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그대, 내게로 오세요(닥치고 내게로 와! - 외전): Capítulo 11 - Capítul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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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우리 모두의 찬란한 일상이 열리며]

6월 초의 새벽. 영국 옥스퍼드셔 카운티(Oxfordshire county)의 고요 속에 잠긴 3층짜리 고풍스러운 대저택.옅은 어둠이 아직은 감도는 2층 침실 안에는, 서늘한 새벽 공기를 단숨에 집어삼킬 만큼 농밀하고 뜨거운 열기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읏······! 계영 님.” “현신, 오늘따라 유독 더 뜨거운걸.”침대 헤드에 부딪히는 불규칙한 마찰음 사이로 여인의 감미롭고 가파른 교음이 짙게 흘러나왔다. 분명 모두가 잠든 정적의 시각이었으나, 서로의 피부에 닿은 미세한 체온만으로 약속이라도 한 듯 눈을 뜬 두 사람은 이렇듯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격렬한 사랑을 나누는 중이었다.“그 말, 어제도 하지 않으셨어요······?” “매일, 매 순간 말해도 모자라.”귓가를 간지럽히는 가계영의 낮고 은밀한 목소리에 현신은 온몸의 세포가 타들어 가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흐트러진 금발 머리 사이로 스며드는 조도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눈동자에 새겨진 깊은 신뢰와 열망을 얽어매었다. 상대가 뱉어내는 뜨거운 숨결 한 자락조차 놓치지 않겠다는 듯 달게 집어삼키는 순간이었다.탄력 있게 다듬어진 나신을 드러낸 현신은 어느덧 머리가 제법 길어 완연하게 성숙한 여인의 태를 피워내고 있었다. 반면, 지치지 않는 사자 같은 체력과 흉흉할 정도로 단단하게 솟아오른 근육으로 온몸을 뒤덮은 가계영은 그런 현신의 모든 것을 제 안으로 집어삼킬 듯 뜨겁게 감싸 안았다.“계영 님, 그럼 잠깐만 쉬었다가 좀······.” “그것도 안 돼, 현신. 알면서.”몸을 맞부딪치는 와중에도 가계영은 땀에 젖어 이마를 덮은 그녀의 금발을 다정하게 쓸어 넘겼다. 그의 경련하듯 떨리는 붉은 입술이 이마에 닿았다가, 눈꺼풀과 수줍게 떨리는 코끝, 그리고 마침내 숨을 헐떡이는 은밀한 입술 위로 집요하게 내려앉았다.잘 마른 비단처럼 부드러운 손길과는 달리, 현신의 골반을 거칠게 움켜쥔 아랫도리에서 치밀어 오르는 열정은 가히 파괴적이었다. 터질 듯 팽창한 가계영의 남성은 현신의 가장 깊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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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옥스퍼드의 찬란한 여유와 요란한 진동]

여름날의 찬란한 태양은 옥스퍼드 교정 곳곳을 눈부시게 밝히고 있었고, 활기차게 무리 지어 다니는 학생들과 관광객들로 거리는 활력이 넘쳐났다.계영은 이제 누가 봐도 사랑스럽고 세련된 여대생의 아우라를 풍기는 현신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편안한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벤치에 앉아 전공 서적을 읽고 있었다.옥스퍼드 내 여러 칼리지 중에서도 가장 고풍스러운 크라이스트처치의 전경 앞에 자리 잡은 그녀는 그 장엄한 풍경 속으로 완벽하게 녹아들어 있었다. 운동으로 단련된 늘씬한 몸매, 투명하도록 하얀 피부, 그리고 또렷하고 매혹적인 이목구비. 김강무나 한규련이 입을 모아 말했듯 현신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눈에 홀려버릴 만큼 독보적인 미모를 지녔기에, 가계영은 늘 은밀한 질투와 불안을 떨치기 어려웠다. 오늘도 조금 전 그녀에게 수작을 걸어오던 한 남학생의 모습을 목격했던 탓에, 가계영의 발걸음은 절로 조급해졌다.그는 양손에 든 생과일주스가 쏟아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감싸 쥔 채 현신에게 다가갔다. 세상에 오직 둘만 존재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녀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며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현신, 많이 기다렸지? 자, 마셔.”현신의 황금빛 눈동자에 태양의 총애를 받은 듯 화사한 빛이 깃들며 가계영을 담아냈다.“계영 님, 마침 목말랐는데 감사해요.” “아까 그 녀석은 뭐야?”가계영은 그녀의 어깨를 독점욕 강하게 감싸 끌어안으며 주스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러고는 낮게 으르렁거리는 어조로 물었다.“아······ 연락처를 물어보더라고요.”아니나 다를까, 현신이 설핏 눈을 흘기며 무심하게 한마디를 툭 던졌다.“이런. 잠시도 틈을 줄 수가 없군.” “에이, 설마요.”평범한 여대생이 될 리가 없는 그녀였다. 중성적인 매력이 흘러 넘치지만, 역시나 아름다운 여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었다.그래도 무심하게 책을 즐기고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는 현신은 지극하게도 성실한 인간이라 계영은 존경심이 항상 들끓었다.“역사가 깊은 곳이라 그런지 곳곳에 볼거리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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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유쾌하게 덫을 놓고 싶은 남자]

로마는 한여름의 정점에 서 있었다.연일 이어지는 지독한 무더위는 도시의 오래된 돌길마다 용암 같은 지열을 뿜어냈고, 습한 공기는 끈적한 무게감으로 폐부 깊숙이 밀려들었다. 영국이나 한국보다 확연히 높은 기온 탓에 거리가 가마솥처럼 푹푹 찌는 날씨가 연일 계속되는 중이었다.그러나 그 지독한 열기 속에서도, 헤르만이 엘에프로부터 선물받아 완벽하게 리모델링을 마친 고풍스러운 빌딩 내부만큼은 사뭇 달랐다. 쾌적함을 넘어 기분 좋은 냉기가 감돌 정도의 정갈함이 흐르고 있었다.탁 트인 창가에 비스듬히 기댄 채 업무에 몰두하던 헤르만의 은발 머리칼은, 로마의 강렬한 햇살을 모조리 흡수하듯 은회색 빛으로 눈부시게 반짝였다. 이탈리아의 새로운 거물로 등극한 그의 대표실은 결재와 직속 보고를 위해 드나드는 넘들로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는 중이었다.폭풍처럼 휘몰아치던 업무의 흐름이 잠시 잦아든 찰나, 헤르만의 의식은 자석에 끌리듯 단 한 곳으로 향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휴대폰을 들어 현신에게 전화를 걸었다.Rrr- Rrr-- 헤르만 선배, 반가워요.“에스. 오래간만이네.”수신기 너머로 스며드는 현신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청량하고 건강한 생기가 넘쳤다. 그 밝은 에너지에 헤르만의 차가운 입가에도 기분 좋은 호선이 그려졌다.한국 여자들은 다 이토록 독보적이고 대단한 존재들인 걸까. 현신을 떠올릴 때마다 그 깊은 경외감이 절로 차올랐다. 그리고 찰나의 스침이었지만, 율동공원에서 기묘한 잔향을 남기며 자신을 물밑에서 구해준 그 검은 머리의 요원까지 슬쩍 뇌리를 스치자, 그의 입꼬리가 한층 더 짙게 올라갔다.현재 엘에프 역시 한국의 유일무이한 성악가 주효진에게 깊이 매료되어 꽤 오랜 시간 밀도 높고 치명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분명 완벽한 외모와 저마다의 압도적인 능력을 갖추었음에도 단 한 번도 오만하게 굴지 않았고, 남자의 심장을 끝없이 들끓게 만드는 묘하고 감각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선배, 혹시 로마에서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긴 건가요?“아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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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매혹적인 잔향을 풍기는 사람]

헤르만은 이탈리아에 입성하자마자, 현신의 권유로 자신의 지근거리에서 손발이 되어주고 있는 왕첸을 집무실로 불러들였다.왕첸은 본래 홍콩 가계영의 심복이자, 엘에프가 거느리던 넘버 중 하나로 잠입했던 정예 언더커버 요원이었다. 그러나 사선을 넘나들던 결정적인 순간 현신에게 목숨을 구원받은 뒤, 지금은 그녀의 최측근이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수하가 된 인물이었다.어디 그뿐인가. 가계영은 헤르만이 이탈리아에서 거대 세력의 정점으로 안전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자신의 핵심 조력자인 마동현 실장까지 흔쾌히 로마로 파견해 주었다.세상에서 가장 희귀하고 가치 있는 자산은 수억 유로가 아니라 오직 독보적인 인재라는 것. 헤르만은 현신이라는 고귀한 인연 하나로 확장되어 가는 이 든든하고 견고한 인맥에 매일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하는 중이었다.“대표님, 부르셨습니까.”헤르만이 잠시 감회에 젖어 있던 찰나, 왕첸이 묵직한 서류 뭉치를 든 채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옆으로 다가왔다.“어, 오랜만에 에스하고 통화하다가 생각나서.”“저같이 음지에 있던 자에게 이탈리아 핵심 심장부의 기틀을 다질 기회를 주시니, 매일이 감사하고 보람찹니다.”모두가 현신을 닮아가는 것인지 혀를 내두를 만큼 성실하고 정직했다. 헤르만은 피식 웃으며 손사래를 치고는 쾌적하게 냉각된 얼음 음료 하나를 그에게 건넸다. “쉬엄쉬엄해.”“하하, 감사합니다. 참, 이건 에스 님께서 일전에 한국에 있는 후배 정예들을 통해 조사하라고 지시하셨던 극비 건입니다.”왕첸이 건넨 자료를 펼치자, 한비단과 빅토리아의 최고위급 간부들이 은밀하게 결속하여 비자금을 주고받은 세부 명단과 동선이 정교하게 적혀 있었다.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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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섹시한 비서가 필요할지도]

뜨거운 정사를 마친 엘에프와 주효진은 가운만 느슨하게 걸친 채, 스위트룸 거실에서 차를 마시며 창밖으로 내리는 장대비를 바라보고 있었다.프랑크푸르트는 촉촉함을 넘어 묵직하게 젖어가고 있었고, 빗줄기는 가슴속 깊은 곳까지 서늘하고 시원하게 틔워주었다.“세상에, 그럼 우린 또 위험한 임무에 휘말리게 되는 건가요?”엘에프는 제 허벅지 위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은 주효진을 신기한 듯 지그시 바라보았다.“그럴지도 모르지.”그녀는 평범하게 자란 사람이 아니었다. 명망 높은 재벌가의 외동딸이자 뼛속까지 유려한 상류층 여성이었다.지난번 그의 저택 정원에서 열린 창립 기념 파티 때 대형 화재와 총기 난사 테러가 터졌음에도, 그녀는 단 한 번도 겁에 질려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어둠의 세계를 누비는 요원들과 피 튀기는 항쟁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놀라워하며, 기묘할 정도로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또 총소리가 난무하고, 나쁜 놈들이 출몰하는 거예요?”“그러겠지.”“어머나, 듣기만 해도 다시 피가 뜨거워지네요.”자신의 안위보다 악을 응징하는 판에 기꺼이 흥분을 느끼는 의연함.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이고 기이한 생물체를 다루듯, 엘에프는 느긋하게 찻잔을 들어 올리며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뺨을 손가락 끝으로 살살 문질렀다.“그대 지금 표정 보기 좋군.”“그나저나 당신, 얼마 전까지 아팠던 사람 맞아요? 밤에도 정말 짐승처럼 덤벼들더니, 지금도 좀 페로몬을 흘리고 있군요.”그새 관심이 위험한 상황에서 침대 위로 훌쩍 넘어가는 꼴이라니.“그대 역시 내 안에 잠든 짐승이 다시 깨어나길 간절히 바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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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환상을 찾는 필터]

로마의 여름은 잔혹할 만큼 뜨거웠다.독일에는 묵직한 장대비가 쏟아진다고 했으나, 이탈리아의 도심은 강렬한 태양과 끈적한 습기에 사로잡혀 불쾌지수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었다.단비 같은 빗줄기를 갈구하듯 열기를 시원하게 식히지 못한 도시는 온통 눅눅하고 불투명한 열기에 짓눌려 있었다. 통유리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찬란한 도심은 마치 사람을 천천히 녹이는 거대한 늪처럼 웅크리고 있었다.“대표님.”왕첸의 낮고 절제된 음성에 헤르만이 고개를 돌렸다.“에스 님이 빅토리아 프리모 후보자 명단이 최신으로 갱신되었다고 자료를 주셨습니다. 조만간 이곳 로마 거점으로 직접 접촉을 시도해 올 거라는 전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잘됐군.”헤르만은 왕첸이 건넨 서류를 받아 들며 입가에 옅은 호선을 그렸다. 현신이 넘겨주는 정보는 단 한 번의 오차나 지연도 없이 기막히게 정교했다. 완벽한 신뢰는 곧 압도적인 효율로 이어졌고, 덕분에 불필요한 시행착오와 자금을 아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안도감을 느낀 것도 잠시, 대표실 문이 무겁게 열리며 고위 넘버 2명이 성큼 걸어 들어왔다.“대표님, 잠시 보고드릴 건이 있습니다.”“회사 로비로 침입하려는 불온한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규모는 크지 않으나 폭탄을 설치하려 했다고 합니다.”지난번 공항에서 느껴졌던 그 날카로운 인기척의 주인은 이탈리아까지 따라오지 않은 것인가.장난스러운 덫을 놓았음에도, 그 요원은 헤르만을 구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빅토리아에 의뢰를 했지만, 다른 남성 요원이 수락했기에 헤르만은 잠시 그녀 생각을 뒤로 미루게 되었다.헤르만은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렀다. 평소라면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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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설마, 분명히 없었는데. 왜?]

이 미친 듯이 바쁜 와중에 한낱 신기루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헤르만은 은밀한 기대를 품은 채 지원서들을 확인하고 또 확인해 나갔다.스크롤을 내리고, 지원 게시판의 페이지를 넘기고 또 넘겼다.비서직군이었으나 남녀 비율은 절반에 가까워 대략 1천여 명의 여성 지원자가 물망에 올랐다. 대충 이력을 흘려보아도 은밀하게 섞여 든 빅토리아 출신 요원들의 지원도 눈에 띄었다.사진 속에는 순진한 모범생 같은 여대생도 있었고, 전문직 자격증이 있는 능력자들도 섞여 있었다.그러나 그 어디에도, 검은 긴 머리에 뿔테 안경을 쓰고 한국 율동공원에서 스치듯 지나갔던 그 수수께끼의 여인은 없었다.헤르만은 스스로가 한심해 나지막하게 실소를 터뜨렸다.“모집 기간이 짧았는데도 이 정도입니다, 대표님. 인기가 많으시군요.”곁에 서 있던 마동현 실장이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헤르만이 은연중에 여성 지원자 위주로 화면을 훑자, 눈치 빠른 그가 미리 선별해 둔 서류 뭉치를 묵직하게 내밀었다.요즘 세상에 성차별 문제를 건드리면 회사 이미지에 귀찮은 잡음만 생길 텐데, 대놓고 여자만 뽑는다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피곤함이 가중되었다.“비서팀 다섯 명을 뽑는데 추려낸 인원이 이만큼이나 됩니까?”마 실장이 내민 출력물은 거의 두꺼운 사전 수준에 육박했다.이 수많은 이들 중에서 신뢰할 만한 인재를 건져내야 하는데, 반대로 자신에게 침투하려는 빅토리아의 첩자가 깊숙이 섞여 들면 어쩌나 하는 경계심도 동시에 치밀었다.마 실장은 사흘 밤낮을 매달려 공을 들인 결과라며 나지막하게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대표님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날카로운 수족이 되어줄 이들입니다. 이 중에서도 마땅한 인물이 없으면 다시 200명을 엄선하겠습니다.”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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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치명적이고 관능적인 덫]

대한민국 율동공원에서 스치듯 지나치고, 인천공항의 은밀한 미행, 그리고 로마 한복판까지 자신을 구하겠다며 나타난 여인.이건 누군가 자신을 비웃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해 둔 매혹적이고 잔혹한 농담 같았다.헤르만은 묵직한 구두 소리를 내며 그녀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압도적인 권력과 오만함으로 무장한 포식자의 기운이 순식간에 면접실 안의 산소를 앗아갈 듯 휘감았다. 리아나의 바로 코앞에서 걸음을 멈춘 헤르만은 짙은 회색 눈동자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낮게 으르렁거렸다.“180번 지원자.”단순히 어디선가 또 엉뚱한 임무를 받아 제 발로 걸어 들어온 것인가. 아니면 감히 자신을 가지고 놀기 위해 등장한 것인가.당장이라도 멱살을 잡아채고 정체를 추궁하고 싶은 충동이 치밀었다. 그러나 눈앞에 선 그녀는 생각보다 가냘팠고, 옷감 너머로 뿜어내는 아우라는 지나치게 관능적이었다. 이력서에 적힌 화려한 용병 이력과 영국 변호사 자격증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매혹적인 자태였다.‘한비단인가, 아니면 빅토리아가 보낸 첩자인가.’마음만 먹으면 한 손으로 그 가느다란 목을 비틀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장내의 정적이 깨지고 마 실장과 정예 요원들이 당황해 다가왔으나, 헤르만은 손짓 하나로 그들을 제지하며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하지만 살기 어린 포식자의 눈빛에도 리아나는 단 한 번의 동요 없이 차갑고 맑은 눈동자로 그를 직시했다.“Sei arrabbiato con me? (저에게 화나셨습니까?)”청아하면서도 가라앉은 낮고 단단한 음성이 밀폐된 공기를 사납게 갈랐다. 헤르만은 피식 실소를 흘리며 오만한 한국말로 차갑게 쏘아붙였다.“조금. 진짜 정체가 뭐야.”리아나의 짙은 눈동자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이내 허리를 곧게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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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독이 든 성배 같은 여인- 리아나]

헤르만은 순간 할 말을 잊은 채 리아나를 가만히 응시했다.사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자신은 이 기묘하고 아름다운 여인의 잔상을 짐짓 느긋하게 즐기고 있었다는 것을.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위기에 직면했을 때 그녀가 은밀하게 임무를 수행해 주었고, 인천과 도심 곳곳에서 자신을 쫓는 그 찰나의 시선 역시 몇 번이나 인지하고 있었다. 덫을 놓고 이탈리아의 거점까지 유인해 보았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어 그저 클린하게 지나간 해프닝인 줄로만 알았다.그러나 그녀는 예상을 비웃듯 어둠이 아닌, 완벽하게 밝혀진 빛의 공간 한복판으로 대담하게 걸어 들어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성 지원자들을 살펴볼 때만 해도, 이탈리아 출신에 영국 유학을 마친 엘리트의 정석적인 이력이라 서류 전형을 통과했을 것이라 여겼거늘.스스로 요원임을 입증하는 파격적인 커밍아웃과, 빈틈없이 여며졌던 실크 블라우스 너머로 드러난 잔혹한 흉터까지 망설임 없이 내보이다니. 그것은 그녀가 치열한 어둠의 전장에서 살아남았음을 증명하는 서늘한 훈장이었다.희디흰 피부 위로 일그러진 화마의 흔적. 보이지 않는 몸 곳곳에 또 얼마나 처참하고 참혹한 자국들이 새겨져 있는 걸까.그때, 리아나의 붉은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전 맨패즈(MANPADS) 휴대용 미사일 운용은 물론, 전투 헬기 Mi-24 하인드 D와 VP에 직접 탑승하여 적의 기지를 흔적 없이 타격한 실전 경험이 있습니다.”용병 출신이었으니 가능한 전적이었을 터. 대체 몇 살 때부터 피비린내 나는 전장을 누벼온 것인가. 지독한 현기증과 함께 주변의 풍경이 순식간에 점멸하더니, 오직 리아나라는 위협적이고 관능적인 존재만이 헤르만의 망막 위에 강렬하게 박혀 버렸다.“주 특기는 정밀 사격이며, 법률 자문과 밀착 스케줄 관리를 맡겨주신다면 기대 이상의 결과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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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표적이 된 이름, 헤르만]

토요일 아침.어제 늦은 시각까지 이어진 비서진 채용 면접을 마친 헤르만은, 마치 큰 임무를 치러낸 것처럼 묵직한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었다.대부분의 지원자는 정석적인 이력과 서류 전형에 맞춰 손쉽게 분류할 수 있었으나, 단 한 사람, 리아나에 대한 결정만큼은 쉽게 내릴 수 없었다.살다 살다 제 눈앞에서 그토록 대담하고 오만하게 굴던 여자가 있었던가.거창한 사명감이나 조직의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요원이 아니라, 단지 ‘돈’ 때문에 목숨을 걸고 움직인다는 사실을 조금의 수치심도 없이 솔직하게 내보이던 모습이 계속 떠올라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돈만 주면 무엇이든 움직인다는 뜻인가.’조직에 대한 지독한 의리도, 치명적인 배신도 결국 지폐 액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인지. 그만한 능력을 갖췄다면 평범한 세계에서도 얼마든지 부와 명예를 누리며 살 수 있을 텐데, 대체 그녀는 왜 그토록 피비린내 나는 위험 속에 제 목숨을 던질 만큼 막대한 돈이 필요한 걸까.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잡념을 억누르며, 헤르만은 세미나실 한쪽에 자리를 잡고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넓은 집무실 책상 위에는 결재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켜놓은 노트북 화면에는 복잡한 창들이 빼곡하게 열려 있었다.“사장님?”마 실장이 서류 뭉치를 가볍게 흔들며 헤르만을 소리 높여 불렀다.“헤르만 대표님!”“아······ 무슨 일입니까?”“엘에프 대표님께서 화상 회의 수신을 왜 안 받으시는지 여쭤보셨습니다.”“아, 이런.”그제야 겨우 정신을 차린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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