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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Penulis: 애니

제1화

Penulis: 애니
사람들은 말한다.

모든 남자의 마음속에는 끝내 이루지 못한 첫사랑 하나쯤은 숨어있다고.

민도하는 예외일거라고 강서이는 늘 생각해 왔다.

어릴 적부터 이어진 시간, 둘 사이의 감정은 가볍지 않았고, 무엇보다 자신과 민도하는 함께 성장해 온 관계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거대한 첫사랑의 무대였다.

그리고 민도하 역시 그 평범한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쪽에 가까웠다.

강서이는 열여덟에 민도하 곁에 섰다.

그로부터 정확히 7년.

2,000일이 넘는 낮과 밤을 함께 보냈고, 서로가 허락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친밀함까지 나누었다.

그런데도, 강서이는 끝내 민도하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 한 번의 찬란한 시선을 넘지 못했다.

생각해 보면 우습기까지 했다.

7년을 함께한 여자가 결국 한 남자의 마음을 끝내 읽지 못했다는 사실이.

도대체 얼마나 사랑했기에, 민도하는 그 사람을 마음 깊숙이 숨겨 둔 채 이렇게 오래 버텨 온 걸까?

강서이의 시선이 흐려진 걸 알아챈 민도하가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강서이, 집중해.”

침대 위의 민도하는 늘 거침없었고, 그 와중에 실수로 협탁 위에 올려져 있던 검은 벨벳 케이스를 건드렸다.

케이스가 떨어지려는 걸 민도하가 급히 받아냈다. 강서이를 다치게 할 뻔했다.

민도하는 처음 보는 물건인 듯 잠시 멈칫하다가 물었다.

“이거 뭐야?”

강서이는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은 얼굴로 케이스를 빼앗듯 가져가 옆으로 던졌다.

그리고 민도하의 목을 끌어안고, 목울대에 입술을 가져갔다.

“이럴 때도 한눈파는 거야?”

“나한테 질린 거 아니고?”

민도하는 더 이상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강서이의 체온과 숨결에 방금 전의 궁금증은 완전히 잊혔다.

민도하가 강서이를 향해 몰두하는 사이, 강서이는 고개를 살짝 돌려 방 한켠에 방치된 검은 벨벳 케이스를 바라봤다.

눈가가 미묘하게 젖어 들었다.

‘민도하, 당신은 영원히 모를 거야.’

‘이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

한 달 전, 프라임로드투자가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민도하의 지인들은 작은 축하 자리를 마련했고, 그 자리에 강서이는 가장 단정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날, 강서이는 민도하에게 프러포즈할 계획이었다.

보통 프러포즈는 남자가 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강서이는 민도하를 사랑했고, 그 사랑 앞에서는 자존심도, 체면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아무도 몰랐다.

오늘 하루를 위해 강서이가 7년을 기다렸다는 사실을.

민도하가 일에 매달릴수록, 강서이는 그의 곁에서 자기 삶의 방향까지 수정했다.

원래 좋아하던 전공을 포기하고, 흥미도 없던 금융을 선택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해외 명문대로부터 받은 제안을 거절하고, 프라임로드투자로 들어갔다.

말단 직원으로 시작해, 차근차근 올라 지금은 수석비서 자리에 있었다.

그 과정이 얼마나 버거웠는지, 강서이 말고는 아무도 몰랐다.

사랑이 가장 뜨거웠던 시절, 강서이는 여러 번 마음속으로 물었다.

‘나랑 결혼할 생각 있어?’

하지만 끝내 입 밖으로는 꺼내지 않았다.

어머니가 늘 하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랑과 선물은 손 내밀어 받는 게 아니라 상대가 자발적으로 줄 때 받는 것이라고.

요구하는 순간, 그건 호의가 아니라 시혜가 된다고.

게다가 민도하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민도하 곁에는 언제나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강서이만 있었다.

다른 여자는 단 한 번도 끼어든 적이 없었다.

그래서 강서이는 굳게 믿었다.

결혼은 두 사람에게 자연스러운 결말일 거라고.

그 결말을 위해 강서이는 프라임로드투자에서 누구보다 앞장서서 일했다.

일이 크든 작든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고, 가야 하는 술자리는 셀 수 없었으며, 병원에 실려 간 횟수도 기억나지 않았다.

알코올 중독과 유산이 동시에 일어났던 그날, 강서이는 수술대 위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할 뻔했다.

그때 절친 한지수가 물었다.

“너... 민도하 회사를 위해 죽을 고비 넘긴 사람이야. 후회 안 돼? 한 남자 때문에 이렇게까지 망가지는 게 맞아?”

강서이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난 괜찮아.”

한지수는 그런 강서이를 두고 웃으며 말했다.

“넌 진짜 사랑 앞에서는 전사다. 제발... 꼭 지지 말고 이겨라.”

그때의 강서이는 확신에 차 있었다.

“민도하는 나를 지게 안 해!”

그 믿음 하나로, 강서이는 프라임로드투자 상장까지 버텼다.

아무도 몰랐다.

민도하가 G시에서 상장 종을 울리던 날, 강서이는 혼자 방에 틀어박혀 한참동안 울었다.

눈물을 닦고, 강서이는 결심했다.

민도하에게 직접 프러포즈하겠다고.

민도하는 너무 바빴다.

상장 이후 쏟아지는 프로젝트와 축하 인사 속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다.

그래서 강서이는 선택했다.

기다리는 대신, 다가가기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날이 다가오자 심장이 좀처럼 가라앉질 않았다.

강서이는 밖에 서서 몇 번이나 호흡을 고르며 손을 비볐다. 멈추지 않고 떨리는 손끝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목이 메어, 외워서 준비한 청혼의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안쪽에서는 이미 술자리가 무르익어 있었다.

웃음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도하 형, 형 아직도 노아리랑 연락해?”

“노아리? 도하 형 첫사랑 아니야? 갑자기 왜 노아리 얘기가 나와?”

“들었는데, 노아리 이번에 귀국한대.”

“그럼 도하 형, 첫사랑이랑 다시 이어질 수도 있는 거 아냐?”

강서이의 손이 공중에서 굳어 버렸다.

조금 전까지 긴장으로 떨리던 손끝이... 그 순간 얼어붙었다.

“솔직히 말해서, 아리 아버지 요즘 정치 쪽으로 꽤 잘 나가잖아. 도하가 아리랑 결혼하면, 도하한테도 프라임로드투자에도 도움 엄청 될 거야. 집안 위상도 걸맞고, 외모도 잘 어울리고.”

“게다가 첫사랑이잖아. 사랑도 잡고, 일도 잡고. 완벽하지.”

그 말을 한 사람은 민도하의 오래된 친구, 서태우였다.

서태우는 늘 자신을 민도하와 친형제처럼 자란 사이라고 말하곤 했고, 그래서인지 그 말에는 이상할 만큼의 확신이 담겨 있었다.

‘민도하에게... 첫사랑이?’

강서이의 심장이 예고 없이 조여 들었다.

“그럼 강서이는?”

누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강서이도 도하 형 옆에서 그렇게 오래 있었잖아. 공이 없다고는 못 하지.”

서태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돈 좀 주고 정리하면 되지.”

“정 그렇게 아까우면, 결혼하고도 옆에 두면 되고.”

서태우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식이었다. 집 안에는 아내를 두고, 밖에서는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게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밖에서 듣고 있던 강서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끝의 감각이 사라질 만큼 세게 쥐고도 아픈 줄도 몰랐다.

지금 강서이는 민도하의 대답이 필요했다.

민도하가 바로 부정하길 바랐다.

사람들 앞에서 분명히 말해 주길 원했다.

사랑하는 사람은 강서이라고, 함께하고 싶은 사람도 강서이라고.

하지만 기다림 끝에 들려온 건, 민도하의 담담한 한마디였다.

“너희 언제부터 그렇게 남 얘기에 관심 많았냐.”

부정도, 명확한 거절도 아니었다.

오히려 인정처럼 들렸다.

“알았다, 알았어. 이런 날에 자극적인 얘기나 하자. 나 술 취해서 졸 뻔했네.”

서태우가 소파에서 일어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서태우는 소문난 바람둥이였다. 여자를 바꾸는 속도가 옷 갈아입는 것보다 빠르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고, 늘 새로운 놀이를 제안하곤 했다.

“그럼 진실 게임 가자. 각자 인생에서 제일 짜릿했던 일 하나씩 말하기.”

누군가 툭 던졌다.

“차 안에서.”

서태우가 코웃음을 쳤다.

“그게 뭐가 대단해?”

상대가 말을 덧붙였다.

“고속열차.”

방 안이 한꺼번에 들썩였다.

“야, 너 제법인데?”

서태우는 흥분한 얼굴로, 옆에서 무표정하게 앉아 있던 민도하를 돌아봤다.

“도하, 너는? 너는 뭐 해봤는데 그렇게 조용해?”

민도하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사랑 때문에... 내연남이었던 적 있어.”

그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의 공기가 단숨에 달아올랐다.

민도하였다.

B시에서도 손꼽히는 집안의 후계자, 원하는 게 있으면 손에 넣지 못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건, 그만큼 깊은 감정이 있었다는 뜻이었다.

서태우의 반응이 가장 컸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도 고막이 울릴 만큼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리잖아! 맞지? 역시 아직도 아리 사랑하는 거였어! 그때 도하가 아리 좋아했고, 아리는 한승 좋아했으니까, 너 사랑 때문에 그런 선택한 거잖아! 야, 너 진짜 순정파다!”

쏟아지는 웃음과 함성은 차가운 물처럼 강서이에게 쏟아졌다.

몸속 깊은 곳까지 시려 왔다.

속이 뒤집히는 느낌에 강서이는 벽을 짚고 천천히 주저앉았다.

안에서는 여전히 서태우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봐. 지난 10월 10일에 노아리 만난 거 맞지?”

민도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걸 어떻게 알아?”

“아리가 SNS에 올렸잖아. 재회가 세상에서 제일 낭만적이라고. 딱 봐도 너랑 만난 거더라.”

“그래서 그날 밤에 뭐 좀 있었어? 혹시 그날 다시 불붙은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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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림
첫사랑 그렇게 못 잊으면 결혼해야되는거 아니니...무슨 결정장애자들도 아니고..참 고생이 많다 비슷비슷하게 소설쓰느라...복사수준들이 내용들...ㅉㅉㅉ
goodnovel comment avatar
3skl
이것 wepic에서 선택받지 못한 사람하고 내용이 비슷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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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92화

    사진으로 남기는 걸 좋아하지 않던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함께한 시간을 기록하고 싶어지는 모양이었다.사랑은 사람을 참 많이 바꾸는 감정이었다.그제야 강서이는 예전의 자신이 민도하의 사랑을 얻겠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무례를 참았는지 비로소 깨달았다.사진도 찍지 않았고, 둘이 함께 찍은 사진도 없었다.기념일을 챙기지 않았다.둘의 관계를 밖에 드러내지도 않았다.그때의 강서이는 그저 어떻게든 민도하와 끝까지 함께 있고만 싶었다.그래서 불공평한 일도 전부 받아들였다.하지만 사람 마음은 억지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강서이가 그 사랑을 위해 수없이 답을 알려 줬는데도 민도하는 끝내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반면 노아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모든 걸 받았다....다음 날 아침, 강서이 일행은 G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 라운지에 도착했다.이번 출장에는 김설이 함께했다.양정원도 동행했다.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윤성미로부터 전화가 왔다. 안부를 묻더니 G시 공항에 운전기사를 보내 두었다고 알려줬다.강서이는 김설에게 양정원이 약을 먹어야 하니 따뜻한 물을 받아오라고 했다.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김설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강서이가 직접 찾아 나섰다.정수기 코너 앞에서 김설이 50대쯤 되어 보이는 중년 여자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바닥에 물 흘린 사람이 제가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요. 넘어지신 것도 저 때문이 아니고요. 제가 오히려 일으켜 드렸는데 왜 저한테 이러세요?”김설도 살면서 이렇게 막무가내인 사람은 처음이었다. 화가 잔뜩 난 상태였다.“어린 게 마음을 그렇게 못되게 쓰면 어떡해? 네가 나를 넘어뜨려 놓고 이제 와서 나한테 뒤집어씌워? 경찰을 부르면 어떻게 되는지 볼래?”중년 여자는 한껏 큰소리쳤다. “당장 사과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 조카 예비신랑이 B시에서 손꼽히는 재벌가 사람이야!”강서이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B시에서 최고 재벌가라고 불릴 만한 곳은 많지 않았다.“무슨 일이에요?” 화장실에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91화

    [어릴 때부터 옆집에서 알고 지낸 형이야.]그저 이웃으로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였던 것이다.그래도 노아리는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었다. [배 과장도 젊은 나이에 꽤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잖아. 그 나이에 그 정도까지 가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집안 도움도 많이 받은 거 아니야?][전부 본인 힘으로 올라간 거야.]성이남은 말해도 되는 부분만 골라서 대답했다.배준석 친가 쪽의 영향력이 너무 크기에, 쉽게 말할 수도 말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그 답을 본 노아리는 자신이 괜한 생각을 했다고 여겼다.배준석에게는 별다른 배경이 없는 모양이었다.소개팅 전에 이예수가 사람을 시켜 K시 쪽까지 알아봤지만, ‘배’ 씨 성을 가진 유력한 고위 인사는 찾지 못했다.그래서 노아리도 소개팅 자리에서 꽤 차갑게 굴었다.처음 소개해 준 사람이 무슨 뜻으로 설명했는지는 모르지만, 당시 이예수에게는 배준석이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다.그 말 때문에 노아리는 민도하 몰래 배준석을 한 번 만나 봤다.하지만 배준석 집안에 특별한 배경이 없다고 판단한 뒤, 두 번째 약속을 잡으려는 배준석에게 먼저 마음이 없다고 분명히 말하고 민도하와의 관계에만 집중했다....강서이는 다음 날 G시로 출장을 갈 예정이었다. 조송메디컬 건은 G시에서 돌아온 뒤에야 본격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그래도 서태우에게 미리 연락해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게 할 필요는 있었다.강서이는 하던 일을 마친 뒤 서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서태우 쪽은 꽤 시끄러웠다. 노아리의 행복을 축하한다는 말이 희미하게 들렸다.서태우가 룸 밖으로 나오자 소란스러운 소리도 함께 멀어졌다.“강서... 강 대표.”서태우는 습관처럼 강서이 이름을 부르려다 중간에 멈추고 결국 ‘강 대표’라고 고쳐 불렀다. 입에 잘 붙지 않는 어색한 호칭이었다.게다가 전화를 받는 마음가짐부터 예전과는 완전히 달랐다.예전에는 강서이를 대놓고 무시했고, 자신이 한 수 위인 사람처럼 굴었다.지금은 무서운 담임에게 전화라도 받은 학생처럼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90화

    그 대답은 성이남에게 뜻밖이었다.배준석은 워낙 이성적인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집안에서도 그런 성향을 보고 공직의 길을 택하게 한 사람이었다.성이남이 아는 배준석이라면 첫눈에 반하는 일 같은 건 절대 없을 것 같았다.게다가 배준석의 집안이 장래 배우자에게 기대하는 기준도 높았고, 배준석 본인 역시 사람 보는 눈이 까다로웠다.그래서 성이남이 물었다. “형이 첫눈에 반할 정도면 정말 대단한 분이겠네요?”“맞아.” 배준석은 망설이지 않았다. “아주 뛰어난 사람이야.”성이남은 더 궁금해졌다. “대체 누구예요?”하지만 배준석은 아직 때가 아니라며 끝내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자신이 강서이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감정을 공개하면 강서이에게 괜히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언젠가 정말 강서이와 연인이 된다면, 그때는 누구보다 먼저 세상에 당당히 알릴 생각이었다.성이남은 더 물어도 답을 얻지 못할 것 같아서 포기했다. 손에 든 술잔을 바라보다 사진을 한 장 찍어 노아리에게 보내며 축하한다는 말을 남겼다.노아리는 조금 뒤 답장을 보내면서, 배준석과 있는 곳이 금슬 프라이빗 클럽이냐고 물었다.성이남은 어떻게 알았냐며 되물었다.노아리는 사진 구석에 찍힌 금슬 로고를 표시해서 보내 줬고, 그제야 성이남은 자신이 장소를 드러냈다는 걸 알게 되었다.[여기까지 왔는데 잠깐 우리 쪽에 올래?]노아리가 물었다.성이남이 바로 대답했다. [친구랑 같이 와서 좀 애매해.]그러자 노아리는 어느 룸에 있는지 알려 달라며, 자기가 잠깐 들러서 인사만 하겠다고 했다.성이남은 거의 고민하지 않고 바로 룸 번호를 보냈다.노아리는 금방 찾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자연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배준석을 발견하자 흠칫하며 굳어졌다.하지만 곧 평소의 여유를 되찾고 먼저 인사했다. “배 과장님, 오랜만이에요.”성이남이 의아하게 물었다. “두 분 아세요?”“응, 몇 번 봤어.” 노아리는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89화

    두 사람이 강서이에게 완전히 넘어가서 자신과 거리를 두는 거라고 노아리는 생각했다.강서이는 유독 자기 곁에 있는 사람들을 데려가려고 했다. 자신을 나쁘게 말하고 인간 관계를 멀어지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졌다.‘민도하는 빼앗을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이라도 데려가려는 걸까?’참 공을 들인다는 생각이 들었다.“안 오면 말아. 우리끼리 놀면 돼.” 노아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그때 성이남에게 메시지가 왔다. 방금 B시에 도착했는데 시간 되면 같이 식사하자는 내용이었다.노아리는 위치를 보내며 답했다. [타이밍 좋다. 나 지금 약혼 전 파티 중인데 사람이 별로 없어. 와서 자리 좀 채워줘.]노아리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말에 성이남은 바로 가겠다고 대답할 뻔했다.하지만 약혼 전 파티라면 민도하도 분명 있을 것이다.잠깐 고민한 뒤 성이남은 정중하게 거절했다.대신 즐겁게 보내라는 인사를 덧붙였다.노아리는 ‘알았다’라고 짧게 답한 뒤 더는 연락하지 않았다.성이남의 마음에는 허전함만 남았다.이번에 B시에 온 건 업무 때문이 아니었다.곧 약혼하는 노아리를 한 번 보고 싶어서 왔을 뿐이었다.그런 만남이 아무 의미 없다는 걸 알면서도 결국 이곳까지 왔다.한참 뒤, 성이남은 배준석에게 전화했다. “형, 시간 괜찮으세요? 한잔하실래요?”배준석은 괜찮다고 했다.잠시 후 성이남이 위치를 보냈다.프라이빗 클럽 이름을 확인한 배준석의 머릿속에 어떤 장면들이 떠올랐다. 그는 답답한 듯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풀었다.배준석이 곧바로 물었다. [왜 하필 거기야?]성이남이 대답했다. “그냥 골랐는데요. 왜요?”[아니야. 금방 갈게.]사실 아무 데나 고른 곳이 아니었다. 성이남은 일부러 그 클럽을 선택했다.노아리가 바로 그곳에서 약혼 전 파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자신이 직접 참석해서 축하할 수 없다면 가까이에라도 있고 싶었다.배준석은 오래 걸리지 않아 도착했다. 성이남이 물었다. “좋아하는 분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같이 오시지 그랬어요.”“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88화

    노아리가 그로스캐피탈이 곧 조송메디컬의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소식을 들은 건 약혼 전 파티를 열고 있던 중이었다.평소라면 가장 신나게 떠들었을 서태우는 그날 내내 구석에 앉아 조용히 술만 마셨다.노아리는 서정송이 왜 그렇게까지 강서이를 믿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게다가 서태우의 태도를 보니 이미 그 결정을 받아들인 듯했다.“너 강서이 싫어했잖아. 그로스캐피탈이 조송메디컬에 들어오면 앞으로 자주 마주칠 텐데 괜찮겠어?” “네 말대로면 큰 결정은 다 강서이가 하고, 너한테는 실질적인 권한도 거의 없는 거잖아.” 노아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했다.서태우는 뭔가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사실 그 문제 정도는 별것도 아니었다.서태우가 속에 품고 있는 건 훨씬 더 큰 비밀이었다.하지만 입 밖에 낼 수 없어 결국 침묵했다.중간중간 민도하를 흘끗 바라보며 뭔가 눈치챌 만한 게 없는지 살폈다.그러나 아무것도 읽어 낼 수 없었다.민도하는 오히려 담담하게 말했다. “강서이는 능력이 있어. 네 아버지도 그걸 보고 조송메디컬을 맡긴 거겠지. 앞으로 네가 강서이 말 좀 듣는 게 손해는 아닐 거야.”민도하가 강서이를 인정하는 말을 하자, 노아리의 마음이 왠지 가라앉았다.노아리는 저도 모르게 민도하를 바라봤다. 다른 여자를 칭찬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그 대상이 강서이라는 점이 더 그랬다.민도하는 과일 접시에 놓인 귤을 하나 집어 껍질을 벗겼다. 태도는 느긋했고 표정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마치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 객관적인 평가를 했을 뿐, 다른 뜻은 전혀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귤을 다 깐 뒤 노아리에게 내밀었다. “이거 달다. 먹어 봐.”그 태도에 노아리도 다시 마음이 놓였다.달콤한 귤을 먹으니 마음까지 달아지는 기분이었다.노아리는 민도하를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시가총액 40조 원짜리 상장사를 아무 대가 없이 자신에게 넘긴 사람이었다.노아리를 위해서 주주들의 압박도 혼자서 감당했다.민두해와 부딪치는 한이 있어도 약혼하겠다는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87화

    강서이는 끝내 그 차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태우 성격이 원래 저래. 현실을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거야.” 서한승이 강서이의 잔에 다시 차를 따르면서 서태우를 대신해 몇 마디 덧붙였다.강서이는 개의치 않았다. “조송메디컬은 경영 구조 자체에 문제가 커요. 자금을 끌어와도 지금 구조로는 다시 살리기 쉽지 않을 거예요.”서한승도 문제의 핵심이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었다. 다만 본인 일만으로도 여력이 없어서 다른 곳까지 챙길 형편이 아니었다.그날 저녁, 서태우는 병원에 있는 서정송을 찾아가 강서이를 만난 이야기를 했다.기운 없이 누워 있던 서정송은 그 말을 듣자마자 벌떡 몸을 일으켰다. “강 대표가 조송메디컬 지분을 가지겠다고 했다고?”“네. 그런데 조건이 너무 심해요. 지분도 가져가고 경영권까지 달래요.”“달라면 줘! 그걸 뭘 고민하고 앉아 있어!” 흥분한 서정송은 침대 가장자리를 두드리다가 기침까지 거칠게 터뜨렸다.서태우가 물을 건네고 등을 쓸어 준 뒤에야 서정송의 숨소리가 겨우 조금 가라앉았다.서정송이 서태우의 손을 덥석 잡았다. “가자.”“이 밤에 어딜 가세요?”“강 대표 만나러 가야지! 마음 바꾸기 전에 지금 당장 가자. 나도 데려가!”서태우가 창밖의 어두운 밤을 한 번 봤다. “너무 늦었어요. 벌써 쉬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그럼 내일 아침 일찍 가! 무조건 제일 먼저 만나야 해. 강 대표 집 주소는 알아?”서태우가 고개를 저었다.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그럼 얼른 알아봐!”계속 재촉을 받자, 서태우도 어쩔 수 없이 강서이의 집 주소를 알아보기로 했다.머릿속으로 아는 사람을 훑어보니 강서이의 주소를 알 만한 사람은 민도하뿐이었다.전화를 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민도하가 받았다.서태우가 목소리를 낮췄다. “너희 방해한 거 아니지?”[아니. 왜, 무슨 일 있어?]“그게... 지금 통화 괜찮아?”강서이와 관련된 일이었다. 노아리가 알면 기분 나빠할 수도 있었다. 그 때문에 두 사람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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