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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مؤلف: 애니

제1화

مؤلف: 애니
사람들은 말한다.

모든 남자의 마음속에는 끝내 이루지 못한 첫사랑 하나쯤은 숨어있다고.

민도하는 예외일거라고 강서이는 늘 생각해 왔다.

어릴 적부터 이어진 시간, 둘 사이의 감정은 가볍지 않았고, 무엇보다 자신과 민도하는 함께 성장해 온 관계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거대한 첫사랑의 무대였다.

그리고 민도하 역시 그 평범한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쪽에 가까웠다.

강서이는 열여덟에 민도하 곁에 섰다.

그로부터 정확히 7년.

2,000일이 넘는 낮과 밤을 함께 보냈고, 서로가 허락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친밀함까지 나누었다.

그런데도, 강서이는 끝내 민도하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 한 번의 찬란한 시선을 넘지 못했다.

생각해 보면 우습기까지 했다.

7년을 함께한 여자가 결국 한 남자의 마음을 끝내 읽지 못했다는 사실이.

도대체 얼마나 사랑했기에, 민도하는 그 사람을 마음 깊숙이 숨겨 둔 채 이렇게 오래 버텨 온 걸까?

강서이의 시선이 흐려진 걸 알아챈 민도하가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강서이, 집중해.”

침대 위의 민도하는 늘 거침없었고, 그 와중에 실수로 협탁 위에 올려져 있던 검은 벨벳 케이스를 건드렸다.

케이스가 떨어지려는 걸 민도하가 급히 받아냈다. 강서이를 다치게 할 뻔했다.

민도하는 처음 보는 물건인 듯 잠시 멈칫하다가 물었다.

“이거 뭐야?”

강서이는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은 얼굴로 케이스를 빼앗듯 가져가 옆으로 던졌다.

그리고 민도하의 목을 끌어안고, 목울대에 입술을 가져갔다.

“이럴 때도 한눈파는 거야?”

“나한테 질린 거 아니고?”

민도하는 더 이상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강서이의 체온과 숨결에 방금 전의 궁금증은 완전히 잊혔다.

민도하가 강서이를 향해 몰두하는 사이, 강서이는 고개를 살짝 돌려 방 한켠에 방치된 검은 벨벳 케이스를 바라봤다.

눈가가 미묘하게 젖어 들었다.

‘민도하, 당신은 영원히 모를 거야.’

‘이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

한 달 전, 프라임로드투자가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민도하의 지인들은 작은 축하 자리를 마련했고, 그 자리에 강서이는 가장 단정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날, 강서이는 민도하에게 프러포즈할 계획이었다.

보통 프러포즈는 남자가 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강서이는 민도하를 사랑했고, 그 사랑 앞에서는 자존심도, 체면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아무도 몰랐다.

오늘 하루를 위해 강서이가 7년을 기다렸다는 사실을.

민도하가 일에 매달릴수록, 강서이는 그의 곁에서 자기 삶의 방향까지 수정했다.

원래 좋아하던 전공을 포기하고, 흥미도 없던 금융을 선택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해외 명문대로부터 받은 제안을 거절하고, 프라임로드투자로 들어갔다.

말단 직원으로 시작해, 차근차근 올라 지금은 수석비서 자리에 있었다.

그 과정이 얼마나 버거웠는지, 강서이 말고는 아무도 몰랐다.

사랑이 가장 뜨거웠던 시절, 강서이는 여러 번 마음속으로 물었다.

‘나랑 결혼할 생각 있어?’

하지만 끝내 입 밖으로는 꺼내지 않았다.

어머니가 늘 하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랑과 선물은 손 내밀어 받는 게 아니라 상대가 자발적으로 줄 때 받는 것이라고.

요구하는 순간, 그건 호의가 아니라 시혜가 된다고.

게다가 민도하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민도하 곁에는 언제나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강서이만 있었다.

다른 여자는 단 한 번도 끼어든 적이 없었다.

그래서 강서이는 굳게 믿었다.

결혼은 두 사람에게 자연스러운 결말일 거라고.

그 결말을 위해 강서이는 프라임로드투자에서 누구보다 앞장서서 일했다.

일이 크든 작든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고, 가야 하는 술자리는 셀 수 없었으며, 병원에 실려 간 횟수도 기억나지 않았다.

알코올 중독과 유산이 동시에 일어났던 그날, 강서이는 수술대 위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할 뻔했다.

그때 절친 한지수가 물었다.

“너... 민도하 회사를 위해 죽을 고비 넘긴 사람이야. 후회 안 돼? 한 남자 때문에 이렇게까지 망가지는 게 맞아?”

강서이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난 괜찮아.”

한지수는 그런 강서이를 두고 웃으며 말했다.

“넌 진짜 사랑 앞에서는 전사다. 제발... 꼭 지지 말고 이겨라.”

그때의 강서이는 확신에 차 있었다.

“민도하는 나를 지게 안 해!”

그 믿음 하나로, 강서이는 프라임로드투자 상장까지 버텼다.

아무도 몰랐다.

민도하가 G시에서 상장 종을 울리던 날, 강서이는 혼자 방에 틀어박혀 한참동안 울었다.

눈물을 닦고, 강서이는 결심했다.

민도하에게 직접 프러포즈하겠다고.

민도하는 너무 바빴다.

상장 이후 쏟아지는 프로젝트와 축하 인사 속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다.

그래서 강서이는 선택했다.

기다리는 대신, 다가가기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날이 다가오자 심장이 좀처럼 가라앉질 않았다.

강서이는 밖에 서서 몇 번이나 호흡을 고르며 손을 비볐다. 멈추지 않고 떨리는 손끝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목이 메어, 외워서 준비한 청혼의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안쪽에서는 이미 술자리가 무르익어 있었다.

웃음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도하 형, 형 아직도 노아리랑 연락해?”

“노아리? 도하 형 첫사랑 아니야? 갑자기 왜 노아리 얘기가 나와?”

“들었는데, 노아리 이번에 귀국한대.”

“그럼 도하 형, 첫사랑이랑 다시 이어질 수도 있는 거 아냐?”

강서이의 손이 공중에서 굳어 버렸다.

조금 전까지 긴장으로 떨리던 손끝이... 그 순간 얼어붙었다.

“솔직히 말해서, 아리 아버지 요즘 정치 쪽으로 꽤 잘 나가잖아. 도하가 아리랑 결혼하면, 도하한테도 프라임로드투자에도 도움 엄청 될 거야. 집안 위상도 걸맞고, 외모도 잘 어울리고.”

“게다가 첫사랑이잖아. 사랑도 잡고, 일도 잡고. 완벽하지.”

그 말을 한 사람은 민도하의 오래된 친구, 서태우였다.

서태우는 늘 자신을 민도하와 친형제처럼 자란 사이라고 말하곤 했고, 그래서인지 그 말에는 이상할 만큼의 확신이 담겨 있었다.

‘민도하에게... 첫사랑이?’

강서이의 심장이 예고 없이 조여 들었다.

“그럼 강서이는?”

누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강서이도 도하 형 옆에서 그렇게 오래 있었잖아. 공이 없다고는 못 하지.”

서태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돈 좀 주고 정리하면 되지.”

“정 그렇게 아까우면, 결혼하고도 옆에 두면 되고.”

서태우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식이었다. 집 안에는 아내를 두고, 밖에서는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게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밖에서 듣고 있던 강서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끝의 감각이 사라질 만큼 세게 쥐고도 아픈 줄도 몰랐다.

지금 강서이는 민도하의 대답이 필요했다.

민도하가 바로 부정하길 바랐다.

사람들 앞에서 분명히 말해 주길 원했다.

사랑하는 사람은 강서이라고, 함께하고 싶은 사람도 강서이라고.

하지만 기다림 끝에 들려온 건, 민도하의 담담한 한마디였다.

“너희 언제부터 그렇게 남 얘기에 관심 많았냐.”

부정도, 명확한 거절도 아니었다.

오히려 인정처럼 들렸다.

“알았다, 알았어. 이런 날에 자극적인 얘기나 하자. 나 술 취해서 졸 뻔했네.”

서태우가 소파에서 일어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서태우는 소문난 바람둥이였다. 여자를 바꾸는 속도가 옷 갈아입는 것보다 빠르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고, 늘 새로운 놀이를 제안하곤 했다.

“그럼 진실 게임 가자. 각자 인생에서 제일 짜릿했던 일 하나씩 말하기.”

누군가 툭 던졌다.

“차 안에서.”

서태우가 코웃음을 쳤다.

“그게 뭐가 대단해?”

상대가 말을 덧붙였다.

“고속열차.”

방 안이 한꺼번에 들썩였다.

“야, 너 제법인데?”

서태우는 흥분한 얼굴로, 옆에서 무표정하게 앉아 있던 민도하를 돌아봤다.

“도하, 너는? 너는 뭐 해봤는데 그렇게 조용해?”

민도하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사랑 때문에... 내연남이었던 적 있어.”

그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의 공기가 단숨에 달아올랐다.

민도하였다.

B시에서도 손꼽히는 집안의 후계자, 원하는 게 있으면 손에 넣지 못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건, 그만큼 깊은 감정이 있었다는 뜻이었다.

서태우의 반응이 가장 컸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도 고막이 울릴 만큼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리잖아! 맞지? 역시 아직도 아리 사랑하는 거였어! 그때 도하가 아리 좋아했고, 아리는 한승 좋아했으니까, 너 사랑 때문에 그런 선택한 거잖아! 야, 너 진짜 순정파다!”

쏟아지는 웃음과 함성은 차가운 물처럼 강서이에게 쏟아졌다.

몸속 깊은 곳까지 시려 왔다.

속이 뒤집히는 느낌에 강서이는 벽을 짚고 천천히 주저앉았다.

안에서는 여전히 서태우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봐. 지난 10월 10일에 노아리 만난 거 맞지?”

민도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걸 어떻게 알아?”

“아리가 SNS에 올렸잖아. 재회가 세상에서 제일 낭만적이라고. 딱 봐도 너랑 만난 거더라.”

“그래서 그날 밤에 뭐 좀 있었어? 혹시 그날 다시 불붙은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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تعليقات (2)
goodnovel comment avatar
문명림
첫사랑 그렇게 못 잊으면 결혼해야되는거 아니니...무슨 결정장애자들도 아니고..참 고생이 많다 비슷비슷하게 소설쓰느라...복사수준들이 내용들...ㅉㅉㅉ
goodnovel comment avatar
3skl
이것 wepic에서 선택받지 못한 사람하고 내용이 비슷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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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86화

    “뭐 하고 있어? 얼른 강 대표한테 의자도 빼 주고 차도 따라야지.” 서한승이 서태우를 재촉했다.보기 드물게 화를 눌러 삼킨 서태우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강서이의 의자를 빼 주었다.“고마워.” 한지수가 거리낌 없이 그 자리에 앉았다. 서태우가 직접 빼 준 의자였다. 이런 기회는 또 다시 오기 힘드니까. 그리고 다른 사람이 빼 주는 의자와 뭐가 다른지 한 번쯤 앉아 볼 만하니까.서태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금방이라도 한마디 할 기세였다.하지만 서한승을 통해 겨우 강서이를 만난 데다 한지수는 강서이의 절친이었다. 한지수를 건드리는 건 강서이를 건드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서 결국 참을 수밖에 없었다.서태우는 다시 강서이 앞으로 의자를 빼 주었다.“고마워.” 강서이가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았다.서태우는 바로 차를 우린 뒤 따르기 시작했다.강서이에게 건네려던 때, 한지수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서태우는 이를 악물고 또 참았다.한지수가 한 모금 마시고 꽤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차 좋네.”정말 차 맛을 칭찬한 건지, 다른 뜻으로 빈정댄 건지는 알 수 없었다.설령 자신을 비꼰 거라고 해도, 서태우가 할 수 있는 건 못 알아들은 척하면서 강서이에게 얌전히 차를 따라 주는 것뿐이었다.강서이는 잔에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서한승이 서태우에게 이제 말하라는 눈짓을 보냈다.서태우는 곧바로 조송메디컬이 그로스캐피탈과 협업을 원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강서이는 끝까지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마음이 급해진 서태우가 몇 번이나 서한승을 바라봤다.“조송메디컬 사정은 너도 어느 정도 들었겠지. 최근 2년 동안 성장세가 막혀서 상황이 썩 좋지 않아.”“말이 나온 김에 하나 물어볼게. 지금 조송메디컬 상태에서 그로스캐피탈이 굳이 너희랑 손잡아야 할 이유가 뭐야?”강서이는 차분하게 서태우에게 되물었다.서태우의 표정이 달라졌다.강서이가 이렇게까지 정면으로 현실을 짚을 줄은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더구나 지금 부탁하는 쪽은 서태우였다.“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85화

    민도하의 시선은 차를 타고 가는 내내 룸미러 아래에 걸린 작은 안전 부적에 머물러 있었다.한참 뒤 민도하가 입을 열었다. “저런 게 진짜 효과가 있어?”강서이가 바로 받아쳤다. “왜? 노아리 것도 하나 구해 주려고?”민도하는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병원 앞에 도착한 뒤에도 강서이는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대신 민도하에게 노아리에게 전화하라고 했다.이런 상황이라면 노아리가 와서 돌보는 게 맞았다. 강서이는 이제 완전히 남이었다.오는 길에 병원까지 태워 준 것만으로도 자신은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다.민도하는 피곤한 듯 눈을 내리깔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강서이는 그 말을 듣는 순간 흠칫하며 굳어졌다.너무 익숙한 말이었다.예전의 강서이도 똑같은 말을 한 적이 있었다.큰 고비를 넘기고 겨우 의식을 되찾았을 때, 강서이가 가장 먼저 한 말은 한지수에게 민도하한테 전화하지 말라는 부탁이었다.민도하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그때 한지수가 뭐라고 했더라.’‘사랑 하나만 믿고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이라고 했던가.’강서이는 이제야 그 별명을 벗어서 민도하에게 넘겨줬다. “힘내. 사랑 하나 믿고 돌진하는 용사님.”민도하가 걸음을 멈췄다. “너는 같이 안 들어가?”강서이는 꿈도 꾸지 말라는 듯 민도하를 힐끗 보더니 그대로 차를 몰고 떠났다.민도하는 병원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피가 다시 배어 나오는 상처를 보며 말없이 웃었다.결국 병원 앞 화단 가장자리에 앉았다. 밀려오는 피로를 참으며 미간을 문지른 뒤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한 개비에 불을 붙였다.원래 담배를 즐겨 피우는 사람은 아니었다.다만 요즘은 어디에도 풀어놓을 수 없는 감정이 너무 많아졌다. 담배라도 피워야 조금 가라앉을 것 같았다.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연기가 민도하의 표정과 감정을 흐릿하게 가렸다....“진짜 그대로 두고 왔어?”강서이가 집에 돌아오자 한지수는 기다렸다는 듯이 어떻게 됐는지 캐물었다.강서이는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84화

    강서이는 한지수에게 전화해 오늘은 집에 조금 늦게 들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배고프면 기다리지 말고 먼저 챙겨 먹으라고 했다.한지수가 자연스럽게 물었다. “야근이야, 아니면 약속이 있어?”“둘 다 아니야.”강서이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민도하 그 연애에 정신 팔린 인간 보러 가는 거야.”이유를 들은 한지수도 기가 막힌 듯 혀를 찼다.“진짜 고집 하나는 대단하다. 이 상황에서도 노아리랑 약혼하겠다고 버티는 거야? 자기 회사 주가가 얼마나 떨어졌는지도 안 보이나?”“머리가 조금만 돌아가도 조용히 있을 때라는 건 알 텐데. 약혼 날짜라도 좀 미루면 되잖아.”강서이는 이제 놀랍지도 않았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랑 결혼한다고 온 세상에 자랑하고 싶어 하는 인간인데, 그런 걸 신경 쓰겠어?”노아리 덕분에 강서이는 한 가지를 확실히 알게 됐다. 민도하는 자신과 함께 있을 때처럼 늘 차갑고 이성적인 사람은 아니었다....강서이가 민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 진인자는 거실을 정리하고 있었다. 눈가가 붉은 걸 보니 조금 전까지 울었던 모양이었다.진인자는 강서이를 보자 뭔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강서이가 먼저 물었다. “회장님은 괜찮으세요?”강서이가 걱정하는 사람은 민두해였다.민도하가 자기 선택 때문에 무슨 일을 겪든 강서이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진인자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방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아무 말씀도 안 하세요. 서이 씨가 한번 가서 말씀 좀 나눠 주세요. 그러다 몸 상하실까 봐 걱정돼요.”강서이는 미간을 찌푸린 채 민두해를 보러 갔다. 가는 길에 서재 앞을 지나는데 방 안은 완전히 엉망이었다.민도하는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뭔가를 정리하고 있었다.발소리를 들은 듯 고개를 들어 강서이 쪽을 한번 봤다.눈빛은 유난히 차갑고 담담했다. 감정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시선은 잠시도 머물지 않고 다시 바닥으로 향했다. 민도하는 그저 말없이 널브러진 물건들을 계속 주워 담았다.강서이는 걸음을 늦추지 않고 서재를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83화

    배준석이 이런 어조로 성이남에게 사람을 조심하라고 말한 건 처음이었다.성이남은 이해가 되지 않아 본능적으로 노아리를 감쌌다. “아리 선배는 좋은 사람이야. 예전에 해외에 있을 때 나도 많이 도와줬고.”하지만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배준석의 핸드폰이 울렸다.배준석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통화를 듣는 동안 표정이 점점 무거워졌다.전화를 끊은 뒤 배준석은 그로스캐피탈에 가 봐야겠다고 말했다.성이남이 바로 따라붙었다. “잘됐네. 나도 그로스캐피탈에 갈 일이 있어. 같이 가자.”성이남이 전에 혼자 찾아왔을 때, 강서이의 비서는 대표가 자리에 없다고 했다.그런데 이번에는 배준석과 함께 오자 비서의 대응이 달라졌다.사람을 봐 가며 대하는 게 너무 티가 났다. 성이남에게는 속 좁고 유치한 행동처럼 보였다.성이남은 속으로 비웃었다.배준석은 공적인 용무로 강서이를 찾아온 것이니 강서이가 만나는 게 당연했다.성이남도 함께 온 이상 굳이 혼자 밖에 세워 둘 이유는 없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응접실로 안내됐다.배준석이 본론부터 말했다. “강 대표님, 조만간 상급 기관에서 안전점검반을 내려보내서 각 사업 현장의 안전관리 실태를 확인할 예정입니다.” “항만 재개발 현장도 점검 대상이니 미리 준비해 두는 게 좋겠습니다.”중요한 정보였다. 강서이는 배준석이 직접 찾아와 알려 준 게 진심으로 고마웠다.“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과장님. 점검에 문제없도록 안전관리부터 다시 확인하겠습니다.”“준비하다가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이쪽 업무는 제가 경험이 좀 있습니다.”“네, 알겠습니다.”두 사람의 대화가 끝난 뒤에야 성이남이 겨우 끼어들 틈을 얻었다. “강 대표님, 시간이 괜찮습니까? 이야기 좀 하고 싶습니다.”강서이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성 대표님이 이전과 같은 조건을 말씀하실 거라면 저희가 따로 이야기할 내용은 없을 것 같습니다.”성이남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면서 턱에 힘이 들어갔다. “조건은... 바꿨습니다. 성세그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82화

    ‘어쩌면 노아리 본부장은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가능성을 열어 둔 채 상대를 고르고 있었던 건가?’‘그중에서 가장 조건 좋은 사람을 고르려고?’‘당시에는 내 직위와 배경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맞선이 이어지지 않았던 거라면 말이 되네.’‘그렇다면 노아리 본부장의 사람 됨됨이가 썩 좋다고 보기는 어렵겠군.’배준석 속으로 둘이 잘 안 된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사실 맞선을 봤을 때부터 배준석도 노아리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낀 적은 없었다.두 번째로 만나자고 한 것도 관계를 더 이어 갈 생각이 없다고 직접 말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노아리가 먼저 같은 뜻을 밝혔다.배준석은 상대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노아리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그 뒤로 두 사람은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노아리가 항만 재개발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하면서 업무상 가볍게 다시 얽힌 게 전부였다.지금 돌아보면, 노아리가 이후 자신에게 꽤 예의를 갖춘 것도 배준석이 승진한 뒤부터일 가능성이 있었다.배준석이 일하는 환경에는 사람의 직위나 배경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노아리 같은 태도도 특별히 낯설지는 않았다.그래서 굳이 평가하고 싶지는 않았다.한지수는 밥을 먹으면서도 계속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강서이가 몇 번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식사가 절반쯤 진행됐을 때, 한지수가 갑자기 신이 나서 핸드폰을 강서이 앞에 내밀었다. “빨리 봐. 재밌는 거 떴어!”강서이가 화면을 확인했다.방금 올라온 속보 영상이었다.기자들이 노아리가 입원한 병실까지 찾아가 취재를 시도하고 있었다.취재라기보다 사실상 공개적인 추궁에 가까웠다.왜 우천시처럼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에서 불꽃놀이를 기획했냐고 따져 물었다.대체 어떤 배경이 있기에 행사 허가까지 받아 냈냐는 질문도 쏟아졌다.현장은 엉망이었다.노아리는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피할 곳조차 없었다.예전의 자신만만함은 사라지고 당황하고 불안해하는 기색만 그대로 드러났다.그때 한 남자가 앞으로 나서더니, 기자들 때문에 구석까지 몰린 노아리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81화

    양정원 정도의 인재라면 어디서든 탐을 내는 게 당연했다.강서이도 애초부터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 두고 있었다. 양정원이 다른 곳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점까지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하지만 지금까지의 태도를 보면 양정원의 선택은 꽤 분명해 보였다.강서이도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그때 한지수가 전화해 저녁을 먹자고 했다. 식당은 이미 예약해 놨으니 바로 오라고 했다.강서이는 식당에 도착하고 나서야 한지수가 다른 사람까지 불렀다는 걸 알았다.신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배준석이 강서이에게 인사한 뒤 의자를 빼 주었다.강서이는 무슨 속셈이냐는 듯 한지수를 바라봤다.찔리는 게 있는 한지수는 고개도 들지 않고 음식만 열심히 먹었다.배준석이 먼저 설명했다.“한지수 씨가 B시를 잘 모른다고 하더군요. 강 대표님은 일 때문에 바쁘다고 해서, B시에 괜찮은 식당이 어디인지 저한테 물어봤습니다.” “마침 저도 시간이 돼서 같이 왔고요.”강서이는 태연하게 앉으면서 한지수를 흘겨봤다. “네가 B시를 잘 몰라? 대학 4년을 어디서 다녔는데?”절친에게 바로 들통이 났지만 한지수는 당황하지 않았다.배우인 만큼 이 정도 상황은 얼마든지 능청스럽게 넘길 수 있었다.“졸업하고 계속 다른 지역에서 일했잖아. 오래 비웠더니 낯설어졌지.” “게다가 B시는 배 과장님 같은 실무형 인재 덕분에 발전 속도도 엄청 빠르잖아.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데 내가 어떻게 다 알아.”강서이는 어이가 없었다.음식은 두 사람이 미리 주문해 둔 상태였다. 강서이가 도착하자 배준석이 직원을 불러 차례로 음식을 내 달라고 했다.대부분 자극적이지 않은 메뉴였고, 강서이가 좋아하는 음식이 많았다.한지수가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배 과장님이 주문할 때 강 대표님이 뭘 좋아하냐고 물으시더라고. 그래서 제가 알려 드렸더니 진짜 전부 네가 좋아하는 걸로 고르셨어.” “정성이 대단하지? 내 취향은 한 번도 안 물어보셨지만.”배준석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얼른 메뉴판을 한지수에게 건넸다. “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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