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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ผู้เขียน: 도도화
차주헌은 그날 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아침에 깨어난 뒤에도 머리가 어지럽고 온몸이 찌뿌둥하며 속까지 쓰렸다.

그는 몸을 뒤척이며 움직이다 옆자리가 텅 비어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율아...”

그때 방문이 열리고 이재우가 안으로 들어왔다.

“대표님, 깨셨어요?”

차주헌은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상체를 일으켰다.

“서율이는?”

“사모님은 벌써 출근하셨습니다.”

“그래.”

차주헌은 옷을 갈아입은 후 식탁으로 향했다.

식탁 위에 죽이 아닌 빵과 우유가 놓여 있는 것을 본 그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죽은?”

“사모님께서 끓일 시간이 없으시다고 알아서 드시라고 하셨습니다.”

차주헌은 그 말에 짜증이 확 밀려왔다. 술을 마시고 들어온 그다음 날은 항상 임서율이 직접 끓인 죽으로 속을 달랬었다.

그녀가 이런 식으로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 적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속이 점점 더 쓰려오는 것을 느낀 차주헌은 허리를 구부정하게 말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위장약 좀 가져와.”

이재우는 황급히 집안 곳곳을 둘러보다가 다시 돌아와서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대표님... 구급상자는 어디에 있습니까?”

“뭐?”

위장약도 매번 임서율이 준비해줬던 터라 그는 구급상자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했다.

“서율이한테 전화해서 물어봐.”

“네, 알겠습니다.”

이재우는 그의 말대로 임서율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몇 번을 걸어봐도 좀처럼 연결이 되지 않았다.

“사모님께서 전화를 안 받으시는데요...”

차주헌은 짜증이 점점 더 강하게 밀려오는 것을 느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나가서 사와. 나간 김에 죽도 사 오고.”

“네, 알겠습니다.”

차주헌은 알지 못했다. 밖에서 사 온 죽 따위가 임서율이 정성을 다해 끓인 죽과 같을 리 없다는 것을.

이재우가 사 온 죽도 나름 유명한 가게의 죽이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차주헌은 딱 한 입만 먹고 금세 맛이 없다며 치워버렸다.

...

그 시각, 임서율은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그녀는 휴대폰 가득 날아든 부재중 전화 알림에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임서율이 차주헌에게 헌신하고 마음을 다했던 건 사랑밖에 모르는 미련한 바보라서가 아니라 당연히 상대방도 자신과 똑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주헌은 이미 다른 여자의 것이 되어버렸고 즉 그렇다는 건 그녀의 배려와 사랑도 더 이상 당연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앞으로 열흘 뒤면 너덜너덜해져 버린 이 감정도 완전히 끝이 난다.

‘그 시간 안에 어떻게든 하도원을 설득해야 하는데... 그 목석같은 남자를 어떻게 설득하지?’

임서율의 머릿속은 지금 온통 하도원을 설득하는 일뿐이었다.

하도원은 뼛속까지 비즈니스맨이라 감정을 호소해서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그 사람의 성격에 맞게 최대한 그가 만족할 만한 조건을 내걸어야 한다.

‘그래, 포기하지 마. 엄마 소원이잖아. 끝까지 해보자!’

임서율은 시간을 한번 확인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회사로 향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강수진이 동료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수진 씨, 목걸이 너무 예쁘다. 그거 어젯밤 경매에 나왔던 거 맞죠? 엄청 비싸다고 들었는데?”

강수진은 사람들 중심에 서서 행복한 웃음을 흘렸다. 어제 행사장에서 하도원에게 무시당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그녀는 목걸이를 매만지며 자랑하듯 말했다.

“네, 맞아요. 남자친구가 낙찰받아 줬어요. 남들 앞에서 꿀리면 안 된다고.”

“부럽다. 저도 그런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요.”

강수진은 부끄러운 듯 볼을 핑크색으로 물들였다.

“남자친구가 저 나중에 임신하게 되면 그때는 더 큰 선물을 해주겠대요.”

뒤에서 대화를 전부 듣고 있던 임서율은 냉랭한 얼굴로 강수진 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때 누군가가 임서율을 발견했고 활기차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임 팀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임서율은 표정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으며 똑같이 인사했다.

“네, 좋은 아침이에요.”

“팀장님, 수진 씨 목걸이 좀 보세요. 너무 예쁘지 않아요?”

동료 한 명이 강수진의 목걸이를 가리키며 임서율에게 말했다.

강수진이 한 목걸이는 다름 아닌 차주헌이 낙찰받아오겠다고 했던 ‘영원의 심장’이었다.

누가 바람도 부지런해야 가능하다고 했는데 정말 그 말이 딱 맞았다. 아내와 애인 사이에서 남편과 남자친구 역할을 해야 하는 것도 모자라 회사 경영까지, 차주헌의 부지런함과 마르지 않는 에너지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예쁘네요. 그런데 어제 낙찰받은 거면 남자친구분도 경매장에 있었다는 소리인데 왜 못 봤지? 기회 되면 저희한테도 얼굴 보여주세요.”

강수진은 임서율의 말에 예쁜 눈웃음을 지으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럴게요. 기회 되면 꼭 팀장님한테 보여줄게요.”

임서율은 강수진의 목걸이 쪽으로 시선을 내리더니 손을 뻗어 아주 살짝 스치듯 만지며 다시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남자친구분이 돈이 많은가 봐요? 업계 사람 중에 이 정도 가격의 물품을 부담 없이 낙찰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얘기를 들어봤을 것 같은데 성이라도 얘기해 줄래요? 혹시 우리도 아는 사람일 지도 모르잖아요.”

동료들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업계 사람이면 우리 팀장님이 모를 리가 없어요.”

“수진 씨, 얼른 말해줘요.”

강수진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생글생글 웃다가 남자친구 성을 알려달라는 얘기에 천천히 웃음을 지웠다.

임서율은 그런 그녀의 표정 변화를 빤히 바라보며 끝까지 캐물었다.

“왜요. 혹시 말하기 곤란해요? 아니면... 다른 사정이 있는 건가?”

그녀의 말은 상상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고 아니나 다를까 직원들은 자기들끼리 눈빛을 주고받으며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아침부터 즐거워 보이네요. 다들 일은 안 하십니까?”

그때 등 뒤에서 차주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강수진과 임서율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은 고개 숙여 인사하더니 빠르게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차주헌은 아직도 술이 안 깬 건지 평소와 달리 조금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마저도 어딘가 나른해 보여 시선이 갔다.

그는 임서율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휴대폰을 그녀의 앞에서 흔들어댔다.

“전화는 왜 받았어?”

“무음으로 해놔서 몰랐어.”

임서율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강수진 쪽을 힐끔 바라보며 물었다.

“방금 직원들과 함께 수진 씨 목걸이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어. 남자친구분이 주신 거래. 우리랑 같은 업계 사람인데 혹시 너는 누군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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