 중 아니었어요? 진짜 만나고 있던 거로 아는데?][하지만 이렇게 발표하는 걸 보니 진짜 정략결혼인가 봐요?][정략결혼이긴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 진심으로 사랑해서 하는 결혼이라는 거에 제 손가락을 걸겠어요.][두 분 다 훌륭하신 분들이니까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강운시의 4대 재벌가가 뭘 의미하는지 다들 모르세요? 만약 두 사람이 원하지 않았다면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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