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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무실의 꽃

작가: 도옌
last update 게시일: 2026-09-17 19:55:20

쌍꺼풀 수술이 좀 과하게 됐다는 거 말고는 흠잡을 데 없이 예쁜 승희가 하이힐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사무실로 들어옴과 동시에 몸을 내던지듯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로그하는 시간이 기록되기 때문에 컴퓨터를 9시 전에 켜는 건 아주 중요했다. 

"아, 오늘도 성공."

하며 눈을 찡긋 하고는 그제야 새삼스레 의자를 뱅그르르 돌려 회사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승희 씨, 안녕? 오늘도 슬라이딩 도어네?"

만년 평사원 경은이 비꼬면서 한 마디 했다. 

"네, 제가 좀 타이밍을 잘 맞추거든요."

승희는 예의를 갖추면서도 일견 조소의 톤을 띄우고 받아쳤다. 

그 소리를 어깨 너머로 듣고 여직원들은 일제히 입을 삐죽거렸다. 몇몇은 들리게 혼잣말인 듯 험담을 하기도 했다.

"자랑인가?"

"자기만 잘났지, 자기만."

"타이밍 잘 맞춘다, 이 지랄."

일부러 승희 들으라는 듯이 소리 내어 말하는 험담이었지만 승희는 어깨만 한 번 으쓱하고는 눈알을 살짝 위로 굴려 뜨는 시늉을 했을 뿐이다.

그렇다. 승희는 누구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를 매력적이게도 보이게 했고, 동시에 얄밉게도 보이게 했다. 

승희는 언제나처럼 금방이라도 선 자리에 나갈 듯 한껏 꾸민 채였다. 등의 중간까지 오는 굽실굽실한 갈색 머리에서는 은은한 모링가 향이 났다. 바람이 불어와 코끝에 그 향이 전해져 오기만 해도 침샘에 침이 순식간에 차올라오는 향기였다. 디자인은 단정하나 소재가 뭔가 야한, 속이 비치는 베이지색 쉬폰 블라우스에 나풀거리는 노란색 치마를 입고 키튼 힐의 미디엄 높이 하이힐을 신은 승희는 지각할까 봐 금방 허겁지겁 달려온 사람답지 않게 여유가 넘쳤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은 당당함이었다. 깡마르지 않았으나 하늘하늘한 핏을 가진 승희에게는 아직 단 한 번도 아기를 낳아보지 않은 여자 특유의 몸선이 있었다. 아이를 낳아 본 여자들은 그 차이점을 단박에 알아봤다. 단정한 옷 속에는 어딘가 모르게 헤픈 여자의 몸짓이 있었다. 승희는 조심성 없이 바닥에 떨어진 볼펜을 줍기도 했고 의자에 앉아 무방비 상태로 다리를 무심코 벌리기도 했다. 그럴 때면 승희의 브래지어 끈과 팬티가 살짝씩 보이기도 했다. 어떨 때는 세상 도도한 커리어 우먼같기도 했고 어떨 때는 세상 헤픈 업소녀같기도 했다. 그야말로, 묘했다.

그런 승희를 주시하는 사무실 안 미혼 남자 직원들이 많았다. 아니 어쩌면, 기혼 남자 직원들도 많았다. 어떤 사람들에겐, 자기 자신이 기혼이라는 것이 자신의 사고 방식에 어떠한 제동 장치도 되어 주지 못한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그 사실을 인지하고 피해 다녀야 하는 것이다. 곁에서 자꾸 상기시켜 줘야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불필요하게 손이 많이 가는 타입들인 것이다.

승희는 오묘한 매력이 있었다. 저렇게 속속들이 빠짐없는 꾸밈 노동을 어떻게 저렇게 매일 하지? 싶을 정도로 헤어며 메이크업이며 의상 등이 언제나 완벽했다. 그래서 그런지 퇴근 후에 다른 곳에 또 "출근"한다는 소문이 있기도 했다.

그렇게 완벽한 외모로 다니면서도, 가끔은 너무나 허당 같았다. 점심을 먹다가 블라우스 앞섶에 음식물을 흘려서 그 부분만 동그랗게 손비누로 빨고 돌아오는 적도 많았다. 그럴 때면 블라우스 앞섶 부분이 완전히 젖어서 그 부분의 속살과 속옷이 비쳤다. 빨고 나서 제대로 짜지 않아 물이 그대로 흥건하게 다닐 때도 많았다. 그런 걸 별로 개의치 않아 했다. 보면서 민망한 거는 다른 여직원들이었다.

"어머, 쟤 좀 봐. 진짜 쟤 왜 저래?"

"이쯤 되니 의도된 거 아닌가 싶다."

"그러게. 칠칠맞지 못한 게 자랑인가. 진짜 왜 저러냐?"

"관종이라서 그렇지, 뭐."

"그래, 내 생각도 그래. 아니면 지능이 모자라거나. 둘 중 하나가 분명해. 저렇게 빨면 더 얼룩만 지고 한동안 저길 저렇게 젖은 채로 다녀야 할 텐데 왜 저러나 몰라."

이런 험담들을 주변에 다 들릴 정도로 모여서 해도 승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아랑곳하지 않는 성격이, 다른 여직원들을 더 열 받게 했다. 일진 짓이 먹히지 않는 초고단수인 것이다.

오히려 그런 험담과 질투와 시기와 따돌림을 은근히 즐기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마저 풍겼다.

'너네가 아무리 그래 봐라. 내가 눈 하나 깜짝하나.'

승희는 그런 험담을 들을 때마다 오히려 자신을 더 우월하게 느꼈다. 

'대놓고 말할 깜냥도 안 되는 것들이 등 뒤에서 지랄들이네.'

이렇게 생각하며 코웃음을 쳤을 뿐이다.

'못생긴 것들이.'

이렇게 생각했다. 자신의 미모를 질투해서 저러는 것이라고. 미인의 삶은 고달플 수 있으니 맷집을 키우자고. 그야말로 "정신 승리"의 인간화인 것이다.

"어머, 이거 또 주임님 솜씨죠? 어쩜 이렇게 솜씨가 좋으세요? 매일 이렇게 얻어 먹기만 해서 어떡하죠?"

승희는 특유의 콧소리가 섞인 하이톤의 목소리로 애교스럽게 말했다. 

"아니야, 승희 씨.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네."

은영은 그렇게 말하고 헤드셋을 끼고 업무를 시작했다. 

"어유~ 당연하죠, 주임님. 안 그래도 아침부터 운동을 좀 했더니 배가 고파졌어요."

승희는 혼자서 음흉한 상상이라도 하는 듯 살짝 수줍어 하는 듯한 제스처를 하며 고개를 숙여 웃었다.

키가 농구 선수같이 큰 우영 씨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승희 씨, 아침부터 무슨 운동했는데? 운동한 차림이 아닌데?"

"에이, 우영 씨는 몰라도 돼요."

승희가 홀리는 듯한 콧소리를 내며 가볍게 응수했다.

"왜? 비밀이야? 운동 메이트 필요하지 않아?"

속으로 우영에게 마음을 두고 있던 주희는 심기가 불편해졌다. 사내 채팅룸을 통해 바로 옆에 앉은 진경에게 키보드가 부서져라 채팅을 날렸다. 내용은 당연히 승희를 험담하는 내용.

"저 년 저게 미쳤나? 어디다 대고 꼬리를 치지?"

"내 말이. 저 년 저거 아침부터 간댕이가 부어서 배 밖에 나왔군."

"저 년을 어떻게 족치지? 완전 눈엣가시란 말이야."

"에휴... 아무리 대놓고 뭐라 해도 눈도 깜짝 안 하는 년한테 뭘 어떻게 족치겠어?"

"저 년 미워 죽겠네."

"그나저나 우영 씨는 왜 저런 소리를 해서 승희를 의기양양하게 만들지?"

"그러게 말이야. 너 우영 씨한테 고백 안 해?"

"아, 몰라. 어떻게 고백해?"

"그걸 네가 알지, 내가 알겠냐? 네가 좋다며."

"어떻게 고백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너 그러다가 다른 사람이 우영 씨 채가면 어떡해?"

"야야.. 그런 소리 하지도 마. 말이 씨가 돼."

"그러니까 빨리 고백하란 말이야. 그만 뭉그적대고!"

"알았어, 알았어. 나도 타이밍을 엿보고 있다고."

"일기예보 보니까 이번 주 주말에 날씨도 좋겠던데 빨리 데이트 잡아!"

"아, 그럼 좋겠다. 아니 근데 저 남자는 내가 이렇게 신호를 주는데도 왜 저렇게 둔하냐? 완전 곰이 따로 없다니까."

은영은 주희와 진경이 채팅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챘지만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르는 척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저런 일진 성향의 무리들은 멀리하는 게 상책이다. 은영이 저들에게 상사였지만, 상사여도 몸을 사렸다. 저렇게 잃을 게 없는 듯이 사회에 나와서도 학창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패를 형성하고 겁나는 것 없이 남의 험담을 하고 여론을 조성하는 사람들은 조심해야 한다. 은영이 체득한 처세술이다. 분란의 싹은 미리 피해 가는 게 최선이다.

은영은 서둘러 업무에 돌입했다.

간발의 차로 승희보다 늦게 사무실로 들어온 신 과장이 회사 내부 채팅으로 업무 지시를 보내 왔던 것이다. 은영은 신 과장의 업무 지시 메시지를 읽으며 곁눈질로는 신 과장 자리 쪽을 슬그머니 봤다. 신 과장은 방금 출근한 게 아니라 일찍 출근했다가 어딜 나갔다 들어온 참인지 이미 책상 위에는 하루치 업무가 과적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말끔하게 다려진 와이셔츠의 손목에서 커프스링크가 반짝이고 있었다. 세련되고 샤프했다. 신 과장의 책상 위에는 아내, 딸과 찍은 가족사진이 통창으로 들어온 아침 햇볕을 받아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아내는 고상한 미인이었고 딸은 아기 모델 같이 예뻤다. 두 명 다 그야말로 연예인을 압살하는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 미인을 아내로 두고 있다는 것은 알게 모르게 신 과장을 격상시켰다.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직장에서의 위치를 넘어서, 뭔가 더 큰 매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응당 그럴 것이라고 믿게 만들었다.

'저렇게 완벽한 남자와 하는 잠자리는 어떨까?'

단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던 생각이 은영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은영은 자기의 머릿속을 누가 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세차게 고개를 내저었다.

'이런,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지? 미쳤나 봐, 진짜.'

은영은 갑작스러운 상상에 스스로가 당혹스러워졌다. 하지만 요즘 신 과장에게서는 그런 게 풍겨 왔다. 흔히 밤꽃 향기라고 하는 것. 아는 사람만 감지하는 그것. 저렇게 깔끔하게 면도하고 빳빳하게 다려진 와이셔츠를 입고 있지만 바로 5분 전까지도 어느 여자의 은밀한 그곳을 굶주린 짐승처럼 핥고 있었을 것만 같은 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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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재 이제 아빠랑 자러 갈까?"저녁 식사 후 아이와 한참 퍼즐을 같이 해 주던 은영의 남편 태형은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빠, 이거 조금만 더 하고 싶어요.""우리 승재 눈에 잠이 그렁그렁한데?""아니에요! 잠 없어요. 눈에 잠 없단 말이에요."승재는 돌연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태형은 승재가 귀여워서 너털웃음을 터트렸다."내일 일어나서 축구 교실 가려면 이제 자러 가야 돼. 일찍 자야 우리 승재 아빠만큼 키 큰다. 일찍 자야 키 요정이 승재한테 오는 거야. 자, 우리 이거 정리할까?"태형은 '장난감을 정리하자'라는 문장을 마음대로 음을 넣어 노래를 부르며 나서서 치우기 시작했다. 태형의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노래에 승재는 웃음을 터트렸다. 승재도 이내 태형을 따라 고사리손으로 바닥에 흐트러져 있던 퍼즐 조각과 듀플로 더미들, 장난감 자동차들을 하나 하나 주워 각각 알맞은 상자에 넣기 시작했다. 은영은 둘의 말소리, 노랫소리를 건너 들으며 행복한 마음이 됐다.이윽고 태형은 승재를 들어 올려 품에 안고는 승재의 방으로 향했다. 승재 방의 블라인드를 내리고 은은한 빛의 램프를 켜고 승재를 침대에 내려 눕혔다. 태형은 사이드 테이블에 놓여 있던 동화책을 펼쳐 승재에게 읽어 주기 시작했다.은영은 태형의 기척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다시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저녁 식사 후 화장실에 갔었기 때문에 다시 아래를 깨끗이 씻고 싶었던 것이다. 은영은 꼼꼼하게 세정제를 발라 따뜻한 물로 씻고 보송한 수건으로 세심하게 닦았다. 몸에 바디로션을 바르고 향수도 뿌렸다. 야한 팬티를 입고 슬립 드레스 란제리를 입은 뒤 램프의 조도를 낮췄다.은영은 티브이를 켜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볼 만한 프로그램을 찾았다.태형의 잠자리 동화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은영은 조바심이 났다.티브이의 볼륨을 줄여 승재 방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태형은 사자도 되었다가 선생님도 되었다가 코알라도 되었다가 개구쟁이 소년이 되기도 하면서 열성적으로 동화 구연을 해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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