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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Author: 주 한잔
살짝 화가 난 소우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육진 쪽으로 몸을 기대고는 말했다.

“부군, 오늘 어떻게든 오라버니를 이기셔야 합니다. 그래야 오라버니도 어쩔 수 없이 말을 들을 겁니다.”

“알겠다. 내 연이의 뜻대로 하겠어.”

말을 하던 이육진은 이내 고도의 집중력을 보였다.

한편, 소우연은 용강한에게 다가가 그에게 점심 식사는 했는지 묻기도 하고 다과나 차를 건네기도 했다.

“오라버니, 예전에 저희의 첫만남이 기억나십니까?”

“당연하지요.”

“그럼 자세히 얘기 좀 해주십시오. 그때 당시 저는 어떤 모습이었습니까? 시녀는 데리고 있었나요? 혹 그때도 제가 많이 초라하고 비참해 보였습니까?”

“마마께서는 그때 당시 여덟 살 정도밖에 안 되는 어린 소녀였습니다. 초라하거나 비참할 리가 없지요.”

“그럼 제가 그때와 달라진 점은 있습니까? 혹 많이 못 생겨진 건 아니지요? 오라버니, 제 얼굴을 제대로 보고 얘기해주십시오. 제가 어렸을 때가 예쁩니까 아니면 지금이 더 예쁩니까?”

소우연의 말에 용강한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에 소우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오라버니, 왜 그런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십니까? 전 단지 어렸을 때의 제 모습이 생각나지 않을 뿐입니다.”

잔뜩 서운한 소우연의 표정에 용강한은 이내 목청을 가다듬었다.

“마마께서는 어렸을 때 매우 귀여우셨습니다.”

이때, 이육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용 대감, 아무래도 흠천감으로 돌아가야 할 듯 하오.”

말을 하던 이육진은 손에 들고 있던 검은색 바둑알을 바둑판에 툭 내려놓았다. 이번 판을 이긴 것이다.

이에 용강한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전하께서는 역시 실력이 대단하십니다. 소신이 졌습니다.”

이육진이 손을 번쩍 들자 소우연은 빠르게 다가와 그의 손을 덥석 잡고는 이육진 곁에 털썩 앉았다.

“연이는 용 대감을 쉬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오. 어쩔 수 없이 필요하지 않는 이상, 대감께서 자신의 몸을 망가트리지 않았으면 좋겠소.”

이에 용강한이 자리에서 일어나 대꾸했다.

“전하, 마마, 감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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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014화

    경문은 이내 속옷만 입은 용강한을 업고 침상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그러고는 침상에 준비해둔 이불을 전부 용강한 몸에 덮어주었다.“전에는 증상이 이렇게 빨리 바뀌지 않았다고 하였느냐?”소우연이 고개를 돌려 경문에게 묻자 경문이 고개를 끄덕였다.방안 분위기는 암울했다.그리고 경문은 그제서야 자신이 조금 전에 마음이 너무 급해서 소우연 앞에서 용강한의 옷을 벗겼다는 사실이 떠올랐다.하지만 조금 전 상황이 너무 긴박했기에 경문은 딱히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다.“가서 몸조리에 좋은 보양 탕약을 준비하거라. 전에 오라버니를 위해 처방했던 보약이 저택에 아직 남아있느냐?”소우연의 목소리가 많이 피곤해 보였다.“네, 마마. 아직 남아있습니다. 지금 당장 약을 달여오겠습니다.”경문은 바로 방을 떠났다.한편, 진우는 소우연이 용강한을 걱정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려 병풍 밖에 어렴풋이 보이는 황제를 힐끔 쳐다보았다.함향이 황제 곁을 지키고 있었다.이때, 이 원사가 어이들을 데리고 급하게 찾아왔다. 그들 중에는 간석도 보였다.어의들은 바로 황제를 위해 진맥을 짚었다.황제가 타박상을 크게 입었을 뿐, 다른 후환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한 그들은 약을 처방하고는 하인들에게 약을 달여오라고 했다.이때, 간석이 함향에게 물었다.“황후마마께서는 어디 계신 것이냐?”이에 함향이 울먹이면서 대답했다.“용 대감께서 전하를 구하시느라 큰 부상을 당했습니다. 황후마마께서는 용 대감 곁을 지키고 계십니다.”고개를 끄덕인 간석은 이 원사에게 말했다.“전 용 대감께 가보겠습니다.”간석과 이 원사는 황후에게 인사를 올리러 방에 들어왔다.그러다가 방에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화들짝 놀란 두 사람은 바로 고개를 푹 숙였다.황후가 용강한 침상 앞에 앉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용강한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이건… 뭐라고 얘기하기 힘든 상황이다.간석과 이 원사는 황후와 용강한 그리고 황제 세 사람은 생사를 함께 겪은 남다른 사이라는 것을 알고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0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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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012화

    재빨리 달려간 경문과 진우는 함향이 소우연을 부축한 걸 보고 나서야 시름이 놓였다.한편, 허공에서.용강한은 소우연을 힐끔 쳐다보고는 이내 손가락으로 부적 하나를 적은 뒤 빠르게 주문을 외웠다.다음 순간, 주문이 적힌 부적은 금빛을 번쩍이더니 이육진을 향해 무섭게 돌진했다.푹!이육진의 입에서 까만 피가 분사했다. 그 속에는 심지어 까맣게 타버린 유충들이 보이기도 했다.용강한은 강한 염력으로 다시 주문을 외우더니 이육진과 같은 수평선에 둥둥 떠있었다.그러고는 다시 한번 천둥번개를 다스려 자신과 이육진을 가격했다. 번쩍거리는 불꽃에 맞은 이육진은 다시 한번 까만 피를 토하다가 지면으로 빠르게 추락했다.용강한은 극심한 통증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빠르게 날아가 추락하는 이육진을 번쩍 안아 들고는 서서히 지면으로 내려왔다.어두컴컴하게 깔려 있던 먹구름은 서서히 흩어지고 있었고 어느새 햇빛이 비추기 시작했다.마치 조금 전의 모든 것이 환각처럼 느껴졌다.한편, 진우와 경문을 빠르게 달려가 용강한과 이육진을 부축했다.소우연도 급하게 뛰어갔다.“부군! 오라버니!”그녀는 이육진의 손을 꼭 잡은 채 용강한을 쳐다보며 물었다.“전하께서는 어떻게 되신 겁니까?”“전하는 괜찮… 푹!”말을 하던 용강한을 새빨간 피를 왈칵 토하더니 바닥에 쓰러졌고 이를 발견한 경문은 재빨리 용강한을 부축했다.진우도 얼른 이육진을 부축했다.“오라버니, 오라버니!”용강한은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소우연을 보며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전하께서는 죽지 않을 겁니다. 절대 죽지 않을 겁니다…”말을 마친 용강한은 그대로 기절해버렸고 이에 화들짝 놀란 소우연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그녀는 한 손으로 용강한을 위해 진맥을 하면서 다른 한 손은 이육진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소우연은 두 사람이 아직 살아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진맥 결과, 두 사람 중 누가 더 위험한 건지 알 수 없었다.한편, 함향은 밖으로 뛰어나가 어의를 불렀다.“얼른 어의를 부르십시오! 전하께서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011화

    허허… 용강한 그는 도대체 무슨 헛된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인가!“참 못났습니다. 벌써 죽을 생각부터 하시는 겁니까?”용강한은 한심한 표정으로 이육진을 쳐다보며 말했고 이에 이육진이 대꾸했다.“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소. 하지만 난 결국 죽게 될 것이오.”금성이 죽기 전에 보였던 그 사악하고 수상한 미소를 생각하면 이육진은 자신이 결국 죽게 될 거라고 확신했다.지금 유일한 희망은 심소균이 야랑국에서 고충을 제압할 수 있는 능력자를 데리고 오는 것인데 심소균은 경성을 떠난 지 한달밖에 되지 않는다.아무리 순조롭다고 해도 절대 한달 내에 돌아올 수는 없다.이육진이 지금 가장 걱정되는 사람은 소우연과 자신의 아들딸이었다.“앞으로 소신한테 더 잘하셔야 합니다! 자꾸 말도 안 되는 질투를 해서 마마를 난감하게 하지 마십시오!”용강한이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이육진에게 말했고 이육진이 허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허허,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오. 만약 이 세상에 영혼이 존재한다면 난 두 사람이 오손도손…”이육진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그러고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화제를 돌렸다.“난 몸이 폭파해서 죽고 싶지 않소. 그래서 지금 마지막으로 연이를 한번 보고 대감께 다시 찾아올 것이오. 그때 가서 날 너무 고통스럽게 죽게 내버려두진 마시게.”“그럼 다시 태어나길 바라시는 겁니까 아니면 영혼이 영원히 이 세상에 남아 마마 곁에 있길 바라시는 겁니까?”용강한의 물음에 이육진은 생각이 많아졌다. 그는 소우연 곁에 남고 싶었다.예전에 회남왕이었던 시절에 용강한과 사람의 사후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영혼으로 남아 소우연의 부담이 되긴 싫었다.이육진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냥 날 황천길로 보내주오.”그때가 되면 이육진은 멀리 하늘나라에서 소우연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이때, 용강한이 허리춤에서 태극구를 빼서 곁에 툭 던졌고 경문은 빠르게 태극구를 손으로 받았다.그리고 다음 순간, 용강한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010화

    용강한 저택의 대문을 들어설 때, 이육진은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먹구름이 가득했고 비가 크게 내릴 것만 같았다.진우도 이육진을 따라 고개를 들어 하늘을 힐끔 쳐다보았다가 이내 흠칫 놀란 표정이었다. 조금 전에 염만의 저택과 수현의 저택이 불에 활활 타오를 때 날은 이미 밝았고 지하 암실에서 도망쳤을 때 길거리에 점포들도 영업을 시작했다.그런데 왜 갑자기 날이 이렇게 다시 어두워진 걸까?두 사람은 긴 복도를 지나 한참 걷고 나서야 대청 밖의 마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이육진은 멀리서 자주색 도포를 입고 손을 등진 채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용강한을 발견하게 되었다.마치 그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그리고 용강한의 주위에는 진법이 분포되어 있었고 상야등도 켜져 있었다.부적이 양의 뿔에 눌려 있었지만 바람이 풀어오자 삭삭거리는 소리가 났다.“전하, 오셨습니까?”용강한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올리면서 이육진을 쓱 살폈다.그러다가 온몸에 피가 흥건한 이육진을 보자 미간을 확 찌푸렸다.이육진은 입을 열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손을 내둘렀다.“형님, 허리를 펴십시오.”이는 이육진이 오랜만에 용강한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이때, 진우가 용강한에게 인사를 했다.“용 대감님.”이에 용강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주 대감께서는 진법 밖에서 이곳을 지켜주시길 바랍니다.”고개를 끄덕인 진우는 가까이에 서있는 경문을 보자 다가가 경문의 곁에 자리를 잡았다.“형님.”진우가 먼저 인사를 하자 경문은 이내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주 대감님.”호위병인 경문은 관직이 전혀 아니었기에 감히 진우와 형 아우 사이로 지낼 수 없었다.경문은 오랜만에 만난 진우에게 정연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남녀가 유별하기에 이내 입을 꾹 다물고는 진법 안에 있는 황제와 용강한을 쳐다보았다.진우도 입술을 살짝 오므린 채 진법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곁눈질로 경문을 몇 번이나 힐끔거렸다.몇 년이나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009화

    진우와 이두독 그리고 장우주와 진규까지 전부 달려와 생기가 전혀 없는 혈충인들과 혈투를 벌였다.그러던 중, 이육진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혈충인에게 살해될 위기에 놓였다.이때, 금성이 한걸음에 달려와 이육진의 목을 꽉 조이더니 품에서 유리병 하나를 꺼냈다.“네가 이 나라의 군주면 어때. 나중에 복부가 터져서 죽을 때 얼마나 자극적이고 재밌을까?”말을 하던 금성은 유리병 안에 있는 물건을 이육진 입에 쑤셔 넣으려고 했다.한편, 그런 금성을 힐끔 쳐다보던 이육진은 온 힘을 다해 한 손으로 금성의 손을 덥석 잡고는 다른 한 손으로 금성의 가슴을 파고 들어 그의 심장을 끄집어 냈다.이와 동시에, 금성도 온 힘을 다해 유리병 안에 있던 물건을 이육진 몸에 뿌렸다. “하하하하! 너도 이제 죽을 거야!”눈을 동그랗게 뜬 채 큰소리로 외치던 금성은 이내 바닥에 툭 쓰러졌다.“전하, 전하!”화들짝 놀란 사람들은 한걸음에 달려와 이육진의 상태를 살폈다.한편, 금성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혈충인들은 여전히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이때, 임세안이 병사들을 거느리고 나타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면서 술과 화약으로 이곳을 폭파시켜 버렸다.순간 불길이 활활 타올랐고 연기가 까맣게 피어올랐다.거리에 있던 백성들은 이리저리 도망치기 바빴으며 혈충인들은 마주치는 사람마다 잡아서 잔인하게 피를 빨아먹었다.경성 전체는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고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반드시 빠져나온 혈충들을 전부 잡아서 후환을 없애야 한다!”이육진의 말에 신하들이 바로 대답했다.“네, 전하!”진우는 이육진 곁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그를 지켰다. 그리고는 근처에 있는 집안에 찾아가 빠르게 이육진의 몸을 씻겨주면서 괜찮을 거라고 기도했다.“용 대감은 지금 흠천감에 있는 것이냐 아니면 저택에 있는 것이냐?”이육진이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저택에 계십니다.”“그럼 용 대감 저택으로 가자.”이내 말에 올라탄 이육진은 고고한 자태로 진수한을 쳐다보며 명을 내렸다.“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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