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허서령은 차창에 기대 작게 입김을 불어 하얗게 김을 만들었다. 손끝으로 그 위에 ‘강산’이라는 이름의 첫 글자를 천천히 썼다. 차가운 감촉은 손끝에서 마음으로 스며들며 은근히 아팠다. 마지막 획을 다 쓰기도 전에 글자가 물기를 따라 흘러내려 흐릿해지고 사라졌다.그녀는 창밖의 눈을 조용히 바라봤다. 참 부드럽게 내리는 눈이었다.그런데 지강산은 이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다.수술 후 깨어난 뒤 지금까지 고작 한 달 반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왜 이렇게까지 그를 좋아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억은 막혀 있는데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심장 가장 깊은 곳에, 뼛속에, 핏속에 이미 새겨져 있는 것 같았다.지워지지도, 떼어낼 수도 없었다. 지강산에게 깊이 빠져 있었다.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다.하선희와 지은영이 그녀를 방까지 데려다줬다.지은영이 그녀의 팔을 끼며 말했다.“새언니, 오늘 밤 제가 같이 자 줄까요?”허서령은 애써 괜찮은 척 뻣뻣한 미소를 지었다.“고마워. 은영아, 그런데 오늘은 혼자 조용히 자고 싶어.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야.”하선희가 말했다.“서령아, 걱정하지 마. 그 녀석이 정말 끝까지 너랑 헤어지겠다고 하면 엄마가 널 딸로 삼을게. 여기는 언제까지나 네 집이야.”지은영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엄마 말이 맞아요. 우린 영원히 새언니 가족이에요. 둘째 오빠가 새언니 싫다고 하면 우리는 새언니 좋아하면 되죠. 제 언니 하고, 우리 엄마 딸 하면 돼요.”허서령의 눈에는 다시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다. 정말 고마워서 오히려 조금 덜 슬픈 것 같았다.그녀는 눈물을 머금은 채 기쁜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 어머님. 은영아, 너도 고마워.”“너무 생각하지 말고 일찍 자.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엄마 찾아와.”하선희가 허서령의 뒤통수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지은영도 거들었다.“나한테 와도 돼. 내 방 바로 옆이야.”허서령은 목이 뜨겁게 메는 걸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하선희는 지은영과 함께 방을
허서령은 이미 지씨 집안에서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그 말을 들은 지태일은 벌떡 일어나 지강산의 앞으로 가, 옷깃을 움켜쥐고 일으켜 세운 뒤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며 한마디씩 내뱉었다.“안 좋아한다는 게 무슨 소리야? 서령이는 결혼도, 명분도 바라지 않고 몇천 킬로미터 떨어진 제산시까지 널 따라왔어. 네 아이를 가졌다가 유산하고, 우울증까지 겪고 수술도 했어. 이제 기억마저 잃었는데 네가 한마디로 안 좋아한다고 버려? 지금 당장 말 바꿔서 다시 해. 안 그러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야.”지강산은 씁쓸하게 웃었다.“형, 때리고 싶으면 때려. 나도 안 막을게.”지태일은 주먹을 꽉 쥐었다. 손등에 핏줄이 불거질 정도였지만, 동생의 붉어진 눈 안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맺힌 눈물도 너무 선명하게 보였다.하선희는 놀라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지태일의 팔을 붙잡았다.“태일아, 흥분하지 마. 네 동생한테 분명 무슨 사정이 있거나 오해가 있는 거야. 일단 다들 진정하고 말로 풀자.”지은영도 큰오빠의 주먹이 무서워 달려가 다른 팔을 잡았다.“큰오빠, 진짜 한 대 치면 둘째 오빠 얼굴 망가질 수도 있어. 참아. 저 잘생긴 얼굴 망가지면 너무 아깝잖아.”지태일은 화를 누르며 지강산의 옷깃을 놓았다. 그리고 돌아서 허서령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서령아, 여기 있지 마. 방에 가서 옷 몇 벌 챙겨. 우리 집으로 가자. 얘가 널 싫다고 하면 내가 널 내 동생으로 생각할게.”남편 말에 맞춰 정윤슬도 바로 일어나 진지하게 말했다.“맞아요, 서령 언니. 우리 집으로 와요. 집도 넓어서 여기보다 불편할 거 하나도 없어요.”하선희는 얼른 말을 막았다.“아니, 아니야. 왜 너희 집에 신세를 져. 서령이는 우리랑 같이 가면 돼. 우리 집에서 살자.”지은영은 더 적극적이었다.“제가 새언니 옷 챙겨 올게요. 지금 바로 가요.”지강산은 그 자리에 서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깊은 눈은 흐트러진 검은 물처럼 모든 빛을 잃어 갔다. 시선도 점점 초점을 잃고 마지막으로
정윤슬은 허서령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지태일도 정윤슬의 옆에 앉았다. 정윤슬은 몸을 굳히며 살짝 자리를 옮겼다.지태일은 눈빛이 어두워져 그녀를 보다가 다시 어머니를 바라봤다.“엄마, 혹시 강산이가 무슨 큰 병에 걸린 거 아닐까요? 서령이한테 짐 되기 싫어서 헤어지자고 한 걸 수도 있잖아요.”지상훈과 하선희의 표정이 한순간에 굳었다. 당황함에 눈빛도 흔들렸다. 서로 마주 보다가 오히려 그 추측이 더 그럴듯하게 느껴졌다.“설마 정말 그런 건 아니겠지?”하선희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목소리까지 떨렸다.허서령도 덩달아 긴장됐다.‘그런데 왜 모두 지강산이 큰 병에 걸렸을 거로 생각할지언정, 정말 헤어지자고 했다고는 믿지 않는 걸까?’지상훈이 긴장한 듯 목을 한번 가다듬었다.“괜히 추측하지 말고 강산이 나오면 들어 보자.”잠시 뒤 지강산이 지은영에게 팔을 붙잡힌 채 복도 쪽에서 거실로 끌려왔다.온 가족이 다 모여 있는 걸 본 지강산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매우 놀랐다.모두 표정이 굳어 있었고 분위기는 무거웠다. 허서령을 제외한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지강산에게 꽂혔다.지은영은 지강산을 끌고 와 허서령의 맞은편 소파에 앉혔다. 지태일과 나란히 앉은 자리였다.“다들 왜 왔어요?”지강산은 한 번씩 사람들을 둘러봤다. 마지막으로 허서령에게 시선이 멈췄다. 눈이 새빨갛게 붓고 한참 울었던 것 같은 그녀의 얼굴을 보자 순간 굳었다.지강산의 뜨거운 시선은 허서령의 눈에 붙박인 듯 한참 동안 떨어지지 않았다.지은영은 지강산의 옆에 서서 두 손을 허리에 올린 채 화난 목소리로 따졌다.“둘째 오빠, 대체 무슨 일이야? 새언니가 울면서 전화해서 오빠가 헤어지자고 했대.”지강산의 시선은 여전히 허서령에게 머물러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상처받고 서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고 눈은 붉게 부었으며 머리도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 정말 몹시 슬퍼 보였다.기억을 잃더니 연기까지 이렇게 늘 줄은 몰랐다.‘눈까지 진짜 울어서 부은 것처럼 만들고 온 가족까지 불러
허서령은 자기 방으로 뛰어 들어와 눈물을 닦으면서 외투를 벗은 후 침대로 가 이불을 걷어 올리고 그대로 누웠다.이불 속으로 숨어 머리까지 덮고 몸을 꽁꽁 감쌌다.그래도 이불 아래에서 새어 나오는 흐느낌까지 가릴 수는 없었다. 그녀의 몸이 떨릴 때마다 이불도 함께 들썩였다.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들 지강산이 자신을 많이 사랑한다고 했다.기억을 잃은 뒤에도 지강산은 줄곧 잘해 줬고, 둘이 함께 있을 때도 행복했다.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헤어지고 싶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게다가 자기가 헤어지고 싶으면서 그 말을 그녀가 먼저 하길 바라는 듯한 태도라니. 허서령이 어떻게 당장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남자라는 존재는 믿을 게 못 된다. 사랑이 끝까지 가는지는 결국 그 사람 양심에 달린 모양이었다.허서령은 몰래 한바탕 울었다. 가슴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팠고 머릿속은 멍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서럽고 억울했다.그녀는 이불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긴 머리는 흐트러졌고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누군가에게라도 털어놓고 조금은 마음을 달래고 싶어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하지만 심인혜는 너무 멀리 있었다. 얼굴을 볼 수도 없고,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도 곁에서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제산시에 친한 친구가 또 누가 있는지도 떠오르지 않았다. 친정 쪽에는 기댈 사람도 없었다. 연락처를 한참 뒤져도 하소연할 사람이 없어 결국 지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지은영의 밝고 달콤한 목소리가 들렸다.“새언니, 이 밤에 전화한 거 보니까 제가 보고 싶었어요?”지은영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겨우 그쳤던 눈물이 다시 쏟아졌다. 허서령이 목이 메어 말했다.“은영아, 네 둘째 오빠가 나랑 헤어지재.”지은영의 목소리가 바로 진지해졌다.“새언니, 그런 장난 하지 말아요. 하나도 안 웃겨요.”허서령은 두 다리를 끌어안고 무릎에 얼굴을 묻으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슬프게 말했다.“진짜야. 방금 나한테 말했어. 그렇게 나쁜 사람인 줄 몰랐어. 그 사람이...”
정원의 찬 공기가 복도까지 밀려 들어와 온몸을 휘감았다. 두꺼운 옷을 입었는데도 추웠다.지강산의 방은 바로 옆이었다.문 앞에 선 그녀가 손을 들어 노크하려는 순간 또 한 조각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 방문의 비밀번호도 알고 있었고, 도어록에 자신의 지문도 등록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잠깐 생각하던 허서령은 그대로 지문으로 문을 열고 손잡이를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 안에는 난방이 켜져 있었고 은은한 노란 조명이 비치고 있었다. 지강산은 넓은 유리창 앞에 서서 창밖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문 열리는 소리에 지강산이 고개를 돌렸다.눈이 마주친 순간 허서령은 그대로 굳었다.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늦었으니 자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혼자 창가에 서서 눈을 보면서 나와는 함께 보기 싫다고 한 걸까? 그저 나와 같이 있고 싶지 않았던 걸까?’그렇다고 완전히 차갑다고 하기도 모호했다. 지강산의 눈빛은 여전히 애틋했다.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다정한 웃음을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아직 안 잤어?”허서령은 대답하지 않고 문을 닫은 뒤 그에게 다가갔다.지강산은 다시 시선을 거두고 창밖의 밤 풍경을 바라봤다.“강산 씨가 올해 첫눈을 보기 싫은 게 아니잖아요. 저랑 같이 보기 싫은 거죠.”허서령은 지강산의 옆에 서서 조금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강산 씨, 계속 저 피하고 멀리하고 있어요.”지강산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겁게 가라앉은 침묵을 더는 견딜 수 없어진 허서령이 그의 앞으로 가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고 또박또박 물었다.“강산 씨, 대체 왜 그래요?”지강산은 눈을 내려 허서령의 예쁜 얼굴을 바라봤다. 시선은 여전히 뜨겁고 다정했지만 쓴 목소리로 말했다.“이 관계에서 미리 조금씩 빠져나오려고. 네가 없는 생활에 천천히 익숙해지려고 해.”“그게 무슨 뜻이에요?”허서령은 심장을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묵직하게 아팠다. 눈물이 순식간에 눈가를 가득 채웠고 주먹도 저절로 꽉 쥐어졌다.그가
저녁을 먹는 동안 허서령은 지강산의 상태가 계속 가라앉아 있는 걸 느꼈다. 기분도 좋지 않아 보였다.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괜찮다고만 했다.샤워를 마친 허서령은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를 들고 지강산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다시 읽어봤다.평범한 대화였고, 심한 말도 없었다. 마지막에 보낸 한 마디가 조금 화난 티가 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지강산이 저렇게 힘들어할 정도는 아니었다.아무리 생각해도 자신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아마 일이 너무 힘들거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싶었다.허서령은 더 생각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방해 금지 모드로 바꾼 뒤 불을 끄고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지강산은 다시 직장으로 출근했다.휴가를 갔던 가사도우미 아주머니도 돌아와 다시 주방을 맡아 하루 세끼를 준비했다.그 뒤로는 지강산도 바빴고 허서령도 바빴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먹을 때도 서로 마주치지 못하는 날이 잦았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 함께 밥을 먹을 때나 얼굴을 볼 수 있었고, 식사를 마치면 각자 방으로 돌아가 씻고 쉬었다.허서령은 문득 지강산이 자신에게 조금 소홀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예전처럼 가까이 다가오려 하지 않았고, 말도 부쩍 줄어든 것 같았다.그런데 가끔은 지강산이 한없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오래 바라보곤 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눈에는 감출 수 없을 만큼 다정하고 애틋한 사랑이 가득했다.가까워졌다가 멀어지고, 따뜻했다가 차가워지는 그 태도 때문에 허서령은 몹시 불편했다.아버지의 재심 신청은 아직 소식이 없어 계속 기다리는 중이었다.백시욱 사건 말고도 큰 사건 몇 건을 더 맡아 정신없이 바쁜 날이 많았다. 그래도 허서령은 매일 저녁이면 제시간에 집으로 돌아와 지강산과 저녁을 먹었다.그렇게 거의 보름 동안 지강산은 그녀를 안지도, 입 맞추지도 않았다.허서령도 먼저 가까이 가고 싶었지만 괜히 민망했고 마땅한 핑계도 없었다.12월 초 어느 늦은 밤, 갑자기 가벼운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올해의 첫눈이었다.허서령은 방의 유리창 앞
지강산이 몸부림치는 허서령의 손목을 잡고 머리 위 벽에 고정시킨 뒤 이성을 잃은 맹수처럼 키스를 퍼부었다.참아왔던 눈물이 허서령의 감긴 눈꺼풀 사이로 속절없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지강산은 멈출 기색이 전혀 없었다.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허서령이 그의 아랫입술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윽.”날카로운 통증에 지강산이 입술을 뗐다.허서령이 기억하는 지강산은 언제나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었다.그런 그가 이토록 사납게 구는 건 분명 그녀를 뼛속 깊이 증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생각에 허서령은 심장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지강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지강산이 앞에 놓인 술잔을 들더니 단숨에 비워냈다.뽑은 벌칙 대신 술을 택했다. 그 누구와도 키스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선언이었다.주변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유하가 티슈를 던지면서 씩씩거렸다.“재미없어, 정말. 뭐가 부끄럽다고 그래?”지강산이 한숨을 무겁게 내뱉으며 술기운을 눌러 내렸다.게임이 계속되었다. 술병이 여러 번 돌고 돌아 마침내 허서령의 차례가 왔다. 그녀는 벌칙이 지나칠까 봐 두렵기도 했고 술을 이길 자신도 없었다.“진실을 말하는 걸 선택할게요.”그러자 소유하가
지강산과 함께한 4년은 허서령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이별 후 허서령은 5년을 울며 보냈다.매일같이 눈물을 쏟은 건 아니었지만 지강산을 떠올리기만 하면 마음속에 장마라도 진 것처럼 축축하고 눅눅한 비가 내렸고 이내 눈시울도 뜨겁게 젖어 들곤 했다.살면서 지강산을 다시 마주하게 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백시욱이 주선한 술자리.떠들썩한 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자석에 이끌리듯 허서령의 시선이 익숙한 얼굴에 닿았다.그 순간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요동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정말 해일이라도 밀려온 것
공기가 얼어붙은 것처럼 정적이 내려앉았다. 주변의 소음이 잦아들고 세상의 색채가 빛을 잃어가는 가운데 오직 지강산만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연한 블루 반팔 셔츠에 블랙 바지 차림의 지강산이 청량하면서도 멋진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평범한 출근룩이었음에도 조각 같은 이목구비, 탄탄한 몸매와 훤칠한 키 덕분에 우아하고 기품이 흘러넘쳤다.그가 깊고 어두운 눈으로 빤히 쳐다보자 허서령은 저도 모르게 긴장감에 휩싸였다.소유하가 슬리퍼를 가져와 지강산의 앞에 놓으며 살갑게 굴었다.“오빠, 신발 갈아 신어.”하지만 지강산은 아무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