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스미스
결혼 4년.
나를 놓아준 건 그 사람이 직접 남긴 서명 한 줄이었다.
정작 본인은 자기가 무엇에 서명하는지도 몰랐지만.
나는 소피아 모레티. 이 도시에서 가장 강력한 마피아 가문의 후계자, 제임스 모레티의 아내였다.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아내.
제임스의 어린 시절 첫사랑이자, 눈부시고 가진 것 많은 비키가 돌아왔을 때에야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는 처음부터 비키의 부재를 채우는 존재였다는 걸.
그래서 마지막 수를 뒀다. 대학 서류인 척 위장한 이혼 서류를 책상 위로 밀어 넣었다.
제임스는 한 번 더 확인하지도 않고 그대로 서류에 서명했다.
우리 결혼 서약을 대하던 그 태도 그대로, 그의 만년필이 종이를 무심하게 긁고 지나갔다.
자기 손으로 결혼을 끝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하지만 내가 모레티 집안에서 들고 나온 건 자유만이 아니었다.
코트 안쪽에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그 사람의 후계자가 있었다.
자기가 무엇을 잃었는지 깨닫는 날, 제임스를 무너뜨릴 비밀이.
이제, 나를 한 번도 제대로 본 적 없던 남자가 나를 찾겠다며 온 세상을 뒤지고 있다.
펜트하우스에서 뒷골목 시궁창까지, 돌 하나 남기지 않고 샅샅이 살피고 있다.
하지만 나는 잡히기를 기다리며 두려워 떠는 먹잇감이 아니다.
나는 제임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내 자리를 정했다.
‘모레티’라는 이름으로 닿을 수 없는 자리에.
이제 나는 제임스의 사랑을 구걸하지 않는다.
반대로 제임스가 내 사랑을 구걸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