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채 안방 안쪽, 촛불이 사그라드는 어스름한 어둠 속에서 팽팽한 적막이 흘렀다. 바닥에 내던져진 연화의 저고리와 치맛자락 너머로, 달빛을 머금은 여인의 새하얀 나신이 눈부시게 드러나 있었다.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뽀얀 허벅지 사이에서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서늘한 극음(極陰)의 영기.그 순결하고 신성한 자태 앞에, 피눈물을 흘리며 헐떡이던 배도진의 심장이 멎을 듯 요동쳤다."여, 연화야…… 너, 무슨 짓을……!"도진은 터져 나갈 듯한 하복부의 격통 속에서도, 사시나무 떨듯 손을 뻗어 바닥에 떨어진 제 도포 자락을 끌어당겨 연화의 몸을 덮어주려 했다. 남자의 백옥 같던 손등은 핏줄이 터져 피거품으로 얼룩져 있었고, 입술은 피칠갑이 된 채 바들바들 떨렸다."안 된다…… 옷을 입거라…… 어서 옷을……!""나으리, 상황을 보십시오."연화는 도진이 건넨 도포 자락을 가차 없이 쳐내며, 남자의 허벅지 사이에 무릎을 꿇고 다가앉았다. 여인의 서늘한 무릎이 도진의 펄펄 끓어오르는 허벅지 살갗에 닿는 순간, 치이익 소리와 함께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빙하와 용암이 맞부딪히는 듯한 맹렬한 기운의 충돌에, 도진의 등줄기로 소름이 돋아났다.남자는 눈앞이 핑 도는 어지럼증 속에서도 연화의 희고 여린 살결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사대부의 규범 속에서 평생을 죄악시해 왔던 여인의 나신이, 지금 이 순간에는 제 목숨을 건져낼 유일하고도 성스러운 불보살처럼 빛나고 있었다."나으리의 가슴에 새겨진 저 썩은 반점을 보십시오. 혈화살의 마기가 이미 심장 문턱까지 파고들었습니다. 손으로 쥐어짜거나 입술을 맞대는 접치 따위로는 저 흉포한 화마를 단 1분도 잠재울 수 없습니다."연화의 맑고 결연한 눈동자가 도진의 핏발 선 눈을 똑바로
Zuletzt aktualisiert : 2026-09-25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