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쌍꺼풀 수술이 좀 과하게 됐다는 거 말고는 흠잡을 데 없이 예쁜 승희가 하이힐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사무실로 들어옴과 동시에 몸을 내던지듯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로그하는 시간이 기록되기 때문에 컴퓨터를 9시 전에 켜는 건 아주 중요했다.
"아, 오늘도 성공."
하며 눈을 찡긋 하고는 그제서야 새삼스레 의자를 뱅그르르 돌려 회사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승희 씨, 안녕? 오늘도 슬라이딩 도어네?"
만년 평사원 경은이 비꼬면서 한 마디 했다.
"네, 제가 좀 타이밍을 잘 맞추거든요."
승희는 예의를 갖추면서도 일견 조소의 톤을 띄우고 받아쳤다. 그렇다. 승희는 누구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를 매력적이게도 보이게 했고, 동시에 얄밉게도 보이게 했다. 승희는 언제나처럼 금방이라도 선자리에 나갈 듯 한껏 꾸민 채였다. 등의 중간까지 오는 굽실굽실한 갈색 머리에서는 은은한 모링가 향이 났다. 바람이 불어와 코끝에 그 향이 전해져 오기만 해도 침샘에 침이 순식간에 차올라오는 향기였다. 디자인은 단정하나 소재가 뭔가 야한, 속이 비치는 베이지색 쉬폰 블라우스에 나풀거리는 노란색 치마를 입고 키튼 힐의 미디엄 높이 하이힐을 신은 승희는 지각할까 봐 금방 허겁지겁 달려온 사람답지 않게 여유가 넘쳤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은 당당함이었다. 깡마르지 않았으나 하늘하늘한 핏을 가진 승희에게는 아직 단 한번도 아기를 낳아보지 않은 여자 특유의 몸선이 있었다. 단정한 옷 속에는 어딘가 모르게 헤픈 여자의 몸짓이 있었다. 승희는 조심성 없이 바닥에 떨어진 볼펜을 줍기도 했고 의자에 앉아 무방비 상태로 다리를 무심코 벌리기도 했다. 그럴 때면 승희의 브래지어 끈과 팬티가 살짝씩 보이기도 했다. 어떨 때는 세상 도도한 커리어 우먼같기도 했고 어떨 때는 세상 헤픈 업소녀같기도 했다. 그야말로, 묘했다.
"어머, 이거 또 주임님 솜씨죠? 어쩜 이렇게 솜씨가 좋으세요? 매일 이렇게 얻어 먹기만 해서 어떡하죠?"
승희는 특유의 콧소리가 섞인 하이톤의 목소리로 애교스럽게 말했다.
"아니야, 승희 씨.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네."
은영은 그렇게 말하고 헤드셋을 끼고 업무를 시작했다. 간발의 차로 승희보다 늦게 사무실로 들어온 신 과장이 회사 내부 채팅으로 업무 지시를 보내왔던 것이다. 은영은 신 과장의 업무 지시 메시지를 읽으며 곁눈질로는 신 과장 자리 쪽을 슬그머니 봤다. 신 과장은 방금 출근한 게 아니라 일찍 출근했다가 어딜 나갔다 들어온 참인지 이미 책상 위에는 하루치 업무가 과적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말끔하게 다려진 와이셔츠의 손목에서 커프스링크가 반짝이고 있었다. 세련되고 샤프했다. 신 과장의 책상 위에는 아내, 딸과 찍은 가족사진이 통창으로 들어온 아침 햇살을 받아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저렇게 완벽한 남자와 하는 잠자리는 어떨까?'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생각이 은영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은영은 자신의 머릿속을 누가 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세차게 고개를 내저었다.
'이런,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남편과의 잠자리가 불만족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은영은 갑작스러운 상상에 스스로가 당혹스러워졌다. 하지만, 요즘 신 과장에게서는 그런 게 풍겨왔다. 흔히 밤꽃향기라고 하는 것. 아는 사람만 감지하는 그것. 저렇게 깔끔하게 면도하고 빳빳하게 다려진 와이셔츠를 입고 있지만 바로 5분 전까지도 어느 여자의 은밀한 그곳을 굶주린 짐승처럼 햝고 있었을 것만 같은 그 느낌.
"승재, 오늘 하루는 어땠어?"은영의 남편 태형은 언제나처럼 다정했다. 아이에게 물을 따라주었고 의자를 바로해 주었으며 반찬을 이것저것 집어 밥 위에 올려주기도 했다.'예전에는 저런 다정함과 세심함이 다 나를 향했었지.'은영은 속으로 생각했다. 굳이 섭섭하지는 않았다. 세월과 함께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하는 거겠지, 생각했다. 자식에게조차 무심한 남자도 많다던데 이 정도면 선방하는 거지, 스스로 위로하기도 했다.저 남자의 관심을 고스란히 받았던 시절이 있었지.은영은 그들의 연애 시절을 떠올렸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 뛰어든 어느 서점의 지붕 아래, 먹구름이 껴 갑자기 밤처럼 어두워진 그 한낮에 첫키스를 나눴었다. 둘 다 서툴렀다. 엉거주춤 서서 입은 맞추고 있으나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허공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손. 먼저 그 손을 잡은 것은 은영이었다. 은영의 적극성에 마음을 놓은 태형은 이내 한손으로 은영의 허리를 감쌌고 키스가 길어지는 동안 손은 은영의 엉덩이께로 내려와 부드럽게 움직였다."비 맞아서 옷이 다 젖었네. 춥지 않아?"그들은 맞은편 건물에서 대낮에도 요란한 네온사인 등을 발산하고 있던 모텔로 향했다. 소위 "나쁜 남자"와의 연애만 주구장창 하던 은영이 처음으로 마음을 풀고 성관계를 했던 상대였다. 태형은 꼼꼼하게 샤워했고 커튼을 완전히 쳐 방을 어둑하게 만들었으며 서둘지도 않았다. "내키지 않으면 그냥 티브이만 보다 나가도 돼."태형은 수줍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그들은 이를 깨끗하게 닦고 침대에 나란히 누워 진짜로 티브이를 봤다. 태형은 리모컨을 이리저리 눌러 예능 프로그램을 찾았다. 몇 번이고 재방송을 봤던 익숙한 프로그램이었다. 둘은 침대에 나란히 앉아 간간히 농담을 주고받으며 티브이를 봤다. 소나기는 애저녁에 이미 그친 상태였다. 쏴아아 빗소리에 뭉개졌던 세상의 소리들이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버스 소리, 발자국 소리, 신호등 초록불 타이머 소리... 은영의 목욕 가운을 살짝 펼쳐 허벅지를 드러내
은영은 슬며시 휴게실에 돌아가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사람들 무리에 합류했다가 5시 땡 되자마자 사무실을 나갔다. 하지만 그 층을 떠나진 않았다. 확실히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알 것 같았지만... 확실히 하고 싶었다. 사무실 밖 복도,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복도에 있는 화장실엘 간 누군가를 기다리는 척하며 퇴근하는 사람들의 양말과 구두만 뚫어져라 봤다. 아들을 데리러 가는 것도 미룬 채. 왠지 반드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계단으로 내려가려면 무거운 철제문을 열어 어두운 계단을 내려가야 했기 때문에 거의 모두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주임님, 퇴근 안 하시고 여기서 뭐 하세요?" 데이트를 가는지 클럽엘 가는지 한껏 꾸민 직원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하며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반짝 빛냈지만 은영은 꿋꿋이 기다렸다. 승희도 퇴근했다. 약속이라도 있는지 신이 나서는. 몇십 명이 같이 일하는 사무실에서, 누가 들어올지도 모르는 상황에, 간식 타임이긴 했어도 엄연히 근무 시간 내에 그런 아슬아슬한 짓을 저질렀으니 얼마나 도파민이 터졌을지 짐작도 안 됐다. 훅 분출했으니 시원하기도 하고 나른한 만족감도 느꼈던 것일까. 은영은 질투인지 심술인지 모를 감정이 솟구쳐 올라왔다. 일부러 존재를 알리고 싶어 큰소리로 인사했다. "승희 씨, 이제 퇴근해? 기분 좋아 보이는데 어디 가?" "아, 주임님. 그냥 친구들 만나서 저녁 먹을 거예요, 호호." 승희는 콧등을 찡그리며 웃었다. 치마가 나풀댔다. 저 안은 아직도 젖어 있으려나. 직원들 대부분이 빠져 나간 후 이제 그만 포기할까 하던 차에 은영은 마침내 그 구두를 봤다. 예상했던 대로 신 과장이었다. 구두로는 오히려 구별이 어려웠지만, 엘리베이터 안으로 스텝을 살짝 넓게 내딛을 때 분명히 봤다. 양말의 특정 브랜드. 검정 양말에 작게 노란색으로 수놓여진 그 브랜드의 동물 이미지. 책상 아래로 보였던 다리의 마름 정도도 매치했다. 은영은 왠지 모르게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아랫도리에서 뜨끈한
"주임님, 3시 57분인데 콜 막아도 되죠?" 경은이 헤드셋을 내려 놓으며 은영에게 명랑하게 물었다. "응, 그럴까?" 그날은 한 달의 마지막 주 금요일이었다. 그들이 일하던 부서는 달의 마지막 금요일마다 4시에 업무를 마치고 회사 휴게실에서 조촐한 간식 타임을 가졌다. 업무를 마쳤다고는 하나 퇴근을 해도 되는 건 아니었다. 간식 타임 또한 업무의 연장이었기 때문에. 조그마한 케이크를 주문해 그 달에 생일을 맞았던 직원들의 생일을 다같이 축하했고, 간부들이 일하고 있는 7층에서 센터장이 내려와 한 마디 하기도 했다. 가끔씩 맥주와 와인 등 가벼운 주류가 제공되기도 했다. 그들이 일하던 부서는 엘레베이터 4층에 있었는데 엘레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눈앞으로 커다란 유리문이 있었고 유리문 안으로 들어가면 오픈플랜 사무실이었다. 유리문 안쪽 오른쪽에 사방이 유리로 된 신 과장의 사무실이 있었다. 오픈플랜이었지만 군데군데 기둥이 있어서 모든 자리를 한눈에 볼 수는 없었다. 유리문 안으로 들어오기 전 왼쪽에 휴게실과 화장실이 있었다. 휴게실에는 텔레비전과 냉장고와 싱크대와 소파 자리가 있어서 직원들은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거기서 먹기도 하고 커피를 타 마시기도 했다. 4시가 땡 되자마자 직원들이 우르르 일어나 휴게실로 향했다. "주임님, 같이 가요." "응, 그래." 다들 금요일의 바이브에 젖어 기분이 좋아 보였다. 데이트가 있는지 다들 잘 차려 입은 모습이었다. 휴게실에 가서 생일 축하 노래를 다같이 부르고 케이크를 나눠 먹는 동안, 은영은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퇴근 시간에 맞추려면 서둘러 해야했다. 그날은 5시 땡 되자마자 퇴근해 아들을 데리러 가고 싶었다. 아들을 데리고 같이 마트에 가 찬거리를 사고 집에 가는 길에 놀이터에도 들러 잠깐이라도 그네를 밀어 주고 싶었다. 그리고는 집에 가 아이 목욕을 시키고 찌개를 끓이고 고기를 구워 저녁을 차리고 싶었다. 남편과 아이와 셋이 둘러앉아 서로 쌈도 싸서
쌍꺼풀 수술이 좀 과하게 됐다는 거 말고는 흠잡을 데 없이 예쁜 승희가 하이힐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사무실로 들어옴과 동시에 몸을 내던지듯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로그하는 시간이 기록되기 때문에 컴퓨터를 9시 전에 켜는 건 아주 중요했다. "아, 오늘도 성공." 하며 눈을 찡긋 하고는 그제서야 새삼스레 의자를 뱅그르르 돌려 회사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승희 씨, 안녕? 오늘도 슬라이딩 도어네?" 만년 평사원 경은이 비꼬면서 한 마디 했다. "네, 제가 좀 타이밍을 잘 맞추거든요." 승희는 예의를 갖추면서도 일견 조소의 톤을 띄우고 받아쳤다. 그렇다. 승희는 누구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를 매력적이게도 보이게 했고, 동시에 얄밉게도 보이게 했다. 승희는 언제나처럼 금방이라도 선자리에 나갈 듯 한껏 꾸민 채였다. 등의 중간까지 오는 굽실굽실한 갈색 머리에서는 은은한 모링가 향이 났다. 바람이 불어와 코끝에 그 향이 전해져 오기만 해도 침샘에 침이 순식간에 차올라오는 향기였다. 디자인은 단정하나 소재가 뭔가 야한, 속이 비치는 베이지색 쉬폰 블라우스에 나풀거리는 노란색 치마를 입고 키튼 힐의 미디엄 높이 하이힐을 신은 승희는 지각할까 봐 금방 허겁지겁 달려온 사람답지 않게 여유가 넘쳤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은 당당함이었다. 깡마르지 않았으나 하늘하늘한 핏을 가진 승희에게는 아직 단 한번도 아기를 낳아보지 않은 여자 특유의 몸선이 있었다. 단정한 옷 속에는 어딘가 모르게 헤픈 여자의 몸짓이 있었다. 승희는 조심성 없이 바닥에 떨어진 볼펜을 줍기도 했고 의자에 앉아 무방비 상태로 다리를 무심코 벌리기도 했다. 그럴 때면 승희의 브래지어 끈과 팬티가 살짝씩 보이기도 했다. 어떨 때는 세상 도도한 커리어 우먼같기도 했고 어떨 때는 세상 헤픈 업소녀같기도 했다. 그야말로, 묘했다. "어머, 이거 또 주임님 솜씨죠? 어쩜 이렇게 솜씨가 좋으세요? 매일 이렇게 얻어 먹기만 해서 어떡하죠?" 승희는 특유의 콧소
"자자, 이거 하나씩들 먹고 시작하자구." 은영은 집에서 직접 싸온 샌드위치를 팀 동료들에게 하나씩 돌렸다. 삶은 달걀을 마요네즈, 후추와 함께 으깨어 넣고 토마토와 아보카도 슬라이스도 넣은 든든한 샌드위치였다. 팀원 여덟 명에게 하나씩 돌리고 은영도 하나 들어 한 입 베어먹었다. "어머, 배 주임님. 매번 안 이러셔도 되는데 황송해서 어쩌죠?" "아이 등교시키고 남편 출근시키느라 바쁘실 텐데 어찌 아침마다 이러세요?" "역시 이 정도 부지런함이 겸비되어야 결혼이란 걸 하는 건가 봐." "주임님 남편분 부럽네. 진짜 상향혼 하신 분이야. 인정 인정." "상향혼? 상향혼이 뭐야?" "자기 자신보다 훨씬 나은 상대랑 결혼해서 팔자가 펴는 게 상향혼이야. 그 반대는 하향혼이고. 완전 나은 상대랑 결혼해서 완전히 팔자를 고치게 되면 초상향혼이지." "어머, 무슨 그런 말이 있어? 근데 말은 된다. 누가 지었는지는 몰라도 말 잘 지어냈네." "에이, 그런 게 어딨어? 상향혼, 하향혼 기준은 뭐야? 돈 많은 남자한테 시집가면 상향혼 한 거야? 결혼은 둘이 사랑해서 하는 거고 둘이 추구하는 가치가 비슷한 사람끼리 하는 거야." "아이고, 지현 씨 또 교과서에 나오는 말하네. 현실은 그게 아니라고요." "그러니까. 지현 씨같은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더라. 호호." 팀원들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다들 한 마디씩 거들었다. 꺄르르 대며 전날 저녁에 본 드라마 이야기, 어제 한 머리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야기,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존잘남 봤다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동안 어느덧 시계는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승희 씨는 오늘도 늦네." 작은 입술에 벽돌색 립스틱을 발라 펭귄같이 보이는 진경이 앞머리에 말려 있던 구루프를 풀며 한 마디 했다. 그러고 보니 요새 승희 씨는 지각이 잦다. 지각에 민감한 윤 과장이 금방이라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서 내려와 아침 순찰을 돌까 은영의 마음은 초조해졌다. 계약직으로 시작해 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