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서 소은은 온 마음을 다해 정성을 쏟아부어 끝내 모든 여인들의 선망의 대상인 선왕부 세자 강준의 아내가 되었다. 그런데 막상 혼인하고 나서도, 억지로 아내를 맞이한 강준의 마음은 끝끝내 따뜻해지지 않았다. 밤이 깊어질 때만 그녀를 찾아올 뿐, 강준의 마음은 단 한 순간도 소은을 향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그에게 아끼는 여인이 있다는 소문까지— 결국, 소은은 그 여인에게 자리를 내어주리라 결심했다. 하지만 눈을 떠보니 소은은 강준이 그녀를 구해준 열네 살로 돌아와 있었다. 이번 생에 혼인한다고 하더라도 절대 강준만은 아니리라 소은은 결심했다. 듬직한 소년 장군, 기품 넘치는 왕세자, 재주꾼 심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까지... 모두 하나같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였다. 소은이 호기롭게 손수건을 던지려는데 강준의 눈빛이 점점 이상해지며 전생의 기억이 서서히 떠올랐다. "딴 사내? 꿈도 꾸지 말거라."
Lihat lebih banyak소은은 그녀를 보지 않았다. 사람은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생각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의심이 생기기 시작하면 쉽게 억누를 수 없었다. 소은은 직접 위청을 건드리면 소윤 언니가 자신을 탓할지도 모르지만, 이 씨를 이용해 위청에게 골탕을 먹이면 자신과 무관하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비록 이 씨가 착하진 않지만 위청은 더더욱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 그날 밤, 소은의 큰어머니가 죽원에 왔다. “그래도 언니를 생각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구나.” 그녀의 큰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녀는 장모로서 그 일에 간섭하
소은은 그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고, 그날 오후 사람을 보내 위청이 밖에서 찾은 여인과 아이를 모두 데려갔다. 그 여인은 울며 말했다. “공자, 이번에 헤어지면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 현아를 송별해 주실 수 있습니까?” 듣기로는 아이를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아마도 국공부에서 몰래 손을 쓸까 봐 걱정하고 있는 듯싶었다. 여인은 눈물을 흘리며 그런 말을 하니 위청은 당연히 안쓰러웠다. 다만 이해득실을 따지다 보니 결국 마음을 독하게 먹고 결정을 지은 것이었다. 가끔씩 여인들이 남
“아무래도 누군가 일부러 그런 것 같아.” 소은이 말했다. “이 세상에 어떻게 자기 아이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다 있어?” 위경화가 말했다. “아이는 단지 그녀가 자리에 오르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니까. 권력을 위해서라면 아이를 이용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소은은 말을 하면서도 왠지 강준이 생각나 잠깐 멈칫했다. 위경화가 말했다. “소윤이 보러 갈래?” 지난번에 만났을 때, 소은과 소윤은 위경화 때문에 다투었고, 그 후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소윤에게 화가 나지 않았다. 왜
소은은 조희진이 그렇게 슬피 울었던 이유가 강준의 ‘사망 소식’을 들었기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어린 여주인의 사랑은 늘 뜨겁고, 망설임이 없었기에 오히려 남자의 차가운 마음을 움직이기 쉬웠다.“희진 동생은 세자님과는 나이 차가 여덟 살이나 된다지요? 경성에서는 세자와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었으니, 혼례가 정해졌다 해도 연을 잇기란 어렵지 않을까요?”소희가 소은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꼭 그렇다고도 할 수 없지.” 잠시 생각하던 소은이 조용히 답했다.소희는 언니가 별로 흥미가 없어 하자 더 묻지 않고 함께 돌아갔다.다음
아버지께서도 경무제의 중병 소식을 어느 정도 들었을 거라 소은은 생각했다.지금의 아버지는 전생과 달리 어느 정도의 권력을 쥐고 있기에, 경무제가 위중한 상황에서 택문이 함부로 위협하지는 못할 것이다.이렇듯 위태로운 국면에서 아버지를 반역자로 몰아가 봤자, 오히려 스스로에게 화가 될 뿐이라 택문은 달래고 회유하는 데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그를 막으려는 세력도 많아질 것이다.장명희는 완전히 안심하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잔소리하지는 않았다.그저 길을 가다가도 자꾸만 긴장한 얼굴로 물을 뿐이었다. “계속해서 우리를 따
조희진 얘기가 나오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얼마전 강준이 자신의 입에 입을 맞추던 그날 밤이 떠올랐다.아무런 느낌이 없었기에 오히려 그날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았다.그녀는 지금까지 조희진과 강준 사이에 이번 생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고 있었다.소은은 조용히 전생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사실 나중에 경성으로 돌아간 후에 조희진이 최근 시점에 북부로 갔다고 누군가 말하는 얘기를 들은 것 같았다. 다만 전생의 그녀는 강준의 변고에 대해 잘 몰랐기에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자신의 결백과 명성을 다 제치고 홀로 그의 시신을 따라 떠
Ko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