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인의 시점.최준혁에게 이혼을 통보받았던 그날 밤 이후, 그와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이혼 협의서를 건네받은 다음 날, 회사 지하 주차장에서 몰래 만나는 최준혁과 서아영을 직접 보고 말았다. 두 사람에게 동시에 배신당한 충격과 역겨움에 급하게 짐을 캐리어에 쓸어 담아 집을 나왔다.최준혁과 다시 잘 지낼 가능성은 없는지, 임신 사실을 전하면 오해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생기지 않을까— 그렇게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이혼 서류 뒤에서 이미 서아영과 미래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최준혁의 뒷모습을 본 순간, 그에게는 더 이상 나에 대한 마음이 단 1%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깨달음은 한없는 절망이었다.집으로 돌아가면 서아영을 마주칠 수도 있었다. 그 생각만으로도 토할 것처럼 괴로웠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작은 오피스텔을 계약했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방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가구와 생활용품이 갖춰졌고 혼자 살아가는 데 불편함은 없게 되었다.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누군가의 귀가를 기다리는 일도 사라져 생활은 적막했지만... 그 대신 뱃속 아이들의 작은 움직임, 작은 변화를 더 잘 느낄 수 있다는 행복이 있었다. 앞으로의 삶이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일상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그러나 최근, 누군가가 자신과 아이들을 노리고 있다는 공포가 집어 삼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임신 중이라 예민해져서 그런가 보다 했지만 어느 날 진료를 받으러 나간 순간 눈앞을 미친 속도로 자전거가 스쳐 지나갔다. 그날 로드바이크 위에 올라탄 채 주위를 계속 두리번거리고 있는 수상한 인물 하나를 발견했다. 얼굴을 완전히 가린 풀 페이스 헬멧 자전거를 타고도 그렇게까지 감추는 모습은 오히려 더 의심스러웠다. 용기를 내어 건물 밖으로 나서는 순간— 그 사람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강하게 페달을 밟아 서해인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정확히 지나가는 순간, 귓가에 아주 작은 “칫.” 하는 혀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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