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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뒤틀린 재회

Penulis: 태이해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4-30 22:29:07

운명의 갈림길에서 등을 돌린 대가는 선명했다. 그날, 강가에서 소년에게 사탕을 건네지 않고 도망치듯 떠나온 이후, 유주의 세계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해하고 평온한 색채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한 번 성인의 삶을 살았던 유주에게 주어진 두 번째 어린 시절은 축복과도 같았다. 유주는 더 이상 서이현이라는 거대한 그림자에 잠식당하지 않았다. 부모님의 따뜻한 품은 당연한 일상이 되었고, 저녁마다 식탁 가득 피어오르는 된장찌개 냄새는 이현의 저택에서 느꼈던 차가운 대리석의 냉기를 씻어내 주었다.

"우리 유주는 어쩜 이렇게 기특할까? 가르쳐주지도 않은 걸 혼자 다 알고."

어머니의 칭찬은 빈말이 아니었다. 이미 한 번의 생을 경험한 유주는 또래 아이들과는 궤를 달리했다. 유주는 알고 있었다. 사랑받고 자란 아이의 단단함이 얼마나 큰 무기가 되는지를.

하지만 그 모든 노력도 소용없었던 것일까. 15년 동안 정성껏 쌓아 올린 평화의 성벽이, 단 한 번의 '내방 공고'와 '검은 세단'의 등장으로 모래성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성인이 된 후, 그녀는 본능적으로 서가 그룹과 관련된 모든 것을 피해 왔다. 하지만 오늘, 교내 게시판에 붙은 ‘서가 그룹 후계자 내방’ 공고를 본 순간 심장이 발등에 내려앉는 줄 알았다.

‘설마, 아닐 거야. 이번 생에서 우린 접점이 전혀 없었어.’

그 시각, 이현의 검은색 세단이 대학 본관 앞에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고 이현이 내리자, 주변의 공기가 순식간에 긴장감으로 물들었다. 이현은 학교 관계자들의 환대를 건성으로 넘기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학생들의 얼굴을 훑기 시작했다.

그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걸음을 옮겼다. 강의실, 광장, 학교 주변 카페까지. 수행원들이 당황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학교 구석구석을 살폈다. 그의 시선은 오직 사진 속의 그 얼굴, 하유주만을 쫓고 있었다.

이현의 구둣발 소리가 복도를 울릴 때마다 유주는 벽 뒤로 숨겼고, 그가 광장을 가로지를 때 유주는 인파 틈으로 얼굴을 묻었다. 마치 굶주린 짐승이 먹잇감의 냄새를 쫓듯 집요한 추적이었으나, 유주 역시 이번 생만큼은 결코 잡히지 않겠다는 듯 본능적으로 그 궤적을 비껴갔다. 손바닥에 밴 식은땀이 차갑게 식어갔다.

결국 이현은 유주의 그림자조차 밟지 못한 채 차에 올라타야 했다. 다음 스케줄인 정계 인사와의 오찬 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이었다. 닫히는 차 문 너머로 이현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놓쳤어.”

곁에 선 비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네? 누군가 찾으시는 분이라도...?”

“하유주.”

이현은 가죽 시트에 몸을 깊숙이 묻으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보지 못했기에 오히려 갈증은 더해졌다. 분명히 느꼈다. 그녀가 자신을 피해 숨었다는 것을. 그것이 우연이든, 본능이든 상관없었다. 쥐새끼처럼 숨어버린 그녀를 끌어낼 방법은 이 세상에 차고 넘쳤다.

“서가 재단 장학생 명단에서 하유주를 제외해. 오늘부로 모든 후원을 중단한다.”

“네? 하유주 학생은 성적도 우수하고 결격 사유가 전혀 없는데요?”

“내 말이 결격 사유야.”

이현은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학교 풍경을 차갑게 응시하며 덧붙였다.

“그리고 직접 전달해. 후원을 계속 받고 싶으면, 구차하게 서류 따위 보내지 말고 본인이 직접 서가 본사로 찾아오라고. 나를 설득할 기회는 직접 와서 잡으라고 말이야.”

며칠 뒤, 유주는 학과 사무실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장학금 지급이 중단되었다는 통보였다. 부모님의 공장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는 있었지만, 고액의 등록금을 감당하기엔 여전히 무리였다.

“하유주 학생, 재단 쪽에서 직접 연락이 왔어. 꼭 본인이 직접 찾아와서 소명해야 한다고 하네.”

조교가 건넨 메모지에는 서가 그룹 전략기획실의 주소가 적혀 있었다. 유주는 그 종이를 받아든 손을 잘게 떨었다. 회귀하면 모든 것이 달라질 줄 알았다. 그 소년에게 사탕을 주지 않았으니, 그의 인생에 개입하지 않았으니 자신은 평온한 햇살 아래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현은 악마 같은 직관으로 다시금 그녀의 목덜미를 낚아채고 있었다.

‘너였구나. 결국 네가 날 부르는구나.’

유주는 선택해야 했다. 등록금을 포기하고 다시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이현이 쳐놓은 거미줄 속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갈 것인가.

어느덧 해가 저물고 있었다. 붉은 노을이 대학 교정을 비추자, 유주의 눈앞에 예전 생의 기억이 겹쳐 보였다. 피할 수 없는 굴레가 다시금 돌기 시작했음을, 그녀는 직감하고 있었다. 유주는 주먹을 꽉 쥐고 메모지를 구겨 넣었다. 이번에는 지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며, 그녀는 천천히 서가 그룹 본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어둠이 내려앉은 서가 그룹 본사 최고층, 이현은 홀로 와인 잔을 기울이며 입구 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서 와, 유주야. 기다리고 있었어.”

그의 낮은 속삭임이 텅 빈 집무실을 서늘하게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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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시절 나를 찾아 회귀하였습니다   외전)제2화. 하늘과 대지가 사랑을 맹세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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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시절 나를 찾아 회귀하였습니다   제5화. 거미줄의 입구

    서가 그룹 본사 로비는 인간의 오만을 형상화한 것 같은 공간이었다. 초고층 빌딩의 무게를 지탱하는 거대한 대리석 기둥들은 마치 신전의 그것처럼 위압적이었고, 발소리조차 허용하지 않을 것 같은 매끄러운 바닥은 침입자의 긴장감을 고스란히 반사해냈다. 하유주는 로비 한복판에 서서 가쁘게 몰아치는 숨을 억눌렀다. 손바닥에 쥔 메모지는 이미 땀으로 눅눅해져 글씨가 번져 있었다. 15년 전, 그 강가에서 등을 돌려 달아났을 때 유주는 믿었다. 사탕을 건네지 않았으니, 그 소년의 고독에 참견하지 않았으니, 이번 생의 궤적은 서이현이라는

  • 그 시절 나를 찾아 회귀하였습니다   제3화. 엇갈린 계절의 온도

    소년은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어깨를 들먹이고 있었다. 원래의 기억대로라면, 유주는 지금쯤 주머니 속 사탕을 만지작거리며 저 소년에게 다가가 “왜 혼자 울고 있어?”라고 다정하게 물어야 했다. 그 친절이 씨앗이 되어 20년 뒤의 괴물을 키워낼 것이었다. 소년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유주가 있는 방향을 두리번거렸다. 유주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공포와 전율이 전신을 감쌌다. '만나면 안 돼. 말을 걸어서도, 눈을 마주쳐서도 안 돼!’ 유주는 주머니 속에 든 알사탕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

  • 그 시절 나를 찾아 회귀하였습니다   제2화. 신이 응답한 단 하나의 기도

    이현의 집착은 해가 저물수록 더욱 노골적이고 집요해졌다. 그에게 밤은 유주를 온전히 자신의 방안에 가두어 두는 시간이었다. 넓고 차가운 침실, 은은한 조명만이 감도는 그 공간에서 유주는 매일 밤 질식할 것 같은 공포를 견뎌야 했다. 이현은 항상 유주보다 늦게 잠들었다. 최근 들어 그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유주가 방에서 몰래 나와 거실 창문을 열어보았다는 보고를 받은 날부터, 그는 집 안의 모든 보안 시스템을 직접 재점검하고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 CCTV 영상을 밤새 돌려보느라 며칠째 제대로 눈을 붙이지 못한 상태였다

  • 그 시절 나를 찾아 회귀하였습니다   제1화.보이지 않는 감옥

    서울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평창동의 고요한 저택. 유주는 통유리창 너머로 저물어가는 노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붉게 타오르는 하늘은 마치 누군가 쏟아버린 와인처럼 불길하고도 선명했다. “유주 아가씨, 식사 준비됐습니다.”등 뒤에서 들려오는 무미건조한 목소리에 유주는 어깨를 움찔 떨었다. 이 집의 고용인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없었다. 그들은 유주를 ‘손님’이라 부르지만, 실상은 감시 대상이라는 것을 유주도,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유주는 마지못해 다이닝 룸으로 향했다. 길게 뻗은 대리석 테이블 끝에는 이미 한 남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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