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그러나 그때 누군가가 다가왔다.
“왜 그렇게 서 있어요?”
인간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가슴이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꼭 감은 눈을 뜨지 않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그 끝을 자신의 지저분한 발끝으로 향하게 두었다.
“이봐요.”
그녀는 300년전 어느 날처럼.
갑작스레 나타나 홀로 한참을 서 있었을 때처럼.
눈을 감고 피부로부터 느껴지는 낯선 것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곧 해가 완전히 질 거에요.”
그 처절함을 봤을 텐데도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아르텐시아는 에테르를 깊숙이 숨기며 가빠지려는 숨을 참고 눈을 떴다.
그녀의 시선이 자신의 발 앞에 놓인 낡은 가죽 신발에서 조금씩 위로 올라갔다.
“이제야 눈을 뜨는군요?”
질이 좋지 않은 옷을 입었지만 말끔한 낯에 풍채가 좋고 짙은 갈색의 머리를 간단히 묶어 내린 여인이었다.
“어두워지는데 갈 곳이 없나요?”
아르텐시아는 다시 눈을 감고 시선을 피했다.
“날 내버려 둬.”
갈 곳이 왜 없겠는가.
그녀는 이 어둠이 걷히면 다시 시시의 숲을 향해 나아가야 했다.
이, 어둠이 걷히면.
“어머나, 말을 할 줄 아는군요?”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에 있는 이의 모든 것을 빼앗으러 가야 했다.
“설마 아침까지 이곳에 서 있을 작정은 아니겠죠?”
아르텐시아는 여인의 시선이 자신의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이동하는 것을 느꼈다.
‘이런 것쯤은….’
어느 날의 돌덩이처럼 무례하고 오만하게 느껴지는 인간의 시선이 피부에 처박혔다.
그녀는 언젠가 홀로 견뎌야 했던 이것을 알고 있었다.
호기심으로 시작하여 탐욕과 시기를 감추지 못하는 아둔하고 사악한 그 눈빛을.
“저 마을에서 나왔나요?”
아르텐시아는 이 여인 또한 자신을 거지라 불렀던 이들과 다르지 않을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눈을 뜨지 않았다.
이 피조물과 눈을 마주하고 더이상 나약해지지 않도록.
다가가지 않고 다가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것이었나.
시선 따위 얼마든지 견딜 수 있었다.
궁금증 어린 목소리는 귀를 뜯어내지 않아도 무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나약하고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었다.
인간과 마주할수록 머리는 멋대로 기억을 헤집어냈다.
소매 안에 감춰진 작은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이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면, 잠시나마 내 ‘집’에 들러요.”
동시에 눈을 뜬 아르텐시아의 푸른 눈동자에 핏발이 서린 것은 그때였다.
“왜?”
“밤이 오면 위험하니까요.”
“위험하다고?”
“그래요.”
그녀는 에테르와 함께 세계를 만들 때 인간에게 해롭도록 만든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밤을 위험하도록 만든 것이 누구인가.
인간이다.
그리고 그것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안온을 위해 내어준 ‘집’이라니.
“난, 너희들과 달라.”
아르텐시아에게 ‘집’이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공간이 아니었다.
그녀는 에테르의 곁이 아니고선 안전하지 않았다.
전능했을 때에도,
무지했을 때에도.
“난 나약하지 않아.”
이를 갈며 말하는 목소리에 분이 서렸다.
한 발 뒤로 물러난 여인의 얼굴 위로 점차 어느 아름다운 청년의 얼굴이 겹쳐 보인 탓이었다.
아르텐시아는 결코 입 밖으로 꺼내고 싶지 않은 이름을 겨우 삼켜 냈다.
대신 그 끔찍한 얼굴이 화살이 되어 머릿속에 꽂히듯이 날아드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이곳을 이제 집이라고 생각해요. 여긴 안전해요. 아르텐시아.]
청렴하고 신성해 보이는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신의 선택을 받은 청년.
‘아미노.’
뿌드득.
아르텐시아는 그 화살을 불태워 버리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여인을 노려봤다.
‘그래, 죽여야겠다.’
목을 잃으면 목소리를 내지 않겠지.
눈을 잃으면 방해하지 않겠지.
가려진 소매 속, 그녀의 손끝이 짙게 깔린 어둠만큼이나 새카맣게 변해있었다.
검푸른 빛이 손바닥에 생겨나고 두 눈에 불꽃이 튀어 오를 때, 여인이 차분히 입을 뗐다.
“하지만 무섭잖아.”
덤덤한 목소리.
세차게 뛰는 인간의 심장을 울리는 목소리.
아르텐시아의 날카롭게 변한 손끝이 멈췄다.
“당신이나 나나, 무서움을 아는 인간이니까.”
사실을 말하는 눈빛과 눈동자를 가진 여인이 여신의 손끝에 있었다.
“방해하지 않을게.”
여인은 잘 벼려져 새까만 창과 같은 손끝을 보고도 고저 없이 아르텐시아를 바라봤다.
“날 믿지 못하겠다면 이 어둠의 무서움을 믿어.”
그리고 그녀가 숨긴 에테르를 못 본 척했다.
여인의 이름은 라리아. 그녀도 이방인이었다.
라리아는 아르텐시아를 집으로 들이고 문과 창을 몇 번씩이나 확인하며 걸어 잠갔다.
비교적 큰 마을에서 지낼 때 생긴 버릇이라고 했다.
“이 마을은 저들도 이방인이면서 외부인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아.”
아르텐시아는 라리아의 딱딱한 의자에 앉아있었다.
나무를 여러 겹 덧대어 생각보다 튼튼한 집은 분명 그녀가 지나온 마을의 것들과는 달랐다.
라리아가 작은 촛불 두 개를 식탁 위에 올려뒀다.
“집들이 엉망이라 가서 훈수를 두려 했더니 들은 척도 안 하더라고.”
작은 바람에도 다 쓰러질 것처럼 만들어 놓고 말이야.
좋은 풍채를 뒷받침하는 무거운 음성이 온 집안에 울려 퍼졌다.
라리아는 따듯한 물이 담긴 커다란 컵을 아르텐시아의 손에 쥐여 주며 건너편 의자에 앉았다.
아르텐시아는 그것을 손에 들고 멀뚱히 쳐다봤다.
“마셔. 그냥 물이니까.”
입이 말라 있었다.
말라 버린 것이 비단 입만은 아닐터였지만.
그녀는 에테르를 조심스럽게 품 안에 숨긴 채 두 손으로 컵을 잡았다.
따듯했다.
손바닥에서부터 따듯함이 밀려 올라왔다.
아르텐시아는 ‘마시다’를 배웠던 이전처럼 컵 가장자리에 조심스럽게 입술을 갖다 댔다.
마침내 적당한 온기가 그녀의 입을 적시고 목 뒤로 넘어가자 활력이 풍족하게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불행은 둘이 신전을 감쌌던 메데이아의 줄기를 넘어갈 때, 다시 발밑에 모습을 드러냈다.“이게 무슨 일인가!”시작은 신전에 들어가 잊었던 병사들로부터였다.아비규환인 그곳에서 그들은 꽤나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당장 몸이 성한 자는 부상자를 데리고 숲을 나가라!”“저 검은 구슬에 몸이 닿아서는 안됩니다!”이 모든 움직임과 소리를 들은 아이작이 아르텐시아의 잡은 손을 잡아당겼다.“조심하십시오. 천천히 내려오세요.”그는 말과 다르게 더욱 서둘렀다.“아이작, 우리는 숲을 빠져 나갈테니 걱정하지 말거라.”조급함을 눈치챈 아르텐시아는 부드러운 손길을 받으면서도.“네. 그럼요 아르텐시아.”서쪽으로 향하는 숲의 입구는 지척에 있었다.아이작은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등 뒤로 들렸던 부산함이 조금씩 잦아들고 있던 탓이었다.그는 안심이 불러온 과장된 평온이 허상에 빠지게 할 줄 몰랐다.‘이 숲을 나가면, 잠시만 쉬자고 해야겠다. 아르텐시아도 피곤할거야.’그는 라리아의 집에서 피를 토했던 그녀를 기억했다.
와아아아! 와아아아!엄청난 함성이었다. 꽤 많은 병사가 아이작과 입씨름을 한 병사에게 동조하고 있었다.“더 들을 것도 없다. 아이작.”그때, 진정한 악신이 서슬 퍼런 눈을 하고 그들을 바라봤다.그녀의 어깨 위에는 크기는 크지 않았으나 본능적인 위험을 느끼게 할 악의 구가 살벌하게 떠 있었다.“뚫린 입이라고 한낱 벌레보다 못한 대거리를 하는구나.”“뭐, 뭐라?!”“너희 인간들은 곱게 만들어준 입으로 시궁창을 헤매니 화를 자초하는 것이다.”“아르텐시아….”아르텐시아는 애틋한 눈빛을 보내는 아이작에게 작게 웃어 보이고는 작고 마른 손을 유려하게 움직여 악의 구에서 여러 알갱이를 만들어 냈다.그것은 저잣거리에서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구슬과 비슷해 보였다.악의 구에서 나온 알갱이들은 아이작과 아르텐시아의 주변에 머물며 스산한 빛을 내뿜었다.병사들의 눈동자에 그것은 어떠한 공포심을 유발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한가지는 바로 해야겠구나.”그녀는 선연하게 드러나는 분노를 지우지 않은 채 웃어 보였다.그때,
불온한 기운이 내려앉는 메데이아의 줄기 위를 넘어 신전 앞마당으로 침투하려 하고 있었다.기어코 메데이아의 줄기가 움직임을 멈추었다.아이작은 아르텐시아의 손에서 얼굴을 떼지 않은 채 눈동자를 굴려 그 너머를 살폈다.“아르텐시아.”새카만 어둠은 닮은 인간의 눈동자가 달빛을 받아 희게 빛났다.신전의 앞마당 뒤, 메데이아의 줄기가 얼기설기 얽혀있는 지척에 마침내 그의 시선이 닿았다.긴 생각이 필요 없었다. 그녀와 함께 있었던 지금까지의 시간과 순간이 마치 주마등과 같았다면 어서 깨어나야 했다.“…못해도 수백, 수천이군.”아르텐시아는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어깨에 한기가 느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그녀는 뒤로 돌아 아이작의 시선을 따라갔다.지나가는 구름 사이로 달빛이 어지러이 흘러 내렸다.그 아래, 르완의 병사들이 아직 죽지 않은 숲을 밟고 서 있었다.“…….”아이작은 동요하듯 크기를 키워가는 악의 구를 보며 아르텐시아에게 속삭였다.“이토록 많은 병사를 보낸 것을 보면, 완전한 죽음 또는 생포가 목적일 겁니다.”“…어느 쪽이라 생각하지?”“둘 다이겠지요.”아르텐시아는 무언가에 홀린 듯 아이작의 팔을 잡고 그와 눈을 마주했다.그들은 동시에 말했다.“나를 죽이고 당신은 생포할 목적일 겁니다.”“너를 죽이고 나를 데려갈 생각이구나.”“아미노의 명령이겠죠.”“아미노에게 데려가기 위해서.”결국은 다시 아미노였다. 아르텐시아는 이가 갈렸다.교묘하고 약삭빠르기가 마귀와 다를 데가 없었다.아이작의 현자의 눈을 통해 이곳을 살피지 못하니 그가 가진 정보력을 의심해 이런 다음 수를 준비한 것이 틀림없었다.“더이상은 참지 못하겠구나, 아이작.”“생각보다 수가 많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감히, 너의 숨을 빼앗으러 온 것들이다. 난 이들의 숨을 갈취하는데 망설이지 않아.”아마도 병사의 수는 이 신전을 감싸고 마을에까지 닿아 있을지도 몰랐다.아르텐시아와 아이작이 짐승들을 처리하는데 시선을 빼앗겨 있을 때 이미 지척에 와있던 자들이다.분
아르텐시아를 가리고 선 그는 오래된 고목과도 같았고 단단한 요새와도 같았다.그리고 그의 손안에서 에테르의 창은 어느 때 보다 밝게 빛났다.“…그래, 아이작.”아르텐시아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는지 짧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긴 세월 동안 이어진 신뢰는 이깟 불안에 무너질 것이 아니었다.그녀의 눈동자가 다시 굳건해졌다.그 시선의 끝은 아이작의 어깨 너머에 있었다.아르텐시아는 신전 주변을 제외하고 꽤 많은 면적의 숲의 생명력을 빼앗아 악의 구를 더욱 키우기 시작했다.이제 메데이아의 뿌리는 피를 갈구하며 신전 위의 하늘을 덮어버렸다.완연한 어둠. 심연과도 같은 그것이 그들의 눈앞에 펼쳐졌다.소리마저 차단된 공간 속에서 그 누구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짐승은 울음을 삼키고 메데이아는 활기를 멈춘 그때.두 사람에게 신호는 필요 없었다. 촤악!숨소리조차 내지 않던 아이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크아아아!”“깨갱!”아르텐시아는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지만 빛을 잃지 않은 그 푸름을 쫓았다.그 푸른 빛은 옅은 잔
***“이, 이게 무슨! 누구냐! 내 신전을 이토록 엉망으로 만든 것이!”아르텐시아의 고통이 담긴 목소리가 신전에 닿았다.그녀는 신전 문 앞에 다다라서 털썩 주저앉았다.발에 채며 나부꼈던 메데이아를 살펴보기 위함이었다.이어서 아이작이 그녀의 뒤를 따라 곁에 앉았다.“이런! 아르텐시아!”“…아이작. 보아라 나의 아이들이 이토록 고통을 받았구나.”“당신을 괴롭게 만들다니, 누구의 소행인지 알아내야겠습니다!”“아니다, 그럼 안돼. 너까지 다치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아르텐시아…….”그는 결국 손에 얼굴을 묻으며 눈물을 삼키는 아르텐시아가 안타깝다는 듯 신음했다.아르텐시아는 아이작의 위로를 받으며 겨우 고개를 들었다.참담함이 서린 눈동자는 형태가 남아 있는 메데이아 꽃에 닿아 있었다.“내 힘이 온전치 못해 신전과 숲과 메데이아를 지키지 못했구나….”“아닙니다, 아니에요. 아르텐시아.” 부스럭, 부스럭.아르텐시아와 아이작의 눈동자가 시선의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마주쳤다.생명력이 사라지는 숲의 마지막 움직임이 타인에 의해 들려왔다.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아이작, 저 병사 중에 아는 얼굴이 있느냐?”“없습니다.”“다 죽었으니까?”“네, 다 죽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모두.”아르텐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놀랄 일도 아니었다.처음 이상함을 느낀 것은 신전의 조사를 텐죠우의 자식들이 했다는 것이었다.짐승은 말을 하지 못 한다.하지만 인간들은 생각과 말을 할 줄 알았다.그러니 텐죠우의 자식들이 휩쓸고 간 자리에서 르완의 병사들이 숨어있던 고위 신관이나 제물들을 찾도록 내버려 둔 거다.“명분 자체를 없앤 거야.”병사들은 지루한 임무에서 신이 나 있었을 것이다.물러나 사라진 줄 알았던 짐승들이 수를 부풀려 지켜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병사들이 취한 것들은 모두 텐죠우의 자식들이 도로 가져갔습니다. 아미노에게 갔죠.”수법이란 이런 것이었다.아미노로서는 매우 쉬운 일이었을 터였다.명분, 경계. 그것들로부터 오는 반발심? 모두 죽이면 그만이었으니까.“그러나 오늘은 다 죽이지 못할 것이다.”아르텐시아의 검푸른 눈동자가 푸르게 빛났다.“너와 내가 있으니까.”“아르텐시아….”“우리는 아미노의 수를 죽이는 거다.”말을 끝낸 그녀의 어깨 위로 조금 전보다 더욱 위험한 악의 기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