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anda / 로맨스 / 우는 너를 보고 싶었다. / 9화 닫힌 문 안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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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닫힌 문 안쪽에서

Penulis: 이레나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6-08 09:21:57

설화가 차가운 기운을 느꼈는지 작게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더 둥글게 웅크렸다. 강현의 커다란 재킷 아래로 가냘픈 어깨가 파묻히고, 젖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 뺨 위로 흘러내렸다.

강현은 그 위태로운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강제로 시선을 뚝 끊어냈다. 그런데도 의지는 배신하듯 다시 고개가 돌아갔다.

확인하듯, 아니면 상황을 부정하려는 사람처럼.

……이건 아니야.

그는 다시 손을 뻗어 그녀의 뺨에 눈물처럼 붙어 있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걷어냈다. 닿는 순간마다 감각은 오히려 더 선명해졌고, 단단히 손끝에 들어가 있던 통제력은 허무하게 풀려버렸다.

강현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파와의 거리를 두는 것이 지금 이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처럼 느껴졌지만, 발걸음은 곧장 떨어지지 않았다. 한 박자 늦게 바 테이블 쪽으로 향했다.

장식장 선반 위에 놓여 있던 싱글몰트 위스키 병을 꺼내 유리잔에 거칠게 따랐다. 커다란 원형 얼음이 잔바닥에 부딪혀 내려앉으며 쨍하는 파찰음을 낮고 맑게 울렸다. 그는 그 소리를 덮어버리듯 잔을 들어 단숨에 목구멍 속으로 삼켜버렸다.

독한 술이 식도를 강하게 긁고 내려갔지만, 뜨거워진 속은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더 텁텁하고 거칠게 말라붙어 갈 뿐이었다.

창밖의 빗소리 위로 재즈 선율이 낮게 감겨들었다.

거실에는 낮은 조명과 술 냄새, 젖은 공기와 뒤섞여 무겁게 깔렸다. 강현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 은빛 지포라이터를 꺼냈다. 틱, 짧은 금속음과 함께 불꽃이 일었고, 입술 사이로 길게 흘러나온 연기가 열어둔 거실 창문 틈으로 느리게 번져나갔다.

흘끗 뒤를 돌아보니 소파 위 설화를 덮고 있던 재킷이 아래로 흘러내려 있었다. 그녀는 추운 줄도 모르고 수면 아래 깊이 가라앉아 있었다.

연기가 눈앞에서 피어올랐다 사라지는 사이로, 그녀의 얼굴이 희미하게 겹쳐졌다. 고른 숨, 뺨에 드리운 머리카락, 웅크린 몸. 그 모든 것이 밤의 습기와 음악 속에 섞여 강현의 신경을 잡아당겼다.

그는 참지 못하고 다시 한번 위스키 잔을 가득 채워 단숨에 비워냈고, 반쯤 남은 담배를 재떨이에 누르듯 비벼 꺼트렸다.

피식, 헛웃음인지 자조인지 모를 짧은 웃음이 그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이윽고 묵직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적막한 거실 안을 조용히 울렸다.

"하…… 미치겠네."

강현은 잠시 거실 한가운데 서서 머뭇거리다가, 이내 드레스룸으로 걸어가 마른 티셔츠 한 장과 부드러운 담요를 꺼내 들었다. 소파 쪽으로 무거운 걸음을 돌리는 동안, 그는 스스로에게 쐐기라도 박듯 낮게 중얼거렸다.

"단 한 번이다. 진짜 딱 한 번뿐이야."

설화의 곁으로 다시 다가가 앉은 그는, 비에 젖은 축축한 옷을 더는 그대로 둘 수 없다는 듯 잠시 시선을 내렸다. 커다란 손을 뻗었다가도 문득 허공에서 멈칫했다. 물기에 젖은 얇은 천은 그녀의 몸 위로 척하니 들러붙어 있었고, 그것을 조심스레 떼어내는 감각은 필요 이상으로 선명하게 남았다.

강현은 어금니를 사려 물며 턱에 힘을 주었다. 시선을 정면에서 돌린 채, 오직 감각과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필요한 부분만 해나갔다. 불필요한 곳에는 단 한 줌의 눈길도 두지 않으려 애썼다.

손길은 감정을 덜어낸 채, 거의 절차처럼 움직였다. 그러나 젖은 옷을 조심스레 걷어내고 자신의 마른 티셔츠를 목선 너머로 입히는 그 짧은 시간이, 지금은 이상하리만큼 길게 느껴졌다.

체온을 유지해 줄 담요로 그녀의 몸을 빈틈없이 감싸 안은 뒤에야, 강현은 가슴속에 얹혀 있던 뜨거운 숨을 깊게 내쉬었다.

비로소 담요에 싸인 설화를 조심스럽게 안아 든 채, 그는 저택 2층으로 향하는 어두운 계단을 천천히 올랐다. 한 걸음씩 떼어놓을 때마다 발걸음이 유독 무거웠고, 그 무게는 발끝이 아니라 가슴까지 이어지는 듯했다.

오직 자신만이 사용하는 방. 익숙한 향기가 짙게 가라앉아 있는 철저히 사적인 공간. 넓은 침대 한가운데에 그녀를 조심스럽게 눕히고도, 강현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잠든 설화는 지금 너무도 이상했다. 강현이 알던, 악다구니 쓰고 버둥거리던 그 여자와는 달랐다.

지금 침대 위에 무력하게 놓여 있는 얼굴은 너무도 고요하고 평온해서, 오히려 지켜보는 사람의 속을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불편하게 만들었다.

설화는 이 잔인한 현실의 지옥 속에서도 좋은 꿈이라도 꾸는 사람처럼, 입가를 아주 미세하게 호선을 그리며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웃어……?"

그 얼굴을 마주한 강현은 허탈하게 입가를 비틀었다. 저도 모르게 입매가 움직일 뻔했다는 사실을 깨닫자 표정이 곧장 굳었다. 고작 잠든 여자의 미소 하나에 반응한 자신이 낯설었다.

미친놈아.

강현은 다시 1층 거실로 내려와 바 테이블 앞에 멈춰 섰다. 무심한 손길로 위스키를 잔에 채우자, 얼음이 유리잔에 부딪히며 낮게 울렸다.

그는 잔을 들어 단숨에 삼켰다. 독한 술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자 오히려 가슴 안쪽이 더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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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는 너를 보고 싶었다.   37화 달콤한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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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는 너를 보고 싶었다.   10화 세상은 언제나 문을 닫았다.

    뭐가 이렇게 불편한 건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단지 여자 하나가 방 안에 잠들어 있을 뿐인데, 그런데도 손끝에 닿았던 설화의 부드러운 살결과 입술의 촉감이 기어이 잔상처럼 달라붙었다.아주 오래전 닫아 둔 문 안쪽에서, 누군가 조용히 손잡이를 건드리는 것처럼.비가 내렸다. 회색 하늘 아래, 굵은 빗방울이 낡은 식당 문을 쉼 없이 때렸다. 사람들은 저마다 우산을 쓰고 바쁘게 스쳐 지나갔다. 누구도 그 작은 식당 앞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열 평 남짓한 식당은 젊은 여자와 어린 소년이 몸을 누일 수 있는 유일한 보금자리였다. 엄

  • 우는 너를 보고 싶었다.   8화 비에 젖은 여자

    축 늘어진 설화를 품에 안은 채, 강현은 빗속을 가로질렀다. 걸음은 평소보다 조금 느렸다. 의식 없는 몸 하나쯤 옮기는 일에 버거움을 느낄 남자는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품 안에 닿은 체온이 신경을 거슬렀다. 그런데도 그 작고 힘없는 무게가 불쾌할 만큼 선명하게 남았다.강현은 설화를 조수석에 눕힌 뒤 안전벨트를 매어 주었다. 벨트가 가느다란 몸 위로 걸리는 순간, 손이 아주 잠깐 멈췄다. 마치 그 멈칫거림조차 허락할 수 없다는 듯 그는 곧바로 시선을 거두고 뒷좌석의 재킷을 집어 들었다.축축하게 젖은 상체 위로 재킷을 덮어 주는

  • 우는 너를 보고 싶었다.   7화 비 속으로 걸어온 남자

    설화는 다리 위에 멍하니 서 있었다. 빗방울이 머리카락을 타고 목덜미 아래로 축축하게 흘러내렸다. 손끝은 점점 차가워지고, 온몸이 젖어들수록 오한이 몸을 감싸 안았다. 가로등 불빛마저 거센 빗속에서 흐릿하게 번져 눈앞을 어지럽혔다.그 순간, 머리 위로 툭— 소리와 함께 암전처럼 검은 우산이 펼쳐졌다."그래서… 여기서 끝낼 생각이야?"낯설지만 낮고 묵직하게 깔리는 남자의 목소리. 설화는 무거워진 눈꺼풀을 간신히 밀어 올리며 천천히 남자를 응시했다.우산 아래 서 있는 남자는 빗물에 젖은 검은 셔츠 사이로 단단한 어깨를 드러낸 채

  • 우는 너를 보고 싶었다.   6화 그가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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