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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 집에서 하는 질투

Author: moominkiller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5 18:50:49

야연에서 돌아온 밤, 왕부의 안채에 두 사람만 남았다.

월령은 겉옷을 벗고, 머리의 비녀를 뽑았다. 백옥과 살구나무. 검은 머리가 어깨 위로 풀려 내렸다.

위지헌이 그 모습을 보다가, 낮게 물었다.

"이제, 질투를 하려느냐."

"…네."

월령이 낮게 답했다.

"집에 가서 한다고 했으니까요."

*

월령은 그의 앞에 앉았다.

"오늘, 그 노가의 여인이 부군께 잔을 올릴 때요."

"들었다."

"손끝이, 부군 앞에 오래 머물렀어요. 저는 그걸 봤어요."

위지헌은 그녀를 보았다. 두 생을 건너온 책사가, 야연의 셈을 다 읽고 돌아와서는, 정작 집에서는 잔을 올리던 손끝 하나를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다.

"그게, 질투냐."

"…네. 아주 작은 질투요."

월령의 귓불이, 옅게 붉어졌다.

*

위지헌은 그 붉은 귓불을 보다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 여인이 잔을 올리는 동안, 나는 한 사람만 보았다."

"…누구요."

"네 옆자리를."

위지헌이 낮게 말했다.

"그 여인의 손끝이 얼마나 오래 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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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이 얼어 있었다.왕부 마당 구석, 큰 살구나무 곁에 작은 나무 하나를 들일 자리를 초비가 팠다. 괭이가 언 흙에 튀었다. 묵아가 그 옆에서 볏짚을 풀었다. 심각이 등에 지고 온 삼베 속의 뿌리에는 흙이 덜 마른 채로 붙어 있었다."마마님, 겨울에 심는 게 아니에요. 봄에 심어야 해요.""안다. 심는 것이 아니라 묻는 것이다. 봄까지 뿌리만 묻어 둔다.""그럼 봄에 다시 파요?""봄에 다시 파서 제대로 심는다. 그때는 네가 파라."초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 고향 밭두렁에서 움튼 것이었다. 마을이 탔고 그 옆 마을도 탔는데 뿌리는 타지 않았다. 초비가 그것을 제 손으로 언 땅에 묻고 묵아가 볏짚을 덮었다. 설련이 이레 만에 갈아입은 왕부 옷으로 그 곁에 섰고, 청아가 그 옆에 섰다."설련 언니, 이게 봄에 꽃이 필까요.""뿌리가 안 탔으면 피지. 살구나무는 뿌리로 산다고 했어."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흙이 덮이는 것을 보았다.*방어멈이 봄을 마루에서 마당으로 내렸다.언 땅 위에 깐 멍석에서 아이가 방어멈의 손가락 하나를 잡고 섰다. 서자 방어멈이 손가락을 뺐다. 아이는 혼자 서서 기울었으나 넘어지지 않았다.월령이 오른쪽으로 세 걸음 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었다."봄아. 이리 오너라."아이가 소리 나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어미를 찾았다. 찾고 나서 발을 뗐다.하나, 둘, 셋째 걸음에서 기울어 월령의 무릎으로 왔다. 세 걸음이었다. 오른쪽으로 온 아이를 어미가 받았다.방어멈은 아이가 놀랄까 봐 소리도 손뼉도 내지 않고, 대신 혀를 한 번 찼다."셋이에요. 넘어지긴 뭘 넘어져요. 저놈이 안 넘어지네. 제가 키운 셋 중에 제일 빨라요."위지헌이 흰 옷에 왼 어깨를 감은 채, 배운 대로 오른쪽 마루에 서 있다가 내려왔다. 아이가 어미 무릎에서 아비를 보고 손을 뻗었다. 옥관이 없어서 흰 소매를 잡았다.*월령이 깃을 올렸다.목덜미에는 며칠 전 자국 위에 어젯밤 자국이 겹쳐 있었다. 위지헌이 오른손으로 그 손을 잡고 깃을 도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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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437. 셋

    고 내관이 발을 걷었다."섭정왕 전하. 폐하께서 드시라 하십니다."위지헌이 흰 옷에 왼 어깨를 감은 채로 회랑에서 들어왔고, 월령이 그 뒤를 따랐다. 월령은 발 앞에서 멈추고 안으로 들지 않았다. 여인이 설 자리가 아니라서 문밖, 발 하나 너머에 섰다.발 안에는 누운 사람 하나와 꿇은 사람 둘이 있었다. 아우와 아들이 꿇어서 셋이 되었다. 머리맡에는 꼭지가 오른쪽인 잔이 놓여 있었다."둘 다 있느냐.""예, 형님.""예, 아바마마.""짐이 죽으면 태자는 없다. 방금 명서한테 그리 말했다. 지헌아, 너도 들어라. 태자는 없다. 짐이 세우지 않았다. 열 해 동안 보류했다. 대황자 때 못 찍은 붉은 점을 그 뒤로 한 번도 못 찍었다. 그것이 짐의 흠이고, 흠인 채로 간다."기침이 났으나 잔은 흔들리지 않았다."그러니 짐이 죽으면 너희 둘이 정해라. 둘 중 하나가 오른다. 종친부가 정하면 배중곤이 정하는 것이고, 군이 정하면 칼이 정하는 것이다. 너희 둘이 정하면 너희 둘이 정한 것이다. 짐이 남길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다."*위지헌이 먼저 입을 열었다."저는 안 합니다."짧은 답에 경화제가 눈을 뜨고 아우를 보았다."까닭은.""제가 오르면 제 아내가 황후입니다.""그렇지.""그 여자 명부의 값 장에 제 아내 이름이 있습니다. 값이 황후입니다. 제가 오르면 그 값을 제 손으로 치르는 것이 됩니다. 그 여자 아비가 살구나무 밑에서 적게 한 것을 제가 옥새로 찍는 것입니다. 안 합니다. 그 종이대로는 안 갑니다."월령이 발 밖에서 그 말을 듣는 동안 손이 소매 안, 꽃잎 넷이 있는 자리로 갔다. 그 사람이 저를 황후로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전생에 제가 형장에서 한 말을, 못 들었다던 그 말을, 이 사람이 병상 앞에서 대신 하고 있었다."또 하나 있습니다.""말해라.""저는 전장 사람입니다. 열 해를 그리 살았습니다. 앉아서 붓 드는 자리는 제 자리가 아닙니다. 형님이 앉으신 자리에 제가 앉으면 저는 칼로 다스립니다. 그러면 나라가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436. 제 자리

    등잔이 문턱에 놓여 있었다.삼황자부 침전 문 앞에 주란이 흰 옷을 입고 그 등잔을 놓고 서 있었다. 위명서가 회랑 끝에서 그것을 보았다. 편전에서 아비 곁에 열흘 넘게 앉아 있다가 상복 한 벌을 갈아입으러 온 걸음이었다. 상복은 사흘에 한 번 갈아입는 것이 법도였다."들어오지 마라.""알고 있습니다, 삼전하. 새 상복은 서안 옆에 두었습니다."주란이 문을 열고 물러섰다. 위명서가 들어가자 문이 닫혔다. 주란은 등잔 곁, 문 밖에 남았다.안에서 접힌 종이를 펴는 소리가 났다. 그러고는 붓 소리가 났다. 먹 가는 소리는 나지 않았으니, 마른 먹에 물을 부어 쓴 것이었다. 붓이 두 줄을 짧게 지나가고 멈췄다. 그러고는 종이를 반, 또 반 접는 소리가 났다.문이 열렸을 때 상복은 갈려 있었다. 주란이 벗은 삼베 상복을 받았고, 위명서는 아무 말 없이 회랑을 걸어 나갔다.주란이 그 삼베를 안고 서 있었다. 소맷단에서 마른 먹에 물을 부은 냄새가 났다. 주란은 냄새를 안 맡은 얼굴로 상복을 접었다.*빈전 앞 저녁 곡에서 숙비가 앞에 서고, 위명서가 그 뒤 황자의 자리에 섰다.병풍 없는 어미의 등이 열흘째 앞에 있었다. 곡이 세 번 길게 가고 끊기고, 다시 세 번 가는 것을 위명서가 흠 없이 따라 했다. 배운 적이 없는데도 어미의 음과 제 음이 같았다.곡이 끝나자 숙비가 돌아서서 아들을 보았다."아바마마 곁에 있어라. 짐이 자다 깨면 네 얼굴이 보이게 하라고 하셨다지.""예, 어머니. 곡이 끝나면 바로 돌아갑니다.""어미 곁은 흰 천이 지킨다. 스무이레 동안은 그렇다. 네가 여기 서 있을 까닭이 없다."숙비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첫날 한 번 내밀어 잡은 손을 두 번 내밀지 않았다. 위명서가 절하고 편전으로 돌아섰다. 어미의 눈이 제 등에 있다는 것을 등으로 알았다.*발 안에서 아비가 눈을 떴다."명서냐.""예, 아바마마.""거기 앉아라."위명서가 앉자 머리맡에 꼭지가 오른쪽인 잔이 있었다. 아비의 숨이 그 잔 곁을 지나갔다. 드는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21. 종이

    조서는 얇았다.얇은 종이가 사람을 가장 깊게 베는 날이 있다.심가 대문에 걸린 등불은 밤새 꺼지지 않았다. 내관이 돌아간 뒤에도 하인들은 감히 소리를 높이지 못했고, 부엌의 솥뚜껑은 평소보다 조용히 닫혔다. 종이 한 장이 집 안의 숨을 바꾸었다. 누가 지나가도 발끝이 먼저 조심스러워졌고, 아이들은 웃다가도 어른들의 눈치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월령은 조서를 다시 펼쳤다.궁중 내지 유출.호부 군량 장부 조작.심가 여식.그 말은 일부러 넓었다.월령일 수도 있고, 서윤일 수도 있었다. 혹은 둘 다일 수도 있었다. 넓은 말은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20. 등불

    자녕궁에 가는 날, 경성의 거리에는 낮부터 등틀이 세워지고 있었다.상원절은 이미 지났지만, 대연의 봄에는 작은 등놀이가 자주 열렸다. 남쪽 수해지에서 올라온 장인들이 생계를 잇기 위해 종이등을 만들었고, 궁은 그것을 사들여 백성에게 은혜를 베푸는 모양을 갖췄다. 거리의 아이들은 등불을 좋아했고, 어른들은 쌀값을 생각하며 그 빛을 보았다.빛은 늘 아름다웠다.그러나 빛을 밝히는 기름값은 누군가의 장부에 적혔다.마차 안에서 서윤은 말이 없었다.오늘의 서윤은 옅은 연두빛 치마를 입었다. 한씨가 골라 준 옷이었다. 너무 화려하지 않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19. 이름

    허도겸은 약속한 시각보다 이른 때에 왔다.아침 안개가 아직 대문 밖 버드나무 잎에 걸려 있을 때였다. 심가의 하인들은 물을 뿌린 마당을 쓸고 있었고, 부엌에서는 찹쌀을 씻는 소리가 낮게 났다. 심 부인의 약을 달이는 냄새가 서원당 쪽에서 천천히 흘러나왔다. 집은 깨어나고 있었으나, 아직 하루의 얼굴을 완전히 갖추지는 못했다.그 틈에 온 사람은 늘 급한 일을 품고 있다.허도겸은 정청이 아니라 서고 앞 작은 툇마루에서 월령을 보겠다고 했다. 둘째 숙부는 불쾌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으나, 호부 낭중의 말은 예법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18. 장부

    아이의 이름은 은호였다.은매가 처음 그 이름을 부를 때, 목소리는 거의 소리라기보다 숨에 가까웠다. 은호야. 그 두 글자가 입술 밖으로 나오자마자 은매는 다시 울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렸으나, 울지는 않았다. 동생이 깰까 봐 참는 울음이었다.은호는 작았다.일곱 살이라 들었지만, 마른 몸은 그보다 더 어려 보였다. 손목에는 회색 실이 묶여 있던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고, 기침을 참을 때마다 혀끝으로 이를 쳤다. 딱, 딱. 작은 소리는 방 안 사람들의 숨을 매번 붙잡았다.왕부 의원은 은호의 맥을 짚고 오래 말이 없었다.청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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