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낮에는 선비, 밤에는 마물: Kapitel 31 – Kapitel 40

116 Kapitel

무릎 꿇은 참판과 읍소

탁-!노마님의 지팡이가 방바닥을 매섭게 내리쳤다. 떨어진 옥색 비단 댕기를 지팡이 끝으로 가리키는 노마님의 손길이 분노로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이것이 대체 무엇이냐!"노마님의 서슬 퍼런 일갈이 사랑채 안방을 뒤흔들었다."일국의 종이품 예조참판이 기거하는 청렴한 사랑채 안방에, 어찌 천한 계집의 댕기 나부랭이가 뒹굴고 있단 말이냐!"도진은 등줄기에 얼음물을 끼얹은 듯 몸을 굳혔다. 어젯밤 연화의 머리칼을 풀어헤치며 침상 밑으로 떨어진 댕기였다."어, 어머니…… 저것은…….""여종들은 뭣들 하느냐! 당장 저 벽장 농 문을 열어젖혀라!"노마님의 불호령에 건장한 침모들과 여종들이 벽장을 향해 달려들었다."안 됩니다! 어머니, 멈추십시오!"도진이 가로막으려 했으나, 덜컥하는 소리와 함께 농 문이 활짝 열려버렸다. 이불 더미 사이에서 웅크리고 있던 연화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 속에서 기어 나온 연화는 모시 저고리의 옷고름이 비뚤어져 있었고, 백옥 같은 쇄골 언저리가 살짝 드러나 있었다.더욱이 밤새 도진의 격렬한 입맞춤을 받아낸 붉은 입술은 물기를 머금은 채 통통하게 부르터 있어, 한눈에 보아도 방금 전까지 뜨거운 정사를 치른 태가 완연했다."세상에…… 부처님 맙소사!"노마님이 뒷목을 잡으며 휘청거렸다."사당동 암의원에서 침모로 들였다던 그 천한 계집이 아니더냐!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참판의 침소에 기어들어 음란한 수작을 부려!"노마님의 눈에서 살기 어린 불꽃이 튀었다."여종들은 당장 저 계집을 뜰로 끌어내라! 멍석말이를 하여 뼈를 분질러 놓고, 관아에 음란죄로 고발하여 당장 주리를 틀게 하겠다!"여종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연화의 가녀린 팔을 거칠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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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의 질투와 응징

노마님의 폭풍 같은 기습이 지나간 후, 참판 댁은 가까스로 평온을 되찾았다. 아들의 처절한 읍소와 가슴팍의 끔찍한 흉터를 직접 확인한 노마님은, 결국 한숨을 내쉬며 연화의 존재를 묵인하기로 했다. 다만, 흉물의 기운을 완벽히 다스리기 위해서는 특수한 보음(補陰) 약재가 시급했다."나으리, 단전의 화기를 완전히 식히려면 '천년자하거'와 '설산백련'이라는 희귀 약재가 꼭 필요합니다. 종로 저잣거리 뒷골목 큰 약방에 가서 구해오겠습니다.""안 된다. 네가 어찌 홀로 저잣거리를 나간단 말이냐. 좌참찬의 밀정들이 널 노리고 있을 터인데……."도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손목을 잡았으나, 연화는 씩씩하게 웃어 보였다."여염집 처자 복장으로 삿갓을 깊게 눌러쓰면 아무도 모릅니다. 환자인 나으리가 나가시는 게 훨씬 위험해요. 은괴 5냥만 쥐여 주십시오."결국 연화는 도진의 만류를 뿌리치고 종로 저잣거리로 향했다. 하지만 도진은 사랑채 서재에 앉아 서책을 펼쳐 들고도 도무지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연화의 가녀린 뒷모습과, 대나무 숲에서 스산하게 들려왔던 밀정의 휘파람 소리만이 맴돌았다.그녀의 뽀얀 얼굴과 당돌하게 웃던 눈망울이 아른거려, 가슴이 불에 덴 듯 안절부절못하고 피가 바짝바짝 말라 들어갔다.'빌어먹을……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구나.'도진은 관복을 벗어던지고 수수한 남색 도포로 갈아입고 넓은 흑립(黑笠)을 푹 눌러쓴 채, 홀로 저잣거리로 뛰쳐나갔다. 정오의 종로 운종가(雲從街)는 물건을 사고파는 상인들과 구경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도진은 인파 속에서 옥색 치마를 입고 약재 보따리를 품에 안은 연화를 단숨에 찾아냈다.그녀가 약방을 나와 한양천 변 다리를 건너려던 찰나였다."어이, 거기 곱상한 처자! 삿갓 밑으로 보이는 턱선이 아주 기가 막히는구려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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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정자에서의 은밀한 밀회

인적이 완전히 끊긴 창경궁 후원 뒤편의 외딴 언덕배기 정자. 가을 단풍잎이 붉게 물들어 정자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다. 도진은 연화를 정자 안쪽 깊숙한 기둥 뒤편으로 거칠게 밀어 넣고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하아…… 하악…… 읏!"남자의 안색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관복 대신 입은 남색 도포 앞섶은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흉측하게 솟구쳐 있었다. 저잣거리에서 한량 놈들이 연화의 손목을 잡았을 때 치솟았던 맹렬한 분노와 질투. 그 뜨거운 감정이 도진의 단전에 갇혀 있던 환양술의 마기를 건드려, 대낮 야외에서 최악의 발작을 일으킨 것이었다."나, 나으리…… 숨이 넘어가시겠습니다! 어서 진정하십시오!""진정이…… 될 것 같으냐! 그놈들이…… 네 손목을 붙잡고 놓지 않으니…… 흣! 배가 터질 것 같단 말이다!"도진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툇마루 기둥을 부여잡고 허물어졌다. 연화는 도진의 눈에 고인 눈물과 원망 섞인 눈빛을 보며 기가 차면서도 웃음이 삐져나왔다.도진은 말문이 막혀 고개를 돌렸다. 연화의 손목에 남은 자국이 눈에 밟혔다. 그녀를 나무랄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뒤늦게 따라나섰다는 초조함이 목소리를 거칠게 만들었다."……네가 다친 줄 알았다."연화는 한숨을 내쉬고 도진을 똑바로 쳐다보았다."저는 괜찮아요. 나으리야말로 숨부터 고르십시오. 제 걱정이라면서 이렇게 쓰러지시면, 제가 더 놀라지 않겠어요!""시끄럽다……! 어서…… 어서 손을…… 하으윽!"도진의 허벅지가 경련하듯 덜덜 떨렸다. 가랑이 사이의 거대한 흉물이 펄펄 끓는 맥동으로 도포 원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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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선비의 잠꼬대와 연심

창경궁 후원 외딴 정자에서의 숨 막히던 야외 접치를 마치고 돌아온 북촌 가회동 참판 댁 사랑채 안방. 어스름한 땅거미가 내려앉은 방 안은, 대낮의 팽팽했던 긴장감이 가라앉고 고요한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비단 요 위에 쓰러지듯 누운 배도진은, 깊은 잠에 빠져 색색 고른 숨을 내쉬고 있었다.대낮 저잣거리에서 연화를 빼앗길까 두려워 폭발했던 질투, 그리고 사방이 트인 정자에서 체면을 버리고 쏟아낸 격렬한 사정의 여파로 남자의 기력은 완전히 바닥나 있었다. 연화는 대야에 따뜻한 물을 길어와 무명 수건을 적셨다. 조심스럽게 도진의 곁에 다가앉은 연화는, 땀에 젖은 남자의 이마와 백옥 같은 뺨을 정성스레 닦아내기 시작했다.스륵, 스륵-.수건이 닿을 때마다 도진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평소 조정에서는 백관들을 서늘한 호통으로 쥐락펴락하던 일국의 종이품 예조참판. 남들이 보면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얼음장 같은 사대부였으나, 연화의 품에만 안기면 눈물 어린 얼굴로 살려달라 애원하는 울보가 되어버렸다.연화는 피식 헛웃음을 흘리며 잠든 남자의 반듯한 콧날과 굳게 다문 입술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평소 깐깐하게 소학과 선서를 들이밀며 잔소리를 늘어놓던 그 대쪽 같은 선비 나으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무방비하게 풀어진 잠든 얼굴은 묘하게 안쓰럽고 애틋했다.여인의 손길을 타며 배덕감에 몸부림치던 그 처연한 눈빛이 가슴 한구석에 지워지지 않는 낙인처럼 남아 있었다. 처음 사당동 뒷골목 암의원을 찾아왔을 땐 그저 거액의 복채를 뜯어낼 수 있는 봉으로만 여겼다. 은괴 100냥, 30냥에 눈이 멀어 그의 가랑이 사이에 달린 괴물을 주무르고 쥐어짜며 장난을 쳤었다.그러나 자신의 부친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폐인이 되었다는 고백을 들었을 때, 제 모든 명예와 목숨을 걸고 복권을 맹세해 주던 사내였다. 모친 앞에서도 체면 따위 개나 준 채 이마를 찧으며 자신을 살려달라 울부짖던 그 우직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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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묻은 짚인형과 흑주술

같은 시각, 한양 외곽 인왕산 기슭에 자리 잡은 좌참찬 윤자명의 비밀 별저. 음산한 바람이 대나무 숲을 할퀴고 지나가는 별저 지하 비밀 암실에는, 피비린내와 썩은 유황 냄새가 역겹게 진동하고 있었다. 암실 한가운데에는 붉은 경면주사로 괴이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고, 백골로 만든 촛대 위에서 시퍼런 도깨비불이 일렁였다.좌참찬 윤자명은 기름진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눈에 핏발이 선 채, 백자 찻잔을 쥔 손을 부들부들 떨며 어둠 속을 서성이고 있었다. 조정에서 배도진의 서슬 퍼런 눈빛과 마주칠 때마다 목덜미를 스치던 서늘한 공포.자신이 5년 전 파멸시켰던 강태수 의관의 누명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 가문 전체가 능지처참을 당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그의 목을 죄어오고 있었다."도사, 어찌 되었소? 낮에 창경궁 후원에서 확실히 보았단 말이오?"그의 맞은편, 시커먼 도포를 걸치고 얼굴에 해골 가면을 쓴 흑막 주술사 흑운도사가 음산하게 혓바닥을 날름거렸다."틀림없습니다, 대감. 배도진의 저택에 숨어든 그 계집은 보통 침모가 아닙니다. 전설로만 전해지던 극음(極陰) 체질의 음양 치료자였습니다.""극음 체질?!""예. 배도진의 환양술 화마를 입과 손으로 남김없이 빨아내어 정화하고 있었습니다. 그 계집이 곁에 있는 한, 아무리 강력한 양기를 불어넣어도 배도진은 미치광이가 되지 않고 멀쩡히 살아남을 것입니다."윤자명의 얼굴이 흉악한 살기로 일그러졌다."건방진 놈……! 강태수의 딸년까지 제 품에 끼고 내 목줄을 죄려 들다니! 이대로 두면 사헌부와 의금부가 내 목덜미를 물어뜯을 것이오!"윤자명은 찻잔을 바닥에 내던져 박살을 내며 소리쳤다."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시오! 그놈과 계집을 당장 오늘 밤 안으로 피를 토하고 절명하게 만들 비책이 없단 말이오!"흑운도사가 기괴한 괴성을 지르며 품속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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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마기와 붉은 반점

북촌 가회동 참판 댁 사랑채 안방.방 안의 공기가 한층 더 싸늘해지더니, 촛불이 일제히 푸른빛을 내뿜으며 파르르 떨렸다."크아아악-!"괴로워하며 뒤척이던 도진의 입에서 찢어지는 듯한 단말마가 터져 나왔다. 남자는 침상 위를 뒹굴며 제 가슴팍을 손톱으로 사정없이 쥐어뜯었다."나, 나으리?! 왜 이러십니까!"놀란 연화가 도진의 어깨를 다급히 붙잡으려 했으나, 도진의 피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인적인 고열에 손바닥이 데일 듯 뜨거워 비명을 지르며 물러섰다. 남자의 온몸은 마치 시뻘겋게 달아오른 쇳덩이처럼 김을 뿜어내고 있었다.도진의 백옥 같던 살갗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이마와 관자놀이에는 터질 듯 굵은 핏줄들이 기괴하게 돋아나 펄떡거렸다."뜨, 뜨겁다……! 가슴이…… 장부가 타들어 간다…… 끄아악!"도진의 안색은 백지장을 넘어 잿빛으로 변해 있었고, 서늘하던 눈매는 핏발이 서다 못해 안구가 튀어나올 듯 충혈되어 있었다. 더욱 끔찍한 것은 남자의 맨살 위에 일어나는 괴이한 변화였다. 왼쪽 쇄골 아래 흉터 부근에서부터, 썩은 핏빛의 검붉은 반점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지네처럼 목덜미와 턱밑을 향해 무섭게 번져 올라가고 있었다.스륵, 파지직-!반점이 닿는 살갗마다 시커멓게 그을리며 살 타는 역한 냄새가 진동했다. 과거 명의였던 부친 강태수 의관이 엄중히 경고했던 궁중 최고의 금기 사술, 인간의 기혈을 흑마술로 오염시켜 스스로 살점을 썩혀 죽게 만드는 혈화살(血火煞)의 끔찍한 징후였다. 단순한 음양의 불균형이 아니라, 목숨을 앗아가기 위한 순수한 저주의 독기였다.연화는 반점이 번지는 자리를 다시 살폈다. 전에도 열이 오르면 피부가 붉어졌지만 지금의 빛깔은 달랐다. 조금 전까지 잠든 얼굴을 닦아 주던 수건이 손아귀에서 구겨졌다. 그 짧은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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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의 붕괴와 합치의 결단

숨이 턱 끝까지 막혀왔다. 도진의 억센 손아귀가 연화의 목을 부러뜨릴 듯 옥죄고 있었다. 남자의 눈동자는 핏빛으로 물들어 초점을 잃었고, 입술 사이로는 짐승 같은 그르렁거림과 함께 검은 피거품이 흘러내렸다."크르르…… 찢어…… 죽여라…… 다 태워버려라……!"인간의 말이 아니었다. 흑마술의 살기에 영혼을 잠식당한 음마의 포효였다. 도진의 시커멓게 타오르는 거대한 흉물이 연화의 옥색 치맛자락을 사정없이 짓이기며 허벅지 사이를 파고들려 했다.이대로라면 연화의 목이 꺾이거나, 혹은 괴물 같은 대물에 하복부가 꿰뚫려 비참하게 목숨을 잃을 절체절명의 순간. 그러나 연화는 버둥거리는 대신, 떨리는 손을 들어 도진의 피 묻은 뺨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나으리……."눈물이 가득 고인 연화의 맑은 목소리가 적막을 찢었다."배도진 나으리…… 정신을 차리십시오. 제 아비의 누명을 벗기고 저를 지켜주겠다 맹세하시던 그 고결한 선비님은 어디 가셨습니까……!"그 절절한 부름이 도진에게 닿은 것일까. 일순간, 살기로 번뜩이던 도진의 핏빛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여…… 연…… 화……?"도진의 목구멍에서 쥐어짜듯 갈라진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목을 조르던 남자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힘없이 풀려 떨어져 내렸다. 찰나의 순간, 기적처럼 도진의 이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었다.도진은 제 손을 내려다보며 사시나무 떨듯 오열했다."내, 내가…… 무슨 짓을…… 컥! 크아악!"도진이 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방바닥에 이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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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비술, 합치(合治)의 결단

사랑채 안방 안쪽, 촛불이 사그라드는 어스름한 어둠 속에서 팽팽한 적막이 흘렀다. 바닥에 내던져진 연화의 저고리와 치맛자락 너머로, 달빛을 머금은 여인의 새하얀 나신이 눈부시게 드러나 있었다.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뽀얀 허벅지 사이에서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서늘한 극음(極陰)의 영기.그 순결하고 신성한 자태 앞에, 피눈물을 흘리며 헐떡이던 배도진의 심장이 멎을 듯 요동쳤다."여, 연화야…… 너, 무슨 짓을……!"도진은 터져 나갈 듯한 하복부의 격통 속에서도, 사시나무 떨듯 손을 뻗어 바닥에 떨어진 제 도포 자락을 끌어당겨 연화의 몸을 덮어주려 했다. 남자의 백옥 같던 손등은 핏줄이 터져 피거품으로 얼룩져 있었고, 입술은 피칠갑이 된 채 바들바들 떨렸다."안 된다…… 옷을 입거라…… 어서 옷을……!""나으리, 상황을 보십시오."연화는 도진이 건넨 도포 자락을 가차 없이 쳐내며, 남자의 허벅지 사이에 무릎을 꿇고 다가앉았다. 여인의 서늘한 무릎이 도진의 펄펄 끓어오르는 허벅지 살갗에 닿는 순간, 치이익 소리와 함께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빙하와 용암이 맞부딪히는 듯한 맹렬한 기운의 충돌에, 도진의 등줄기로 소름이 돋아났다.남자는 눈앞이 핑 도는 어지럼증 속에서도 연화의 희고 여린 살결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사대부의 규범 속에서 평생을 죄악시해 왔던 여인의 나신이, 지금 이 순간에는 제 목숨을 건져낼 유일하고도 성스러운 불보살처럼 빛나고 있었다."나으리의 가슴에 새겨진 저 썩은 반점을 보십시오. 혈화살의 마기가 이미 심장 문턱까지 파고들었습니다. 손으로 쥐어짜거나 입술을 맞대는 접치 따위로는 저 흉포한 화마를 단 1분도 잠재울 수 없습니다."연화의 맑고 결연한 눈동자가 도진의 핏발 선 눈을 똑바로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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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상 위의 눈물과 배려

사랑채 안방 안쪽, 차가운 밤바람이 문풍지를 흔드는 가운데 두 남녀는 침상 위에 마주 앉았다. 도진의 거칠고 뜨거운 숨소리와 연화의 나직한 심장 박동이 좁은 방 안을 메웠다. 도진은 연화의 백옥 같은 쇄골과 풍만한 젖가슴을 눈앞에 두고도, 감히 손을 대지 못하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덜덜 떨었다.방 안을 가득 채운 은은한 비누 향과 여인의 달콤한 살냄새가 남자의 콧등을 간질였다. 결벽증에 걸려 남의 손길조차 꺼리던 대쪽 선비였으나, 지금 제 눈앞에 펼쳐진 여인의 순결한 몸은 눈이 멀 정도로 찬란했다. 남자의 서늘하던 눈매는 핏발과 눈물로 젖어 들어갔다."연화야……."남자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고, 흑요석 같은 눈동자에는 애절한 슬픔이 가득 차 있었다."아플 것이다…… 뼈를 깎아내는 듯 아플 것이야……."도진은 제 떨리는 손끝을 들어, 조심스럽게 연화의 뺨에 흘러내린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선비의 손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한없이 부드럽고 애틋한 손길이었다."평생 기방 문턱도 넘지 않았던 내가, 첫 여인인 너에게 이런 흉측한 고통을 안겨주게 되다니…… 내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럽구나.""나으리도 참, 시답잖은 걱정을 하십니다."연화는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 짐짓 콧방귀를 뀌었으나, 남자의 진심 어린 배려에 눈시울이 시큰해졌다."이게 다 나으리가 평생 지조를 지키신 탓이지요. 날건달처럼 기생들과 놀아나셨다면 이런 환양술 저주 따위에 걸리셨겠습니까?""이 와중에도 농을 치는구나……."도진이 피식 젖은 웃음을 흘렸다.웃음은 오래 가지 않았다. 도진은 다시 굳어진 연화의 표정을 보고 말을 삼켰다."두렵지 않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된다."연화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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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내딛는 헌신

도진의 뜨거운 애무에 연화의 전신이 나른하게 달아올랐다. 평생 차가운 극음의 체질로 살아오며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지독한 열기였다. 연화의 은밀한 비곡(秘谷) 사이로 맑고 투명한 애액이 이슬처럼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서늘한 극음의 영기가 응축된 그 신비로운 이슬은, 맹렬하게 타오르는 도진의 화마를 빨아들이기 위한 자연스러운 본능의 발현이었다. 방 안에는 은은한 쑥 향과 함께, 갓 피어난 꽃봉오리에서 풍기는 듯한 달콤하고 축축한 음기(陰氣)의 향취가 짙게 진동했다.연화는 제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흘러내리는 뜨겁고 차가운 감각에 아랫배를 가늘게 떨었다."하아…… 아…… 나으리, 이제……."연화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도진의 넓은 가슴팍을 짚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달빛 아래 드러난 연화의 나신은 성스러운 무녀처럼 신비로운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도진은 비단 요 위에 반듯이 누운 채, 핏발 선 눈으로 연화를 올려다보았다.남자의 가랑이 사이에서 시커멓게 치솟은 흉물은, 이미 사람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하여 펄펄 끓는 맥동으로 방 안의 공기마저 뒤흔들고 있었다. 주먹만 한 귀두 끝의 숨구멍이 벌름거리며, 검붉은 선액을 허공으로 뚝뚝 뿜어내고 있었다."여, 연화야…… 정말…… 감당할 수 있겠느냐……?"도진의 목소리가 수치심과 공포로 떨렸다.도진은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연화가 눈을 들 때까지 기다리며 입술을 눌러 다물었다. 평소에는 무슨 말이든 먼저 해야 마음이 놓였지만 지금은 그녀가 하는 말을 들어야 했다.연화도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저 좁고 여린 처녀의 살속으로 이 끔찍한 흉기를 밀어 넣는다는 죄책감에 남자의 눈시울이 또다시 붉어졌다. 연화는 대답 대신, 제 가녀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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