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렌은 나지막이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그 웃음에는 조금의 온기도, 진심 어린 웃음기조차 담겨 있지 않았다.“그럴 만했네.”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제이가 감히 디리안에게 맞설 수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비베니에를 넘기는 대신, 기꺼이 벌을 받는 길을 택한 거고.”뵤른은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셀렌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드레스 자락이 부드럽게 바닥을 스쳤고, 그녀의 시선은 다시 굳게 닫힌 채 열릴 기미조차 없는 훈련실 문을 향했다.……셀렌은 침실 문이 다시 열릴 때까지 끝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밤공기는 여전히 차가웠고, 벽난로에는 희미하게 붉은 잔불만이 남아 있었다. 희미한 불빛은 돌벽 위로 옅은 그림자를 일렁이듯 드리웠고, 셀렌은 침대 머리에 등을 기댄 채 앉아 다리만 간신히 덮은 이불을 붙잡고 있었다. 눈꺼풀은 무겁게 내려앉을 만큼 피곤했지만, 그것은 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머릿속을 가득 메운 생각들이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때, 디리안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그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러나 그것은 피곤함 때문이 아니었다. 아직도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분노가 그의 걸음걸이 하나하나에 거칠게 스며들어 있었다.셀렌의 시선은 곧장 그의 손으로 향했다.손등과 손마디에는 푸른 멍이 짙게 번져 있었고, 피부는 군데군데 찢어진 채 붉은 상처를 드러내고 있었다. 피는 이미 닦아낸 뒤였지만 검붉게 말라붙은 흔적은 여전히 선명했고, 언제나 명령만 내리던 그 손은 조금 전까지 휘둘러졌던 폭력의 흔적을 적나라하게 증명하고 있었다.도대체 제이를 얼마나 심하게 때린 것일까.반격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고, 자신을 변호할 기회마저 없었던 제이에게 그것은 단순한 처벌이 아니었다.그건 고문이었다.그리고 디리안은…셀렌은 그를 움직인 것이 분노였는지, 아니면 그 분노를 쏟아낸 뒤의 만족감이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그 의문은 끝내 그녀의 입술 사이로 조용히 흘러나왔다.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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