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9화

Author: 애니
서태우는 민도하가 분명 놀랄 거로 생각했는데, 통화기기 너머로 들려온 반응은 예상외로 차분했다.

“조규찬, 아직도 포기 안 했어?”

‘이 말투... 조규찬이 강서이한테 들이대는 게 한두 번이 아니구나.’

[응.]

민도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오히려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어차피 못 데려가. 강서이는 절대 조규찬 따라가지 않아.”

서태우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

‘맞지. 강서이가 프라임로드투자를 왜 떠나겠어.’

‘다른 건 몰라도, 민도하가 프라임로드투자에 있는 이상... 강서이는 절대로 회사를 나갈 리 없지.’

서태우는 이미 모든 걸 꿰뚫고 있다는 듯한 말투로 농담을 이어갔다.

[내 생각엔 강서이가 일부러 조규찬을 ‘DAAL’로 불러낸 것 같아. 나한테 들키게 하려고.]

[그러고 나서 네 귀에도 슬쩍 흘려서, 너한테 강서이가 이직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거지. 그러면 네가 불러 붙잡을 테니까.]

서태우의 목소리엔 조롱이 한가득 섞여 있었다.

[아마 네가 요즘 아리를 챙기니까 강서이는 자기한테 좀 소홀해진 것 같다고 느낀 거겠지. 그래서 이런 잔재주 부리는 거야. 참 촌스러워. 눈치도 없고.]

[남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여자들끼리 질투하고 싸움 거는 거라는 걸 강서이는 모르나? 저렇게 티 내면 낼수록 널 더 멀어지게 한다는 것도 모르고.]

[자기가 뭔데? 아리랑 비교가 돼? 누가 봐도 답은 정해져 있는데?]

하지만 민도하는 이런 이야기에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다. 형식적인 대답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바로 책상 위 서류철을 펼쳤는데, 가장 위에 강서이의 사직서가 놓여 있었다.

민도하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곧바로 그 문서를 옆으로 밀어두고 아무렇지 않은 듯 다른 서류에 다시 사인했다.

...

그 시각, 강서이는 조규찬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기분 좋게 집으로 향했다.

집 근처 꽃집에서 스스로에게 꽃 한 다발을 사 준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집 안에 놓인 수많은 ‘자기 것이 아닌 물건들’을 보며 방금까지의 들떴던 기분이 조금 가라앉았다.

강서이는 종이상자를 꺼내 그동안 쌓아두었던 문서들을 전부 넣기 시작했다. 그제야 식탁이 제 모습을 찾았다.

집안을 둘러보던 강서이는 꽃을 꽂을 만한 물건을 발견했다.

트로피.

프라임로드투자의 ‘우수사원상’ 트로피.

민도하가 직접 강서이에게 건네준 상, 그리고 강서이는 그걸 보물처럼 간직해 왔다.

얼마 전 한지수가 술에 취해 강서이의 집에서 자다, 한밤중에 배탈이 나서 가까운 곳에 있는 그 트로피를 잡고 토하려 했다.

그 순간 강서이는 반사적으로 트로피를 낚아채며 한지수가 침대에 토하든 말든 트로피만은 지켜냈다.

강서이는 트로피에 물을 채우고 꽃을 꽂았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제야 좀 쓸모가 있네.”

잠들기 전 강서이는 새로운 습관을 실천했다.

잘 때는 핸드폰을 꺼두는 것.

덕분에 오랜만에 깊게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9시 정각, 강서이는 회사에 도착했다.

동료들은 이 시간에 강서이가 들어오는 걸 보고 모두 이상하게 여겼다. 평소라면 늘 강서이가 가장 먼저 출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은 늘 입던 딱딱하고 수수한 정장 대신, 옅은 색감의 셔츠와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강 비서님, 오늘 뭔가 달라요.”

강서이는 미소 지으며 물었다.

“어디가요?”

“예쁜데요.”

정확히 말하자면, 굉장히 예뻤다.

오늘 강서이는 옅은 화장만 했을 뿐인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맑고 깨끗하면서도 우아했다.

남녀 모두가 시선을 뺏길 수밖에 없는 그런 느낌.

“고마워요.”

기분이 더 좋아진 강서이는 출근길에 이미 아침을 먹고 와서 사무실 도착 후 곧장 휴게실로 가서 물을 받고 위장약을 꺼냈다.

그런데 문 앞에 서자 안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얘기가 들려왔다.

“너희는 강 비서님이랑 노아리 본부장님이랑 누가 더 예쁘다고 봐?”

“둘은 완전히 다른 타입이라 비교가 어렵지.”

“예전 같으면 당연히 노아리 본부장님이 더 예뻤지. 근데 강 비서님은 너무 딱딱했잖아. 옷차림도 화장도 다 단정하다 못해 답답했어. 사람도 실제보다 열 살은 더 들어 보였고. 근데 원래 타고난 얼굴이 좋은 사람들은 조금만 손봐도 확 달라 보이더라니까?”

“맞아 맞아. 지금 완전 분위기 장난 아니야. 누나라고 부르고 싶어질 정도야.”

“외모만 놓고 보면 강 비서님이 약간 더 우위인데, 그래도 노아리 본부장님은 학벌이나 집안이 다 너무 뛰어나서... 그건 강 비서님이 못 따라가잖아.”

“그렇지. 머리랑 배경은 타고나는 거니까. 태어나는 것도 실력이야.”

“근데 강 비서님, 집안이 좀 그래서... 혼자 자랐다던데...”

“...”

그 순간, 강서이가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휴게실 안의 대화는 즉시 멈췄다.

“좋은 아침이에요.”

강서이는 아무 말도 듣지 못한 사람처럼 담담하게 물을 받고, 자연스럽게 인사하며 휴게실 안을 지나갔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어색하게 대답한 뒤 재빨리 흩어졌다.

...

강서이가 약을 먹고 자리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IB본부 3부 과장 심현수가 급하게 다가왔다.

표정이 잔뜩 급한 탓에 숨이 조금 가빠져 있었다.

“강 비서님, 엑스에이지 드론 프로젝트 평가보고서 좀 받을 수 있을까요? 민 대표님이 직접 요청하셨습니다.”

강서이는 정리해 둔 자료를 건네며 고개를 들었다. 그때 심현수가 묘한 표정으로 물었다.

“강 비서님, 핸드폰 고장 났어요?”

“아뇨, 왜요?”

강서이는 영문을 몰라 눈을 깜빡였다.

“아침에 민 대표님이 출장을 나가셨는데, 이 평가보고서 급하게 필요하다고 여러 번 연락하셨거든요. 그런데 계속 연락이 안 돼서요.”

설명을 들은 강서이는 담담하게 말했다.

“아마 배터리가 다 되었나 봐요.”

너무 성의 없는 이유여서 믿기 힘든 답이었지만, 심현수는 더 묻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민 대표님이 노 본부장님이랑 같이 엑스에이지 드론 프로젝트 현장을 보러 가셨어요.”

“일정 보니 아마 다음 주쯤 사무실로 돌아오실 것 같고요. 이 자료는 제가 먼저 전달해 두겠습니다.”

강서이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모니터를 켜서 오늘 일정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엑스에이지 드론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강서이가 거의 단독으로 추진해 온 업무였다.

두 번의 현장 실사와 초기 실무 조율까지 모두 강서이가 직접 대응했으며, 민도하는 진행 과정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더구나 프라임로드투자 안에서 이 프로젝트는 그다지 큰 비중의 딜도 아니었다. 민도하가 직접 지방까지 내려가 실사를 할 유형의 건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직접 갔다.

누가 봐도 프로젝트 검사하러 간 것이 아니라, 노아리를 대동해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러 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좋네. 부부 역할 제대로 하네.’

강서이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말했다.

민도하가 회사에 없으니 강서이의 업무량은 절반으로 줄었다.

게다가 IB본부 3부 관련 실무도 넘겨서 한결 여유가 생겼다.

겨우 숨통이 트인 듯한 기분이었다.

오늘은 퇴근 후 한의사 하강진과 진료 약속도 있었다. 속이 오랜 기간 좋지 않아 한약을 지어 먹어보려는 계획이었다.

강서이는 원래 체력이 약했고, 더 이상 방치했다간 큰 병이 올 것 같았다.

하강진은 B시에선 꽤 유명한 경력 많은 한의사라 평소엔 진료 예약 잡기가 힘들다.

예전에 강서이가 고객 가족을 챙기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병원 앞에서 번호표를 받는 일이 잦았고, 그 덕에 자연스레 하강진과 인연이 생겼다.

하강진은 강서이가 무리하는 것을 여러 번 봐 왔기에, 늘 건강을 챙기라고 당부하곤 했다.

‘젊다고 몸으로 함부로 소모하면 나중에 반드시 대가 치른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했었다.

오늘은 하강진도 특별히 퇴근을 늦추며 강서이를 기다린다고 했다.

그러나 강서이는 병원으로 향하던 중, 엑스에이지 대표 송이호에게서 전화받았다.

“강 비서님, 큰일 났습니다. 지금 바로 좀 와주셔야겠어요!”

갑작스러운 말투에 강서이는 걸음을 멈추고 상황을 물었다.

송이호는 격앙된 목소리로 설명했다. 프라임로드투자 측이 프로젝트 실사를 진행하러 왔고, 분위기도 처음에는 괜찮았다고 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딜 논의를 하는 자리에서, IB본부 3부의 노아리 본부장은 이미 합의되어 있던 밸류에이션 과정에서 주가를 3퍼센트를 더 깎으려 들었다는 것이었다.

덧붙여 엑스에이지의 드론이 산업용 비중이 크고, 상업적 확장성이나 점유율이 경쟁사 대비 떨어진다는 이유까지 들며 가격을 낮추려 했다는 것이다.

[강 비서님, 저희가 프라임로드투자를 선택한 건 강 비서님 때문이었어요. 다른 투자사들도 많이 제안했지만, 강 비서님이 제시한 협력 구조랑 미래 구상이 가장 현실적으로 맞았기 때문에 결정한 거라고요.]

송이호의 목소리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떨렸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식이면 협력하기 힘들어요. 저희는 강 비서님하고만 얘기하겠습니다. 강 비서님이 안 오시면, 이번 프로젝트는 여기서 접겠습니다.]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Pinakabagong kabanata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90화

    그 의문은 노아리와 함께 계단식 강의실을 나온 뒤 비로소 풀렸다.오후 햇볕이 강했다. 서한승은 일부러 바깥쪽에서 걸으며 강서이에게 내리쬐는 햇빛을 가려 줬다.걸어가는 내내 고개도 강서이 쪽으로 향해 있었다.강서이를 보는 눈길에는 온전히 강서이만 담겨 있었다.마음을 숨길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큼 분명했다.그 모습을 본 노아리의 표정에서 온기가 완전히 사라졌다.잠시 두 사람을 바라보다 깊이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조금 뒤에는 눈에 남아 있던 냉기마저 깨끗이 사라졌다.성이남도 그 모습을 봤다.같은 남자라, 좋아하는 여자를 볼 때 어떤 눈빛이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놀라면서도 절로 미간이 좁아졌다.‘서한승도 사랑 앞에서는 전혀 판단을 못 하는 사람이었네.’‘그래서 강서이를 위해 그렇게 인맥을 연결해 줬던 거야.’문제는 아무리 애를 써 줘도 강서이에게 그걸 감당할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강서이는 서한승과 함께 교문을 나서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민도하를 발견했다.노아리를 데리러 온 모양이었다.나란히 걸어 나오는 두 사람을 보자 민도하의 눈길이 잠시 멈칫했다.강서이는 민도하를 보지도 않았다. 아예 관심도 두지 않았다.옆에 있는 서한승에게 고개를 돌려서 물었다. “직접 운전해서 왔어요? 아니면 차 타고 왔어요?”서한승은 반 박자 망설이다 답했다. “차 타고 왔어.”강서이는 의심 없이 말했다. “그럼 제가 데려다줄게요.”“그래.” 서한승은 그 말을 기다렸다.사실은 직접 운전해 왔다. 하지만 강서이와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어서 차를 타고 왔다고 한 것이었다.차에 올라타고서야 운전기사가 있다는 걸 알았다.둘만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서한승은 차에 탄 뒤 짙게 선팅한 창을 통해 밖에 있는 민도하를 봤다.민도하는 이미 눈길을 거두고 노아리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서한승은 다시 강서이를 바라봤다.강서이는 핸드폰에 들어온 업무 메시지를 처리하는 데 집중하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89화

    성이남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몸도 저절로 반대쪽으로 기울었다. 일부러 강서이와 거리를 두려는 몸짓이었다.강서이는 성이남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그런 행동도 알아채지 못했다.곧 강연이 시작됐다. 강서이는 집중해서 들으며 틈틈이 노트에 내용을 적었다.장소만 아니었다면 성이남은 비웃는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이렇게 어려운 강연을 알아듣기는 하나? 필기는 제대로 하고?’‘열심히 듣는 척은 잘하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공부에 얼마나 열정적인 줄 알겠어.’‘여기 와서 모양새만 갖추는 거겠지. 나중에 유명한 교수 강연을 들었다고 자랑하려고.’업계에서 흔히 쓰는 포장일 뿐이었다.강서이는 강연에 깊이 몰입해 있느라 옆에 성이남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서한승이 도착했을 때는 강연이 거의 끝나 가고 있었다. 앞에서는 조교가 내용을 정리하고 있었다.몇몇 사람이 먼저 나가면서 강서이의 옆자리도 비었다.강서이는 집중하느라 옆에 앉은 사람이 바뀐 줄도 몰랐다.마지막 줄까지 적고 펜을 넣자 그제야 서한승이 말했다. “많이 배웠나 보네.”“여긴 어떻게 왔어요?” 강서이가 놀라 물었다.서한승이 답했다. “네가 올 것 같아서 일 끝내고 들렀어. 어때? 공부할 만해? 고상만 교수님 연구실 들어가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어려워도 해 봐야죠. 이미 약속했잖아요.”“힘내. 난 네가 해낼 거라고 믿어.” 서한승이 격려했다.성이남과 서한승은 같은 스승에게 배운 선후배였지만, 배우던 시기가 달랐다.성이남이 제자가 됐을 때는 서한승이 이미 유학을 떠난 뒤였다. 두 사람은 접점이 거의 없었다.게다가 서한승은 노아리와 사귄 적이 있었다. 성이남은 그 선배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평소에는 마주치면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로 인사를 대신했다.이번에는 강서이와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걸 보고 아예 인사조차 생략했다.곧장 일어나서 앞쪽에 있는 노아리에게 갔다.노아리도 몇 페이지를 빼곡하게 필기해 놓았다.성이남을 보자 놀라면서 물었다. “어떻게 왔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88화

    그때 김설은 연이도가 복싱을 배워서 싸움도 잘한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예전에 프로 레이서로 활동해서 운전 실력도 뛰어나다고 했다.주량까지 확인했다면서, 술자리를 버티기 힘들면 연이도를 불러소 대신 마시게 하면 된다고도 했다.한마디로 못 하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김설이 그토록 자신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연이도의 운전 실력이 정말 강서이의 목숨을 구했다.검사를 마친 의사는 큰 이상이 없다고 했다. 김설도 그제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연이도도 택시를 타고 병원에 왔다.강서이가 조사 상황을 물었다.연이도가 대답했다. “경찰서 교통조사팀에 가서 사고 당시 영상을 여러 번 확인했습니다. 한 가지는 확실해요. 그 차는 일부러 저희를 향해 달려왔어요.”강서이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누가 날 죽이려고 했다는 거야?”연이도가 확신에 차서 고개를 끄덕였다.강서이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가슴이 심하게 요동치면서 한동안 진정되지 않았다.“경찰에서는 뭐래?”“지금 조사 중입니다. 곧 결과가 나올 것 같아요.”강서이는 겨우 숨을 골랐다. “앞으로 더 조심하자.”그래도 드러난 위험은 피할 수 있어도, 숨어서 노리는 공격은 막기 어려웠다....조희경은 다급한 기색으로 노씨 집안을 찾아갔다.안에 노장훈도 있는 걸 보자 잠깐 들른 척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표정이 어색했다.낌새를 알아챈 이예수는 모임에 입고 갈 드레스를 골라 달라는 핑계로 조희경을 방으로 불렀다.방에 들어서자마자 문을 닫고 목소리를 낮췄다. “일은 잘됐어요?”조희경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어쩌다가요?” 이예수가 놀라면서 물었다.“그년이 질기게도 살아남았어요! 오히려 우리가 고용한 사람이 죽었대요.”그래서 조희경은 급히 이예수를 찾아온 것이었다.강서이가 살아남았다는 말에 이예수도 몹시 화가 났다.하지만 아무리 화를 내 봐야 실패한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조희경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87화

    강서이는 굳이 맞서지 않았다. 요즘 고상만은 탕약을 먹느라 심기가 불편해서 무슨 말을 해도 퉁명스러웠다.옆에 있던 노아리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강서이가 민망해하는 기색조차 없자, 노아리는 정말 뻔뻔하다고 생각했다.가방을 챙긴 강서이가 고상만에게 덧붙였다. “약 거의 다 드셨죠? 내일 또 가져올게요.”“얼른 가라!” 고상만의 표정이 바로 바뀌면서 거리낌 없이 내쫓기까지 했다.‘잘 얘기하고 있는데, 왜 또 그 시커먼 약 얘기야?’‘흥을 깨는 녀석 같으니!’고상만의 반응을 본 노아리는 입꼬리를 올렸다. 눈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또 이런 식으로 비위를 맞춰서 마음을 사려나 보네.’‘그런데 어쩌나? 고상만 교수님한테는 안 통하는데.’강서이는 노아리가 어떻게 보든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떠날 때도 두 사람을 돌아보지 않았다.서한승이 직접 밖까지 배웅했고,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그때 민도하가 일어나면서 고상만에게 인사를 했다.노아리는 의아했다. 고상만과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하지만 민도하가 가겠다고 한 이상 혼자 남을 이유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따라 일어나서 고상만에게 인사를 했다.밖으로 나오니 서한승이 마당에서 전화를 하고 있었다.떠나는 두 사람을 보자,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한 뒤 다시 통화에 집중했다.고상만의 집 대문을 나서고서야 노아리가 민도하에게 물었다. “한승이 강서이랑 사귀는 거야?”민도하의 걸음이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담담하게 답했다. “모르겠어.”노아리는 민도하가 강서이에게 관심이 없어서, 누굴 만나든 신경 쓰지 않는 거라고 받아들였다.그 점은 마음이 놓였다.다만 서한승이 좋아하는 사람이 강서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불편했다.‘다른 사람도 많은데.’‘왜 하필 강서이야?’...‘문심’의 상장 준비팀 구성이 끝나자 본격적인 핵심 절차에 들어갔다.강서이는 잠시 한숨을 돌렸다. 잠깐 생긴 틈을 이용해 고상만의 약을 받으러 병원에 갔다.돌아오는 길에 난폭하게 달려오는 차를 만났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86화

    강서이가 마침내 두 사람을 올려다봤다.기억이 맞다면 고상만은 민씨 집안에 빚진 일이 있었다.‘그걸 이용해서 노아리의 길을 닦아주겠다는 거야?’‘참 지극하네.’고상만도 민도하의 의도를 짐작했다. 하지만 체면을 봐 주지 않고 바로 물었다. “그러니까 민 대표는 특혜를 달라는 말씀이십니까?”노아리의 표정이 대번에 달라졌다.고상만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기에 황급히 해명했다. “오해하셨어요, 교수님. 도하 말은 제가 이미 해외의 WT비즈니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니, 복잡한 절차 몇 가지는 생략할 수 없겠냐는 뜻이었어요.”고상만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했다. “노 사장은 이미 박사 학위도 있는데, 굳이 별 대단할 것도 없는 제 대학원 과정을 다시 밟으려는 이유가 뭡니까?”“겸손한 말씀이세요. 저는 계속 해외 금융 체계를 공부해서 이곳의 경제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든요.”“귀국하고 나서 그 때문에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어요. 기초부터 다시 배우고 싶습니다. 배움에는 끝이 없잖아요. 교수님께서 기회를 한번 주셨으면 해요.”노아리는 태도만큼은 겸손했다. 정말로 공부하러 온 사람처럼 보였다.고상만의 태도도 조금 누그러졌다.“배우겠다는 마음은 좋습니다. 다만 실력을 갖춰야지요.”이쯤 되니 노아리도 흐름에 맞춰서 답할 수밖에 없었다.“물론입니다. 저도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어요.”강서이는 눈썹만 살짝 세우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서한승이 껍질을 깐 밤 하나를 건넸다.밤을 받아 들다가 곁눈질로 민도하를 슬쩍 봤다. 민도하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하지만 곧 별일 아니라는 듯 눈길을 거두고 노아리에게 시선을 돌렸다.노아리도 그때 고개를 돌리면서 민도하와 눈을 맞췄다. 눈길에서 애정이 뚝뚝 흘렀다.“도하 씨는 제가 힘들까 봐 그런 거예요. 걱정이 앞서서요. 교수님께서 이해해 주세요.”강서이가 밤을 한입 베어 물고 감탄했다. “정말 달다.”그 말에 모두가 강서이를 봤다. 민도하와 노아리도 마찬가지였다.노아리는 당황한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85화

    진심으로 데려다주겠다고 한 말도 아닐 터였다. 예의상 건넨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만큼 어리석고 싶지 않았다.민도하는 예상대로 더 묻지 않았다. 핸드폰을 꺼내 메신저를 확인했다.강서이가 돌아서는데 뒤에서 핸드폰 스피커 소리가 들렸다.노아리가 보낸 음성 메시지를 바로 재생한 모양이었다.[언제 끝나?]민도하도 음성 메시지로 답했다. 조금 전까지 차갑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끝났어. 지금 갈게.”여전히 두 사람은 한시도 떨어지기 싫은 사이였다.강서이와 민도하가 차례로 떠난 뒤에야 이상우가 안에서 나왔다.이상우는 곧바로 노아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리야, 방금 민 대표가 강서이하고 있는 걸 봤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지?]영승반도체에서 강서이를 본 적이 있었다. 어머니 조희경에게서 강서이와 민도하가 한때 사귀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둘이 함께 있는 걸 보자, 혹시 다시 가까워진 건 아닐까 걱정이 됐다. 노아리에게 알려 주려고 급히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오빠가 괜히 걱정하는 거야. 그냥 업무상 만난 거야. 도하한테 미리 들었어.]이상우는 안도했다. [미리 얘기했다면 됐고.]노아리는 문득 생각난 듯 덧붙였다. [요즘 바스테크 상장 준비하고 있잖아. 영승반도체 쪽은 오빠가 좀 더 신경 써 줘.]이상우는 흔쾌히 대답했다. [네 일이 내 일이지. 오빠만 믿어!]...민도하가 도착했을 때 노아리는 아직 바스테크에서 야근 중이었다.“조금만 기다려. 아직 처리할 서류가 남았어.” 노아리는 모니터를 보면서 들어오는 민도하에게 말했다.“일해.” 안으로 들어온 민도하는 책상 위에 있는 책을 집어들고 슬쩍 봤다.“정말 대학원에 지원하려고?” 민도하가 물었다.노아리는 자신만만했다. “당연하지. 고상만 교수님은 금융 업계에서 영향력이 크잖아. 제자가 되면 앞으로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야.”노아리가 노리는 건 대학원 학력이 아니었다. 고상만을 중심으로 연결된 인맥과 자원이

Higit pang Kabanata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