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제목: 검은 두건의 밤 작가: 레오 재혼 가정의 샹텔은 엄마를 잃고 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새아내에게 휘둘리는 아버지에게 외면당하고 이부동생 메간에게 밀려난 그녀는 침묵 속에 살아왔다. 할머니가 위독해지자, 돈이 절실했던 샹텔은 충격적인 제안을 받아들인다. 100일 동안 가면 쓴 정체불명의 부유한 남자와 밤을 보내고 100만 유로를 받는 조건이었다. 남자는 침묵했고, 그녀에겐 익명의 돈과 향수 냄새만 남았다. 어느 날 가족 식사 자리에서 샹텔은 메간의 약혼자를 마주한다. 자신이 일하는 대기업의 차가운 CEO, 콜런 윌커슨이었다. 그 순간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는다. 그의 향수 냄새는 가면 쓴 남자의 그것과 같았다. 열두 번의 밤이 지났고, 아직 여든여덟 번이 남아 있었다.
Voir plus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은 은은하게 번지는 빛에 잠겨 있었다. 마치 방의 모든 구석이 어떤 것도 또렷하게 드러내지 않도록 치밀하게 설계된 것처럼. 모든 것은 부드럽게 눌려 있었고, 고요했다. 숨 막히도록 절제된 사치. 두꺼운 커튼은 바깥세계를 완전히 차단한 채 드리워져 있었고, 도시 위에 떠 있는 이 고립된 공간 속에서 샹텔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두 손목을 배 위에 포개고, 눈 위에는 검은 실크 안대를 한 채.
얼마나 기다렸는지도 이제는 알 수 없었다. 오 분이었을까. 아니면 삼십 분이었을까.
열두 번째 밤이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기까지는 아직 여든여덟 밤이 남아 있었다.
그녀가 자유로워지기까지.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그가 들어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존재는 즉시 느껴졌다.건조하고 우디한 향. 절제되었지만 집요하게 남는 향기.
그의 냄새. 수천 명 사이에서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냄새. 목 안쪽과 허리, 맥박 깊숙이 각인되는 그 향.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래부터 말이 없었다.매트리스가 옆에서 가라앉았다. 공기의 결이 변했다. 마치 방 안의 모든 분자가 그 보이지 않는 남자의 침묵 어린 권위 앞에 고개를 숙이는 듯했다. 그의 체온이 천천히, 통제된 속도로 다가왔다. 그녀는 그 열기를 즉시 알아보았다.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기다리게 되는 그 온기.
그는 한 번도 준비되었는지 묻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계약은 명확했다. 그녀는 그 조항 하나하나를 모두 알고 있었다.그의 손가락이 천천히 그녀의 허리를 스쳤다. 불안할 만큼 정확한 움직임. 닿는 자리마다 전율이 번져 나갔다. 통제할 수 없는 신경의 파동처럼 피부 아래로 퍼졌다. 그는 계산된 느림으로 골반의 곡선을 따라 내려갔다. 모든 선을 탐색하듯.
보이지는 않았지만, 모든 것이 느껴졌다.
맨살 허벅지에 스치는 바지 천의 미묘한 마찰. 그녀의 부드러운 곡선과 대비되는, 약간 거칠고 건조한 손끝의 질감.손바닥의 압력이 서서히 강해졌다. 아랫배로 내려오다, 가장 은밀한 지점 직전에서 멈췄다. 마치 그녀를 열병 같은 기다림 속에 가두려는 것처럼. 거의 고통에 가까운 긴장.
그녀는 그를 만질 수 없었다. 그것이 규칙이었다.
하지만 손가락은 저절로 경련하듯 수축했다. 시트를 움켜쥐었다. 그의 모든 움직임을 되돌려주고 싶었다. 숨을 붙잡고, 그를 자신 안에 깊이 고정시키고 싶었다.허락되지 않았다.
그의 몸이 더 가까워졌다. 가슴이 그녀의 가슴을 스치듯 지나가고, 입술이 천천히, 집요하게 아래로 내려왔다. 허벅지 안쪽에 닿는 순간, 그녀는 거칠고 숨 막힌 신음을 삼켰다. 억지로 꾸며낼 수 없는 소리였다. 골반이 저절로 들썩였다.
그는 멈췄다.
속도를 정하는 사람은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려는 듯.
그녀는 정복될 영역일 뿐이라는 듯.그는 그녀를 즐겁게 하려 하지 않았다.
해부하듯 탐색했다. 지배했다.그리고 오늘 밤… 그는 부드럽지도, 난폭하지도 않았다.
대신 정확했다. 잔혹할 만큼 느렸다. 야생 짐승처럼 집요한 인내로.그의 손가락이 벌어진 허벅지 사이로 스며들었다.
그녀의 골반이 저도 모르게 들렸다. 갈망하듯. 부르듯. 아직 닿지 않은 것을 요구하듯.
입술이 천천히, 죄를 짓는 것처럼 느린 속도로 위로 올라왔다. 그녀의 입술 바로 앞에서 멈췄다. 닿지 않은 채, 숨결만 가까이에서 얽히며.
그리고 마침내, 그는 그녀 안으로 들어왔다.
단번에가 아니었다. 비명도 없이. 사납도록 느린 속도로.“아… 아… 오, 세상에… 응…”
그녀는 등을 활처럼 휘었다. 입술이 벌어진 채, 숨이 부서졌다. 손가락이 시트를 파고들었다. 올라오는 불길을 막을 수 없었다. 목을 조이는 듯한, 뜨겁고 묵직한 파동. 모든 것을 비워내는 감각. 그를 제외한 모든 것.
그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느끼게 할 만큼만. 더 원하게 만들 만큼만.말을 하고 싶었지만, 단어는 목구멍에서 막혔다. 이곳에는 말이 설 자리가 없었다. 오직 숨결과 전율, 밀려오는 파동뿐.
계산된 움직임이 한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었다.
“음… 아… 더… 멈추지 마…”
그녀는 중심을 잃었다.
이제 그녀는 오직 몸이었다. 열린 살결. 부서진 호흡. 억눌린 절정.눈을 가린 어둠 속에서, 축축하게 감도는 암흑 속에서, 그녀는 모든 것을 잊었다. 이름도. 과거도. 계약도. 숫자도.
남은 것은 그뿐이었다.
그, 정체 모를 남자.
결코 얼굴을 보지 못할 사람. 목소리조차 모르는 사람. 하지만 매번,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더 깊이 새기는 사람.모든 것이 끝났을 때, 그녀는 그대로 누워 있었다.
헐떡이며. 벌거벗은 채. 떨리며. 완전히 소진된 상태로.아직도 경련의 여운이 남은 배.
그의 부재로 욱신거리는 감각. 열린 채로 놓인 두 다리.하루가 더디게 흘러갔다. 오후의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병원 바닥 타일 위에 직사각형의 빛무리를 만들어냈다.대기실에서 샹텔은 꼬박 밤을 지새운 탓에 근육 하나하나가 마비될 것 같은 압도적인 피로감을 느꼈다. 그녀는 차가운 벽에 몸을 무겁게 기댔고, 눈꺼풀은 점점 더 버티기 힘들어졌다. 짧은 순간마다 졸음이 쏟아졌고, 작은 발소리나 기계 비프음만 들려도 화들짝 놀라며 깨어났다.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내 콜린의 번호를 눌렀다. 통화 중이었다. 다시 시도했다. 여전히 통화 중이었다. 회의 중이거나 나단과 통화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녀는 기기를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로빈이 딸에게 다가와 뻣뻣하게 굳은 어깨에 다정하게 손을 얹었다.— 샹텔, 얘야, 집에 가서 좀 쉬렴. 이제 한계인 것 같구나.— 아빠 말이 맞아요. 어차피 콜린도 바쁜지 연락이 안 되네요. 이 참에 할머니를 뵈러 가야겠어요. 돌아온 뒤로 얼굴도 제대로 못 뵀거든요.— 아주 좋은 생각이다, 헬렌이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네가 가면 정말 좋아하실 거야. 하지만 가기 전에 잠깐이라도 꼭 눈을 붙이렴.— 약속할게요. 택시를 타고 할머니를 뵙고 나서, 집에 가서 쉴게요.— 로빈과 나는 여기서 자리를 지키고 있을게, 헬렌이 덧붙였다. 상태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으면 바로 네 휴대폰으로 연락하마, 약속한다.샹텔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힘겹게 일어섰다.— 알겠어요. 하지만 꼭 약속하세요, 아주 작은 일이라도 생기면 바로 전화 주셔야 해요, 아셨죠?— 약속하마, 우리 딸. 이제 가서 좀 쉬렴. 스테판에게도 네 기운이 절실할 테니까.---샹텔은 엄청난 피로로 몸이 무거워진 채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병원의 자동문을 나섰다. 밖은 여전히 오후의 햇살이 비치고 있었지만, 공기는 서늘했다.인도는 이 시간대에 한산했다. 그녀는 도로변으로 걸어가 힘없이 손을 들어 택시를 잡으려 했다.그때 주머니 속에서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꺼내어 보니 화면에 콜린의 이름이 떠 있었다. 드디어 전화를 건 것이었다.— 콜
경찰들이 황급히 떠난 후, 콜렌은 샹텔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그녀의 손을 잡으며 무거운 침묵을 깨뜨렸다.— 급하게 그룹 본사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 마크가 오늘 아침 서류들을 가져왔는데, 직접 가서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겼거든.— 내가 가서 도와줄까? 샹텔이 그의 눈을 깊이 응시하며 물었다.— 아니, 여기 있어, 내 천사. 스테판에게는 네가 필요해. 클라리스도 마찬가지고. 지금 당장 급한 일만 처리하고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 그러고 나서 병원으로 데리러 갈 테니 함께 할머니를 뵈러 가자. 할머니께서도 널 무척 기다리고 계실 거야.샹텔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말이 맞아. 돌아온 뒤로 아직 한 번도 찾아뵙지 못했어. 하지만 그룹 일이 너무 바쁘면 걱정하지 마. 나 혼자 다녀올게. 거기서 만나면 되니까.— 아니, 당신과 같이 가고 싶어. 데리러 갈게, 약속할게.— 알았어. 너무 늦지 마.— 약속할게, 내 천사.그는 그녀의 이마에 애정 어린 입맞춤을 남기고, 로빈과 엘렌에게 가볍게 고갯짓으로 인사를 건넨 뒤 서두르는 걸음으로 복도를 떠났다.오랫동안 구석에서 조용히 숨죽이고 있던 에드몽은 재킷 매무새를 다듬으며 무겁게 몸을 일으켰다. 그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 창백한 얼굴로 가방을 꽉 쥔 채 꼼짝도 하지 않는 엘레오노르를 향해 돌아섰다.— 자, 자기야, 이제 집에 가자고. 이 모든 멜로드라마에 나도 지칠 대로 지쳤어. 당신도 보기 안쓰러울 정도야.엘레오노르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를 따라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그녀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알겠어요, 그녀가 고통스럽게 몸을 일으키며 나직이 대답했다.그녀는 로빈과 엘렌에게 다가가 작별 인사를 건넸다.— 내일 아침에 다시 올게요.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꼭 알려주세요.— 약속하지. 엘레오노르, 좀 쉬어요. 당신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니까.엘레오노르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드몽은 과도할 정도로 연극적인 친절함을 보이며 그녀
병원 밖 복도 한가운데, 작은 무리가 모여 있었다. 클라리스의 격렬한 발작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이들은 여전히 깊은 충격에 빠져 있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불안감이 가득했고, 얼굴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당혹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왜 그렇게까지 격렬하게 공포에 질려 반응했던 거지? 콜린이 신경질적으로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물었다.— 아직은 알 수 없어. 엘렌이 그를 진정시키려 뻗은 그의 팔 위에 부드럽고 다정한 손길을 얹으며 답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무사해, 그게 가장 중요한 거야. 안정을 되찾으면 모든 이야기를 직접 들려줄 거야. 지금은 정숙이 필요해. 우리 모두 그 점을 존중해줘야 해.— 당신 말이 맞아, 엘렌. 미안해, 그냥...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우리도 마찬가지란다, 얘야. 우리 모두가 그렇지.엘레오노르는 안색이 창백해진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엘렌을 따라 큰 대기실의 긴 의자 쪽으로 향했다. 다른 이들도 잇따라 침묵 속에 뒤를 따랐다. 그들의 마음은 새롭고 절박한 의문들로 무겁게 짓눌려 있었다.— 그녀의 가족은 어떻게 됐지? 콜린이 갑자기 로빈을 향해 몸을 돌리며 물었다. 그녀의 상태에 대해 가족들에게 통보했나? 그녀의 부모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 있어?로빈은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여기 있는 아무도 그녀의 가족에 대해 모릅니다. 회사에 제출한 서류에도 비상 연락처는 하나도 기재되어 있지 않았어요. 마치 세상에 홀로 남겨진 사람처럼 말이죠.— 말도 안 돼. 콜린이 나직이 읊조렸다. 샹텔, 그녀가 마침내 진정되면 조심스럽게 물어봐 줄 수 있겠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부모님들이 반드시 알아야 해.— 걱정 마세요, 자기야. 샹텔이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의사가 허락하는 대로 바로 가서 이야기해 볼게요. 지금 그녀가 얼마나 막막함을 느낄지 짐작조차 안 가요.그들은 모두 대기실로 들어가 간신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나단의
얼마 후, 샹텔은 스테판의 병실 문을 조용히 닫았다. 그녀는 길을 잃은 눈물 한 방울을 닦아내고는 대기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바로 그때,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복도를 서둘러 걸어와 일행 앞에 멈춰 섰다.— 세가라 씨? 그 젊은 여성분이 방금 깨어났습니다. 의사가 차분한 목소리로 알렸다.로빈은 벌떡 일어섰고, 그 바람에 금속 의자가 넘어질 뻔했다. 엘렌도 즉시 그의 곁에서 몸을 일으켰고, 그녀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서려 긴장감이 감돌았다.— 괜찮은가요? 정말 우리와 대화할 수 있는 상태인가요? 로빈이 걱정으로 목이 멘 채 물었다.— 네, 의식은 완전히 돌아왔습니다. 의사가 차트를 확인하며 답했다. 몸은 쇠약하지만, 활력 징후는 안정적입니다.샹텔은 눈살을 찌푸리며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아버지 쪽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가슴 위로 팔짱을 낀 채, 갑작스러운 소식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빠, 이분이 누구예요? 누구에 대해 말씀하시는 거죠? 그녀가 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완전히 당황하며 물었다.— 클라리스야. 로빈이 대답했다.— 클라리스요? 클라리스가 누구죠? 샹텔이 엘렌과 콜렌을 빠르게 번갈아 쳐다보며 재차 물었다.— 사고 당시 스테판과 함께 차에 타고 있던 여자란다. 로빈이 침착하게 설명했다.콜렌은 벽에 기대고 있던 몸을 갑자기 떼어냈다.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세운 그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일행에게 다가갔다.— 여자라고요?— 네, 우리 그룹의 인턴이에요. 엘렌이 신경질적으로 조끼를 매만지며 끼어들었다. 최근 그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일하고 있었죠.— 나단이 말하길, 최근 둘이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함께 관리하고 있었다더구나. 로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콜렌은 정장 재킷의 옷깃을 꽉 움켜쥐었다. 경영자로서의 본능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아,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당장 가서 확인해 보죠. 콜렌이 반박의 여지가 없는 어조로 결단을 내렸다.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일어섰고, 서두르는 발걸음이 의료 갤러리의 매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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