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남편의 소꿉친구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가족의 사랑 한번 제대로 받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게 마음에 걸린다며, 남편 차태경은 내 목걸이도, 내 생일도 임서아에게 양보했다.
심지어 아들마저 몰래 임서아를 엄마라고 불렀다.
“은성아, 서아는 이제 얼마 못 살아. 네가 좀 양보해 줘.”
남편에게 임서아에게 쏟는 관심을 조금만이라도 나한테 달라고 할 때마다, 아들 차이안은 언제나 아빠와 임서아 편을 들었다.
“엄마가 맨날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잖아요. 서아 아주머니는 이제 곧 죽는다는데, 엄마는 왜 자꾸 서아 아주머니한테 뭐라고 해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게 됐다.
어느 날 밤, 병원에서 돌아온 아들이 아빠에게 하는 말을 우연히 듣고 말았다.
“서아 아주머니는 진짜 상냥하고 예뻐요! 엄마도 서아 아주머니 같았으면 좋겠어요!”
차태경은 웃으며 다정하게 아들의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엄마가 조금 엄하긴 해도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 이안이 서아 아주머니를 그렇게 좋아하면, 아빠가 서아 아주머니를 엄마로 만들어 줄까?”
내 목숨을 걸고 낳은 아이조차 나보다 임서아를 더 좋아한 거였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침실 문을 닫았다.
두 사람이 그렇게 원한다면 내가 조용히 사라져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