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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쉿! 그 입을 막아 버리고 싶게

Auteur: silver구슬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8-02 12:05:25
세나의 손을 지그시 감싸 잡으며 도국이 낮게 입을 열었다.

“이대로 가면 진짜 걷잡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릴 것 같아. 우리 관계는 여기까지.”

눈부시게 웃는 그의 미소 너머로 쓸쓸한 그늘이 스쳐 지나갔다.

세나는 갑작스레 가슴이 차갑게 짓눌려 오며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그럼······ 우린 이제 끝인 건가요?”

도국이 내민 상자 안을 내려다보며 세나는 직감했다. 오늘 밤 그와 함께 보내게 될 이 시간은 미래를 약속하는 밤이 아니라, 각자의 길을 찾아가기 위한 마지막 인사라는 사실을.

도국이 상자에서 꺼내 내민 것은 작은 열쇠 모양의 펜던트가 세공된 목걸이였다.

목걸이를 직접 걸어주는 그의 손끝이 세나의 쇄골을 부드럽게 스쳐 지나갔다. 차가운 금속의 촉감과 도국의 체온이 동시에 피부에 닿자, 세나의 어깨가 가늘게 떨려 왔다.

“네가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고 마음껏 나아가도록, 내가 계속 응원할게.”

고개를 숙여 목걸이를 바라보았지만, 반짝이는 황금빛 광채는 도리어 차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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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203. 요부가 건네는 속삭임

    둘만의 고요가 가라앉은 시간.나는 차분하게 차준호의 깊은 눈동자를 응시했다.그는 본래 자신의 가장 깊은 진심은 절대 드러내지 않는 남자였다.그에 관한 결정적인 이야기들을 매번 타인의 입을 통해 들어야 했던 나로서는, 오늘 밤 그가 과연 얼마나 솔직한 속내를 꺼내놓을지 깊은 의구심이 들었다.“신하늘, 선거는 나갈 거야?”처음부터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그의 단정한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정작 내 마음조차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사실 아직 결정 전이에요. 대표님은······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차준호는 내 머리칼을 천천히 쓸어 넘기며 눈부시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나는 안 나갔으면 좋겠어. 정치,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니까. 붙어도 걱정이고, 떨어져도 후폭풍이 클 거야. 일단 회사는 그만두는 건가?”사실 나 역시 평생 정치가를 꿈꿔본 적은 없었다. 도의를 저버린 행동과 말을 한 김희주에게 철퇴를 내리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으니, 이미 절반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었다.차준호의 말에 일리가 없지 않았기에, 나는 고개를 나지막이 끄덕였다.“참고는 할게요. 그리고······ 회사는 그만둘 생각이에요.”“왜? 좋아하는 일이잖아.”“일단은 좀 쉬고 싶어요. 전 누구 때문에 1월 1일부터 너무 힘들었거든요.”차준호는 싱겁게 웃어 보이더니, 순순히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고생시킨 건 사실이니 할 말이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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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199. D-Day-1,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3선 중진 김희주, 당 노선 불일치 및 막말 논란으로 전격 공천 탈락 수모!][지역 민심 외면한 결과? 김희주 컷오프 충격··· 세종동 물갈이 신호탄 되나][‘새 술은 새 잔에’… 지지 세력 몰락에 무너진 중진, 2030 신진 세력 급부상][XX당 공천 기습 발표 후 여론 촉각··· 경합 지역 속전속결 선거 체제 돌입][‘대어’ 신하늘의 행보는? XX당 영입설 솔솔, 전격 공천 받게 되려나]김희주의 몰락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시시각각 업데이트되는 대한민국의 정치부 헤드라인은 김희주의 추락과, 그 반사이익의 중심에 선 신하늘의 기사로 도배되다시피 했다.잠실 L그룹 회장실.블라인드 사이로 비쳐 드는 창백한 햇살 아래, 이아준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지 못한 채 입꼬리를 씰룩거렸다.정계 전체를 요동치게 만든 김희주의 컷오프 소식은 김희주에게 줄을 댔던 이아정의 코를 납작하게 누를 완벽한 호재였다.“할아버지, 김희주는 이제 완전히 끝났네요.”이아준이 신이 난 목소리로 말을 건넸어도 이왕춘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마치 거대한 둔기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사람처럼, 멍한 눈으로 식어가는 찻잔만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10년도 넘게 당에 공헌했는데, 공천조차 못 받다니······. 정말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이왕춘의 목소리에는 환희가 아닌, 깊은 충격과 묘한 허탈감이 짙게 묻어났다.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198. 이제 시작인데, 왜 그래?

    밤 10시 반.어둠이 짙게 내린 프라이빗 공간 안, 차준호는 나지막한 클래식 음률 대신 최기범과의 통화를 스피커폰으로 켜둔 채 움직이고 있었다.신하늘이 도착하면 걸쳐 입을 포근한 로브를 정갈하게 정돈하고, 출출할 그녀를 위해 준비한 가벼운 야식을 보기 좋게 세팅하는 손길에는 기묘할 정도의 정성이 담겨 있었다.―신 과장, 얼른 퇴근시켜. 저러다 쓰러져.스피커폰 너머로 들려오는 최기범의 건조한 목소리에 차준호가 입꼬리를 얇게 말아 올렸다. 폭신한 거위털 이불의 날을 세워 정리하며 그가 넌지시 쏘아붙였다.“내 여자는 내가 알아서 챙겨. 상하이까지 출장 가서 나한테 전화 하다니.”―그냥 메신저로 또 보고서를 보냈기에 하는 말이야.“그나저나 신하늘 지지자 모임은 또 뭐야?”― ‘스카이 블루’ 바람을 일으키고 싶어서.차준호는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며 손을 털었다.은밀한 공간 내부의 온도계를 체크해 적정 온도를 맞추고, 건조하지 않도록 은은한 아로마 향이 퍼지는 가습기를 가동시켰다.정숙한 움직임 속에서도 그의 물음은 묵직하게 최기범을 향했다.“넌 너희 어머니랑 두 번 다시 안 볼 생각이야?”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최기범의 나른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니. 나라도 나서서 여론을 희석시켜야 하니까. 이슈를 분산하기 위해서랄까.차준호는 피식 콧웃음을 흘렸다. 신하늘을 위한 최선의 환경을 갖추면서도, 그의 이성은 최기범이 쌓은 주춧돌의 진짜 의도를 정교하게 계산하고 있었다.“그런데 네가 대중의 관심을 신하늘에게 더 쏠리게 만들었잖아.”―맞아, 난 지금 신하늘의 역량을 시험하고 있어.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7. 완벽한 타인의 숨결

    사람들의 입을 통해 끊임없이 유령처럼 떠돌던 이름의 실체.신하늘, 신 비서. 차준호는 누워 있는 내내 의식의 수면 아래에서 울리던 그 이름이 내심 신경 쓰였다.하지만 드디어 눈앞에 나타난 실체를 마주한 순간, 관자놀이가 끊어질 듯 욱신거리며 지독한 두통이 밀려왔다.그녀의 이름 세 글자가 왜 이토록 심장 가장 깊은 곳을 거슬리게 긁어내리는 걸까. 기묘한 일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졸졸 쫓아다녀 철벽만 치기 바빴던 강소희랑 같이 사고가 났다니. 하지만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한 톨의 아쉬움도 일지 않았다.대신 눈앞의 신하늘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6. 천하의 나쁜 남자

    기자를 상대하는 동안 나 자신도 성장하고 있었다.카메라 앞에서 당당해지고, 브리핑하거나 질문에 응답하는 순간에도 능숙 능란해져 있었다.차분한 척, 완벽한 듯, 긴장감이 첫날보다는 옅어졌다. 사람은 역시 학습의 동물이라고 무슨 아나운서가 된 양 나는 그리 기자들을 상대했다. -차준호 대표님이 대화가 가능하다던데. 확실히 강소희와 사귀는 사이가 맞는지 확인하셨습니까? 답변 부탁드립니다!“차준호 대표님께서는 일체 사생활에 대하여 언급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회사 측에서도 이번 사건은 아는 바가 없습니다.”-언제 CH에서는 공식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5. 뒤틀린 소유욕: 폭풍 전야

    종일 정신 없다가 이제는 머리가 하얗게 비어버린 것 같았다.커피에 의지해온 탓일까. 카페인의 날카로운 자극이 현기증을 부추겼다.그가 왜 하필 기억을 잃은 걸까.3년치 기억만 사라지다니. 비극 같으면서도 우습게 느껴졌다.빌어먹게도 나는 잊혀진 존재가 되어버린 것 아닌가.카메라 군단이 다시 몰려들었다. 간신히 버티던 나는 기계적인 목소리로 답변했다.그런데 병실 안에서 흘러나오는 고미주와 강진욱의 대화에 일순 어깨가 흠칫거려졌다.[강 박사님, 차 대표는 언제 일반 병동으로 이동하나요?][네, 최종 검사가 끝나는 대로 오늘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4. 폭풍의 눈이 열리다

    이아준은 통화 도중,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신하늘과 도국과의 옛 기억 속에 깊게 잠겼다.화려한 마천루가 즐비한 강남의 이면, 세종동 서쪽 끝자락에는 시간이 멈춘 듯한 빈민가가 있었다. 그곳에 위치한 ‘하늘 보육원’은 세 사람의 유년이 뿌리내린 곳이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고 나이도 제각각이었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유일한 세계이자 가족이었다.이아준은 태어나자마자 차가운 보육원 앞마당에 버려진 신세였다. 그러나 운명은 잔인하고도 변덕스러웠다. 뒤늦게 그가 국내 최고 재벌가인 L그룹의 잃어버린 혈통임이 드러났고, 하루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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