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봤던 그 단정한 정장 차림이 아니라,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은 영락없는 대학생의 모습이었다.“오랜만이에요. 저번에 뵀을 땐 제가 실례가 많았습니다.”“아니야. 앉아.”수혁은 도윤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어제 화면 속, 그 얼굴이 맞았다.이목구비, 웃을 때 생기는 눈가 주름까지.“누나, 나 물 좀.”도윤이 자리에 앉자마자 자연스럽게 말했다.서린은 익숙하게 물병을 집어 도윤의 잔에 채워주었다.“천천히 마셔. 밖이 많이 더워? 더위도 안타는 애가 왜 이렇게 땀을 흘려.”“뛰어와서 그래. 늦을까 봐.”“땀 좀 닦아. 앞머리 갈라졌어.”서린이 냅킨을 건네자 도윤이 대충 이마를 닦았다.너무나 자연스러웠다.서로를 대하는 말투, 시선 처리, 사소한 챙김까지.수혁은 젓가락을 들지 않고 그들을 지켜보았다.두 사람은 가족이다.그렇다면…….“도윤 군은 요즘 뭐 하고 지내?”수혁이 짐짓 가볍게 물었다.“그냥 학교 다니죠. 졸업반이라 취업 준비도 하고요.”“취업? 전공이 경영학이라고 했나?”“네. 근데 저는 사업보다는 그냥 공부가 더 맞는 것 같아서 대학원 생각 중이에요.”도윤이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어제 뉴스에서는 ‘경영 수업을 위해 유학을 준비 중’이라고 했었다.말은 달랐지만, 억지로 끼워 맞추면 못 맞출 정도는 아니었다.“부모님은 뭐라셔?”수혁이 훅 치고 들어갔다.서린의 젓가락질이 아주 잠깐, 멈칫했다.“아… 아버지는 뭐, 제 인생이니까 알아서 하라고 하세요. 워낙 바쁘시기도 하고.”도윤이 태연하게 받아쳤다.“바쁘시다니, 사업하시나?”“네. 뭐, 조그맣게…….”도윤이 서린의 눈치를 살짝 보며 얼버무렸다.‘조그맣게’라. 대한민국을 운영하는 게 조그만 사업이라니.수혁은 속으로 헛웃음을 삼켰다.식사가 이어지는 내내,수혁은 두 사람의 대화에서 모순을 찾으려 애썼다.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아참 누나, 엄마가 김치 주셨어. 차에 있는데 나중에 챙겨가.”“알았어. 안챙겨주셔도 되는데 꼭 챙기시네.”
Last Updated : 2026-08-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