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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Penulis: 애니

제1화

Penulis: 애니
사람들은 말한다.

모든 남자의 마음속에는 끝내 이루지 못한 첫사랑 하나쯤은 숨어있다고.

민도하는 예외일거라고 강서이는 늘 생각해 왔다.

어릴 적부터 이어진 시간, 둘 사이의 감정은 가볍지 않았고, 무엇보다 자신과 민도하는 함께 성장해 온 관계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거대한 첫사랑의 무대였다.

그리고 민도하 역시 그 평범한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쪽에 가까웠다.

강서이는 열여덟에 민도하 곁에 섰다.

그로부터 정확히 7년.

2,000일이 넘는 낮과 밤을 함께 보냈고, 서로가 허락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친밀함까지 나누었다.

그런데도, 강서이는 끝내 민도하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 한 번의 찬란한 시선을 넘지 못했다.

생각해 보면 우습기까지 했다.

7년을 함께한 여자가 결국 한 남자의 마음을 끝내 읽지 못했다는 사실이.

도대체 얼마나 사랑했기에, 민도하는 그 사람을 마음 깊숙이 숨겨 둔 채 이렇게 오래 버텨 온 걸까?

강서이의 시선이 흐려진 걸 알아챈 민도하가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강서이, 집중해.”

침대 위의 민도하는 늘 거침없었고, 그 와중에 실수로 협탁 위에 올려져 있던 검은 벨벳 케이스를 건드렸다.

케이스가 떨어지려는 걸 민도하가 급히 받아냈다. 강서이를 다치게 할 뻔했다.

민도하는 처음 보는 물건인 듯 잠시 멈칫하다가 물었다.

“이거 뭐야?”

강서이는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은 얼굴로 케이스를 빼앗듯 가져가 옆으로 던졌다.

그리고 민도하의 목을 끌어안고, 목울대에 입술을 가져갔다.

“이럴 때도 한눈파는 거야?”

“나한테 질린 거 아니고?”

민도하는 더 이상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강서이의 체온과 숨결에 방금 전의 궁금증은 완전히 잊혔다.

민도하가 강서이를 향해 몰두하는 사이, 강서이는 고개를 살짝 돌려 방 한켠에 방치된 검은 벨벳 케이스를 바라봤다.

눈가가 미묘하게 젖어 들었다.

‘민도하, 당신은 영원히 모를 거야.’

‘이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

한 달 전, 프라임로드투자가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민도하의 지인들은 작은 축하 자리를 마련했고, 그 자리에 강서이는 가장 단정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날, 강서이는 민도하에게 프러포즈할 계획이었다.

보통 프러포즈는 남자가 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강서이는 민도하를 사랑했고, 그 사랑 앞에서는 자존심도, 체면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아무도 몰랐다.

오늘 하루를 위해 강서이가 7년을 기다렸다는 사실을.

민도하가 일에 매달릴수록, 강서이는 그의 곁에서 자기 삶의 방향까지 수정했다.

원래 좋아하던 전공을 포기하고, 흥미도 없던 금융을 선택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해외 명문대로부터 받은 제안을 거절하고, 프라임로드투자로 들어갔다.

말단 직원으로 시작해, 차근차근 올라 지금은 수석비서 자리에 있었다.

그 과정이 얼마나 버거웠는지, 강서이 말고는 아무도 몰랐다.

사랑이 가장 뜨거웠던 시절, 강서이는 여러 번 마음속으로 물었다.

‘나랑 결혼할 생각 있어?’

하지만 끝내 입 밖으로는 꺼내지 않았다.

어머니가 늘 하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랑과 선물은 손 내밀어 받는 게 아니라 상대가 자발적으로 줄 때 받는 것이라고.

요구하는 순간, 그건 호의가 아니라 시혜가 된다고.

게다가 민도하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민도하 곁에는 언제나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강서이만 있었다.

다른 여자는 단 한 번도 끼어든 적이 없었다.

그래서 강서이는 굳게 믿었다.

결혼은 두 사람에게 자연스러운 결말일 거라고.

그 결말을 위해 강서이는 프라임로드투자에서 누구보다 앞장서서 일했다.

일이 크든 작든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고, 가야 하는 술자리는 셀 수 없었으며, 병원에 실려 간 횟수도 기억나지 않았다.

알코올 중독과 유산이 동시에 일어났던 그날, 강서이는 수술대 위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할 뻔했다.

그때 절친 한지수가 물었다.

“너... 민도하 회사를 위해 죽을 고비 넘긴 사람이야. 후회 안 돼? 한 남자 때문에 이렇게까지 망가지는 게 맞아?”

강서이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난 괜찮아.”

한지수는 그런 강서이를 두고 웃으며 말했다.

“넌 진짜 사랑 앞에서는 전사다. 제발... 꼭 지지 말고 이겨라.”

그때의 강서이는 확신에 차 있었다.

“민도하는 나를 지게 안 해!”

그 믿음 하나로, 강서이는 프라임로드투자 상장까지 버텼다.

아무도 몰랐다.

민도하가 G시에서 상장 종을 울리던 날, 강서이는 혼자 방에 틀어박혀 한참동안 울었다.

눈물을 닦고, 강서이는 결심했다.

민도하에게 직접 프러포즈하겠다고.

민도하는 너무 바빴다.

상장 이후 쏟아지는 프로젝트와 축하 인사 속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다.

그래서 강서이는 선택했다.

기다리는 대신, 다가가기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날이 다가오자 심장이 좀처럼 가라앉질 않았다.

강서이는 밖에 서서 몇 번이나 호흡을 고르며 손을 비볐다. 멈추지 않고 떨리는 손끝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목이 메어, 외워서 준비한 청혼의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안쪽에서는 이미 술자리가 무르익어 있었다.

웃음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도하 형, 형 아직도 노아리랑 연락해?”

“노아리? 도하 형 첫사랑 아니야? 갑자기 왜 노아리 얘기가 나와?”

“들었는데, 노아리 이번에 귀국한대.”

“그럼 도하 형, 첫사랑이랑 다시 이어질 수도 있는 거 아냐?”

강서이의 손이 공중에서 굳어 버렸다.

조금 전까지 긴장으로 떨리던 손끝이... 그 순간 얼어붙었다.

“솔직히 말해서, 아리 아버지 요즘 정치 쪽으로 꽤 잘 나가잖아. 도하가 아리랑 결혼하면, 도하한테도 프라임로드투자에도 도움 엄청 될 거야. 집안 위상도 걸맞고, 외모도 잘 어울리고.”

“게다가 첫사랑이잖아. 사랑도 잡고, 일도 잡고. 완벽하지.”

그 말을 한 사람은 민도하의 오래된 친구, 서태우였다.

서태우는 늘 자신을 민도하와 친형제처럼 자란 사이라고 말하곤 했고, 그래서인지 그 말에는 이상할 만큼의 확신이 담겨 있었다.

‘민도하에게... 첫사랑이?’

강서이의 심장이 예고 없이 조여 들었다.

“그럼 강서이는?”

누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강서이도 도하 형 옆에서 그렇게 오래 있었잖아. 공이 없다고는 못 하지.”

서태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돈 좀 주고 정리하면 되지.”

“정 그렇게 아까우면, 결혼하고도 옆에 두면 되고.”

서태우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식이었다. 집 안에는 아내를 두고, 밖에서는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게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밖에서 듣고 있던 강서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끝의 감각이 사라질 만큼 세게 쥐고도 아픈 줄도 몰랐다.

지금 강서이는 민도하의 대답이 필요했다.

민도하가 바로 부정하길 바랐다.

사람들 앞에서 분명히 말해 주길 원했다.

사랑하는 사람은 강서이라고, 함께하고 싶은 사람도 강서이라고.

하지만 기다림 끝에 들려온 건, 민도하의 담담한 한마디였다.

“너희 언제부터 그렇게 남 얘기에 관심 많았냐.”

부정도, 명확한 거절도 아니었다.

오히려 인정처럼 들렸다.

“알았다, 알았어. 이런 날에 자극적인 얘기나 하자. 나 술 취해서 졸 뻔했네.”

서태우가 소파에서 일어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서태우는 소문난 바람둥이였다. 여자를 바꾸는 속도가 옷 갈아입는 것보다 빠르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고, 늘 새로운 놀이를 제안하곤 했다.

“그럼 진실 게임 가자. 각자 인생에서 제일 짜릿했던 일 하나씩 말하기.”

누군가 툭 던졌다.

“차 안에서.”

서태우가 코웃음을 쳤다.

“그게 뭐가 대단해?”

상대가 말을 덧붙였다.

“고속열차.”

방 안이 한꺼번에 들썩였다.

“야, 너 제법인데?”

서태우는 흥분한 얼굴로, 옆에서 무표정하게 앉아 있던 민도하를 돌아봤다.

“도하, 너는? 너는 뭐 해봤는데 그렇게 조용해?”

민도하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사랑 때문에... 내연남이었던 적 있어.”

그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의 공기가 단숨에 달아올랐다.

민도하였다.

B시에서도 손꼽히는 집안의 후계자, 원하는 게 있으면 손에 넣지 못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건, 그만큼 깊은 감정이 있었다는 뜻이었다.

서태우의 반응이 가장 컸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도 고막이 울릴 만큼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리잖아! 맞지? 역시 아직도 아리 사랑하는 거였어! 그때 도하가 아리 좋아했고, 아리는 한승 좋아했으니까, 너 사랑 때문에 그런 선택한 거잖아! 야, 너 진짜 순정파다!”

쏟아지는 웃음과 함성은 차가운 물처럼 강서이에게 쏟아졌다.

몸속 깊은 곳까지 시려 왔다.

속이 뒤집히는 느낌에 강서이는 벽을 짚고 천천히 주저앉았다.

안에서는 여전히 서태우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봐. 지난 10월 10일에 노아리 만난 거 맞지?”

민도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걸 어떻게 알아?”

“아리가 SNS에 올렸잖아. 재회가 세상에서 제일 낭만적이라고. 딱 봐도 너랑 만난 거더라.”

“그래서 그날 밤에 뭐 좀 있었어? 혹시 그날 다시 불붙은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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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림
첫사랑 그렇게 못 잊으면 결혼해야되는거 아니니...무슨 결정장애자들도 아니고..참 고생이 많다 비슷비슷하게 소설쓰느라...복사수준들이 내용들...ㅉㅉㅉ
goodnovel comment avatar
3skl
이것 wepic에서 선택받지 못한 사람하고 내용이 비슷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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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48화

    노아리는 줄곧 강서이를 학력도 별것 없고 머리도 뛰어나지 않은 데다가, 집안 배경까지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그런 사람은 애초에 자신의 경쟁 상대가 될 자격조차 없다고 여겼다.그래서 늘 강서이를 낮게 봤다.예전에 이예수가 ‘한 남자 곁을 7년이나 지킨 여자라면 가볍게 보면 안 된다’고 충고한 적이 있었다.그때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강서이가 민도하 곁에 7년이나 있었던 이유는, 스스로 감동하는 희생을 계속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런 건 너무 값싼 방식이었다.남자들은 그런 희생만 보고 마음을 주지 않는다고 믿었다.예쁘고 속이 꽉 차 있고, 좋은 집안에서 자랐기에.사업에도 도움을 줄 수 있고 사람들 앞에 함께 나가도 자랑스러운 여자를 좋아한다고 여겼다.강서이처럼 겉모습만 번듯하고 속은 빈 여자는 아니라는 게 노아리의 생각이었다.그런데 강서이도 WT비즈니스대학교 입학 허가를 받은 적이 있었다니.노아리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성이남도 마찬가지였다.성이남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사장을 나오던 중이었다.구정태가 윌리엄 교수를 위해 식사 자리를 마련했고 성이남도 초대를 받은 참이었다.강서이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도 성이남이었다.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찔리는 마음이 있었다.그런데 구정태가 일부러 멈춰서 강서이에게 인사를 건넸고, 몇 마디 안부를 나누다가 예상 밖의 과거까지 꺼냈다.성이남도 이전에는 노아리와 비슷하게 생각했다.강서이는 내세울 게 별로 없는 여자라고 여겼다.지금의 성공도 어딘가 떳떳하지 못한 수단을 써 얻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날 강서이는 몇 번이나 성이남의 판단을 뒤집었다.성이남은 제삼자의 입장에서 강서이가 다른 사람의 관계에 끼어든 여자라고 단정했었다.그런데 오늘 역시 제삼자의 자리에서, 그것도 강서이에게 직접 지목까지 당한 채 강서이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오히려 이전 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쪽은 강서이였다.강서이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는, 자신이 던진 말이 되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47화

    “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강서이의 목소리는 담담했다.다만 긴장한 탓인지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맞았다. 강서이는 그날 그렇게 말했다.두 사람 모두의 체면을 지키려고 만들어 낸 거짓말이었다.민도하가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가 몇 년이 지난 지금 다시 꺼낼 줄은 몰랐다.강서이의 마음이 잠깐 흐트러졌다.하지만 오래가진 않았다.머릿속에 또 다른 문장이 떠올랐다.관계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쪽이 내연녀라는 말.강서이는 다시 평정을 찾았다.민도하가 조금 전 던진 질문도 떠올랐다.예전에 서한승을 좋아했냐고 물었던 그 질문.강서이는 감정이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천천히 대답했다.“당연하지.”민도하의 심장이 갑자기 거세게 꽉 조여 들었다.강서이는 예전 그날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 어깨 위로 내려온 머리를 쓸어 넘겼다.“그렇게 오래된 일을 왜 이제 와서 다시 물어? 모르는 사람이 보면 네가 아직 못 놓은 줄 알겠어.”민도하가 눈을 가늘게 떴다.속에서 뜨거운 초조함이 번졌다.“그 뒤에는? 그다음 몇 년 동안은 한 번도...”“민도하.”강서이가 말을 끊었다.“지금 그런 걸 묻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아니면 계속 사람들한테 내가 당신이랑 노아리 사이에 끼어든 사람이라고 오해하게 만들고 싶은 거야?”민도하의 목이 흠칫하며 굳어졌다.강서이는 그 틈에 손을 거세게 빼냈다.차가운 눈으로 옆쪽을 향해 말했다.“성 대표님, 이번에는 제대로 들으셨죠? 누가 먼저 남의 관계에 끼어든 사람인지.”성이남은 우연히 이 길을 지나던 참이었던 듯했다.두 사람이 다시 실랑이하는 모습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멈췄다.아무도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성이남이 나타났을 때부터 강서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성 대표님’이라는 말에 성이남의 표정이 굳었다.고개를 들자 담담한 강서이의 시선과 바로 마주쳤다.가슴속을 가느다란 바늘이 찌르는 듯했다.감정이 복잡하게 뒤엉켰다.성이남은 강서이의 거리낌 없는 눈길을 오래 마주하지도 못했다.어색하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46화

    강서이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순간 굳어졌다.민도하는 여전히 강서이의 팔을 잡고 있었다.평소처럼 느슨한 말투가 아니라 사람을 누르는 듯 차갑고 단정한 목소리였다.“우리 처음 잤던 날, 네가 분명히 말했어. 마음에 둔 사람이 있으니까 나더러 부담 갖지 말라고.”민도하는 말을 잠깐 끊었다가 낮은 목소리로 이어 갔다.“그 사람이 서한승이었지?”강서이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민도하가 그날 자신이 했던 말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두 사람의 첫 관계는 사고에 가까웠다.그 전에도 강서이는 민도하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려고 먼저 다가간 적이 있었다.하지만 민도하는 거절했다.그때 강서이는 순진하게도 민도하가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여자의 외모에 쉽게 흔들리지도 않고, 상대가 약해졌을 때 틈을 노리지도 않는 사람이라고 믿었다.그래서 어렵게 얻은 해외 유학 기회를 포기하고 민도하 곁에 남아서 창업을 함께했다.처음 1년 동안 두 사람은 같은 목표를 보며 달렸다.힘든 일도 많았고 성과를 얻는 기쁨도 함께 맛봤다.강서이는 매일같이 부딪치며 일하는 사이 민도하에게 마음을 빼앗겼다.그렇다고 감정을 입 밖으로 꺼낸 적은 없었다.선을 지키며 자신이 해야 할 일만 했다.조금이라도 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평생 그 마음을 숨긴 채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기까지 했다.아무도 모르는 깊은 밤에만 조심스럽게 마음을 꺼내 볼 뿐이었다.달빛 아래에서 한 번 들여다보고, 민도하 때문에 생긴 흔적을 손끝으로 더듬어 본 뒤.날이 밝기 전 다시 단단히 감춰 두었다.그 외로운 짝사랑의 균형을 무너뜨린 게 바로 그날의 사고였다.프라임로드투자는 설립 1년 만에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민도하는 회사의 사회적 평판과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 성적이 우수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거 후원했다.학교 측에서는 장학생들이 감사의 뜻을 전한다는 취지로 후원 감사 행사를 마련했다.원래 강서이도 민도하와 함께 참석해 사람들을 상대할 예정이었다.하지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45화

    윌리엄 교수가 답했다.“Moli는 제가 WT비즈니스대학교에서 가르칠 때 지도했던 박사과정 제자입니다.”기자가 놀라며 말했다.“노아리 사장님이 윌리엄 교수님의 제자였군요. 전혀 몰랐습니다.”윌리엄은 노아리를 아낌없이 칭찬했다.“Moli는 아주 뛰어나고 능력도 좋아요. 자랑스러운 제자입니다.”그 이력 때문에 다른 기자들까지 노아리 쪽으로 몰렸다.그중에는 낯익은 얼굴도 있었다.이사랑이 미리 섭외한 사람들이었다.정확히는 노아리와 이사랑이 함께 세운 계획이었다.윌리엄 교수의 전화를 받았던 날부터, 노아리는 자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회복할지 계산해 두었다.재벌가에서 며느릿감을 볼 때 흔히 따지는 조건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했다.비슷한 집안 배경을 갖췄거나, 학력과 능력이 뛰어나거나.첫 번째 조건은 노아리에게 어려웠다.민씨 집안과 비슷한 배경을 가진 집안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그러니 두 번째 조건을 최대한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예전에 이예수가 바로 그 점을 깨닫고, 큰돈을 들여서 노아리의 유학과 학업을 지원했다.높은 학력과 뛰어난 두뇌를 가진 며느리를 좋은 조건으로 보는 상류층의 인식을 이용한 것이었다.그 부분이야말로 노아리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장점이었다.‘강서이는 애초에 내 상대가 안 돼.’노아리는 자신만만하게 강서이가 있는 쪽을 봤다.강서이는 이쪽에 관심이 없는 듯 서한승과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정말 신경을 쓰지 않는 건지, 신경 쓰이면서 아닌 척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노아리는 후자라고 생각했다.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자존심을 지키는 것뿐일지도 몰랐다.“Moli, 이쪽을 봐 주세요.”한 기자가 노아리의 영문 이름을 불렀다.조금 전 윌리엄 교수가 그렇게 소개했기 때문이다.노아리는 활짝 웃으며 카메라를 바라봤다.서한승과 이야기를 나누던 강서이도 소리를 듣고 이쪽을 봤다.‘Moli?’‘노아리 영문 이름이었나?’‘이런 우연도 있네.’강서이가 예전에 WT비즈니스대학교에 지원했을 때 사용한 영문 이름도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44화

    “쉿.”서한승이 검지를 입술 앞에 세우면서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했다.행사가 이미 시작했다는 뜻이었다.곧 미소를 지으며 강서이를 다정하게 바라봤고, 예전처럼 손을 뻗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노아리는 그 모습을 보면서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민도하가 물었다.“왜 그래?”“한승이 왔어.”노아리가 담담한 척 답했다.민도하는 노아리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마침 서한승이 강서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민도하는 잠깐 멈칫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표정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관심이 없다는 듯 냉담했다.시선 역시 오래 머물지 않고 곧 거두었다.하지만 노아리의 신경은 계속 그쪽으로 향했다.서한승이 강서이를 보는 눈이 달랐기 때문이다.비슷한 모습을 여러 번 본 적도 있었다.지금까지 서한승이 강서이에게 보였던 특별한 관심과 행동을 떠올리자, 하나의 추측이 떠올랐다.그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불안하게 뛰었다.속에서 차가운 기운이 계속 올라오는 느낌이었다.어떻게 해도 억누를 수가 없었다.노아리는 답을 꼭 확인해야 했다.행사 도중 서한승이 자리를 비우자, 노아리도 적당한 핑계를 대고 뒤따라 나갔다.서한승은 강당 밖 나무 그늘 아래에서 통화 중이었다.노아리는 망설이지 않고 가까이 다가갔다.“네가 마음에 품고 있던 그 여자... 설마... 강서이야?”서한승의 표정이 잠깐 멈칫하며 굳어졌다.노아리를 바라보는 눈은 싸늘했다.노아리는 진실을 듣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더 다급한 목소리로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네가 7년 동안 마음에 담아 둔 여자가 강서이냐고.”서한승은 통화 중인 상대에게 말했다.“지금 일이 좀 생겼어.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전화를 끊은 뒤 노아리를 바라봤다.“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태연하게 던진 한마디였지만 노아리는 그 말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감정이 격해져 목소리까지 떨렸다.“대답해. 강서이 맞아?”서한승이 날 선 눈으로 노아리를 바라봤다.잠시 침묵이 이어졌다.마침내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43화

    한지수는 그 모습을 보자 속에서 불이 치솟았다.‘민도하가 우리 서이한테 어떻게 저럴 수 있어?’나타난 뒤로 지금까지 민도하의 시선은 강서이를 무심하게 한 번 스쳤을 뿐이었다.오래 머물지도 않았다.마치 강서이라는 사람을 모르는 것처럼 굴었다.7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버려지는 건가 싶었다.한지수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민 대표, 잘 오셨네요. 그럼 직접 말해 보세요. 둘 중 누가 먼저 남의 관계에 끼어든 건데요?”이 일에서 혼자 빠져나갈 생각이라면 어림도 없었다.한지수는 민도하까지 반드시 끌어들일 생각이었다.민도하가 강서이와의 과거를 부정한다면, 지난 7년 동안 강서이가 그에게 해 준 일을 전부 사람들 앞에서 말해 버릴 작정이었다.민도하가 한지수를 차갑게 바라봤다.경고처럼 느껴지는 눈빛이었다.한지수는 피하지 않았다.민도하는 한지수에게서 시선을 거둔 뒤 강서이를 짧게 봤다.그 뒤 감정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한지수 씨는 그런 말 못 들어봤습니까? 관계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쪽이 내연녀라는 말.”...“서이야, 그때 네가 나를 말리면 안 됐어! 그 둘 입을 그냥 다 찢어 놨어야 했는데!”한지수는 얼음물을 한 병째 들이켰다.그래도 속에서 타오르는 화는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민도하가 그렇게 양심 없는 말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 한마디로 강서이가 지난 7년 동안 한 모든 일을 부정해 버렸다.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었다.“한 병 더!”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한지수는 차가운 물이라도 더 마셔야 진정될 것 같았다.“얼음물 너무 많이 마시지 마.”강서이는 미지근한 물을 한 병 건넸다.표정은 담담했다.민도하의 대답을 들었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건 사실이었다.한여름인데도 가슴속이 싸늘해지는 기분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많이 가라앉았다.마음속에 일었던 파문도 차츰 잦아들었다.구정태 총장이 직접 강서이를 찾아와서 여러 번 사과했다.아래 직원들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생긴 오해라며 미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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