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o / 로맨스 / 약혼자의 삼촌 / Capítulo 1 - Capítulo 10

Todos los capítulos de 약혼자의 삼촌: Capítulo 1 - Capítulo 10

29 Capítulos

1화. 31층 바

『오늘 일정: 금요일 밤, 서진호텔에서 예복 받기』주원의 손이 여자의 허리에 놓여 있었다.나는 서진호텔 로비 기둥 옆에서 걸음을 멈췄다. 여자는 주원의 재킷 소매를 붙잡고 웃었다. 주원이 고개를 숙여 무슨 말을 하자 여자가 팔을 한 번 쳤다. 둘 사이에는 가방 하나 들어갈 틈도 없었다.내 휴대폰에는 조금 전 받은 문자가 떠 있었다.『아직 회사야. 예복만 받아서 먼저 가요. 내일 보자.』답장을 쓰던 칸에 알겠다는 말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 글자를 지웠다.객실용 엘리베이터 앞에서 주원이 휴대폰을 꺼냈다. 전화 버튼을 누르면 저 사람이 누구인지 물을 수 있었다.주원은 여자의 허리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화면을 확인했다. 곧 문이 열렸다. 여자가 먼저 들어갔고, 주원이 뒤따랐다.문이 닫힐 때까지 나는 통화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뒤에서 직원이 나를 불렀다.“윤나경 고객님 맞으실까요?”돌아보자 옷 덮개를 든 직원이 서 있었다. 덮개 아래로 내일 입을 원피스 자락이 조금 나와 있었다.“수선은 다 됐나요?”“네. 허리 부분만 다시 확인하시면 됩니다.”“내일 아침에 입어 볼게요. 대기실로 올려 주세요.”직원이 수령 확인란을 내밀었다. 나는 펜을 받아 이름을 썼다. 마지막 글자를 쓰는데 종이 밑에 받친 전표가 밀렸다. 손끝으로 모서리를 맞추고 펜을 내려놓았다.“약혼 축하드립니다.”“감사합니다.”직원이 옷을 가지고 돌아갔다.나는 아버지에게 온 문자를 열었다.『도착했니. 아빠도 내일 늦지 않게 가마.』나는 도착했다고만 답했다.로비 바닥에 서서 휴대폰을 가방에 넣었다. 돌아가는 문은 오른쪽이었다. 나는 왼쪽 엘리베이터로 갔다. 층별 안내에서 바를 찾고 31층을 눌렀다.◈바텐더가 주문을 물었을 때 나는 빈 의자를 먼저 가리켰다.“여기 앉아도 되나요?”“네. 편하신 곳에 앉으세요.”창가 자리에는 둘씩 앉은 손님이 많았다. 나는 기다란 바의 끝에 가방을 놓았다. 갈색 가죽 손잡이의 닳은 부분을 안쪽으로 돌려놓고 의자에 올라앉았다.휴대폰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8
Leer más

2화. 신부 대기실

『오늘 일정: 토요일 오전, 서진호텔 약혼식』나는 내려놓은 귀걸이 대신 화장대 모서리를 짚었다.남자는 문턱 안에서 멈췄다. 어젯밤에는 접혀 있던 셔츠 소매가 재킷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책 상자는 없었다. 나는 넥타이 매듭으로 눈을 내렸다가 다시 얼굴을 봤다.남자가 고개를 숙였다.“처음 뵙겠습니다, 강이헌입니다.”나는 화장대에서 손을 뗐다.“윤나경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끝말이 조금 작았다. 주원 어머니가 내 옆으로 와 어깨에 붙은 실밥을 떼었다.“주원이한테 얘기는 들었지? 집안 어른들 뵐 때마다 인사 잘하고.”“네.”“오늘은 삼촌이라고 해. 실장님, 사장님 할 것 없이.”나는 남자를 보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거울에는 셋이 함께 비쳤다. 내 왼쪽에는 주원 어머니가, 뒤에는 강이헌이라는 남자가 서 있었다. 어젯밤 내가 이름을 묻지 않았던 사람에게 오늘 쓸 호칭이 생겼다.“귀걸이는 왜 하나만 했니.”“마저 하려고요.”남은 귀걸이를 집었다. 침을 귓불에 댔는데 구멍이 바로 잡히지 않았다. 나는 손을 내리고 거울 쪽으로 돌아섰다.문밖에서 직원이 주원 어머니를 찾았다. 좌석표를 확인해 달라는 말이었다.“잠깐만 기다려. 주원이는 올라오고 있대.”주원 어머니가 나가며 문을 닫았다.나는 귀걸이 침을 다시 밀어 넣었다. 이번에는 한 번에 들어갔다. 뒤꽂이를 끼우고도 손을 내리지 못했다.남자는 문 옆에 그대로 서 있었다.화장대와 문 사이에는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나는 서서 귀걸이의 뒷부분을 한 번 더 눌렀다.벽시계의 초침이 움직였다.남자는 내 쪽으로 오지 않았다. 문손잡이에 손을 대지도 않았다. 나는 거울 속 눈을 피하고 화장대 위의 빗을 가지런히 놓았다.어젯밤 내가 먼저 한 걸음을 좁혔다. 지금은 의자 하나도 옮길 수 없었다.복도에서 바퀴 구르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 문 앞에서 멈췄다가 다시 걸었다. 나는 닫힌 문 아래를 봤다. 사람의 그림자가 지나갔다.남자가 몸을 조금 돌렸다.손잡이가 내려갔다. 문이 닫힌 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8
Leer más

3화. 2층 연회장

『오늘 일정: 토요일 낮, 서진호텔 2층 연회장』나는 클러치를 쥔 손을 내렸다.“왜요?”이헌이 대답하기 전에 문이 열렸다. 직원이 안쪽을 향해 손을 들었고, 박수 소리가 복도로 나왔다.“두 분, 들어오시면 됩니다.”주원이 내 쪽으로 팔을 내밀었다. 나는 그 팔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이헌은 이미 문 옆으로 물러나 있었다.“자기, 여기.”주원이 팔을 조금 더 들었다.나는 클러치를 직원에게 맡기고 주원 팔에 손을 얹었다. 얇은 소매 아래로 팔꿈치가 만져졌다. 이헌은 우리보다 먼저 옆문으로 들어갔다.문 앞에 남은 직원이 내 치맛자락을 정리했다.“천천히 걸으세요.”안쪽에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앞줄의 아버지가 몸을 반쯤 일으켰다가 다시 앉았다. 나는 아버지를 보며 첫발을 디뎠다.주원이 내 손등을 내려다봤다.“손이 차네. 추워요?”“괜찮아요.”“끝나고 따뜻한 거 먹자. 아침도 못 먹었지?”“조금 먹었어요.”주원은 속도를 늦춰 줬다. 나는 그 걸음에 맞춰 드레스 자락을 밀었다.낮은 단상 앞에 도착하자 직원이 손으로 설 자리를 가리켰다. 바닥에 붙인 표시를 밟았다. 고개를 들면 양가 부모님이 먼저 보였다.그 뒤로 회장과 이헌이 앉아 있었다.이헌은 회장 쪽으로 몸을 기울여 무슨 말을 듣고 있었다. 문 앞에서 내게 한 말은 확인할 수도 없게 됐다.나는 주원 팔에서 손을 뗐다.◈사회자가 우리를 단상 옆 의자에 앉힌 뒤 양가 어른들을 소개했다.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추를 채우려다 손이 빗나가자 다시 재킷 앞을 잡았다. 나는 아버지의 손을 보다가 무릎 위에 포갠 내 손을 폈다.주원 아버지는 일어나 고개를 숙인 뒤 아버지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이 악수하는 동안 사진사가 앞을 지나갔다.의자에 앉은 주원이 낮게 말했다.“아버님 긴장하셨나 봐.”“이런 자리 익숙하지 않으세요.”“우리 아버지는 너무 익숙해서 문제인데.”나는 대답 대신 주원을 봤다. 주원은 입가를 조금 올렸다가 사회자가 부르자 일어났다.반지를 교환할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8
Leer más

4화. 나경제본소

『오늘 일정: 월요일, 제본소 밀린 작업 확인』명함 뒷면의 글씨를 다시 읽었다.화요일 저녁 7시. 장소는 없었다.나는 갈색 가방에서 꺼낸 명함을 작업대에 놓았다. 주차장에서 챙긴 뒤 이틀 동안 가방 안에 둔 탓에 모서리가 조금 눌려 있었다.창가 프레스기에는 금요일에 넣어 둔 책이 그대로 있었다. 나사를 풀고 누름판을 들었다. 덧댄 종이가 들뜨지 않았는지 살핀 뒤 책을 옆으로 세웠다.“벌써 왔어?”다은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 종이봉투를 든 손으로 문고리를 붙잡느라 팔꿈치에 걸친 가방이 흘러내렸다.나는 가방부터 받아 의자에 걸었다.“올라오면서 먹었어?”“하나만. 식으면 맛없잖아.”다은은 봉투를 작업대에 올리려다가 내 손을 보고 멈췄다. 나는 손바닥을 편 채 문 옆 선반을 가리켰다.“종이 있는 데 말고.”“알아. 여기 놓으려고 했어.”봉투를 내려놓은 다은이 내 왼손을 잡아 들었다.“반지는?”“일해야지.”반지는 아침에 빼서 실에 꿰어 목에 걸었다. 앞치마 안쪽에서 작은 무게가 느껴졌다. 나는 목선을 조금 당겨 보여 주고 다시 넣었다.“진짜 약혼했네.”“토요일에 사진 봤잖아.”“사진으로 보는 거랑 다르지. 어제도 보내 준 거 확대해서 봤어. 드레스 뒤에 단추는 원래 그렇게 생긴 거야?”나는 프레스기 옆에 놓은 받침판을 포갰다.“하나 떨어져서 다시 달았어.”“거기까지 가서 바느질했어?”“바늘 가져가길 잘했지.”다은이 내 앞치마 주머니를 봤다. 흰 접지칼 옆으로 바늘을 꽂아 둔 천이 조금 나와 있었다.“너는 그날도 일했구나.”“단추 달았다고 일한 건 아니고.”“그럼 신랑 얘기 해 봐. 사진 찍을 때 뭐라고 했어?”나는 책 아래에 끼운 종이를 뺐다.“손이 차다고.”“그다음에는?”“밥 먹자고.”“평소랑 똑같네. 넌 약혼식에서도 밥 얘기를 해?”“주원 씨가 했어.”다은은 의자를 당겨 앉았다.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내게 약혼식 사진을 보여 줬다. 내 옆에 선 주원이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었다.“실물도 잘생겼더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8
Leer más

5화. 수장고 A열

『오늘 일정: 화요일 저녁 7시, 서진재단 방문』휴대폰에 남은 답장을 열었다. 지하 수장고로 내려오라는 안내 아래에 출입문 위치가 적혀 있었다.어제 노트북을 덮은 뒤에도 다은은 내 옆에 서 있었다. 나는 결국 화면을 다시 열어 보여 줬다. 약혼식에서 인사한 사람이 맞다고만 하고, 방문 시간을 적어 보냈다.지금은 답장에 적힌 문 앞이었다.가방에서 명함을 꺼냈다. 화요일 저녁 7시. 손으로 쓴 글씨 아래에 내 엄지가 닿았다. 명함을 안주머니에 넣고 초인종을 눌렀다.문 안쪽에서 잠금장치 풀리는 소리가 났다.강이헌이 문을 열었다.“오셨네요.”“안녕하세요.”검은 재킷은 안쪽 의자에 걸려 있었다. 셔츠 소매를 두 번 접은 팔이 문을 잡고 있었다. 나는 출입문 옆 안내판부터 봤다.『서진재단 도서관 수장고』“도서관 담당자분은요?”“퇴근했습니다. 책은 제가 보여 드려도 된다고 확인받았어요.”나는 열린 문 안을 들여다봤다. 서가 사이에 켜진 조명 아래로 빈 통로가 보였다.“오늘은 실물 확인만 할게요. 견적은 작업실에 돌아가서 보내고요.”“네. 그러세요.”이헌은 먼저 들어가지 않고 옆으로 비켰다. 내가 문턱을 넘은 뒤에야 문을 닫았다.잠금장치가 맞물리는 소리에 돌아보자 문 안쪽 손잡이를 가리켰다.“나가실 때는 저것만 누르면 됩니다.”나는 손잡이를 확인하고 가방끈을 고쳐 잡았다.서가 끝에 작업대가 있었다. 그 위에 책을 놓을 받침과 목록이 준비돼 있었다. 물컵도 꽃도 없었다. 사진으로 봤던 책들이 옆 수레에 누워 있었다.“가방은 여기 두셔도 됩니다.”이헌이 빈 의자를 당겼다.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수첩과 연필을 꺼냈다. 그때 벽에 붙은 습도계가 눈에 들어왔다.62%였다.“여기 습도가 계속 이랬어요?”이헌도 벽을 봤다.“제가 왔을 때도 저 숫자였습니다.”수레 아래쪽 책의 표지가 벌어져 있었다. 나는 몸을 숙여 책과 선반 사이를 살폈다.“이러면 책이 다 휘어요. 제습기는 안 켜 두세요?”“어디 있는지 확인할게요.”이헌이 바로 휴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8
Leer más

6화. 본가 식당

『오늘 일정: 목요일 저녁, 서진 본가 가족 식사』“다친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나는 수장고 문을 잡은 채 물었다. 이헌은 작업대에 놓인 서류를 돌아봤다.“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그럼 확인되면 연락 주세요. 제가 판단할 수 있게요.”“그러겠습니다.”나는 복도로 나왔다. 문이 닫히기 전에 이헌이 내 수첩을 가리켰다.“견적서는 도서관 담당자에게 바로 보내셔도 됩니다.”“내일 보내겠습니다.”나는 수첩을 가방에 넣고 승강기 버튼을 눌렀다.◈주원이 본가 대문 앞에서 차를 세웠다. 서울 북쪽 언덕을 올라오는 동안 히터를 틀어 둔 탓에 볼이 따뜻했다.“아버지가 어려운 얘기 해도 그냥 웃어. 밥 먹으러 온 거니까.”“어려운 얘기는 어떤 건데요?”“결혼하고 어디 살 거냐, 뭐 그런 거.”주원이 차 안 거울을 보며 머리를 눌렀다. 나는 무릎에 놓은 갈색 가죽 가방과 과자 상자를 들었다. 안쪽 주머니에 장갑과 바늘이 있었다. 집을 나서기 전까지 책을 고치다 와서 손톱 밑에 풀 자국도 남아 있었다.“긴장했어?”“처음 뵙는 자리니까요.”“할아버지는 별말 안 하셔. 엄마한테만 잘하면 돼. 그치?”주원은 먼저 내려 대문 옆 버튼을 눌렀다. 나는 손등으로 치마의 접힌 곳을 폈다.문이 열리고 정원이 보였다. 돌길 끝에 2층 양옥이 있었다. 현관에 들어서자 경란이 내 손에 든 상자부터 봤다.“빈손으로 오라니까.”“차랑 드실 수 있는 걸로 골랐어요.”경란은 상자를 받아 안쪽에 놓았다. 진주 귀걸이가 고개를 움직일 때마다 흔들렸다.“주원아, 할아버지 모셔 와. 나경이는 이리 오고.”주원이 복도로 사라졌다. 경란은 내 소매와 치맛단을 차례로 보고 식당으로 데려갔다.식탁에는 여섯 자리의 그릇이 놓여 있었다. 경란이 한쪽 의자 등받이에 손을 얹었다.“넌 여기 앉아. 주원이는 네 옆.”내 맞은편 자리는 비어 있었다. 물잔만 채워져 있고 수저는 종이 받침 위에 놓여 있었다.“삼촌도 오시나요?”“조금 늦는다는구나. 먼저 먹으라고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8
Leer más

7화. 주원의 차

『오늘 일정: 목요일 밤, 가족 식사 뒤 귀가』“원래 알던 사이는 아니에요.”나는 무릎에 놓인 가방을 당겼다. 손잡이에 끼인 안감이 다시 접혔다.주원은 뒤집어 놓은 흰 휴대폰에서 손을 뗐다.“아니면 됐고.”“왜 물어요?”“삼촌이 식사 자리에서 일 얘기를 먼저 꺼내는 게 드물거든. 할아버지 장부까지 맡겼다니까 궁금해서.”“회장님이 먼저 물어보셨어요. 오래된 장부도 고칠 수 있느냐고요.”“그럼 제대로 사람 찾으셨네.”주원은 안전띠를 당겨 보고 차를 출발시켰다. 대문이 열리는 동안 나는 앞유리를 봤다. 현관 쪽에는 아무도 없었다.차가 언덕을 내려갔다. 주원이 방향을 틀자 가방이 무릎에서 조금 밀렸다. 손잡이를 잡고 자세를 고쳐 앉는데 코끝에 냄새가 닿았다.본가에 올 때도 맡았던 향이었다. 주원에게서 나는 것보다 달았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조수석 등받이에서 더 짙게 났다.나는 코트 깃을 내려놓았다.“더워?”“조금요.”주원이 히터를 줄였다. 그래도 냄새는 그대로였다. 내가 송풍구 방향을 돌리자 주원이 조수석 쪽을 봤다.“향수 냄새 나?”“네.”주원은 버튼을 눌러 내 쪽 창문을 2cm 내렸다. 찬바람이 귀 아래로 들어왔다.“이 정도면 괜찮아?”“네. 고마워요.”“창문을 좀 열어 둘걸.”주원은 앞을 보며 말했다. 누구의 향수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나도 묻지 않았다.차가 신호 앞에 멈췄다. 주원은 운전대 위에서 손가락을 폈다 접었다.“오늘 우리 아버지 얘기 때문에 기분 나빴지?”“저희 공장을 안 쓰는 땅으로 말씀하셨잖아요.”“응. 들었어.”“그런 얘기는 앞으로도 제가 그냥 웃고 넘기기는 어려워요.”주원이 고개를 끄덕였다.“다음에 또 그러시면 내가 먼저 말할게.”“제 앞에서만 안 하시는 건 소용없어요.”주원은 대답하기 전에 옆 차선의 차를 확인했다. 신호가 바뀌고 차가 움직였다.“그것까지 내가 다 막을 수 있다고는 못 하겠네.”나는 가방 손잡이에서 손을 놓았다.“못 하는 걸 하겠다고 안 하셔도 돼요.”“그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8
Leer más

8화. 회장 서재

『오늘 일정: 토요일 오전 10시, 본가 장부 수선』“주원 씨한테 들었어요. 실장님도 오시는 줄은 몰랐네요.”나는 열쇠를 쥔 손을 가방 옆으로 내렸다. 이헌은 운전석에 앉은 채 고개를 조금 돌렸다.“제가 장부를 옮겨야 해서요.”“많아요?”“직접 보고 고르시면 됩니다. 한꺼번에 안 맡겨도 돼요.”집 안에서 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났다. 나는 현관 쪽을 봤다가 다시 차 안을 봤다.“다음에는 문자 주세요. 일정 알려 주시는 거면요.”이헌은 잠깐 나를 보았다.“그럴게요.”창문이 올라갔다. 나는 차가 골목을 나간 뒤에 열쇠를 꽂았다.토요일 아침, 주원에게서는 호텔에 먼저 나왔다는 문자가 와 있었다. 나는 본가로 출발한다고 답했다.대문에 도착한 건 약속 시각보다 조금 전이었다. 현관에서 코트를 벗어 맡기고 가방을 다시 들었다. 안쪽 복도 끝에서 이헌이 나왔다.“이쪽입니다.”셔츠 소매가 두 번 접혀 있었다. 나는 가방 손잡이를 고쳐 잡고 따라갔다.◈서재 문은 열려 있었다. 창가 책상과 마주 보는 자리에 긴 탁자가 놓여 있었다. 탁자 위에는 장부가 쌓여 있고, 그 옆으로 자리를 비워 놓았다.이헌이 의자를 빼다가 손을 놓았다. 나는 직접 의자를 당겨 앉았다.“회장님은요?”“잠깐 쉬고 계세요. 먼저 보라고 하셨습니다.”가방에서 천을 꺼내 탁자에 깔았다. 붓과 접지칼, 얇은 종이를 차례로 놓는 동안 이헌은 맞은편에 서 있었다.“어느 것부터 볼까요?”“밑에 있는 게 가장 오래됐다고 하셨습니다.”이헌이 위에 놓인 장부를 옮겼다. 맨 아래 장부는 표지 한쪽이 떨어져 있었다. 등을 받치고 열자 실이 끊어진 자리가 보였다. 종이 안쪽에는 손때가 남아 있었다.나는 책받침을 벌려 장부 아래에 넣었다.“끝까지 눌러 펴시면 안 돼요. 여기 실이 끊어져서 종이가 따로 움직여요.”“이 정도면 됩니까?”이헌이 양손 사이를 벌렸다.“조금만 덜요. 네, 거기요.”장부를 내려놓은 뒤에도 손이 받침 곁에 남았다. 손목에 시계가 없어서 소매 끝이 바로 보였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8
Leer más

9화. 해윤제지 사무실

『오늘 일정: 월요일 오전, 해윤제지 장부 정리』문이 닫히자 이헌이 천에서 손을 뗐다.“제가 열어 둘게요.”나는 대답 대신 장부 밑으로 천을 밀어 넣었다. 이헌이 문을 열자 복도에서 석진의 목소리가 들렸다.“일하는데 방해될까 봐 닫았어.”“반출할 장부 확인 중입니다.”이헌은 문을 연 채 돌아왔다. 나는 장부를 감싸고 가방 손잡이를 세웠다. 복도에 선 석진이 비켜서기를 기다렸다가 서재를 나왔다.◈월요일 아침, 공장 사무실 문은 열려 있었다.문 앞에서 앞치마를 꺼내려다 가방을 내려놓았다. 오늘은 책을 고치러 온 게 아니었다. 아버지가 책상 뒤에서 손을 들었다.“밥은 먹었고?”“먹었어요. 어느 것부터 하면 돼요?”책상 위에 종이 상자가 놓여 있었다. 아버지가 상자 뚜껑을 접어 밑에 끼웠다.“날짜대로만 나눠 줘. 거래처에 물어볼 게 있는데 영수증을 못 찾겠어.”나는 코트를 벗어 의자 등받이에 걸었다. 작업할 때 빼 둔 반지가 실에 꿰인 채 옷 안쪽에 닿았다. 앞치마를 두르고 상자부터 당겼다.사무실 창으로 공장 지붕이 보였다. 예전에는 창을 닫아도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는데, 지금은 복사기가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더 컸다.“오늘은 기계 안 돌려요?”“오후에 돌릴 거야.”아버지는 책상 구석에 놓인 식판을 들었다. 밥이 조금 남아 있었다.“식사 마저 하세요.”“다 먹었어. 내려놓고 올 테니까 천천히 봐.”아버지가 나간 뒤 상자를 비웠다. 영수증과 거래명세서가 섞여 있었다. 집게에 눌린 종이는 모서리가 접혔고, 감열지는 글자가 흐려져 있었다.나는 빈 종이에 달을 적어 책상 위에 나란히 놓았다. 날짜를 읽을 수 없는 영수증은 따로 뺐다.상자 바닥에서 공장 식당 식권이 나왔다. 뒷면에 아버지 글씨로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식권까지 버리려다 빈 봉투에 넣었다.“그거 버려도 돼.”돌아온 아버지가 봉투를 가리켰다.“번호 적혀 있어요.”“옛날 번호야.”“확인하고 버리세요. 다른 건 제가 나눌게요.”아버지는 봉투를 받아 책상 서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8
Leer más

10화. 수장고 B열

『오늘 일정: 화요일 저녁, 수장고 B열 복원 작업』문자 아래에 답장을 적었다.『작업 끝나고 보겠습니다.』전송한 뒤에야 안전띠를 채웠다. 아버지는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차창을 조금 내렸다.“아버지, 대출 처음 받은 게 언제예요?”아버지가 걸음을 멈췄다.“3년 전. 왜?”“정리하다 보니까 궁금해서요.”“급한 납품이 있었어. 원료 살 돈이 모자랐지.”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손을 들고 돌아설 때까지 창문을 닫지 않았다.◈화요일 저녁, 재단 도서관 안내대에서 방문증을 받았다.가방에는 붓과 받침 종이, 풀어 놓은 실을 넣었다. 회장 장부는 작업실에 그대로 두었다. 오늘은 수장고 책부터 상태를 기록할 참이었다.계단을 내려가자 문 옆에 이헌이 서 있었다. 셔츠 소매는 두 번 접혀 있었다. 이헌은 내 가방을 보고 문부터 열었다.“무거운 건 없습니까?”“들고 다니는 것들이에요.”“작업대는 안쪽에 준비했습니다.”지난번에 없던 제습기가 벽에 붙어 있었다. 습도계 숫자는 내려가 있었다. 나는 외투를 벗기 전에 송풍구부터 확인했다.“바람이 책으로 바로 안 가서 괜찮네요.”“시설팀에서 위치를 바꿨습니다.”이헌이 작업대 끝을 가리켰다. 의뢰 목록과 상태 기록지가 놓여 있었다. 책은 한꺼번에 쌓지 않고 받침 위에 나눠 두었다.나는 코트를 걸고 가방을 열었다. 약혼반지를 빼서 목에 걸린 실에 꿰었다. 매듭을 묶는 동안 이헌은 목록을 내려다봤다.“오늘은 어디까지 합니까?”“뜯기 전에 확인부터요. 먼저 고칠 책도 골라야 하고요.”“제가 할 일이 있으면 말해요.”“기록 부탁드릴게요. 손으로 누르거나 책을 억지로 펴지는 마시고요.”이헌이 펜을 들었다.“그건 허락받고 하겠습니다.”나는 빈 기록지를 앞으로 당겼다.◈B열에서 꺼낸 첫 책은 실이 끊어져 있었다.표지를 받치자 책등 안쪽이 보였다. 누군가 덧바른 풀이 굳어 종이를 당기고 있었다. 나는 붓으로 떨어진 가루를 모았다.“이건 풀부터 걷어야 해요.”“새로 바르면 안 됩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8
Leer más
ANTERIOR
123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