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푸른 안개가 채 가시지 않은 아침, 기획팀 사무실의 공기는 평소보다 무겁고 축축했다. 밤샘 야근으로 붉어진 눈을 비비며 연수가 탕비실로 향했을 때, 그녀의 등 뒤로 가해지는 끈적하고 집요한 시선이 있었다. 기획팀 3년 차 대리, 김태수. 그는 연수가 이 회사에 첫 발을 내딛던 면세점 최종 면접 날부터 오직 하연수라는 존재 하나만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수많은 지원자들 사이에서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를 단단히 묶고,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투명한 눈동자를 빛내던 연수의 모습은 태수의 뒤틀린 소유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가난의 냄새를 풍기면서도 고고한 척 척추를 똑바로 세운 그 자존심을 제 손으로 짓밟고, 결국엔 제 밑에서 울부짖게 만들고 싶다는 가학적인 충동. 그것이 태수가 지난 몇 달간 숨겨온 본음이었다. 태수는 책상 파티션 너머로 연수가 자리에 앉아 수첩을 펼치는 모습을 집요하게 관찰했다. 연수가 마우스를 쥔 손가락의 미세한 떨림, 피곤할 때면 입술을 살짝 깨무는 버릇, 심지어 그녀가 내쉬는 가녀린 숨소리의 리듬까지. 그의 온 신경은 오직 연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며 머릿속에 지독한 기록을 남기고 있었다. 최근 최진혁이 남기고 간 화려한 초콜릿 상자나, 정체모를 이가 보낸 호텔 야식을 보며 연수의 뺨이 붉어질 때마다 태수의 가슴속에서는 시커먼 질투와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하연수, 넌 결국 내 동류야. 상류층 도련님들의 가벼운 노리개로 전락하기 전에, 내가 널 가져야겠어.’ 태수는 연수의 책상 위, 그녀가 밤새 수정해 놓은 TF 팀 기획서 출력본을 흘낏 바라보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저 야무진 책임감으로 가득 찬 보고서를 망가뜨렸을 때, 연수가 지을 절망적인 표정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랫배가 짜릿해졌다. 그는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연수의 서랍 깊숙이 보관된 외장 하드와 서류들의 위치를 눈으로 꼼꼼히 박아두었다. 음침한 사냥꾼의 눈빛이
Last Updated : 2026-07-1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