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강공이 손짓하자 지켜보던 직원들이 단상 아래에서 기계들을 끌고 올라와 하나하나 연결하기 시작했다. 분해되어 있던 것이 점점 모양새를 갖추자 보이는 것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가진 고치였다.“들어가십시오.”그의 말이 끝나자 직원이 버튼을 눌렀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리며 내부가 보였다. 몸을 구기고 들어가야 하는 좁은 내부가 나타났다.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혀 소라한이 인상을 팍 쓰며 강공을 돌아봤다.“저게 뭔데.” “요람, 이라고 하죠.”세상에 저렇게 딱딱하고 불편한 요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소라한이 미적거리며 요람에 다가가자 연구원들이 재빠르게 소라한에게 장치를 연결했다.“요람에 들어가면 시스템에 자동으로 연결되어 시험 장소로 들어가게 됩니다.”그 상사에 그 직원이었다. 말투가 하나같이 딱딱했다.“어떤 방식으로든 죽거나 탈출하지 못 하게 된다면 탈락입니다.” “탈출?”직원은 소라한의 물음에 대답해 주지 않고 그대로 소라한을 꾹 밀어 요람 안으로 구겨넣었다.“잠깐, 아니, 사람 몸이 이렇게 꺾이는 게, 아악!”철컥.그리고 소라한의 비명을 마지막으로 요람의 문이 굳게 닫혔다.기계에서 잠시 요란한 소리가 난 후 단상에 스크린이 내려와 화면을 비추었다. 그곳엔 소라한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잠시 후 소라한의 몸이 꿈틀 움직이더니 느리게 일어나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여전히 형편없는 움직임입니다.”어디선가 의자를 가져와 다리를 꼬고 앉은 강공이 소라한을 평가하고 있었다.화면 속 소라한은 화장실에 갇혀 있었다. 바닥부터 벽까지 모두 흰 타일로 도배되어 있었고 세면대와 변기가 놓여져 있어 화장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소라한이 발걸음을 옮기자 철컹이는 소리와 함께 몸을 휘청거렸다. 발목에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둔함.”어느새 종이와 펜을 든 강공이 또 무언가를 적어내리며 평가를 적어내리고 있었다.소라한은 족쇄가 걸린 발목을 몇 번 당겨보다 포기한 후 자리에 주저앉아 제 발목을 쓰다듬으며 아련하게
말이 끝나자마자 넓은 강당의 불이 꺼졌다. 아직 낮이라 작은 창에서 들어오는 햇빛 덕분에 그렇게 어둡지 않았지만 주니어들은 우왕좌왕하며 허둥대기 바빴다.“중2병이 뒤늦게 왔나?”소라한은 직원의 말투에 소름이 돋은 팔을 쓸어내기 바빴다. 그리고 하필 정적이 돌았던 타이밍에 소라한의 목소리만이 울렸기 때문에 모든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푸학… 역시 소라한…”그리고 소라한의 뒤에서 정광연이 소리 죽여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거기, 너부터 시작하죠.”그리고 정확하게 소라한을 향해 뻗은 손가락이 까딱거리며 단상 위로 올라오라고 불러냈다. 소라한은 한숨을 푹 쉬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걸음걸이부터 왜 보류인지 티가 납니다. 전장에 나가서도 그렇게 걸어다닐 겁니까?” “나는 두뇌파라 후방에 빠져 있을 건데.”센터 내에서 지내던 사람들은 익숙해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지만, 다짜고짜 주니어에게 반말을 들은 그는 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를 쓸어넘겼다.“어이가 없군. 기본적인 자세조차 되어있지 않아.”소라한이 단상으로 올라가다 말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꽤 큰 소리였는데, 혼잣말인가? 혼잣말이겠지? 소라한이 눈동자만 굴려 단상 밑에 있는 주니어들을 훑어보았다. 다들 표정이 미묘했다.계단을 다 오른 소라한이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멀찍이 서 있자 그가 고개짓으로 까딱 소라한을 불렀다. 하지만 소라한은 고개를 저으며 두 손을 공손하게 모았다.“실례가 안 된다면 성함이?” “막상 올라오니 무섭습니까?” “성함이?” “강 공, 외자입니다.”소라한이 마른 세수를 하며 코를 훌쩍거렸다. 너무 많은 책을 읽어서일까, 많은 지식을 알고 있는 게 이럴 땐 가끔 괴로웠다.가까스로 마음을 다 잡고 강공에게 다가간 소라한은 강공이 쑥 뻗는 손에 멱살이 잡혀 그대로 바닥에 내팽겨쳐졌다.“반응속도가 영 형편없군요.” “…” “근접전도 형편없고.”강공의 손이 닿는대로 팔랑팔랑 흔들리는 소라한의 몸에 강공이 코웃음을 치며 소라한을 툭 밀었다.“예, 확실히 두뇌파
안녕하세요.작가 결설입니다.요즘 연재 주기가 예전같지 않죠.현생에 이리저리 치여서 그렇습니다.조만간 다 정리될 것 같네요.18일에 돌아오겠습니다.감사합니다.
안내에 따라 도착한 강당에서 미묘했던 공기가 더욱 어색해졌다. 귀걸이 색상에 따라 줄을 서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때 정우주가 저도 모르게 소라한의 옷자락을 잡았다가 소라한의 시선에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그 때문에 오히려 정우주에게 시선이 몰렸다. 그리고 모두 알고 있었다. 정우주의 귀걸이 색상이 붉은색이라는 것을. 정우주를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의 색상은 검은색이었다.“정우주.”얼마나 세게 잡았는지 쪼글쪼글해진 옷자락을 본 소라한이 씩 웃으며 정우주를 불렀다.“아닌데요. 그런 거 아닌데요.” “새끼, 이거 쫄았네.” “아니라니까요.” “혼자 떨어질 생각에 막 외롭고 그랬어?”귀끝이 새빨개진 정우주가 소라한의 옷을 탁탁 털며 펴놓았다.“그냥 이상한 벌레가 앉아 있어서 잡아 준 건데요?”소라한이 제 옷자락 팍팍 터느라 고개를 숙인 정우주의 목에 팔을 걸어 헤드록을 걸으며 머리를 마구잡이로 쓰다듬었다. 그 사이에 이승준이 몰래 뒤로 가 정우주의 등을 북처럼 두드린 후 모른 척 다시 앞으로 가 섰다.“아악! 잠, 잠깐!” “으응? 왜?” “누가 때린 것 같…” “외로움 타는 니가 불쌍해서 같이 따라갈 귀신이 등에 착 붙었나?” “…”정우주는 그냥 입을 다물기를 택했다.“다녀와.”정우주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떼었다.“대답도 없이 가네 싸가지 없는 놈.” “그거 너한테 배운 거야.”정광연의 화해하자는 뜻을 담은 농담에 소라한이 알았다는 뜻을 담아 중지 손가락을 펴 보여 주었다.이 행위를 보던 김나현은 모든 행위를 한마디로 일축했다.“존나 꼴값. 정우주가 어디 죽으러 가냐?”강당에 점점 사람이 많아지고 소라한이 지루하다며 자리에 눕기 직전까지 가려는 걸 막으려던 찰나 드디어 단상 위로 누군가 올라왔다.“줄대로 이동하겠습니다. 한 색상의 주니어가 다 빠져나가면 그 다음 색상의 주니어가, 그리고 그 색상의 주니어가 다 빠져나가면 다음 색상이. 아시겠습니까. 잘 따라주시길 바랍니다.”문에서 가까운 붉은색의 주니어가
“검사가 끝난 주니어들은 제 2 강당으로 이동해 주세요.”그때 검사를 마치고 나온 주니어들 사이를 직원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외치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일행은 벽에 부착되어 있는 ‘2 강당 가는 길’ 화살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근데 이거 무슨 검사야?”이상한 설정만 듣느라 아무것도 듣지 못한 소라한이 물었다. 하지만 다들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몰랐기 때문이다.“저도 잘… 그냥 이름 물어보고, 기계에 한참 있다가 내려 왔어요.”정우주의 말에 이승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같았다는 뜻이었다. 소라한은 겨우 기계 따위로 뭘 할 수 있는지 고민하다 문득 너무 익숙해져 생각도 하지 않았던 물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귀걸이는 뭐지?” “네?” “귀걸이. 색깔도 다르고, 이거 의미가 뭐야?”소라한의 말에 각자 뒤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다들 너무 익숙해져서 생각을 못 하고 있었지, 색상만 다른 같은 귀걸이를 착용하고 있었다. 소라한의 일행 뿐만 아니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주니어들은 다 착용하고 있었다.“니가 그랬지. 이거 위치추적기가 있다고.”소라한이 정광연을 보며 귀걸이를 툭툭 건드렸다.“음? 내가 그랬나?”정광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소라한이 미간을 찌푸리며 걸음을 멈추고 정광연을 바라보며 팔짱을 꼈다.“너 뭔가 알고 있지? 똑바로 얘기해.” “뭔 소리야? 나도 너랑 같은 주니어인데 내가 뭘 알아?”갑작스러운 둘의 대치에 당황한 세 사람도 걸음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았다.“위치추적기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는데?” “그거 나도 처음 듣는 소리야!” “아닐걸.” “환장하겠네.” “그러고보니, 너 능력이 순간이동이라 그랬나?” “…그런데 왜?” “여기에서 운동장으로 이동해봐.” “야, 소라한 잠깐만. 너 왜 그러는데. 우리도 이유나 좀 알자.”김나현이 소라한과 정광연 사이에 끼어들었다. 누가 봐도 소라한이 먼저 시비를 거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라 소라한을 먼저 추궁할 수밖에 없었다.“‘그거 그냥 두는 게
그렇게 다른 직원이 도착한 후 둘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바꿨다. 원래 있던 직원인 척 자리를 잡고 다시 이름을 물었다.“이름이?”“…”“소라한? 알겠습니다.”소라한은 입도 벙긋하지 않았지만 혼자 알아서 척척 작성해 넣는 직원을 어이없는 눈으로 쳐다보았다.“어느 방에서 눈을 뜨셨죠?”“…”“책 미로. 그렇군요.”이제는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보자는 심보로 소라한이 입을 다물었다. 그때부터 저도 모르는 정보들이 술술 나오기 시작했다.“부모님은 두 분 다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친척의 손에서 자라셨군요. 예, 주소지는 대전.”소라한은 직원이 중간중간 말하는 것이 제 뒷조사를 해 나온 정보를 읊어 주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말하면 안 됩니다. 가만히 서서 정면을 바라보세요, 기계가 작동합니다.”소라한은 멍한 기분으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정보가 사실인지에 대한 여부부터 묻고 싶었다.“참고로 지금 대전은 몬스터의 습격으로 갈 수 없는 도시 중 하나가 되었죠.”직원의 말에 소라한은 눈동자만 굴려 직원을 노려보았다. 그래서 부모도 없고 고향도 사라졌다는 걸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싶었다.“제가 지금까지 했던 말들 다 외우셨나요.”“…”“아… 외웠으면 눈 한번 깜빡.”소라한이 직원을 한심하게 쳐다보며 눈을 한번 길게 감았다 떴다.“좋아요. 이제 그게 소라한 씨의 살아온 과거입니다.”직원이 말한 정보는 소라한의 뒷조사를 해 나온 진짜 과거가 아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누가 지은 건지 기구하기 짝이 없는 과거사였다. 누군가 물어본다면 앗, 미안, 하고 분위기가 한순간에 싸해질 법한 내용이었다.마침 기계가 모든 스캔을 마치고 종료음이 났다.“혹시 뒷조사 해서 알아낸 거야?”“아뇨.”“설정? 누가 지어낸 거야?”“…”꼬박꼬박 대답을 잘 해 주던 직원이 입을 닫았다. 소라한은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의 소행인지를 깨달았다. 유현준 그 자식임이 분명하다.“왜, 아주 날 키워 준 친척이 본인이었다고 하지?”“그런 설정이 들어가 있었으나 직전
소라한은 먼지처럼 사라진 박민환의 자리에 덩그러니 놓인 책을 주워들었다. 흥건하던 핏자국은 사라졌지만 찌그러진 책은 돌아오지 않았다. 무표정하게 책을 원래 자리에 꽂아넣은 소라한은 한숨을 푹 내쉬며 자리를 옮길 준비를 했다. 기껏해야 사다리와 읽던 책 챙기기가 끝이었지만 사람이 죽은 장소에서 태연하게 책을 읽을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죽은 장소?”사다리를 들고 몇 발자국을 내딛은 소라한이 멈칫했다. 죽음이 아니다. 그는 자유로이 해방된 것이었다. 소라한은 박민환이 죽었던 장소를 뒤돌아보았다.“축하해.”-칼이 여기저기서
인간은 그것들을 괴물, 외계인, 신 등으로 불렀다. 그 중 ‘신’이라는 지칭에 웃음이 나왔다. 신이라니. 그런 흉측한 괴물 따위를 믿고 숭배한다는 것인가. 알 수 없는 곳에서 나타나 사람이고 동물이고 할 것 없이 찢어발기고 먹어치우고 보란듯이 전시하는 존재들. 과연 신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신은 우릴 버린 것인가?나타난 그것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으며 울부짖는 사람들의 입이 찢어지고 몸이 세로로 가로로 갈라지고 머리가 분리되고 입안에 굴러다니다 가차없이 내뱉어지는 뼛조각이 수습되지도 못한 채 밟혀 가루가 된다. 이
다시 눈을 떴을 땐 옆에 누워 자고 있는 낯선 인물에 당황했던 수현은 이곳에 들어온 이후 처음 보는 사람에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아빠 안 잔다.”미동도 없이 누워 있던 사람의 말에 몸을 움찔 떤 수현은 여전히 눈을 감고 고르게 숨을 쉬고 있는 사람에 헛것을 들었나 싶었다. 장시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누적된 피로 때문에 환청이 들린 줄 알았다. “아빠 아직 안 잔다고.”다시 들린 소리에 결국 손을 떼고 몸을 멀직이 움직였다. 막다른 곳에 앉아 있던 탓인지 얼마 못 가 등 뒤에 닿는 책장의 감촉이 느껴졌다. 경계심을
먹이사슬 가장 위에 있는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당신이 지금 떠올린 모든 것들은,다 틀렸다.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눈 앞에 벌어지며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정확하게는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개체인가를 깨달았다.-참사가 일어난 후 피로 쓰인 규칙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최우선시 되는 일이다. 비인도적인 조항에 반대하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점점 작아졌다.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는 게 지금의 세상인데 남의 목숨까지 챙기며 살아가기엔 삭막한 세상이 되었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까지도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시위 단체가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