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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리와 민도하가 결혼한 뒤, 노아리가 프라임로드투자의 안주인으로 들어가고 민성그룹까지 맡게 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그때는 강서이가 오늘 일을 후회하게 만들 기회가 얼마든지 생길 거라고 이예수는 생각했다.조희경은 커피를 마시며 노아리에게 물었다. “네 엄마한테 듣기로는 예비신랑 쪽 친척들이 거의 안 온다던데, 무슨 일이야? 약혼식이라도 집안에서 신경 써야 하는 거 아니니?”그 말은 노아리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을 정확히 건드렸다.속으로는 마음에 걸렸지만 노아리는 태연한 얼굴로 답했다. “민 회장님이 몸이 안 좋으셔서 멀리 움직이기 힘드세요. 그래서 무리해서 오시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어요.”“그럼 따로 뭘 보내 주신 건 있어? 약혼도 큰 행사인데 어른이면 뭔가 마음을 보여 줘야 하잖아.” 조희경은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민씨 집안이 그렇게 부자라는데, 뭘 해도 크게 해 주지 않겠어?”노아리는 입술을 살짝 다문 채 무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다.대답할 말이 없었다.지금까지 민두해 쪽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기 때문이다.결국 이예수가 대신 말을 꺼냈다. “도하가 이미 충분히 크게 했잖아요. 아리한테 시가총액 40조 원 규모의 상장사까지 넘겨줬는데, 그 마음이면 어떤 예물이나 인사보다 크죠.”조희경도 그 점만큼은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부럽기도 했다.노아리는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에 비하면 자기 딸 이사랑의 상황은 마음에 차지 않았다.조희경은 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다가 노아리와 이예수에게 말했다. “아리가 앞으로 더 잘되면 우리 사랑이도 잊지 마. 좋은 집안의 사람을 소개해 줄 수 있으면 좀 챙겨 줘.”이예수는 그 말에 바로 불쾌해졌다. “아리가 원래 사랑이 챙겨 주려고 했잖아요. 사랑이가 일을 제대로 못해서 그렇지.”“그나마 빨리 정리해서 아리한테 피해가 안 간 걸 다행으로 아세요. 사랑이한테 정신 좀 차리라고 하시고요.”조희경도 자신이 할 말이 없다는 건 알기에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세 사람은 아침거리를 산 뒤
“아리야, 마침 잘 왔다. 외숙모 얘기 좀 들어 봐.” “저 여자가 나를 넘어지게 해 놓고 사과도 안 하고, 오히려 내가 억지를 부리는 사람처럼 몰잖아. 세상에 이런 경우가 어디 있어!” 조희경은 노아리를 보자마자 하소연했다.노아리도 조희경이 하필 강서이와 부딪쳤을 줄은 몰랐기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노아리는 민도하를 돌아봤다. 도움을 바라는 듯한 눈빛이었다.강서이도 민도하를 바라봤다. 시선은 차갑고 거리감이 있었다.민도하는 별다른 동요 없이 강서이를 한 번 바라봤다. 표정은 무심할 정도로 차분했다.“CCTV 확인하면 되잖아.” 민도하는 철저히 제삼자처럼 해결책만 말했다.조희경은 그 말을 자신을 편들어 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바로 기세가 더 올라갔다. “이 사람이 누군지 알아? 프라임로드투자 대표야! 거기 법무팀이 얼마나 센데. 잘못 건드리면 끝까지 책임져야 해!”강서이가 가볍게 웃었다. “그럼 해 보세요. 누가 끝까지 책임지게 되는지.”조희경이 다시 언성을 높이려는 사이, 청소 직원이 다가와서 말했다. “고객님들, 바닥에 물이 있어서 미끄러우니 조심해 주세요. 제가 청소하다가 실수로 물을 쏟았는데, 걸레를 가져오느라 안내 표지판을 세우는 걸 깜빡했습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분위기가 묘하게 가라앉았다.특히 조희경의 표정은 볼 만했다.억울함이 풀린 김설은 화가 난 눈으로 조희경을 노려봤다.조희경은 다시 노아리를 바라봤다.노아리가 난처해하자 이예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해였네요. 그럼 얼른 저분한테 사과하세요.”조희경은 영 내키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래도 이 옷은 어제 산 건데...”“사과부터 하세요.” 이예수의 말투가 단호해졌다.이예수까지 저렇게 말하니 조희경도 더 버티기는 어려웠다.이예수는 집안에서도 힘이 있기에, 조희경 역시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미안해요.” 조희경은 마지못해 말했지만, 진심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사과만 하면 끝이에요?” 강서이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원
사진으로 남기는 걸 좋아하지 않던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함께한 시간을 기록하고 싶어지는 모양이었다.사랑은 사람을 참 많이 바꾸는 감정이었다.그제야 강서이는 예전의 자신이 민도하의 사랑을 얻겠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무례를 참았는지 비로소 깨달았다.사진도 찍지 않았고, 둘이 함께 찍은 사진도 없었다.기념일을 챙기지 않았다.둘의 관계를 밖에 드러내지도 않았다.그때의 강서이는 그저 어떻게든 민도하와 끝까지 함께 있고만 싶었다.그래서 불공평한 일도 전부 받아들였다.하지만 사람 마음은 억지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강서이가 그 사랑을 위해 수없이 답을 알려 줬는데도 민도하는 끝내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반면 노아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모든 걸 받았다....다음 날 아침, 강서이 일행은 G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 라운지에 도착했다.이번 출장에는 김설이 함께했다.양정원도 동행했다.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윤성미로부터 전화가 왔다. 안부를 묻더니 G시 공항에 운전기사를 보내 두었다고 알려줬다.강서이는 김설에게 양정원이 약을 먹어야 하니 따뜻한 물을 받아오라고 했다.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김설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강서이가 직접 찾아 나섰다.정수기 코너 앞에서 김설이 50대쯤 되어 보이는 중년 여자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바닥에 물 흘린 사람이 제가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요. 넘어지신 것도 저 때문이 아니고요. 제가 오히려 일으켜 드렸는데 왜 저한테 이러세요?”김설도 살면서 이렇게 막무가내인 사람은 처음이었다. 화가 잔뜩 난 상태였다.“어린 게 마음을 그렇게 못되게 쓰면 어떡해? 네가 나를 넘어뜨려 놓고 이제 와서 나한테 뒤집어씌워? 경찰을 부르면 어떻게 되는지 볼래?”중년 여자는 한껏 큰소리쳤다. “당장 사과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 조카 예비신랑이 B시에서 손꼽히는 재벌가 사람이야!”강서이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B시에서 최고 재벌가라고 불릴 만한 곳은 많지 않았다.“무슨 일이에요?” 화장실에
[어릴 때부터 옆집에서 알고 지낸 형이야.]그저 이웃으로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였던 것이다.그래도 노아리는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었다. [배 과장도 젊은 나이에 꽤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잖아. 그 나이에 그 정도까지 가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집안 도움도 많이 받은 거 아니야?][전부 본인 힘으로 올라간 거야.]성이남은 말해도 되는 부분만 골라서 대답했다.배준석 친가 쪽의 영향력이 너무 크기에, 쉽게 말할 수도 말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그 답을 본 노아리는 자신이 괜한 생각을 했다고 여겼다.배준석에게는 별다른 배경이 없는 모양이었다.소개팅 전에 이예수가 사람을 시켜 K시 쪽까지 알아봤지만, ‘배’ 씨 성을 가진 유력한 고위 인사는 찾지 못했다.그래서 노아리도 소개팅 자리에서 꽤 차갑게 굴었다.처음 소개해 준 사람이 무슨 뜻으로 설명했는지는 모르지만, 당시 이예수에게는 배준석이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다.그 말 때문에 노아리는 민도하 몰래 배준석을 한 번 만나 봤다.하지만 배준석 집안에 특별한 배경이 없다고 판단한 뒤, 두 번째 약속을 잡으려는 배준석에게 먼저 마음이 없다고 분명히 말하고 민도하와의 관계에만 집중했다....강서이는 다음 날 G시로 출장을 갈 예정이었다. 조송메디컬 건은 G시에서 돌아온 뒤에야 본격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그래도 서태우에게 미리 연락해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게 할 필요는 있었다.강서이는 하던 일을 마친 뒤 서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서태우 쪽은 꽤 시끄러웠다. 노아리의 행복을 축하한다는 말이 희미하게 들렸다.서태우가 룸 밖으로 나오자 소란스러운 소리도 함께 멀어졌다.“강서... 강 대표.”서태우는 습관처럼 강서이 이름을 부르려다 중간에 멈추고 결국 ‘강 대표’라고 고쳐 불렀다. 입에 잘 붙지 않는 어색한 호칭이었다.게다가 전화를 받는 마음가짐부터 예전과는 완전히 달랐다.예전에는 강서이를 대놓고 무시했고, 자신이 한 수 위인 사람처럼 굴었다.지금은 무서운 담임에게 전화라도 받은 학생처럼
그 대답은 성이남에게 뜻밖이었다.배준석은 워낙 이성적인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집안에서도 그런 성향을 보고 공직의 길을 택하게 한 사람이었다.성이남이 아는 배준석이라면 첫눈에 반하는 일 같은 건 절대 없을 것 같았다.게다가 배준석의 집안이 장래 배우자에게 기대하는 기준도 높았고, 배준석 본인 역시 사람 보는 눈이 까다로웠다.그래서 성이남이 물었다. “형이 첫눈에 반할 정도면 정말 대단한 분이겠네요?”“맞아.” 배준석은 망설이지 않았다. “아주 뛰어난 사람이야.”성이남은 더 궁금해졌다. “대체 누구예요?”하지만 배준석은 아직 때가 아니라며 끝내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자신이 강서이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감정을 공개하면 강서이에게 괜히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언젠가 정말 강서이와 연인이 된다면, 그때는 누구보다 먼저 세상에 당당히 알릴 생각이었다.성이남은 더 물어도 답을 얻지 못할 것 같아서 포기했다. 손에 든 술잔을 바라보다 사진을 한 장 찍어 노아리에게 보내며 축하한다는 말을 남겼다.노아리는 조금 뒤 답장을 보내면서, 배준석과 있는 곳이 금슬 프라이빗 클럽이냐고 물었다.성이남은 어떻게 알았냐며 되물었다.노아리는 사진 구석에 찍힌 금슬 로고를 표시해서 보내 줬고, 그제야 성이남은 자신이 장소를 드러냈다는 걸 알게 되었다.[여기까지 왔는데 잠깐 우리 쪽에 올래?]노아리가 물었다.성이남이 바로 대답했다. [친구랑 같이 와서 좀 애매해.]그러자 노아리는 어느 룸에 있는지 알려 달라며, 자기가 잠깐 들러서 인사만 하겠다고 했다.성이남은 거의 고민하지 않고 바로 룸 번호를 보냈다.노아리는 금방 찾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자연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배준석을 발견하자 흠칫하며 굳어졌다.하지만 곧 평소의 여유를 되찾고 먼저 인사했다. “배 과장님, 오랜만이에요.”성이남이 의아하게 물었다. “두 분 아세요?”“응, 몇 번 봤어.” 노아리는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
두 사람이 강서이에게 완전히 넘어가서 자신과 거리를 두는 거라고 노아리는 생각했다.강서이는 유독 자기 곁에 있는 사람들을 데려가려고 했다. 자신을 나쁘게 말하고 인간 관계를 멀어지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졌다.‘민도하는 빼앗을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이라도 데려가려는 걸까?’참 공을 들인다는 생각이 들었다.“안 오면 말아. 우리끼리 놀면 돼.” 노아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그때 성이남에게 메시지가 왔다. 방금 B시에 도착했는데 시간 되면 같이 식사하자는 내용이었다.노아리는 위치를 보내며 답했다. [타이밍 좋다. 나 지금 약혼 전 파티 중인데 사람이 별로 없어. 와서 자리 좀 채워줘.]노아리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말에 성이남은 바로 가겠다고 대답할 뻔했다.하지만 약혼 전 파티라면 민도하도 분명 있을 것이다.잠깐 고민한 뒤 성이남은 정중하게 거절했다.대신 즐겁게 보내라는 인사를 덧붙였다.노아리는 ‘알았다’라고 짧게 답한 뒤 더는 연락하지 않았다.성이남의 마음에는 허전함만 남았다.이번에 B시에 온 건 업무 때문이 아니었다.곧 약혼하는 노아리를 한 번 보고 싶어서 왔을 뿐이었다.그런 만남이 아무 의미 없다는 걸 알면서도 결국 이곳까지 왔다.한참 뒤, 성이남은 배준석에게 전화했다. “형, 시간 괜찮으세요? 한잔하실래요?”배준석은 괜찮다고 했다.잠시 후 성이남이 위치를 보냈다.프라이빗 클럽 이름을 확인한 배준석의 머릿속에 어떤 장면들이 떠올랐다. 그는 답답한 듯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풀었다.배준석이 곧바로 물었다. [왜 하필 거기야?]성이남이 대답했다. “그냥 골랐는데요. 왜요?”[아니야. 금방 갈게.]사실 아무 데나 고른 곳이 아니었다. 성이남은 일부러 그 클럽을 선택했다.노아리가 바로 그곳에서 약혼 전 파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자신이 직접 참석해서 축하할 수 없다면 가까이에라도 있고 싶었다.배준석은 오래 걸리지 않아 도착했다. 성이남이 물었다. “좋아하는 분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같이 오시지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