แชร์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ผู้แต่ง: 서한월

제1화

ผู้เขียน: 서한월
W시, 1월 15일.

깊은 겨울밤, 굵은 눈송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거리에 벌써 소복이 쌓인 흰 눈은 오가는 차량과 사람들의 발에 밟혀 진창처럼 더럽게 변해가고 있었다.

도로 한편에는 남색 아우디가 조용히 서 있었다.

소유하는 눈처럼 새하얀 롱패딩 차림으로 꽃집에서 산 장미꽃다발을 안고 차 쪽으로 걸어가면서 남편 오승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은 유하와 승현의 결혼 8주년 기념일이다.

유하는 일을 서둘러 끝내고, 남편과 단둘이 식탁에 앉아 촛불을 켜고 조용히 저녁을 먹고 싶었다.

함께 버텨낸 7년을 기념하고, 여덟 번째 해를 함께 시작하고 싶었다.

첫 번째 통화 시도는 실패.

두 번째, 세 번째 통화도 역시 승현은 받지 않았다.

한참 동안 기다린 뒤에야,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유하의 얼굴에서 천천히 미소가 사라졌다. 그래도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오늘 우리... 밖에서 저녁 먹기로 했잖아요. 장소는...”

[업무 중이야. 바빠.]

더 말할 틈도 없이,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어졌다.

유하는 핸드폰을 꼭 쥔 채, 하얀 입김을 뿜으며 가만히 서 있었다.

세찬 눈바람에 한기가 스미자 옷깃을 여미고 몸을 한 번 떨었다.

장미의 붉은 꽃봉오리가 눈 속에서 유독 쓸쓸해 보였다.

‘이 사람... 오늘이 무슨 날인지 기억이나 할까?’

‘우리 분명히 약속했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매번, 아무렇지 않게 미루고, 무시하고...’

‘저녁 한 끼 같이 먹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

유하의 눈에는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저 갑작스럽게 깊은 피로감이 밀려왔다.

그녀는 눈을 가만히 감았다가 다시 떴다.

떨리는 손끝으로 다시 연락처를 눌렀다.

이번엔 아들 오준서의 번호였다.

남편과 오랜만에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시어머니께 부탁해 준서를 본가로 보냈지만.

로맨틱한 저녁 식사 자리가 무산된 이상, 아이를 데리러 가야 했다.

...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레스토랑 한편.

고급스러운 분위기 속에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자 한 명과 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마주 앉아 있었다.

아이는 새로 받은 게임기를 품에 안고 정신없이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테이블 위 핸드폰 화면이 반짝이며 ‘엄마’라는 이름이 떴지만, 준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 옆에 앉아 있던 하연우가 슬쩍 고개를 기울였다.

화사한 복숭앗빛 눈매가 부드럽게 휘더니, 손끝으로 전화를 받아 조용히 무음으로 전환한 뒤, 핸드폰 화면이 보이지 않게 식탁에 엎어놓았다.

그녀는 아이를 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준서야, 이모가 사준 게임기 마음에 들어?”

그 시각, 전화가 연결된 유하는 낯선 여자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숨이 멎는 듯한 충격에 잠시 말을 잃었다.

그다음으로 밀려온 것은 등골을 타고 흐르는 싸늘한 냉기였다.

하연우였다.

승현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첫사랑이었던 여자.

‘하연우... 분명 박사 과정을 위해 해외에 있을 텐데...’

‘어떻게, 왜 지금, 준서와 함께 있는 거지?’

‘설마... 돌아왔어? 그리고... 왜 하필 준서랑 같이 있는 건데?’

...

레스토랑 안.

게임기에서 겨우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든 준서는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연우 이모가 최고예요. 고마워요, 이모!”

연우는 붉은 입술을 부드럽게 올리며 물었다.

“이상하네? 집에서도 게임기 안 사줘?”

‘MB그룹 같은 대기업의 후계자라면, 이런 게임기 정도는 몇십 개도 살 수 있을 텐데...’

‘게임기를 넘어, 게임 회사를 통째로 사는 것도 가능할 텐데...’

준서는 뺨을 부풀리며 뾰로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에요. 아빠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다 괜찮다고 했는데... 맨날 엄마가 뭐든 다 간섭하고, 어쩌고저쩌고 잔소리만 해요.”

“게임도 정해진 시간 지나면 꼭 뺏어가요. 진짜 짜증 나요. 게임을 하게 해 주는 연우 이모가 엄마보다 훨씬 좋아요.”

연우는 살짝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말투는 여전히 따뜻했다.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엄마는 네 눈 나빠질까 봐 걱정돼서 그러는 거잖아. 엄마가 들으면 속상하실 거야.”

“에이, 엄마는 속 안상해요.”

준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다시 게임에 몰입하며 무심히 중얼거렸다.

“우리 엄마는 성격 되게 좋아요. 난 한 번도 엄마가 화내는 거 본 적 없어요.”

연우는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테이블 위 음식으로 옮겼다.

잠시 고민하듯 쳐다보다가, 젓가락을 들어 매콤한 깐풍기를 하나 집어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는 준서 입에 살짝 넣어주었다.

“이모가 기억하기론... 준서 엄마가 매운 요리 잘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모도 매운 거 진짜 좋아하거든.”

준서는 눈을 반짝이며 입안의 고기를 오물오물 씹었다. 입가에 해사한 미소가 번졌다.

“맞아요! 우리 엄마 매운 요리 진짜 잘해요. 밖에서 파는 거보다 훨씬 맛있어요. 아빠도 나도 엄청나게 좋아해요. 연우 이모도 좋아하면, 나중에 우리 집 놀러 오면 엄마가 해줄 거예요!”

연우는 눈가에 웃음을 머금고, 일부러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머, 정말 그래도 돼?”

준서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나도 아빠도 연우 이모 좋아하니까, 당연히 우리 집에 와도 돼요.”

“그럼... 준서는 연우 이모를 정말 정말 좋아하는 거네?”

연우는 장난기 어린 손끝으로 준서의 말랑한 뺨을 콕 찔렀다.

준서는 그 손가락에 살짝 얼굴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엄마도 연우 이모처럼만 해주면 좋을 텐데... 엄마는 맨날 간섭하고, 잔소리하니까 너무 피곤해요...”

‘이런 말을, 꼭 이렇게까지 직접 말하다니...’

연우는 속으로 조용히 웃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한 점 흐트러지지 않은 표정으로, 입술 끝에 여유로운 미소만 걸려 있었다.

...

몰아치는 찬바람 속, 흩날리는 눈송이가 세상을 집어삼키듯 퍼지고 있었다.

유하는 산 위의 소나무처럼 굵은 눈발 속에 홀로 서 있었다.

눈은 그녀의 눈썹 위와 머리카락 위에 하얗게 쌓이기 시작했다. 핸드폰 너머 들려오는 아들의 목소리에 유하의 눈가는 서서히 붉어지기 시작했다.

‘매운 음식이 맛있다니... 그 말이 왜 이렇게 뼈에 사무치게 박히는 걸까?’

남편과 아들이 매운 걸 좋아해서 유하는 짬짬이 시간을 내어 유명 셰프에게 요리를 배웠다.

그녀는 주말이면 꼭 정성껏 식탁을 차렸고, 요리 솜씨는 누구와도 견줄 만하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지금 준서의 한마디에, 가슴 한가운데가 쿡쿡 쑤셨다.

‘내가 그렇게 애지중지 기른 아들이 단 한마디 말로 날 귀찮은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네.’

‘7년을 품에서 키웠는데... 돌아온 말이 ‘엄마는 잔소리 심해서 싫어, 연우 이모가 더 좋다’... 정말,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유하는 전화기를 끊고 싶은 충동이 올라왔다.

하지만 손가락이 조심스레 통화 종료 버튼 위를 스치려던 그때, 낯설고도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미안, 방금 좀 일이 있어서...]

순간, 차갑게 굳어 있던 여자의 손끝이 반사적으로 움찔거렸다.

이 남자 목소리의 주인공은... 승현이었다.

유하는 심장이 조여드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그리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터져 나오는 웃음을 내뱉고 말았다.

‘이게 당신이 말한 ‘바쁜 일’이야?’

‘결혼 7주년 되는 날, 아내는 눈 속에 서 있는데...’

‘당신은 첫사랑과 밥을 먹고 있었구나.’

‘게다가... 내 아들까지 함께.’

전화는 어느새 뚝 끊겨 있었다.

남겨진 건, 하얗게 내려앉은 침묵과 눈발뿐.

유하는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 허탈한 웃음을 웃었다.

그 웃음 끝에, 붉게 충혈된 눈가엔 눈물방울이 맺혔다.

그러고는 품에 안고 있던 커다란 장미꽃다발을 차디찬 눈밭 위로 거칠게 내던졌다.

툭-

꽃은 바닥에 부딪히며 터졌고, 유하는 발로 꽃다발을 힘주어 밟았다.

장밋빛 꽃잎이 짓이겨져 눈 위에 흩어졌다. 하얀 세상 속, 붉은 파편들은 마치 터진 핏방울처럼 선명하고 잔인하게 번졌다.

유하는 느리게 차에 올라탔다.

차 안의 히터가 꽁꽁 얼었던 몸을 서서히 녹여주었지만, 얼어붙은 마음까지는 데우지 못했다.

‘사랑했던 날들, 믿었던 순간들...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지?’

창밖엔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유하는 알고 있었다.

승현이 자신과 결혼한 이유가 사랑이 아니라는 걸.

그날 밤의 혼란, 그리고 예기치 않은 임신, 시어머니의 강한 압박.

결혼은 결국 책임과 체면을 위한 선택일 뿐이었다.

승현은 유하를 사랑하지 않았다.

어쩌면 미워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믿었다. 자신과 연우 사이, 아름다웠던 인연을 유하가 끊어버렸다고.

그리고 유하는 비열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워했고, 피했고, 차갑게 거리를 두었다.

‘그땐... 정말 몰랐어. 그 사람이 내게 이렇게 차가울 줄은...’

그때의 유하는, 너무도 어렸다.

달빛처럼 찬란한 사람을 보고 마음을 빼앗겼고, 그 눈부심에 취해 그저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었던 마음이 전부였다.

조금만 더 다가가면 닿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 사람한테 잘하면... 조용히, 얌전히 곁을 지키면...’

‘언젠가는 나에게 마음을 줄 거라고 믿었어. 내가 잘하면 괜찮을 거라고.’

그렇게 믿으며 달려온 시간.

하지만 유하의 손에 받아 든 건... 복수처럼 차가운 침묵뿐이었다.

7년간의 결혼 생활은.

말 대신 건네진 건, 복수처럼 쌓여가는 냉담한 침묵과 외면.

그 차가움은 아들에게도 전염되어, 준서 역시 점점 유하를 밀어냈다.

준서는 엄마를 싫어했고, 거부했다.

이 집에서의 유하는... 그저 투명 인간 같은 ‘도구’에 불과했다.

아무도 유하의 존재를 신경 쓰지 않았고, 누구도 유하를 ‘가족’으로 보지 않았다.

존재감 없는 아내,

감정 없는 엄마,

불필요한 존재.

이제야 유하는 깨달았다. 승현의 마음은... 아무리 데워도 녹지 않는 얼음이라는 걸.

이제... 끝내야 할 때다.

...

차량 전조등의 따스한 노란빛이 유하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었다.

곧게 뻗은 콧대와 작고 단정한 입매, 그리고 차가운 공기에 살짝 언 벚꽃 빛 코끝이 돋보였다.

유하는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이며, 고리대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변호사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시간을 잡아서 이혼 상담과 재산 정리에 대한 논의를 위해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 결단을 내린 이 순간, 유하의 손끝은... 누구보다 단단했다.
อ่านหนังสือเล่มนี้ต่อได้ฟรี
สแกนรหัสเพื่อดาวน์โหลดแอป

บทล่าสุด

  •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제232화

    [와, 대박 터졌다!][하지철이랑 아내, 그 두 사람은 명문가 대표 잉꼬부부 아니었어?][윗분 아직도 인생에서 뭘 모르는 듯...][명문가에서 진짜 잉꼬부부 찾는 게 더 힘들지, 아직도 그런 거 믿는 사람이 있다니 순진하다.][솔직히 뭐든 상품화되는 세상인데, 부부애 마케팅도 하나의 전략이지.][근데 솔직히 하 회장 탓만 할 수 있나? 사모님이 그 세월 동안 겨우 딸 하나 낳았잖아. 아들을 못 낳으니 밖에서 아들 낳아줄 사람 찾는 게 당연한 수순 아닌가?][와, 바로 쌍팔년도 사고방식 나왔다 ㅋㅋ][근데 그 혼외 자식도 딸이래. 웃기지 않아?][20년 넘게 숨겨놓은 게 더 놀랍다. 대체 어떻게 감춘 거야?][나만 그런가? 혹시 사생아가 한둘이 아닐 수도 있지 않냐?][그건 아무도 모름...]폭로가 터진 직후, SNS 실시간 검색어는 순식간에 도배됐다.수많은 사람이 추측과 조롱을 늘어놓으며 불구경하듯 달려들었다.HK그룹의 주가는 급락했고, 하씨 저택은 들끓는 소문으로 폭풍전야 상태였다....짝!류정인의 손바닥이 하지철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눈가는 벌겋게 부어 있었고, 그동안 유지하던 고상한 기품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하지철! 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여보, 인터넷에 떠도는 그 말 믿어? 다 꾸며낸 거야. 누가 일부러 우리를 흔들려고...”하지철은 다급히 다가와 아내를 끌어안으려 했지만, 류정인은 거칠게 밀쳐냈다.류정인은 손에 쥔 핸드폰을 남편의 눈앞으로 들이밀었다.“출생증명서랑 사진까지 다 있는데, 뭘 더 속이겠다는 거야! 내가 바보로 보여? 그때 출장 간다고 했던 게 결국 그 여자 만나러 간 거였지?”“나는 이 집안을 위해 진심을 다했어. 내 친정도 당신 뒷배 돼줬고! 그런데 당신이 날 이렇게 짓밟아?”목소리는 날카롭게 갈라졌고, 마지막엔 울음 섞인 절규로 변해갔다.류정인의 눈에서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어떻게...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그녀는 마치 숨이 막히는 듯 비

  •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제231화

    지난번 그린힐에서의 참혹했던 일 이후, 유하는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무엇보다 준서가 그 기억으로 씻기 힘든 상처를 입은 건 아닐까 두려웠다.그래서 잠시라도 아이가 잘 지내는지 확인하고 싶어 찾아왔는데, 방금 본 모습으로는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다행이야. 정말... 다행이다.’유하는 마지막으로 준서를 바라보고, 천천히 눈꺼풀을 내리듯 한 번 깜박였다.그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교실 안.준서는 연우의 손을 잡고 뛰놀다가, 무심코 시선을 옮겼다.그 순간, 교실 뒷편 창가에 머무른 눈동자가 멈칫 굳었다.심장이 불시에 두근거리며 요동쳤다.준서는 반사적으로 손을 놓고 교실 뒤편 문을 향해 달려 나갔다.텅 빈 복도.작은 발걸음이 허공을 치듯 몇 번 부딪히다 멈추었다.아이의 시선은 허공에 매달린 듯 흔들리고, 무언가를 찾듯 사방을 두리번거렸다.준서의 입술이 저절로 열리며 소리가 흘러나왔다.“엄마...”뒤따라 나온 연우가 준서가 계단 쪽으로 향하려는 걸 붙잡았다.곧 품 안으로 아이를 안아 올리며 다급히 속삭였다.“준서야, 왜 그래?”준서의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엄마 본 것 같아요.”연우는 순간 굳어졌다.급히 시선을 들어 주위를 훑었지만, 적막한 복도에는 자신과 준서밖에 없었다.“착각했을 거야. 기억하지? 엄마는 여기 올 수 없잖아.”말이 끝나자마자, 준서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목이 메 소리가 끊겼다.결국 연우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 작은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엄마... 보고 싶어.’준서는 며칠째 본가에서 편히 잠들지 못했다.그리고 계속 같은 악몽을 꾸었다.피로 얼룩진 침대 위에 앉아, 엄마가 자신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엄마는 슬퍼했고, 준서도 함께 슬펐다.그래서 준서는 물었다.“엄마 어디 갔어?”할아버지는 대답했다.“엄마는 일이 있어 멀리 갔다.”하지만 준서는 알고 있었다.‘거짓말이야... 난 그래도... 엄마가 보고 싶어

  •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제230화

    유하는 재윤의 주변을 따라다니며 조심스레 이끌어 다시 침대에 눕히고 나니, 어느새 새벽 3시가 가까워졌다.어제와 비슷한 시간이었다.유하는 시간을 메모해 두고, 잠깐 눈을 붙였다....다음 날.조금 불안한 마음에 1층으로 내려갔지만, 다행히 청산은 평소처럼 밝게 인사를 건넸다.얼굴에 별다른 기색이 없었다.그제야 유하는 긴장을 조금 내려놓았다.아침 식탁에서 청산은 다시 지분 증여 이야기를 꺼냈다.하지만 이번에는 말투가 한결 유연했다.“언제든 네 마음이 정리되면, 그때 와서 사인하면 돼.”유하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두어 번 헛웃음을 흘렸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어떤 건 받을 수 있지만, 어떤 건 절대 받으면 안 돼. 선은 늘 분명히 그어야지.’...오전 내내 유하는 디자인 시안에 매달렸다. 옆에서는 재윤이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닫힌 문이 아이를 세상에서 고립시켰지만, 동시에 다른 문을 열어주기도 했다.그림 앞에서는 재윤이 놀라울 만큼 몰입했고, 그 안에서 작은 재능이 빛나고 있었다.다만, 재윤이 그려내는 그림은 언제나 쉽게 말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설명할 수 없는 그림은 어디까지나 추상에 가까웠다.하지만 유하는 끝까지 격려했다.인정을 받으면 재윤은 늘 잠시나마 밝아졌다.‘아직 어린아이잖아. 뭐든 천천히, 조금씩 나아가면 돼.’유하가 며칠 전에 심리학을 전공한 친구와 통화한 대화가 떠올랐다.재윤의 상황은 복잡했다.어릴 적 부모가 희생당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고, 이후 따뜻한 보살핌과 올바른 지도가 전혀 없었다.그 결과 자폐 성향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그래도 다행히 지금은 믿고 의지할 사람이 곁에 있었다.그렇다면 변화를 만들어낼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었다.유하는 잠시 아이와 놀아주었다.이어서 점심을 먹은 뒤, 오후에는 차동석이 동행해 함께 한빛초등학교로 향했다.현재 재윤의 상태로는 당장 학교에 다니는 건 무리였다.재윤의 휴학 절차를 밟기 위해서였다....유하가 학교에 도착했을 때, 정문 앞은 이미

  •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제229화

    25%라니, 말도 안 되는 수치였다.게다가 그때 ‘CN 대형 언어 모델’은 겨우 초창기 단계였다.지금 이 정도로 성장하기까지, 유하는 이후 과정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만약 그녀는 이걸 받아들이기라도 한다면, 당연히 팀의 핵심 멤버들이 반발할 게 뻔했고, 청산 입장에서도 곤란해질 것이다.청산은 마치 유하의 마음을 읽은 듯 설명을 덧붙였다.“내 지분에서 떼어주는 거라 신경 쓸 필요 없어.”‘그러니까 더더욱 받을 수 없는 거야.’유하는 무심코 이마를 눌렀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리고 한참 단어를 고른 끝에 입을 열었다.“선배, 마음은 고마워요. 하지만 그걸 받을 수는 없어요. 선배는 이미 저한테 너무 큰 도움을 줬어요.”“안전하게 살 집도 마련해주셨고, 해외로 나갈 길도 열어주셨고... 그 과정에서 오승현까지 자극했잖아요.”“난 이미 너무 죄송하고, 감사하기도 모자란데... 어떻게 이걸 감히 받겠어요.”말을 끝내자마자 유하는 급히 몸을 일으켰다.“재윤이 자고 있어서, 오래 비울 수 없어요. 먼저 들어가 볼게요.”...서재에는 청산 혼자만 남았다.남자의 얼굴에서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 시선은 탁자 위 흩어진 서류에 멈췄다가, 이내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또 한 번, 거절했네.”청산은 책상 서랍을 열어 작은 가죽 수첩을 꺼냈다. 조심스럽게 펼친 그 안은 대부분이 하얀 공백이었다.다만 맨 앞 두 장에만 붉은 펜으로 숫자 1, 2가 적혀 있었다.그는 세 번째 장을 넘기더니, 같은 붉은 펜으로 숫자 3을 써 내려갔다.펜을 내려놓은 뒤 안경을 벗어 옆에 두고,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손가락으로 미간을 짚었다.“세 번째구나.”낮은 한숨이 서재 안을 가만히 울렸다....유하는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심장이 빠르게 뛰는 걸 느꼈다.온몸이 긴장으로 뻣뻣해졌다.문을 닫아 잠근 뒤, 침대에 곤히 잠든 재윤을 확인하고서야 힘이 풀린 듯 바닥에 깔린 담요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지분 같은 건 차라리 괜찮아. 문제는 그 증여 계약서가 가진

  •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제228화

    그날 밤, 청산은 업무 때문에 또다시 늦게 들어왔다.미리 늦는다고, 그리고 꼭 할 말이 있다고 했던 터라, 유하는 재윤을 재워놓고 1층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거실에는 은은한 주황빛 스탠드 조명이 켜져 있었다.그 불빛 아래 앉아 있던 유하는 어느새 졸음이 밀려와, 점점 무겁게 내려앉는 눈꺼풀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흐릿한 시야 속, 지금 이 장면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그래, 예전에도 그랬지...’그녀는 승현을 기다리며 매일 밤 거실 불을 켜놓고 앉아 있던 과거의 시간들.하지만 대부분은 끝내 승현은 돌아오지 않았고, 연락도 닿지 않았다.길고도 지루했던 7년의 결혼 생활은, 유하 혼자만의 기다림으로 채워져 있었다.그러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아졌다.피곤이 쌓여서인지, 갑작스레 복받친 감정이 좀처럼 제어되지 않았다. 그리고 눈앞이 아득해질 즈음, 문득 커다란 그림자가 다가왔다.‘누구지... 돌아온 건...’유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다. 손끝이 닿은 것은 한 남자의 몸.그가 곧장 손을 받아주었다. 건조하면서도 따뜻한 손바닥이 포근하게 감싸왔다.그는 반쯤 무릎을 꿇은 자세로 유하 앞에 앉아, 위로 올려다보며 희미하게 웃었다.“유하?”익숙한 목소리가 순간, 유하를 현실로 끌어당겼다.유하는 전기가 흐른 듯 손을 홱 거두었다.청산은 가볍게 쥐고만 있었던 탓에 손을 빼내는 것도 너무 쉬웠다.그는 개의치 않는 듯 여전히 반쯤 무릎을 꿇은 채 웃으며 물었다.“많이 기다렸어? 졸리지?”유하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피곤이 몰려와서인지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한결 가볍고 부드러웠다.“하려던 얘기가... 뭐예요?”주황빛 조명 아래, 피곤에 젖은 유하의 눈매와 얼굴선은 오히려 더 고요하고 아름다워 보였다.청산의 안경 너머 시선이 그녀에게 오래 머물렀다. 차분한 눈빛 속에 묘한 빛이 일렁였다.유하의 말에 청산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서재로 가자.”...서재.청산은 가져온 서류 가방에서 두툼한 서류 뭉치를

  •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제227화

    유하도 살짝 음식 맛을 보더니 조금 놀란 듯했다.“선배, 애들 음식도 이렇게 잘하시네요.”청산은 이미 식사를 마친 뒤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켜고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언젠가 아이가 생기면 해줘야 하니까 미리 연습해야지.”유하는 순간 멈칫하다가 웃음을 터뜨렸다.“선배는 역시 준비도 완벽하게 해내시네요.”청산은 무엇이든 최고로 해내고 또 잘 해내는 사람. 대학 시절부터 유하는 청산의 그런 점을 존경해 마지않았다.청산은 매사에 늘 치밀하고 완벽했다.유하가 아는 사람 중에 청산만큼 해내는 이는 드물었다.게다가 그는 언제나 앞일을 내다보고 계획하는 사람이었다....집을 나서기 전, 청산은 유하에게 한마디를 남겼다.“유하야, 나 오늘 밤 조금 늦을 수도 있어. 기다려줄 수 있지? 너에게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진지한 표정에 유하는 놀라면서도 호기심이 일었고,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오전, 유하는 재윤의 장난감들을 챙겨 화실로 갔다. 함께 놀아주다가, 재윤이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길래 작은 이젤을 하나 세워주었다.유하는 재윤 옆에서 디자인 시안을 계속 들여다보았다.여름 국제 쇼의 테마는 두 가지.하나는 루비, 또 하나는 산수.유하는 각각의 주제에 어울리는 두 벌을 디자인해야 했다.그리고 몰입하다 보니 시간은 순식간에 흘렀다.중간에 재윤의 그림이 궁금해 다가가 본 유하는, 종이를 보는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캔버스에는 두 가지 색만이 난잡하게 얽혀 있었다.검정과 붉은색.뒤엉킨 선들이 내뿜는 기운은 어린아이가 품기에는 지나치게 어둡고 무거웠다.‘그림은 그리는 이의 마음을 비추는 거라 했는데... 이건...’재윤은 풀이 죽어 있었다.“원래는 지난번 엄마가 준 연등 위 작은 동물 그리려 했는데... 이상하게 돼버렸어.”의도치 않게 엉망이 된 그림이 마음에 걸리는 듯, 눈가가 젖어 있었다.유하는 곧장 그림을 받아들며 따뜻하게 웃어주었다.“고마워, 재윤아. 엄마는 정말 마음에 들어.”새 종이를 꺼내 재윤의 작은 손을 잡고 부

บทอื่นๆ
สำรวจและอ่านนวนิยายดีๆ ได้ฟรี
เข้าถึงนวนิยายดีๆ จำนวนมากได้ฟรีบนแอป GoodNovel ดาวน์โหลดหนังสือที่คุณชอบและอ่านได้ทุกที่ทุกเวลา
อ่านหนังสือฟรีบนแอป
สแกนรหัสเพื่ออ่านบนแอป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