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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مؤلف: 애니
서태우는 민도하가 분명 놀랄 거로 생각했는데, 통화기기 너머로 들려온 반응은 예상외로 차분했다.

“조규찬, 아직도 포기 안 했어?”

‘이 말투... 조규찬이 강서이한테 들이대는 게 한두 번이 아니구나.’

[응.]

민도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오히려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어차피 못 데려가. 강서이는 절대 조규찬 따라가지 않아.”

서태우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

‘맞지. 강서이가 프라임로드투자를 왜 떠나겠어.’

‘다른 건 몰라도, 민도하가 프라임로드투자에 있는 이상... 강서이는 절대로 회사를 나갈 리 없지.’

서태우는 이미 모든 걸 꿰뚫고 있다는 듯한 말투로 농담을 이어갔다.

[내 생각엔 강서이가 일부러 조규찬을 ‘DAAL’로 불러낸 것 같아. 나한테 들키게 하려고.]

[그러고 나서 네 귀에도 슬쩍 흘려서, 너한테 강서이가 이직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거지. 그러면 네가 불러 붙잡을 테니까.]

서태우의 목소리엔 조롱이 한가득 섞여 있었다.

[아마 네가 요즘 아리를 챙기니까 강서이는 자기한테 좀 소홀해진 것 같다고 느낀 거겠지. 그래서 이런 잔재주 부리는 거야. 참 촌스러워. 눈치도 없고.]

[남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여자들끼리 질투하고 싸움 거는 거라는 걸 강서이는 모르나? 저렇게 티 내면 낼수록 널 더 멀어지게 한다는 것도 모르고.]

[자기가 뭔데? 아리랑 비교가 돼? 누가 봐도 답은 정해져 있는데?]

하지만 민도하는 이런 이야기에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다. 형식적인 대답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바로 책상 위 서류철을 펼쳤는데, 가장 위에 강서이의 사직서가 놓여 있었다.

민도하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곧바로 그 문서를 옆으로 밀어두고 아무렇지 않은 듯 다른 서류에 다시 사인했다.

...

그 시각, 강서이는 조규찬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기분 좋게 집으로 향했다.

집 근처 꽃집에서 스스로에게 꽃 한 다발을 사 준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집 안에 놓인 수많은 ‘자기 것이 아닌 물건들’을 보며 방금까지의 들떴던 기분이 조금 가라앉았다.

강서이는 종이상자를 꺼내 그동안 쌓아두었던 문서들을 전부 넣기 시작했다. 그제야 식탁이 제 모습을 찾았다.

집안을 둘러보던 강서이는 꽃을 꽂을 만한 물건을 발견했다.

트로피.

프라임로드투자의 ‘우수사원상’ 트로피.

민도하가 직접 강서이에게 건네준 상, 그리고 강서이는 그걸 보물처럼 간직해 왔다.

얼마 전 한지수가 술에 취해 강서이의 집에서 자다, 한밤중에 배탈이 나서 가까운 곳에 있는 그 트로피를 잡고 토하려 했다.

그 순간 강서이는 반사적으로 트로피를 낚아채며 한지수가 침대에 토하든 말든 트로피만은 지켜냈다.

강서이는 트로피에 물을 채우고 꽃을 꽂았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제야 좀 쓸모가 있네.”

잠들기 전 강서이는 새로운 습관을 실천했다.

잘 때는 핸드폰을 꺼두는 것.

덕분에 오랜만에 깊게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9시 정각, 강서이는 회사에 도착했다.

동료들은 이 시간에 강서이가 들어오는 걸 보고 모두 이상하게 여겼다. 평소라면 늘 강서이가 가장 먼저 출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은 늘 입던 딱딱하고 수수한 정장 대신, 옅은 색감의 셔츠와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강 비서님, 오늘 뭔가 달라요.”

강서이는 미소 지으며 물었다.

“어디가요?”

“예쁜데요.”

정확히 말하자면, 굉장히 예뻤다.

오늘 강서이는 옅은 화장만 했을 뿐인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맑고 깨끗하면서도 우아했다.

남녀 모두가 시선을 뺏길 수밖에 없는 그런 느낌.

“고마워요.”

기분이 더 좋아진 강서이는 출근길에 이미 아침을 먹고 와서 사무실 도착 후 곧장 휴게실로 가서 물을 받고 위장약을 꺼냈다.

그런데 문 앞에 서자 안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얘기가 들려왔다.

“너희는 강 비서님이랑 노아리 본부장님이랑 누가 더 예쁘다고 봐?”

“둘은 완전히 다른 타입이라 비교가 어렵지.”

“예전 같으면 당연히 노아리 본부장님이 더 예뻤지. 근데 강 비서님은 너무 딱딱했잖아. 옷차림도 화장도 다 단정하다 못해 답답했어. 사람도 실제보다 열 살은 더 들어 보였고. 근데 원래 타고난 얼굴이 좋은 사람들은 조금만 손봐도 확 달라 보이더라니까?”

“맞아 맞아. 지금 완전 분위기 장난 아니야. 누나라고 부르고 싶어질 정도야.”

“외모만 놓고 보면 강 비서님이 약간 더 우위인데, 그래도 노아리 본부장님은 학벌이나 집안이 다 너무 뛰어나서... 그건 강 비서님이 못 따라가잖아.”

“그렇지. 머리랑 배경은 타고나는 거니까. 태어나는 것도 실력이야.”

“근데 강 비서님, 집안이 좀 그래서... 혼자 자랐다던데...”

“...”

그 순간, 강서이가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휴게실 안의 대화는 즉시 멈췄다.

“좋은 아침이에요.”

강서이는 아무 말도 듣지 못한 사람처럼 담담하게 물을 받고, 자연스럽게 인사하며 휴게실 안을 지나갔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어색하게 대답한 뒤 재빨리 흩어졌다.

...

강서이가 약을 먹고 자리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IB본부 3부 과장 심현수가 급하게 다가왔다.

표정이 잔뜩 급한 탓에 숨이 조금 가빠져 있었다.

“강 비서님, 엑스에이지 드론 프로젝트 평가보고서 좀 받을 수 있을까요? 민 대표님이 직접 요청하셨습니다.”

강서이는 정리해 둔 자료를 건네며 고개를 들었다. 그때 심현수가 묘한 표정으로 물었다.

“강 비서님, 핸드폰 고장 났어요?”

“아뇨, 왜요?”

강서이는 영문을 몰라 눈을 깜빡였다.

“아침에 민 대표님이 출장을 나가셨는데, 이 평가보고서 급하게 필요하다고 여러 번 연락하셨거든요. 그런데 계속 연락이 안 돼서요.”

설명을 들은 강서이는 담담하게 말했다.

“아마 배터리가 다 되었나 봐요.”

너무 성의 없는 이유여서 믿기 힘든 답이었지만, 심현수는 더 묻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민 대표님이 노 본부장님이랑 같이 엑스에이지 드론 프로젝트 현장을 보러 가셨어요.”

“일정 보니 아마 다음 주쯤 사무실로 돌아오실 것 같고요. 이 자료는 제가 먼저 전달해 두겠습니다.”

강서이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모니터를 켜서 오늘 일정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엑스에이지 드론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강서이가 거의 단독으로 추진해 온 업무였다.

두 번의 현장 실사와 초기 실무 조율까지 모두 강서이가 직접 대응했으며, 민도하는 진행 과정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더구나 프라임로드투자 안에서 이 프로젝트는 그다지 큰 비중의 딜도 아니었다. 민도하가 직접 지방까지 내려가 실사를 할 유형의 건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직접 갔다.

누가 봐도 프로젝트 검사하러 간 것이 아니라, 노아리를 대동해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러 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좋네. 부부 역할 제대로 하네.’

강서이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말했다.

민도하가 회사에 없으니 강서이의 업무량은 절반으로 줄었다.

게다가 IB본부 3부 관련 실무도 넘겨서 한결 여유가 생겼다.

겨우 숨통이 트인 듯한 기분이었다.

오늘은 퇴근 후 한의사 하강진과 진료 약속도 있었다. 속이 오랜 기간 좋지 않아 한약을 지어 먹어보려는 계획이었다.

강서이는 원래 체력이 약했고, 더 이상 방치했다간 큰 병이 올 것 같았다.

하강진은 B시에선 꽤 유명한 경력 많은 한의사라 평소엔 진료 예약 잡기가 힘들다.

예전에 강서이가 고객 가족을 챙기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병원 앞에서 번호표를 받는 일이 잦았고, 그 덕에 자연스레 하강진과 인연이 생겼다.

하강진은 강서이가 무리하는 것을 여러 번 봐 왔기에, 늘 건강을 챙기라고 당부하곤 했다.

‘젊다고 몸으로 함부로 소모하면 나중에 반드시 대가 치른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했었다.

오늘은 하강진도 특별히 퇴근을 늦추며 강서이를 기다린다고 했다.

그러나 강서이는 병원으로 향하던 중, 엑스에이지 대표 송이호에게서 전화받았다.

“강 비서님, 큰일 났습니다. 지금 바로 좀 와주셔야겠어요!”

갑작스러운 말투에 강서이는 걸음을 멈추고 상황을 물었다.

송이호는 격앙된 목소리로 설명했다. 프라임로드투자 측이 프로젝트 실사를 진행하러 왔고, 분위기도 처음에는 괜찮았다고 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딜 논의를 하는 자리에서, IB본부 3부의 노아리 본부장은 이미 합의되어 있던 밸류에이션 과정에서 주가를 3퍼센트를 더 깎으려 들었다는 것이었다.

덧붙여 엑스에이지의 드론이 산업용 비중이 크고, 상업적 확장성이나 점유율이 경쟁사 대비 떨어진다는 이유까지 들며 가격을 낮추려 했다는 것이다.

[강 비서님, 저희가 프라임로드투자를 선택한 건 강 비서님 때문이었어요. 다른 투자사들도 많이 제안했지만, 강 비서님이 제시한 협력 구조랑 미래 구상이 가장 현실적으로 맞았기 때문에 결정한 거라고요.]

송이호의 목소리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떨렸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식이면 협력하기 힘들어요. 저희는 강 비서님하고만 얘기하겠습니다. 강 비서님이 안 오시면, 이번 프로젝트는 여기서 접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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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58화

    변수린이 별실로 들어갔을 때, 사람들은 이예수가 무슨 경사가 있기에 제법 큰 축하 자리를 마련했는지 궁금해하고 있었다.이예수는 좀처럼 이유를 말하지 않고 사람들의 궁금증을 부추겼다.결국 누군가 먼저 추측했다. “혹시 따님하고 민 대표님 약혼 때문에 마련한 자리예요?”변수린은 ‘민 대표’라는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예수가 웃으며 설명했다. “그건 다들 이미 아는 경사잖아요?”즉, 오늘 축하할 일은 따로 있다는 뜻이었다.“대체 무슨 일인데요? 얼른 말해 봐요. 궁금해서 못 참겠어요.”이예수도 끝내 더는 감추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우리 아리가 곧 영승반도체를 맡게 됐어요.”사람들이 놀라 탄성을 내자 이예수는 더욱 힘주어 말했다. “예비 사위가 우리 아리를 얼마나 아끼는지 영승반도체를 아예 딸한테 넘겨줬다니까요.” “이제 우리 아리가 영승반도체 주인이고, 보유 자산만 따져도 40조 원은 된답니다.”“세상에, 축하해요!”“프라임로드투자 민 대표님하고 따님이 사이가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정말 대단하네요.” “아직 약혼 단계인데도 40조 원 가치의 회사를 통째로 넘겨주다니, 따님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겠어요.”“소중하게 생각하는 정도가 아니죠. B시에 재력가가 얼마나 많은데 저렇게까지 크게 마음을 쓰는 사람이 또 있겠어요?”“저도 이런 얘기는 처음 들어 봐요.”“정말 부럽네요. 아리 씨는 복도 많아요.”“아리 씨 본인도 워낙 뛰어나니까 민 대표님 마음을 얻은 거겠죠. 다들 모르셨죠? 아리 씨가 WT비즈니스대학교 금융학 박사잖아요.”“공부도 정말 잘했네요. 민 대표님이 아끼는 이유가 있었어요. 두 사람 정말 잘 어울려요. 사모님, 축하드려요.”“...”연달아 쏟아지는 축하에 완전히 기분이 업된 이예수는 얼굴에서 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누군가는 재미있다는 듯 말을 보탰다. “그렇게 따지면 다음 달에는 B시 여성 자산가 1위도 바뀌겠네요. 강서이가 1위에 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요? 역대 최단기 1위가 되는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57화

    강서이는 양정원에게 괜찮은지 물었다. 불편하면 다른 식당으로 옮겨도 된다고 했다.양정원은 자기는 상관없다고 답했다.두 사람이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입구로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아마 축하 모임 참석자들인 듯했다.강서이는 신경 쓰지 않고 메뉴판을 보며 주문했다.마침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던 이예수가 고개를 들었다가, 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앉아 있는 강서이를 발견하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이예수는 직원을 불러 몇 마디 지시한 뒤 일행을 데리고 별실로 들어갔다.강서이가 주문을 마쳤을 때, 매니저로 보이는 직원이 다가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합니다, 고객님. 아까 직원이 예약 상황을 잘못 확인했습니다. 오늘은 전 좌석이 예약되어 있습니다.”“그럼 다른 곳으로 가죠.” 강서이는 양정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두 사람이 입구까지 갔을 때 마침 변수린과 마주쳤다.먼저 강서이를 알아본 변수린이 반가운 목소리로 불렀다.“강 대표, 식사하러 오셨어요?”“사모님.” 강서이는 변수린에게 인사한 뒤 상황을 설명했다.“전에 말씀하신 게 생각나서 한번 와 봤는데 자리가 없다고 하네요. 오늘은 다른 데 가고 다음에 다시 들를게요.”“이 시간에 자리가 없을 리가 없는데요. 주말도 아니고 공휴일도 아니잖아요.” 변수린은 의아해하며 곧바로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상대가 무슨 말을 했는지 변수린의 표정이 잠깐 굳어졌다.하지만 강서이를 다시 바라보면서는 부드러운 미소를 되찾았다.“매니저가 착각했대요. 자리 있어요. 내 전용 별실로 안내해 드릴게요.”‘밥 한 끼 먹는데 일이 참 많네.’변수린의 체면만 아니었다면 강서이는 정말 다시 식당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변수린은 직접 강서이를 식당 안으로 안내해서, 자신이 이용하는 전용 별실에 자리를 마련해 줬다.직원에게는 오늘 식사비를 자기 앞으로 하라고 일러두기까지 했다.강서이는 곧바로 사양했다.하지만 변수린은 끝까지 고집하며 강서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오늘 식사는 내가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56화

    공식 순위는 아니었지만 실제와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그래도 세 사람은 적당히 말을 아끼며 더는 그 이야기를 이어 가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 강서이가 회사에 도착하자 김설이 축하한다며 작은 케이크와 꽃다발을 내밀었다.강서이가 물었다. “뭘 축하하는데?”“대표님이 B시 여성 자산가 1위에 오른 거요!”“비공식 랭킹이잖아.”“비공식이어도 1위는 1위죠. 축하할 만하잖아요! 얼른 제가 직접 만든 케이크도 드셔 보세요.”케이크는 제법 잘 만들었다. 보기만 해도 꽤 공을 들였다는 게 느껴졌다.강서이는 포크로 한입 떠먹다가 문득 동작을 멈췄다.‘이 맛... 왜 이렇게 익숙하지?’강서이가 멍하니 있는 걸 본 김설이 긴장한 듯 물었다. “왜 그러세요? 맛이 없어요?”“아니, 괜찮아. 달긴 한데 느끼하지도 않고.” 강서이가 짧게 칭찬했다.김설이 활짝 웃었다. “고생한 보람이 있었네요!”맛있는 케이크를 먹고 예쁜 꽃까지 받아서인지 강서이는 오전 내내 기분이 꽤 좋았다....오후에 양정원이 B시에 도착하자 강서이가 직접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양정원은 차에 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강서이에게 소식을 하나 꺼냈다.“5분 전에 들은 소식인데요. 민 대표가 영승반도체 지분 양도 계약서를 작성 중이랍니다. 영승반도체를 노아리 본부장에게 넘길 생각인가 봐요.”양정원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대가 없이 넘기는 거래요. 말 그대로 증여죠.”정말 회사를 통째로 주기 시작한 모양이었다.그것도 프라임로드투자 산하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핵심 사업을.강서이는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딱히 놀랍지는 않았다.예전에도 말했듯 민도하가 언젠가 프라임로드투자 자체를 노아리에게 준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영승반도체를 넘기는 것과 프라임로드투자를 넘기는 건 사실상 큰 차이도 없었다.강서이는 이 일에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양정원은 달랐다. 생각해 보니 양정원은 노아리와 경영 방침이 맞지 않아서, 화가 나 영승반도체를 떠난 사람이었다.그 탓에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55화

    [얼마나 올랐는데?!]한지수는 예상대로 바로 관심이 옮겨갔다.강서이가 금액을 알려 줬다.한지수가 그 자리에서 비명을 질렀다. [자기야, 사랑해! 나 평생 네 오른팔 할래!]강서이가 웃으며 물었다. “이제 안 화나?”한지수는 바보처럼 생글생글 웃었다. [화? 무슨 화? 능력 없는 사람이나 화를 내는 거지! 부자가 되면 웬만한 병은 다 낫거든!]확실히 돈 버는 재미가 남자 만나는 것보다 훨씬 컸다.한지수는 이제야 강서이가 왜 남자에게 관심을 잃었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꿈결’ 정식 출시를 앞두고, 노아리와 창업자 이봉석은 유력 매체의 공동 인터뷰를 진행했다.노아리는 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서태우는 현장에 직접 가지는 못했지만, 단톡방에 잡지가 발행되면 2만 부를 사서 응원하겠다고 선언했다.지난번 일을 만회하려는 뜻도 조금은 있었다.그때 꽤 큰 망신을 당했기 때문이다.서태우는 단톡방에서 서한승과 남유환까지 태그하면서 같이 힘 좀 보태라고 했다.하지만 둘 다 답이 없었다.다들 바쁘기는 정말 바쁜 사람들이었다.인터뷰가 끝난 뒤 잡지사 편집장이 직접 찾아와 감사 인사를 하며, 최신호 한 권을 노아리에게 선물했다.노아리는 표지에 실린 강서이의 얼굴을 보자 표정이 잠깐 굳어졌다.그래도 억지로 웃으며 편집장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잡지를 받아 들었다.집에 돌아오자마자 참았던 화를 풀 듯 바로 잡지를 바닥에 내던졌다.노장훈은 모처럼 집에 들어와 거실에서 경제 뉴스를 보고 있었다.공교롭게도 뉴스에서도 강서이에 관한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아빠!” 노아리가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TV 좀 꺼요!”노장훈이 걱정하며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노아리는 속에서 끓는 이유를 솔직히 말할 수 없어서, 머리가 아픈데 아무 소리도 듣고 싶지 않다고만 했다.“아픈 거야? 병원 가 볼까?”“괜찮아요. 방에서 좀 자면 돼요.” 노아리는 평소처럼 노장훈과 차를 마시며 일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다.혼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54화

    진재언과 대화를 마친 강서이는 김설에게 ‘꿈결’ 쇼케이스 영상을 정리해서 보내 달라고 했다.김설은 말을 머뭇거렸다. “대표님, 그냥 안 보시면 안 돼요? 볼 것도 없는데요.”강서이가 의아하게 물었다. “왜?”김설이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투덜거렸다. “멀쩡한 게임 쇼케이스가 갑자기 연애 발표회가 됐거든요.”강서이는 별다른 반응 없이 그래도 전체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 달라고 했다.앞부분은 분명히 ‘꿈결’ 소개가 중심이었다. 그런데 한 기자의 질문으로 화제가 벗어난 뒤부터는 거의 두 사람의 연애 발표처럼 흘러갔다.김설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후반부 영상을 아예 잘라 버렸다.강서이는 놓친 내용이 있을까 싶어 직접 ‘꿈결’ 공식 숏폼 계정에 들어갔다.가장 많은 반응을 받은 영상은 게임과 아무 상관도 없는 내용이었다.강서이는 그대로 넘기고 게임 관련 영상을 보려고 했다.그런데 화면이 민도하의 얼굴로 바뀌었다.강서이의 손가락이 잠깐 멈췄다.곧 민도하의 다정한 고백이 영상에서 흘러나왔다.[아리 씨가 그렇게 뛰어난데 제가 어떻게 결혼이라는 틀 안에 가둬 두겠습니까? 결혼해도 아리 씨는 자유롭게 자기 일을 할 사람이고, 원하는 곳에서 마음껏 능력을 펼칠 겁니다.] 강서이는 눈을 내리깔며 씁쓸하게 웃었다. ‘정말 다정하네.’‘민도하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면 저런 모습이 되는구나.’생각해 보면 정말 우스운 일이었다. 7년 넘게 알고 지냈지만 저런 민도하의 모습은 처음 봤다.하지만 이제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강서이는 영상을 넘긴 뒤 ‘꿈결’ 관련 콘텐츠와 이용자 평가를 간단히 살펴봤다.홍보부터 비공개 테스트, 쇼케이스까지 공개된 내용 대부분이 진재언이 꿈결엔진에 있을 때 만들어 둔 토대를 그대로 활용한 것이었다.대신 캐릭터 설정 일부는 수정돼 있었다. 예를 들면 여성 캐릭터의 의상이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몸매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있었다.강서이가 영상을 막 닫았을 때 한지수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전화를 받자, 강서이가 인사할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53화

    ‘강서이는 왜 그렇게 평온하지?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서태우는 한동안 진지하게 고민한 끝에 결론을 냈다.‘강서이는 연기하는 거야!’예전에 강서이가 민도하를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주변 사람들이 다 봤으니까.민도하는 쇼케이스 시작 시간에 거의 맞춰서 도착했다.서태우가 민도하에게 물었다. “너네 집은 지대가 높아서 지하주차장이 잠길 일도 없잖아. B시에서도 손꼽히는 주거단지인데 차가 왜 물을 먹어?”민도하가 담담하게 답했다. “어제 본가에서 잤어.”“아, 그래서 오늘 아리랑 같이 안 온 거구나.”민도하가 자리에 앉자 쇼케이스가 정식으로 시작됐다.노아리와 ‘꿈결’의 창업자 이봉석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서, 게임의 특징과 비공개 테스트에서 나온 좋은 지표, 이용자 반응을 상세히 소개했다.기자 질의응답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질문은 대부분 게임에 관한 내용이었다.그러다 누군가 흐름을 바꾸듯 갑자기 노아리의 연애 이야기를 꺼냈다.“노아리 본부장님, 프라임로드투자의 민 대표님도 오늘 현장에 와 계신 걸 봤습니다. 두 분 사이가 정말 좋아 보이는데, 곧 좋은 소식이 있다는 이야기가 사실인가요?”노아리는 행복에 푹 빠진 사람처럼 눈꼬리를 예쁘게 휘면서 대답했다. “하나 정정할게요.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에요.”현장 곳곳에서 부러운 탄성이 터졌다.기자가 바로 이어 물었다. “그럼 민 대표님과 약혼하신 뒤에는 커리어를 접고 가정에 전념하실 계획인가요?”노아리는 미소를 지으며 질문을 민도하에게 자연스럽게 넘겼다. “그건 민 대표한테 물어보셔야죠. 제가 계속 일을 하길 바라는지, 아니면 집에서 가정에 전념하길 바라는지요.”카메라가 일제히 민도하를 향했다. 서태우조차 민도하가 어떻게 답할지 궁금해졌다.민도하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대답하기 전에 먼저 노아리를 바라봤다.누가 봐도 애정이 깊어 보이는 눈이었다.“아리 씨가 그렇게 뛰어난데 제가 어떻게 결혼이라는 틀 안에 가둬 두겠습니까? 결혼해도 아리 씨는 자유롭게 자기 일을 할 사람이고, 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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