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탕비실의 밀도 있는 공기 속에서 재윤의 늦고 능글맞은 음성이 은주의 귓가를 파고들었다.그의 손마디가 얇은 스타킹의 경계를 넘어 허벅지 안쪽의 여린 살을 지긋이 쓸어 올리고 있었다.은주는 숨이 멎을 것 같은 공포에 질려 두 손으로 재윤의 단단한 가슴을 밀어냈다.하지만 본가에 틀어박혀 며칠 사이 짐승처럼 굶주려 있던 재윤의 몸은 거대한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재윤 씨… 미쳤어요? 여긴 회사예요. 밖에서 누가 듣기라도 하면…”은주의 목소리는 사시나무처럼 잘게 떨려 형편없이 갈라져 나왔다.재윤은 대답 대신 고개를 숙여 은주의 목덜미에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그게 아니라 기다리는 아버지가 다시 올라올까 봐 무서운 거겠죠.”재윤의 긴 손가락이 얇은 속옷의 천을 비집고 들어갔다.그의 손끝은 이미 축축하게 젖어 있는 은주의 은밀한 곳을 노골적으로 침범하고 있었다.“흣…! 아, 제발…”“제발 해달라는거 맞죠? 벌써 이렇게 젖어 있잖아요, 실장님.”재윤의 비릿한 조소가 어둠 속에서 낮게 울렸다.그의 말이 맞았다.머리로는 당장 뺨을 치고 도망쳐야 한다고 수백 번 소리치고 있었지만, 은주의 음부는 재윤의 손길이 닿자마자 기형적인 열기를 뿜어내며 애액을 흘려보내고 있었다.결혼을 앞두고 빽빽하게 돌아가던 숨 막히던 시간들이, 역설적이게도 재윤의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손길에 쾌락을 느끼도록 만들고 있었다.딱 한 번의 발각으로도 안전다고 느끼던 유리성이 산산조각 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오히려 은주의 성감을 예민하게 자극했다. 재윤의 가운뎃손가락이 질척이는 소리를 내며 은주의 좁은 내벽 안으로 깊숙하게 밀고 들어왔다.“아앗…!”은주가 반사적으로 허리를 튕기며 신음을 뱉으려 하자, 재윤이 재빨리 다른 손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탕비실의 고요한 공기 위로, 살이 부딪치고 물기가 섞이는 외설적인 소리만이 적나라하게 울려 퍼졌다.재윤은 은주의 귀 뒷쪽을 혀로 핥으며 손가락의 움직임을 점차 빠르게 가져갔다. 여린 살점들이 물에 젖어 질척거리는 소리가
최종우와의 합방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일상이 되었다.매일 밤 은주는 2층 종우의 침실에서 그와 한 이불을 덮고 누웠다.종우는 변함없이 다정했고, 어른스럽게 은주를 배려하며 보살펴주었다.하지만 그 온화함 뒤에 자리한 정체 모를 압박감은 날이 갈수록 은주의 목을 옥죄어왔다.종우의 눈빛이 변하거나, 무심하게 던지는 말 한마디에도 은주는 가슴이 내려앉는 충격을 이겨내야 했다.결혼식 날짜가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예식 준비는 거침없이 진행되었다.자잘한 것들은 컨설턴트가 알아서 진행했지만 웨딩드레스 피팅이나 가문 간의 인사를 겸한 정재계 인사들과의 식사 자리처럼 은주가 직접 하거나 첨석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서 쉴 틈이 없었다.은주는 비서실장으로서의 완벽한 일 처리뿐만 아니라, 최종우의 흠잡을 데 없는 약혼녀 역할까지 동시에 해내야 했다.남들이 보기에는 밑바닥에서 솟아오른 신데렐라였지만, 그 모든 화려함 속에서도 은주의 내면은 하루하루 까맣게 시들어 가고 있었다.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회사 건물 내부가 고요해진 늦은 저녁 시간이었다.은주는 사장실 안에서 다음 주에 있을 웨딩드레스 피팅 일정과 하객 명단을 최종적으로 정리하고 있었다.책상 건너편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던 종우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은주야.”“네, 사장님.”은주는 일정을 기재하던 펜을 멈추고 종우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종우는 은주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의자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기대었다.“성북동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재윤이 녀석, 다리도 다 나았으면서 복학 준비는 안 하고 요새 통 방 밖으로 나오질 않는다고 하더군.”재윤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은주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은주는 애써 티를 내지 않으려 손에 쥐고 있던 펜에 슬그머니 힘을 주었다.“그래요? 이제 거동도 편해졌을 텐데… 당분간은 조용히 쉬고 싶은가 보네요.”“그런데 이상하지.”종우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사장실 안의 정적을 갈랐다.종우는 은주의 눈동
차가운 욕실 바닥에 주저앉은 은주는 한참 동안 휴대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액정 위로 떠오른 문장 하나하나가 보이지 않는 올가미가 되어 그녀의 목을 조여오고 있었다.성북동 본가로 옮겨 갔으면서도, 재윤은 마치 이 침실 구석에 숨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은주의 숨통을 조여왔다.그의 문자는 단순한 도발이 아니었다.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아귀 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서늘하고 잔인한 경고장이었다.은주는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흔적도 없이 삭제했다.혹시라도 종우가 이 화면을 보게 된다면, 그녀가 평생을 바랬던 이 삶이 그 자리에서 산산조각 날 터였다.은주는 세면대 모서리를 꽉 부여잡고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찬물을 거세게 틀어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신경질적으로 씻어냈다.물방울이 맺힌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눈동자는 지독한 공포와, 부정할 수 없는 수치심으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손가락에 끼워진 값비싼 약혼반지가 유난히 무겁고 차갑게 느껴졌다.욕실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침실로 돌아왔다.넓은 침대 위, 종우는 여전히 고른 숨소리를 내며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은주는 매트리스가 흔들리지 않게 기척을 죽인 채 그의 옆으로 다가가 누웠다.그녀가 이불을 덮자마자, 잠결에도 익숙하게 뻗어 나온 종우의 단단한 팔이 은주의 얇은 허리를 끌어당겨 감싸 안았다.그의 품은 한없이 따뜻하고 안락했지만, 지금의 은주에게는 마치 두 번 다시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서늘한 감옥처럼 느껴졌다.은주는 종우의 넓은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억지로 두 눈을 질끈 감았다.하지만 어둠이 내린 시야 속에서도 재윤의 비릿한 미소가 끈적한 환영처럼 어른거려, 아침 해가 밝아올 때까지 단 한 순간도 잠들지 못했다.다음 날 아침, 본사 비서실의 분위기는 평소와 다름없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은주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 멍해진 정신을 다잡으며 책상 위의 결재 서류들을 정돈했다.독한 에스프레소를 연거푸 들이켰지만, 머릿속을 무겁게 짓누르는 두통은
2층 종우의 침실.그곳은 은주가 평생을 바쳐 도달하고자 했던 완벽한 요새이자, 한편으론 숨 막히는 감옥이었다.실크 가운을 걸친 채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은주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방 안을 채운 은은한 조명과 향기는 평온한 느낌이었지만, 은주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욕실 문이 열리고, 샤워를 마친 최종우가 걸어 나왔다.그는 여유로운 걸음으로 다가와 은주의 옆에 앉았다.물기가 덜 마른 그의 단단한 팔이 은주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아왔다.“긴장돼?”종우의 낮고 다정한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은주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니에요… 그냥, 막상 짐을 이 방에 다 옮기고 나니까 마음이 좀 묘해서요.”종우는 가볍게 웃으며 은주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그의 입술은 따뜻했고, 손길은 한없이 부드럽고 젠틀했다.폭력적으로 옷을 찢어발기며 억지로 다리를 벌리게 만들던 누군가와는 전혀 다른, 어른스럽고 농밀한 애무였다.종우의 손이 가운의 매듭을 천천히 풀고, 은주의 맨살 위를 유영하기 시작했다.그는 은주를 소중한 도자기라도 다루듯 조심스럽게 침대 위로 눕혔다.“은주야. 이제 넌 온전한 내 사람이야.”그의 묵직한 체중이 은주의 위로 겹쳐졌다.종우의 키스가 입술을 타고 내려와 쇄골과 가슴으로 이어졌다.은주의 상처와 아픔, 가난까지도 가려줄 수 있는 단단하고 거대한 그늘.이 남자의 품에 안겨 있으면 과거의 그 어떤 기억도 감히 그녀를 끌어내릴 수 없을 것만 같았다.하지만.종우의 뜨거운 살덩이가 은주의 젖어 든 안쪽으로 깊숙하게 밀고 들어오는 순간.은주는 반사적으로 두 눈을 질끈 감았다.어둠이 시야를 덮자, 거짓말처럼 서늘하고 앳된 얼굴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지금 실장님 안으로 박고 있어요. 느껴져요?’환청이었다.어젯밤, 바로 이 침대 위에서 자신을 무자비하게 유린하며 속삭이던 최재윤의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울려 퍼졌다.“하읏…!”은주의 입에서 참지 못한 신음이 튀어나왔다.그녀의 좁은
은주는 바닥에 엎드린 채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재윤의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문 너머의 공기가 여전히 무겁게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 눈물이 바닥을 적셨다. 그녀는 입술을 세게 깨물며 신음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했다. 재윤이 자신을 ‘어머니’라고 불렀다. 아버지 앞에서. 그 사실이 머릿속에서 반복해서 울렸다. 자신이 그 아이를 어디까지 망가뜨리고 있는 것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복도에서 다시 발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달랐다. 무겁고, 익숙한 발걸음이었다. 은주는 고개를 들었다. 심장이 다시 크게 뛰기 시작했다. 노크 소리가 났다. 짧고, 단호했다. “은주야.” 최종우의 목소리였다. 은주는 급히 눈물을 닦았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문좀 열어 봐.” 최종우가 다시 말했다. 은주는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었다. 최종우는 그대로 서 있었다. 슈트 차림은 여전했지만, 표정은 평소보다 굳어 있었다. 그는 은주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눈이 부은 것을 알아챈 듯, 잠시 말이 없었다. “들어가자.” 최종우가 먼저 방으로 들어왔다. 은주는 문을 닫으며 고개를 숙였다. 최종우는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리고 은주를 바라보았다. "울었니? 왜 무슨 일이 있었어? 설마... 재윤이 때문인가?"은주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예요. 재윤 씨 일은 종우 씨가 잘 하실..."종우가 은주의 말을 막으며 그녀의 두 손을 맞잡았다. "재윤이 녀석은 신경쓰지 마. 저러다가도 본가로 들어가면 여긴 금방 잊어버릴거야. 그리고 뭐 영영 안 볼 사이도 아니고, 당신이나 나나 이제는 본가도 자주 찾아뵙고 해야지. 안그래?"은주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순전히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걱정하듯이 말했다. "재윤 씨가 종우 씨 앞에서 그렇게 말하는 건 처음 봤어요. 혹시라도... 저 때문에
그날 저녁, 최종우는 자신의 서재로 재윤을 호출했다.재윤이 들어서고 서재 문이 닫히자, 복도는 갑자기 조용해졌다. 은주는 벽 뒤에 선 채 숨을 죽였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어찌나 크게 들리는지 몸 밖으로 튀어나올 듯 했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 나왔다. 서재 안에서 최종우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제 몸도 거의 다 낫고 했으니 복학을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성북동 본가에서 지내는게 좋을 것 같다.” 재윤의 대답은 쉽게 들리지 않았다. 심각한 얼굴로 아버지의 얼굴을 응시하던 재윤이 순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아버지. 저는 여기가 더 좋아요. 학교도 얼마 멀지 않고요."잠시 긴 침묵이 흘렀다. 은주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자신의 숨소리조차 들킬까 봐 두려웠다. 종우가 재윤의 말에 수긍해 주지 않자 그의 말투가 다급해졌다. 그리고 재윤답지 않게 약간은 반항적이기까지 했다. “여기 있어도 학교 다니는 데 문제없습니다. 갑자기 왜 보내려고 그러시는 거에요?” 최종우의 목소리가 조금 더 차가워졌다. “통학하기에는 본가가 훨씬 가깝다. 더 이상 논의할 필요 없다. 그리고... 어짜피 곧 군대도 가야하잖아.” 그의 입에서 '군대'라는 말이 나오자 재윤의 눈동자가 더욱 떨렸다. 입밖으로 내는 말이 몹시 떨리고 있었다. “저는 여기 있고 싶습니다.” 재윤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은주는 벽에 등을 기댄 채 눈을 질끈 감았다. 저 목소리는 자신이 알던 재윤의 것이 아니었다. 언제나 아버지의 말에 고분고분하던 그 아이가 아니었다. “아버지.” 재윤이 처음으로 ‘아버지’라는 호칭을 거의 토해내듯이 불렀다. 그리곤 곤 울먹이는 듯 그의 어깨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 한 마디에 은주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저는… 이 집을 나가고 싶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실장님과 결혼하는 것도 반대하지 않았어요. 저는 아버지와... 어, 어머니와 함께... 온전한 부모님과 함께
하지만 지금 은주는 종우를 기쁘게 하고 싶다.그게 어떻게 하는건지 다 알수는 없어도 그의 마음을 사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이 그녀를 사로잡고 있었다.“네, 아주 좋네요. 이런 덴 처음이라...”하지만 불쑥 속마음이 입밖으로 나오고 말았다.은주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가난과 비루함을 감추기 위해 애썼지만 그리고 최소한 지금까지는 잘 해왔다고 느꼈지만 종우 앞에서는 그 방어막이 허술해지는 느낌이었다.종우가 빙긋 웃으며 서버를 향해 눈짓을 하자 서버가 밖으로 나갔다.잠시후 은주가 들어온 문이 아닌 왼쪽의 막혀있는 벽처럼 보
오후 일정이 시작되었을 때 종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비즈니스적인 대화를 이어갔지만 가끔 은주가 서류를 건넬 때마다 일부러 손을 스치거나 말없이 눈을 맞추는 행동을 했다.은주는 그때마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그리고 손가락 끝의 저릿함 때문에 손이 떨렸지만 실수하지 않기 위해 정신을 가다듬었다.퇴근 시간이 다가올 무렵, 은주가 내일 일정을 확인하기 위해 들어갔을 때 종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노 실장님, 저녁에는 언제 시간이 됩니까?”사적인 질문이었고 은주는 거절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내리실 정류장은...」버스 안내 방송에 은주가 정신을 퍼뜩 차렸다.매만지던 손가락의 저릿함은 여전했지만 현실로 돌아오자 서서히 사라졌다.손가락 끝에 있는 상처는 그날 그녀가 저항하다가 어디에 베었는지 알지도 못하는 상처였다.하지만 그녀가 긴장할 때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며 과거의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방아쇠같은 존재였다.그리고 또 하나. 은주를 절망하게 만드는 것은 그 과거의 기억들이 트라우마로 남아 신체가 반응한다는 사실이다.이건 반사작용이다.그녀의 의지가 아니다.지금 은주가 앉아 있는 버스의 시트에 남은 젖
전날 비가 내린 탓에 하늘은 맑고 공기는 상쾌했다.많은 사람들이 부지런히 움직였고 거리의 차들도 바쁘게 오갔다.그 중 한 사람, 노은주.그녀는 지금 비서실장으로 승진한 뒤 첫 출근이다.익숙하게 다녔던 길이지만 오늘따라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직급이 달라져서가 아니라 새롭게 모시게 될 사장이라는 사람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사실 비서실 직원에 불과했던 은주가 실장으로 승진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새로운 사장의 부임 시기에 맞춰 인사 이동이 이뤄진 것이다.입사 동기인 인사과 직원의 말에 따르면 이번에 오는 사장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