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정: 토요일 오전 10시, 본가 장부 수선』“주원 씨한테 들었어요. 실장님도 오시는 줄은 몰랐네요.”나는 열쇠를 쥔 손을 가방 옆으로 내렸다. 이헌은 운전석에 앉은 채 고개를 조금 돌렸다.“제가 장부를 옮겨야 해서요.”“많아요?”“직접 보고 고르시면 됩니다. 한꺼번에 안 맡겨도 돼요.”집 안에서 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났다. 나는 현관 쪽을 봤다가 다시 차 안을 봤다.“다음에는 문자 주세요. 일정 알려 주시는 거면요.”이헌은 잠깐 나를 보았다.“그럴게요.”창문이 올라갔다. 나는 차가 골목을 나간 뒤에 열쇠를 꽂았다.토요일 아침, 주원에게서는 호텔에 먼저 나왔다는 문자가 와 있었다. 나는 본가로 출발한다고 답했다.대문에 도착한 건 약속 시각보다 조금 전이었다. 현관에서 코트를 벗어 맡기고 가방을 다시 들었다. 안쪽 복도 끝에서 이헌이 나왔다.“이쪽입니다.”셔츠 소매가 두 번 접혀 있었다. 나는 가방 손잡이를 고쳐 잡고 따라갔다.◈서재 문은 열려 있었다. 창가 책상과 마주 보는 자리에 긴 탁자가 놓여 있었다. 탁자 위에는 장부가 쌓여 있고, 그 옆으로 자리를 비워 놓았다.이헌이 의자를 빼다가 손을 놓았다. 나는 직접 의자를 당겨 앉았다.“회장님은요?”“잠깐 쉬고 계세요. 먼저 보라고 하셨습니다.”가방에서 천을 꺼내 탁자에 깔았다. 붓과 접지칼, 얇은 종이를 차례로 놓는 동안 이헌은 맞은편에 서 있었다.“어느 것부터 볼까요?”“밑에 있는 게 가장 오래됐다고 하셨습니다.”이헌이 위에 놓인 장부를 옮겼다. 맨 아래 장부는 표지 한쪽이 떨어져 있었다. 등을 받치고 열자 실이 끊어진 자리가 보였다. 종이 안쪽에는 손때가 남아 있었다.나는 책받침을 벌려 장부 아래에 넣었다.“끝까지 눌러 펴시면 안 돼요. 여기 실이 끊어져서 종이가 따로 움직여요.”“이 정도면 됩니까?”이헌이 양손 사이를 벌렸다.“조금만 덜요. 네, 거기요.”장부를 내려놓은 뒤에도 손이 받침 곁에 남았다. 손목에 시계가 없어서 소매 끝이 바로 보였다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8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