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정: 수요일, 시집 표지 확인』휴대폰이 울려 나는 풀 묻은 붓을 받침에 내려놓았다. 화면에는 강이헌 실장님이라고 떠 있었다.전화를 받기 전에 작업대의 시집부터 봤다. 분리한 표지 위에 얇은 종이를 덮어 둔 참이었다.“네, 실장님.”“표지에 있던 글자, 사진이 있으면 도움이 됩니까.”“어떤 사진인데요?”“어머니가 책을 들고 계신 사진이에요. 앞표지가 보입니다.”나는 덮어 둔 종이를 들어 올렸다. 제목 아래는 가죽이 벗겨져 글자 일부가 사라져 있었다.“도움이 돼요. 보내 주실 수 있어요?”“지금 가진 건 없습니다. 사진이 있는 곳에 가려는데, 같이 가겠어요?”붓 끝에서 떨어진 풀이 받침에 고였다. 나는 붓을 물통에 담갔다.“어디로 가는데요?”“갈월 추모공원이요.”대답하려던 입을 다물었다. 작업 기록지에 적어 둔 서은숙이라는 이름이 보였다.“오늘이 어머니 기일입니다.”나는 의자에서 등을 뗐다.“그럼 다른 날 가도 돼요. 사진은 급하지 않아요.”“오늘 가는 길이라 물었어요. 불편하면 사진만 찍어 오겠습니다.”시집 옆에는 어제 적은 의뢰서가 있었다. 원래 형태를 확인하기 전에는 없어진 부분을 만들지 않겠다고 써 뒀다.“같이 갈게요. 직접 보고 여쭐 것도 있어요.”“일 끝날 때까지 기다릴게요.”통화가 끊긴 뒤 달력을 확인했다. 오후에 오기로 한 손님은 없었다. 나는 다은에게 외출 시간을 말하고 시집의 치수를 적은 수첩을 꺼냈다.“그 책 때문에 가?”다은이 포장 끈을 자르며 물었다.“응. 원래 표지가 나온 사진이 있대.”“책은 두고?”“지금은 움직이면 안 돼.”나는 표지 위에 종이를 다시 얹었다. 가방에 수첩과 휴대폰을 넣고, 목에 걸린 실이 옷깃 밖으로 나왔는지 확인했다.다은은 묻지 않고 내 앞치마를 받아 걸었다.◈검은 세단은 골목 입구에 서 있었다. 이헌은 차 밖에서 기다리다가 내가 계단을 내려오는 것을 보고 조수석 문을 열었다.검은 코트 안으로 넥타이가 보였다. 스튜디오 옥상에서 고쳐 줬던 매듭과 달리
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10-18 อ่านเพิ่มเติ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