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하."이름이 입 밖으로 나간 뒤에도 회의실 공기는 바로 바뀌지 않았다.화가 다 풀린 것도 아니고, 바깥 문제가 끝난 것도 아니고, 몇 주를 건너온 마음이 한 번에 정리될 리도 없었다.그런데도 그 한 단어 이후로는 숨길 게 줄었다. 지안은 그걸 먼저 알았다. 더는 다시 모른 척할 수 없는 거리라는 걸.재하는 지안이 손을 놓을 때까지 그대로 서 있었다.섣불리 끌어안지도 않았고, 급하게 붙잡지도 않았다. 그게 지금은 맞았다.지안이 먼저 열었고, 그래서 재하도 그 속도를 그대로 받는 쪽을 고르는 게."가요."지안이 먼저 말했다."네."둘은 회의실 문을 나섰다. 복도는 퇴근 직전보다 더 조용해져 있었다.멀리서 팀장 목소리가 아직 회의실 안쪽에 걸려 있었고, 프린터 불빛만 하나 남아 있었다.예전 같으면 이 시간에 둘이 같은 복도를 나오는 것부터 신경 썼을 거다. 누가 보는지, 몇 걸음 차이 둘지, 엘리베이터는 따로 탈지. 그런데 오늘은 그런 계산이 올라오지 않았다.그냥 재하랑 나란히 걸었다.그 사실만으로도 웃길 정도였다.***다음 날 아침, TF는 사실상 끝난 분위기였다.최종본 전달은 마무리됐고, 남은 건 자잘한 수정 대응이랑 종료 정리 정도.팀장은 아침부터 유난히 얼굴이 펴져 있었고, 소율은 "이제 좀 살겠다"는 말을 세 번쯤 했고, 서연은 외부 공유 폴더 정리하면서 삭제해도 되는 버전들을 하나씩 골라냈다.지안은 자리에 앉자마자 커피 뚜껑을 열었다.맞은편에선 재하가 메일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잠깐, 시선이 마주치다, 반사적으로 시선을 피하려다 멈췄다.예전 같았으면 바로 돌렸을 거리인데, 오늘은 안 돌려도 됐다. 그 차이가 아직 몸에 안 붙어서 좀 어색했다.그리고 재하는 평소처럼 묻는 대신, 아주 자연스럽게 말했다."커피 식기 전에 드세요."지안은 컵을 들다가 멈췄다.별거 아닌 말인데, 그걸 별거 아닌 얼굴로 듣는 게 낯설었다.예전 같으면 누가 들을까 먼저 봤을 텐데, 오늘은 그 반사 동작이 나오지 않았다."
Zuletzt aktualisiert : 2026-05-12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